쥬디스


"제가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도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제가 무엇을 봤는지는 절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필요할 때, 저는 이 기계신의 선물로 교단의 모든 적을 제거할 것입니다."


기계교단 본부의 웅장한 성 깊숙한 곳에는, "성전(聖典)의 관"이라는 방대한 자료고가 있음.

그곳은 기계교단의 가장 신성한 장소 중 하나이며, 

교단이 세워진 이래 가장 강력하고 가장 위험한 금단의 지식을 모아 놓았음.


대량의 고문서, 메모리 보드, 데이터 수정이 성전의 관의 에너지 역장 속에 보관되어 있었고,

교단 전체의 계급을 막론하고, 지고한 교황조차도 이것들을 건드릴 수 없었음.

오직 성전의 관을 관리하는 대사서 쥬디스만이 범부들을 발광시키는 이 비밀을 관리할 권한을 부여받았음.


지식을 힘으로 생각하는 기계교단에서 쥬디스는 특히나 존중을 받았음.

그녀는 아마도 기계교단에서 가장 해박한 지식을 지닌 사람이며,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음.

이미 세상에서 잊혀진 금기시 된 지식과 어두운 역사도 여기에 포함되어 있었음.


금단의 지식을 관리하는 것 외에도, 쥬디스의 또 다른 중요한 직책은

바로 교단의 역사를 기록하는 것이었음.


성전의 관에서는 그녀가 직접 고른 서기관들이 매일 피로를 모르고

교단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을 기록하고 있음.


신도들의 일화에서 가장 경건하고 용감한 사적(史跡)은

그녀의 손으로 두꺼운 고문서에 기록되었음.


이것은 신도에게 최고의 영광이라 할 수 있었음.

자신의 사적이 성전의 관에 기록된다는 것은 

곧 교단 내의 많은 위대한 선인과 나란히 하여, 교단의 역사와 하나가 되는 것을 의미했음.


쥬디스는 전장에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지만, 아무도 그녀의 강대한 힘을 의심하지 않았음.

세계 각국의 역사 문헌에서는, 그녀가 천신과도 같이 전장에 나타났다고 기록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음.


감히 교단과 적대한 어리석은 자는 그녀의 모습을 뚜렷이 보기도 전에,

이미 금단의 지식이 초래한 끔찍한 공격에 굉음을 일으키며 사라졌음.


쥬디스가 언제 성전의 관 대사서의 직책을 맡았는지 아는 자는 아무도 없었음.

교단 내 최고연장자의 가장 오래된 기억에서도, 쥬디스는 이미 성전의 관 대사서였음.


그녀의 아름답고 냉막한 얼굴은 수많은 세월을 거쳐도 변함이 없었고,

교단의 신도들은 이를 기계신의 위대한 축복으로 여기며 

살아있는 역사서라고 할 수 있는 쥬디스를 우러르고 흠모했음.


그녀는 교단 역사에서 일어났던 모든 일을 알고 있었고, 사소한 일조차도 예외가 아니었음.

하지만 본인의 과거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음.


"지식이 힘이며, 이를 잘 보호해야 합니다."


쥬디스는 항상 이 말을 입에 달고 다녔음.

그녀는 성전의 관의 관리인이며 수호자였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성전의 관을 반 발짝도 떠나지 않았음.


본래 배타적인 기계교단에서도, 쥬디스는 더욱 배타적인 사람 중 하나였음.

교황 본인이 직접 명령하지 않는 한, 그녀는 교단 밖의 어떤 외부인도 성전의 관에 들어오는 것을 배척했음.

방문자가 교단 출신이라도, 그녀는 늘 경계하는 눈빛을 보내며 고도의 경계 태세를 유지했음.


외적보다도, 세월이야말로 성전의 관 안에 있는 지식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이었음.

고문서는 썩는 수가 있고, 메모리 보드와 데이터 수정은 고장을 일으킬 수 있음.


쥬디스는 세월의 침식으로 소중한 지식이 손실되지 않도록,

중증의 결벽증 환자도 한탄할 정도로 편집적인 태도로 성전의 관 내부의 

자료 유지보수와 청소를 수행할 뿐만 아니라, 기계하인들에게 24시간 순찰과 청결을 요구했음.


방문자들은 무균실에 들어갈 청결 수준이라도,

갖가지 소독 및 청결 절차를 거치도록 한 후에야 성전의 관에 들어오는 것을 허가해줬음.


기계와 강철을 숭배하는 기계의 신도들은 대개 아주 냉담했고,

쥬디스는 교단 내에서도 유독 냉담한 사람이었음.


그녀가 사람을 보는 눈빛은 땅 위의 돌맹이를 보는 것과 다를 게 없었고,

교단의 인사라도 예외는 아니었음.


교단 내부에서 교황과 테크노아이즈의 주인 다음가는 권력이 있지만,

교단의 권력투쟁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음.


역대 교황 중 특히 논란이 되었던 스로카이가 교황직을 이었을 때도,

쥬디스는 여전히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했음.


오직 그녀가 성전의 관의 의식을 주관하는 때에만 눈에 경건한 감정이 비쳐졌음.


"성전의 관에서 가장 귀중한 보물은, 당연히 기계신께서 제게 주신 성전입니다.

어떤 지식이든, 성전의 가르침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


성전의 관의 어떤 지식이 가장 소중하냐는 물음에,

쥬디스는 경건한 말투로 이렇게 대답했음.


성전은 기계신의 신도라면 누구나 한 권씩 가지고 있는,

기계신의 가르침이 기록된 신성한 물건이었음.


성전 최초의 원전은, 바로 성전의 관 가장 깊은 곳에 소장되어 있음.

쥬디스는 원전의 보관을 담당하는 가장 독실한 신도였음.


이 경건함으로 인해, 그녀는 자신을 기계신의 화신으로 여기는

당대의 교황 스로카이의 태도에 비판적이었지만, 

스로카이가 기계신의 큰 총애를 받고 있다는 것은 인정했음.


그래서 그녀는 스로카이에게 신하의 예를 갖추는 것과 동시에

테크노아이즈의 주인의 음모도 방치했음.

기록자의 태도로 은밀한 흐름이 굽이치고 있는 교단을 방관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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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교단 최강자 후보 중 하나

지식이 본인의 육체와 무장에 쉽게 반영되는 교단의 특성상

교단의 모든 역사와 지식, 금기를 아는 쥬디스는 교단의 모든 힘을 보유한 거나 다름이 없음


다만, 철저한 관찰자에 기록자이길 고수하고 있어서

교단이 뭘 해도 쉽게 협조를 안 함


자기 기체인 그레이스까지도 지식(=보존대상)으로 인식하는지라

가진 패들을 온존하려고 들지 꺼내서 쓰고 싶질 않아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