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리


"왜 사람은 일하러 가야한다는 건데?

집에 있으면서 놀고 싶으면 놀고, 자고 싶으면 자면 될 텐데."


U.S.F의 경찰계에서 켈리 1급 경정은 그 유명한 "화이트 헌터" 힐다만큼 유명함.

하지만 "우수하고 노련하며 정의감으로 가득하다" 라는 힐다의 명성과는 달리

켈리는 "쓸모없고 운만 좋은 높으신 분 자식"으로 유명했음.


경찰복을 입지 않으면 누구라도 켈리와 경찰이라는 개념을 연관시키긴 힘들었음.

캘리는 평소에 늘 게으른 태도를 보였고, 업무에 의욕이 없었으며 하품이 꼬리를 물었음.

수시로 지각을 했고 조퇴는 일상이었음.


애니메이션과 비디오 게임, 특히 히노마루에서 온 비디오 게임을 아주 좋아했음.


"히노마루 게임은 정말 재미있네.

아아, 브리튼과 전쟁 때문만 아니라면, 합중국은 틀림없이 더 멋진 게임을 만들 수 있을텐데, 아까워라."


이렇게 출근길에 애국심을 의심케 하는 발언을 큰 소리로 말했음.

다만 애니메이션과 게임에 대해 말할 때는 평소와는 달리 의기왕성했음.

분명 정신을 못 차리는 이유는 밤새 게임을 하기 때문일 것임.


이렇게 쓸모없는 인간은 승진은 고사하고 경찰학교를 졸업하는 것조차 불가능함.

하지만 켈리는 힐다와 같은 나이인데도, 합중국에서 명성을 떨치는 힐다와 같은 시기에 1급 경정으로 승진했고,

힐다가 무단행동 때문에 좌천된 다음에는 그녀의 직속상사가 되었음.


이 건에 관해서는 켈리의 "행운"의 배경을 질투하는 경찰이 적지 않았음.


켈리는 합중국의 명문 더글러스가의 외동딸이었음.

가문의 역사는 고대 황금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갔고, 대대로 수많은 정치가와 인재를 배출했음.

특히 현직 대통령과는 친밀한 관계였음.

이런 배경이 있으니 경찰계의 요원이라도 켈리를 만나면 공손하게 경의를 표했음.


하지만 켈리가 1급 경정으로 승진한 것은 확실한 실적 덕분이었음.

그녀는 항상 힐다의 파트너였고, 두 사람은 함께 많은 주요 안건을 조사하고 해결한 적이 있음.


경찰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켈리가 완전히 힐다의 덕을 입어서 끊임없이 승진한 것으로 보고 있음.

하지만 힐다 본인은 이에 대해 다른 견해를 갖고 있었음.


"아무도 안 믿지만, 켈리와 함께 행동할 때, 더 많은 도움을 받은 건 내 쪽이야.

난 켈리처럼 약간의 정보로, 곧바로 진실을 파알할 만큼 똑똑한 사람을 본 적이 없어.

여전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해를 못하겠지만, 켈리는 내 최고의 파트너야."


힐다의 말은 일반적으로 그녀 자신의 겸손함으로 인해 일소에 부쳐졌음.


합중국 전체에서 그녀의 말에 공감할 수 있는 것은,

더글러스가의 현 가주, 극소수의 고관, 대통령 본인 뿐이었음.


켈리는 겉으로는 평범한 합중국 경찰이었지만,

사실은 대통령에게 직접 지시를 받는 비밀 고문을 맡고 있었음.


이렇게 중용받는 이유는, 켈리가 갖가지 실마리로 합중국의 숙적,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무력을 가진 그레이트브리튼 제국이

실제로는 이미 큰 위기에 처해있다는 추론을 했고,

이 추측을 뒷받침할 확실한 증거를 찾아냈기 때문임.


이 추측은 합중국의 소수 고관들에게만 알려져 있을 뿐이었음.

켈리가 동시에 합중국 자체에도 거대한 위기가 존재한다는 것을 거론했기 때문임.


제너럴 엔진으로 대표되는 군산복합체는 너무나도 강대했음.

많은 정치인들을 통제했고, 나라의 정치 진행에 영향을 미쳤음.


금전만능주의인 군산복합체에는 국가 개념이 없었음.

그녀는 제너럴 엔진이 비밀리에 제국과 거래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합중국의 파멸은 시간문제였음.


켈리의 재능은 대통령의 눈에 들었고,

그녀는 대통령의 직접 요청으로 군산복합체를 반독점법으로 해체하는 비밀계획에 가담했음.


이 계획은 처음부터 난항을 겪었음.

반독점법을 지지하는 의원들은 이유 없이 비명횡사했고, 대통령 자신도 안전에 위협을 받았음.


켈리는 이것이 제너럴 엔진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킬러조직,

순회 서커스단으로 위장한 "미드나이트 극단"의 소행임을 찾아냈지만

이건 그녀가 예측한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음.


"합중국을 구할 수 있는 건, 나처럼 배후에 숨어 있는 음모가가 아니라, 영웅이야."


"영웅"을 언급할 때, 켈리는 드물게 진짜 미소를 보여줬음.

합중국 전체에서 그녀의 인정을 받은 "영웅"은 힐다 1명 뿐이었음.


부모의 말에 따르면, 인재를 배출하는 더글러스가에서도

켈리는 역대 일족 중 희유할 정도로 높은 지능을 갖고 있었음.


하지만 너무 높은 지능 탓인지, 어릴 때의 켈리는 보통 사람보다 훨씬 냉담한 성격이었고,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음.


가족조차도 그녀에게 두려움을 느꼈음.

그녀가 경찰학교에 다니게 된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그녀에 대한 가족의 추방이었음.


켈리는 경찰학교에서 힐다를 알게 되었음.

그때의 힐다는 너무 강한 정의감 탓으로 번거로운 문제를 적지 않게 일으켰음.

켈리는 우연히 말려들었다가, 힐다의 파트너가 되었음.


그때 이후로 켈리는 성격이 변해서 "사람"다워졌고,

상류사회가 경시하는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접하고, 이런 것들에 빠져들면서

모든 것을 꿰뚫어보던 비인간적인 기질이 사라졌음.


하지만 켈리의 변화는 겉으로 보기보다 그리 크지 않을지도 모름.


"힐다는 그저 악인을 잡는 훌륭한 경찰이 되는 것만으로 만족하지만,

세상에 영웅이 필요할 때는 그게 뜻대로 되지 않는 법이야."


켈리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힐다와 반대로

켈리는 힐다를 꿰뚫어보고 있었음.


힐다는 친구가 그녀를 위해 준비한 미래를 전혀 몰랐고,

켈리 본인도 과연 미래가 그녀가 예상한 대로 흐를지 기대감에 부풀었음.


어쩌면 그녀에게는 애국심이 아닌 미래에 대한 궁금증이

합중국을 위해 행동한 원인일지도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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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설정을 모르고 스토리만 보면

농땡이만 피우는 막장경찰로 보일 캐릭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