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동, 어느 장소――



바이론

나는 때론 생각한다. 오랫동안 이러한 상황에 놓여있던

귀공의 정신은 도대체 얼마나 이상한지를.



바이론이 있는 곳은 30평방미터 정도의 감시실이며,

바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두꺼운 강화 유리 너머로 뿌연 그림자가 떠올라 있었다.

그 그림자로부터 홍수 같은 살의가 들이닥쳐서, 바이론의 몸에 있는 모든 센서가 최대한의 경고를 울리고 있었다.


바이론은 장갑에 균열이 가는 듯한 감각을 느꼈고, 관절이나 인공근육도 뿌득뿌득 하는 소리를 냈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다. 이것은 자신에게 남은 약간의 “영혼”이,

그에게 이 장소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리기 위해 만들어낸 착각에 지나지 않은 것을.





홍우

이 공간에 있는 것은 가장 원시적이고 가장 단순한 감정 뿐일세.

바깥세계의 굴레나 속내의 탐색전보다, 이런 단순한 것 쪽이 오히려 진정되지.



홍우는 하이테크 기기로 둘러싸인 등나무 의자 위에 곧은 자세로 앉아 있었다.

두 눈이 감겨 있었고 마치 자장가라도 듣는 것처럼, 그 방대한 살의를 받아내고 있었다.



홍우

창 너머의 저 녀석은 자기 안의 「정의」를 믿어 의심치 않아.

자신의 「정의」에 반하는 존재가 있으면, 아무리 떨어져 있어도 반드시 포착하지.

그 눈에는 상대 밖에 비치지 않아.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지. 마치 연인처럼 말일세. 하하하…….


바이론

흥, 귀공의 말이 맞는 것 같군.

귀공이 제공한 실마리는 받았다.

저쪽은 나와도 인연이 얕지 않다. 이번 건은 내가 혼자서 처리하지.

「귀공들」이 손을 댈 필요는 없다.


홍우

물론.



이제 이 공간에 더 머무르기 싫은 바이론은 바깥으로 걸어갔지만,

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바이론

이 정도로 멀리 있어도 이런 살의라면, 

만약 놈의 「집념」이 그의 눈앞에 나타났을 때, 놈은 어쩔 것 같나?


홍우

……그대, 이 늙은이가 왜 이런 음침한 방에 혼자 있다고 생각하는가?


바이론

……그런가…….



바이론은 이번에야말로 용솟음치는 살의를 되돌아보지 않고 방에서 나갔다.



바이론

왜 저런 이상한 것이 이런 곳에 나타났는지 생각할 여유는 이미 없다.

약속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같은 시각――.



나나

용병 님, 나를 따라 와. 이쪽이야!





안드레아

정말로 괴물들이 나타나지 않게 되었네.


콘스탄스

(비밀회선) 분하지만 도굴꾼이 말한 대로입니다.

「안내인」이라 불리는 자들은 확실히 교단의 지하구조를 숙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안드레아

(하지만…….)





베카스

왜 그래, 갑자기 멈추고.


나나

방향의 확인이야. 현재의 보폭으로 계산하면 이제 입구 근처일 거야.

다음은 그 입구를 찾아내기만 하면 돼…….





???

따라…… 와…….





콘스탄스

칫, 또 나타났나. 부정한 괴물들.


베카스

미안, 거리의 측정은 전투가 끝난 다음으로 하자. 트랩 아가씨.


나나

오케이! 전투는 맡길게, 용병 님.





???

“……입구……”





나나

!!!



마치 머리를 심하게 맞은 것처럼, 콕피트에 있던 소녀가 머리를 싸매고 몸을 움츠렸다.



나나

윽!!!


베카스

왜 그래!?


???

나갈…… 수 있어…….


나나

(으으!!! 머리가!!!)


???

이제…… 아무도……


나나

(이건…… 내 기억?

아니야, 틀렸어.)


???

내…… 동료를…….





나나(?)

(이건, 그 아이의 기억.)


???

다치게…… 두지 않아…….





(좀비 BM들을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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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장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