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외전도 재밌었다

더치가 딴 건 몰라도 스토리는 믿을만 함

아무튼 스토리 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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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어두운 폐허 속을 헤매던 용병 루스가

욕지거리를 하는 장면에서 시작됨


이미 손상을 입은 링크스는 부서진 장갑 틈새가 점멸하고 있었고

등뒤로부터는 쫓아오는 적의 발소리가 들려왔음

루스는 달아나려고 몇 번이나 급커브를 했지만 또 막다른길에 몰렸음


괴물이 다가오고 있었음

적은 그들을 분산시키고 하나씩 처리하려 하고 있었음



루스

……위협해도 쓸데없어.

이 던전의 보물은 이 몸의 것이니까!



모퉁이를 돌자 거기에는 그를 쫓아온 괴물이 있었고

루스는 충혈된 눈으로 살아남기 위해 공격을 시작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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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싸움으로부터 몇 시간전

라인 연방 남서부


산맥과 고원 사이에 있는 작은 마을에는

붉은 성모 수도원이라는 작은 수도원이 있었음

그곳에서는 지금 성모상 앞에서 예배가 행해지고 있었음





수도녀

들짐승이 이리와 만나며 숫염소가 그 동류를 부르며 

밤의 괴물이 안식처를 찾아 거기 거처하리라.



붉은 커버로 된 성서 "성모복음(聖母福音)"을 

낭독하고 있는 것은 아름다운 수녀였음


그 날, 수도원에는 우락부락한 떡대의 용병들이 찾아왔고

자기들이 신도이며 수도원에 있다는 붉은 성모를 보러 왔다고 밝혔음


사람을 의심할 줄 모르던 순진한 수녀는 

선의로 그들을 위해 예배를 열어줬고

이 예배가 끝나면 붉은 성모가 모셔져 있는 성전으로 안내할 예정이었음


그리고 수녀 뒤에 있는 낡은 목제의자 몇 개에는

용병들이 지루한 설교를 들으며 앉아 있었음





루스

제길, 저 여자가 가이드를 해줄 거라곤 해도,

오랫동안 설교를 들을 줄은 몰랐다고.



겨우 예배가 끝나고, 수녀가 안내 준비를 위해서 자리를 비우자

노련한 용병 루스는 짜증을 내며 담배를 꺼내서 핀 다음

바닥에 버리고 의자 아래로 감췄음


그들은 이곳에 보물이 있다는 정보를 듣고 모인 용병들이었음

"붉은 성모"의 위치를 아는 것은 수녀 뿐이었고

안내를 시키기 위해 신도인 척 하고 있었던 것


하지만 루스는 이런 작은 마을에 그들이 나눌만큼 

대량의 보물이 있다곤 믿을 수 없었음





도마르그

루스 형님의 말대로다.

다 망한 작은 마을에, 그 정도의 보물이 있어 보이진 않아!



동의한 것은 루스를 형님으로 모시는 용병 도마르그

그들은 동업자인 모브레이의 말을 믿고 이곳에 왔지만

과거에 모브레이에게 속은 경험이 있었으므로 도저히 신뢰할 수가 없었음





모브레이

……흥, "모브레이"라는 이름으로 신뢰를 얻으면서 이렇게까지 오래 일을 했었다.

자기 이름을 더럽힐 생각은 없어.



그리고 여기서 비교적 큰 세력을 거느린 이 남자가 모브레이

그는 카지노에서 동업자 빈센트와 노름판을 벌였고

이긴 대가로 돈 대신 보물의 정보를 받았음


고대유적의 공략은 그들만으론 부담스러웠으므로

다른 용병들을 불러모았던 것

그는 만약 빈센트가 거짓 정보를 말했을 경우, 몸의 일부로 대가를 치를 생각이었음


그들 외에도 여러 용병들이 이곳에 모여서 신도행새를 하고 있었고

이름이 언급된 용병은 아래와 같음





보브

모브레이의 수하





게이지

루스처럼 모브레이의 소집으로 모인 용병





스미자즈

모브레이의 소집으로 모인 용병

언급을 보면 이들 중 상당한 실력자로 보임





맥시스

모브레이의 소집으로 모인 용병





마키스

모브레이의 소집으로 모인 용병



모브레이는 루스가 보물의 존재를 의심하자

그에게 각이 진 붉은 결정을 던졌음


루스와 도마르그는 그것이 뭔지 알아보지 못했지만

루스 옆에 앉은 게이지가 놀라서 그것을 뺏들었음


그 결정이 라인 동쪽의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것을 본 적 있었던 것임

특수한 기체의 에너지로 사용하는 물질이었고 상당한 고가였음

빈센트의 정보가 옳다면 이 마을에 대량의 붉은 결정이 묻혀 있을 것임


용병들은 결정을 보고 납득했고

그러자 다음은 초대받지 않은 이방인들에게로 그들의 이목이 쏠렸음



 


세실리아, 마키아벨리


수도원 구석에는 의자에 앉지 않고 서 있던 여성 둘이 있었음


그 중 검을 지팡이 삼아 서 있던 세실리아의 미모에 혹해서

마키스가 다가갔지만 돌아온 건 차가운 시선과 강렬한 살기였음


위축된 마키스가 뒷걸음질쳤지만

다른 용병들은 그처럼 미녀라고 물렁하지 않았음

얻을 수 있는 보물은 한정된 이상, 더 이상 인원을 늘리긴 싫었음


용병들이 천천히 일어나서 그녀들에게 다가오자

마키아벨리가 나서서 자긴 이 고대유적을 조사하기 위해 온 고고학생이며

세실리아는 친구 겸 보디가드라고 밝혔음


그녀는 보물엔 흥미가 없고 유적을 기록하고 싶을 뿐이며,

여기서 분쟁이 일어나면

수녀가 경계해서 안내를 그만둘 거라고 경고했음


때마침 수녀가 유적에 들어가기 위한 램프들을 껴안고 들어오자

용병들도 마지못해 살의를 거두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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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성전


수녀가 단상의 우묵한 곳에 성모복음의 뒷표지가 아래로 오도록 끼워넣었고

방향을 바꾸며 몇 번 돌리자


수도원 입구부터 성모상까지의 바닥이 좌우로 이동하고

아래로 가는 거대한 계단이 드러났음

그 계단은 BM도 통과할 정도로 넓었음

용병들은 앞장 선 수녀를 따라서 기체를 몰고 내려갔음


성모복음에 따르면 이곳은 붉은 성모가

그녀를 만나러 오는 자를 시험하기 위해 지은 미로라고 함


하지만 용병들은 수녀의 설명은 안중에 없었고

이렇게 거대한 유적이 지하에 있다는 사실에 흥분했음


배움이 없는 시골에선 고대의 유적을 

신이 만들었다 믿는 경우가 자주 있음

용병들은 내부에 보물이 가득할 거라며 들떴음





세실리아는 경멸하는 눈초리로 그들을 관찰하다가 칼자루에 손을 댔음

하지만 마키아벨리가 말리자 결국 손을 놓았음


수녀는 길을 가는 도중, 유적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고

용병들은 이게 짜증났지만 참았음


미궁은 단순히 벽만으로 이루어진게 아니라

계단을 포함해서 입체적인 구조였으므로, 수녀의 안내 없이는 성전에 도달할 수 없었음


그들은 지나온 길을 기록하면서 따라갔음

성전에 도착했다고 수녀를 꼭 죽일 필요는 없지만,

약탈을 시작하면 무슨 짓을 할지 몰랐고, 경우에 따라선 수녀 없이 출구를 찾아야 했음


모브레이가 수녀 몰래 공용채널로 그런 통신을 전하자

방금 전까지 통신으로 잡담을 나누던 용병들 사이에 차가운 침묵이 흘렀음

세실리아는 참지 못하고 통신을 마키아벨리의 개인채널로 바꿨음





세실리아

이 열등생물들 탓에 머리가 또 아파졌어.

마키, 우리는 도대체 뭘 위해 여기에 온 거지.

아직도 못 말하겠다면, 무슨 일이 있을 때, 너를 지켜낼 자신이 없어.

내가 여기서 참아야 하는 "이유"를 지금 당장 가르쳐줘.


마키아벨리

그래그래, 그렇게 화내지 마, 세실리아.

네 귀여운 얼굴에 주름이 늘어나면 어쩌려고.

내가 여기에 온 건, "옛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야.



마키아벨리는 그 친구가 네 동료가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고

세실리아가 그에 관해 물으려 했을 때

미궁의 사방에서 폭음이 울렸고 지면이 흔들리기 시작했음


바닥이 급격히 치솟으며 새로운 벽면을 만들었고

이 난리통에 용병들은 벽으로 나뉘어서 뿔뿔이 흩어졌음


치솟은 벽들은 전파를 완전히 차단했기 때문에

서로간에 통신도 불가능한 상황


그리고 용병들은 보물을 독차지하려는 욕망 탓에 점점 미쳐가기 시작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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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의 흐름은 일일이 설명할 필요 없을 것 같으니

결과만 나열해보겠음




마키스

흑심을 품고 있던 세실리아를 습격했다가 사망

원래도 경박한 남자였지만 명백히 제정신이 아니었고


세실리아의 공격에 죽어가면서도

충혈된 눈으로 그녀에게 손을 뻗다가 숨졌음




맥시스

위험을 느끼고 출구를 찾으려고 했지만

같이 떨어진 게이지가, 보물을 독차지할 때까진 아무도 못 빠져나간다며

등뒤에서 총을 쏜 탓에 사망




스미자즈

그의 실력에 위협을 느낀 모브레이와 보브의 합공에 사망

보브는 모브레이가 갑자기 스미자즈를 치라니까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점점 흉악한 미소를 짓더니 습격에 동의했음




도마르그

그를 괴물로 오인한 루스의 손에 살해당함



이야기 처음에 루스가 공격한 괴물은

왜 형님이 자길 공격하는지도 모른 채 죽어야 했던 그의 기체였음


루스는 죽이고 나서야 자기가 착시를 일으켰던 것에 충격을 받았지만

이게 개죽음이 되지 않으려면 보물을 얻어야 한다며  

충혈된 눈으로 그 자리를 떠났음


미궁 여기저기서 총성이 울리며 살육이 반복되고 있었음





미궁이 변동을 일으켰을 때 쓰러졌다가 기절했던 수녀는 눈을 떴음

그녀는 어찌된 영문인지를 몰라서 어떻게든 움직이려고 했지만

도중에 충혈된 눈으로 기분 나쁘게 웃는 게이지와 마주쳤음


하지만 보물은 내 꺼라며 천천히 다가오던 게이지 역시

갑자기 머리에 구멍이 뚫리며 사망


방금까지 살아있던 사람이 시체가 되는 광경에

놀라서 뒤로 물러나는 수녀를 BM의 서치라이트가 비추었음

게이지와 마찬가지로 몸이 피범벅이 된 루스였음





루스는 성전으로 안내하라며 강요했음

수녀는 거부하면 살해당하는 것을 눈치채고 

등에 BM의 총이 겨누어진 채로 걸었음


어느새 주위의 굉음이 멎었고

어두운 유적에는 링크스의 발소리만 울리고 있었음



수도녀

……도착했습니다.



그들 앞에 굳게 닫혀있는 커다란 문이 나타났음

수녀가 위에서와 같이 단상에 성모복음을 끼우고 돌리자 문이 열렸음


열리는 문틈 사이로 강렬한 붉은 빛이 새어나오자

루스는 문이 다 열리는 것도 기다리지 않고

콕피트에서 뛰어내려 문 너머로 뛰어갔음



루스

찾았다……. 도마르그! 네 죽음은 헛되지 않았어!



그때, 한 발의 총탄이 루스의 가슴을 관통했음

그는 돌아보려고 햇지만 그 전에 목숨이 다했음

문이 완전히 열리는 것과 함께 그의 몸은 천천히 지면에 쓰러졌음





모브레이는 루스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손으로 입을 막고 있던 수녀를 풀어줬음

보브가 웃으면서 총구의 연기를 입으로 불었음


전부 죽었음

다 죽고 남은 것은 이제 그들 2명 뿐

그들은 쓰러진 수녀를 방치하고 성전에 들어갔음





문을 지난 순간 감탄성과 휘파람이 나왔음

내부는 붉은 결정으로 가득했음

라인 연방 전체를 사고도 남을 방대한 양은 마치 붉은 꽃이 겹겹이 쌓여있는 것 같았음


그리고 가운데에는 거대한 붉은 결정 속에

한 대의 기체가 자리잡고 있었음


그들은 환희했음

이 막대한 양의 결정과 기체가 전부 그들의 것이었음





보브

전부 우리 거지? 형님…….


모브레이

그래, 우리 둘의…….


보브

…….


모브레이

…….



흥분으로 가득한 목소리가 서서히 가라앉았고

성전 전체가 정적에 감싸였음


"역시 둘이서 나누기엔…… 조금 모자라지……."


누군가가 그렇게 중얼거린 순간

총성이 울렸음


둘은 요사스런 미소를 띄웠고

최후의 살육이 시작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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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녀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수녀는 비틀거리면서 걷고 있었음

그녀가 공포와 혼란에 빠져서 어쩔 줄 몰라할 때

2대의 기체가 나타났음





세실리아는 앞에 있는 것이 수녀라고 확인한 후 콕피트에서 뛰어내렸음

그녀는 수녀가 패닉 상태인 걸 깨닫고

섣불리 다가가지 않고 기체 아래에 멈춰섰음





마키아벨리

……아무래도 이 길을 고른게 정답이었던 것 같네.



마키아벨리 역시 기체에서 내려서, 평소처럼 미소지으며 수녀를 응시했음

수녀는 이 둘은 아무래도 제정신인 것 같다며 안도했고 말을 걸었음



수도녀

뭔가 무서운 일이 일어난 것 같습니다…….

그 신자분들이…… 갑자기, 모두 미쳐버려서…….

성모의 보물 때문에, 전원이 서로 죽이려 들어서…….



어깨의 떨림이 멈추지 않음

수녀는 비틀거리면서 둘에게로 걸어갔음



수도녀

빨리…… 보안관에게 통보해야 합니다…….



하지만 세실리아가 손에 쥔 검이 그녀의 걸음을 멈췄음

당황하는 그녀에게 마키아벨리가 물었음



마키아벨리

네가 등에 감추고 있는 그 왼손에 쥔 "무언가"로,

우리에게 뭘 할 생각이려나?



수녀는 그제서야 뒤에 감추던 왼손에 

무언가 날카롭고 단단한 것을 쥐고 있었던 걸 깨달았음

나이프 형태를 한 붉은 결정이었음


원래는 투명한 붉은 빛이었지만

지금은 피로 더러워져서 탁하고 끈적한 색이었음


그녀는 그걸 놓으려고 필사적으로 왼손을 흔들었음

그 우스꽝스러운 모습은 차라리 불쌍해 보일 정도였지만

왼손은 전혀 결정을 놓지 않았음


끈질긴 벌레를 쫓듯이, 오른손으로 왼손을 후려치자

그제서야 놓을 수 있었음

떨어진 결정은 산산히 부서져서 작은 파편이 되었음


수녀는 자기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고서

비틀거리다가 반대방향으로 달아나기 시작했음





수도녀

……성모……성모님!



숨을 몰아쉬며 그녀가 도피한 곳은 성전

그녀는 무릎을 꿇고, 무릎걸음으로 성모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무언가와 부딪혀서 넘어졌음





그것은 이미 차갑게 식은 시체였음

그를 배신한 수하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누워있었음

보브의 가슴은 탄흔투성이였음


그녀는 떨면서 모브레이의 시체에 다가갔음

등에 있는 치명상은 총상이 아니었음

길고 가느다란 상처는 아직 피를 흘리고 있었음

마치 예리한 칼날이 견갑골과 등골 틈새를 관통해서, 심장을 꿰뚫은 것 같았음



수도녀

나야……?

내가 그 나이프로 찔렀어……?



그녀는 성모 앞에 주저앉았음

필사적으로 지금까지의 사건을 떠올리려고 했지만,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음





마키아벨리

……그래, 하지만 이 사람만이 아니야.



뒤따라서 성전에 들어온 마키아벨리가 말을 걸었음

키가 작은 그녀는 앉아있는 수녀와 거의 시선에 차이가 나지 않았음





세실리아

……여긴 완전히 미쳤어.



세실리아 역시 아직 수녀를 경계하면서 성전에 들어왔음

마키아벨리가 웃으면서 설명을 시작했음



마키아벨리

이 미궁에서 죽은 사람들은 모두, 너한테 "살해당했"어.



마키아벨리는 아까 미궁이 움직이며 시련이 시작되었을 때

바로 원래 지나왔던 길로 돌아가서 조사를 했음


그곳에는 위의 단상에 있던 것과 같은 장치가 있었음

이 시련은 그것을 조작했기 때문에 시작된 것이었음

그리고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수녀가 가진 성모복음이 필요했음


마키아벨리는 말했음

이런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고

몇 번이나 반복되어 왔다고



마키아벨리

붉은 성모 "릴리스"를 부활시키려면 ……충분한 제물이 필요하니까.



만약 피해자가 이곳을 탈출하더라도 

이미 수녀처럼 홀려버렸으므로 

다시 다른 사람들을 무의식 중에 이곳으로 데려오게 됨

이 성전은 끝없이 사람들의 목숨을 빨아들이는 지옥의 입구였음


이 주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처음부터 성모의 보물에 흥미가 없는 자 뿐



수도녀

당신은…… 제가 성모를 위해 사람들을 죽여왔다는 말씀이십니까?


마키아벨리

아니, 정반대지.

성모는 "너"를 위해서 사람들을 죽이고 있어.

내 "옛 친구", 친애하는 "일리아스".



마키아벨리가 코끝이 서로 닿을락말락할 정도로 얼굴을 가까이 댔음

당황과 공포로 가득한 눈동자에 그녀의 초점이 맞지 않는 눈이 비쳤음


수녀는 무슨 말이냐며 내 이름은 그게 아니라며

자기 이름을 말하려 했음

마키아벨리는 미소지으며 가만히 기다렸음


수녀의 표정이 당혹에서 아연으로, 이윽고 공포로 바뀌었음



수도녀

아이들, 어른들…… 마을 사람들…….



그녀는 성모의 예배일을 떠올렸음

마을 사람들이 그녀의 이름을 친근하게 부르고 있었음

하지만 그 이름을 도저히 떠올릴 수가 없었음



수도녀

어째서, 아무 것도 생각 안 나는 거야?


마키아벨리

네가 말하는 "마을 사람들"은 이미 아무도 남지 않았어.



수도원 바깥은, 이미 폐허였음

흔적을 볼 때 5년, 10년은 커녕 더 이전부터 아무도 없었을지도 모름



마키아벨리

이사일까? 돈을 노린 용병들의 약탈일까?

그렇지 않으면 성모에게 제물로 바쳐진 것일까?



수녀는 마키아벨리에게서 도망쳤음

성모상 아래로 갔음


그럴 리가 없다며 부정하는 그녀의 위에서

성모상을 감싸던 붉은 결정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음



세실리아

조심해라, 마키!



거대한 결정이 갑자기 쪼개졌고, 무수한 붉은 파편이 성전을 뒤덮는 해일처럼 퍼져나갔음

붉은 파도 위로 갈색의 막이 지하공간의 천장을 뒤덮었음


그 갈색은 말라붙은 피의 빛깔이었음

갈색 날개를 펼친 기체는 천사처럼 신성해보이면서도 악마처럼도 느껴졌음


세실리아가 대검을 올려쳐서, 교묘한 동작으로 쏟아지는 결정을 막아냈음

마키아벨리는 날카로운 결정에 몸이 다치는 것도 전혀 신경쓰지 않고 미쳐버린 표정을 띄웠음

그녀는 쏟아지는 결정 속에서 마침내 깨어난 성모를, 릴리스만을 응시했음


릴리스가 손으로 수녀를 집어들어, 가슴 위에 태웠음





수도녀

……거짓말쟁이.



수녀가 눈을 감았고, 그대로 가슴의 붉은 결정 속으로 빨려들어갔음

결정 내부는 피의 바다 같았고, 찢어진 수도복이 그 안에서 감돌았음.


그녀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아무 감정도 읽을 수 없게 되었음


릴리스의 날개가 불길한 빛을 뿜으며

마키아벨리와 세실리아를 감쌌음



마키아벨리

흥, 변함없이 깨우려면 애를 먹이는 구나―― 일리아스!



성모의 분노를 받아낸다



세실리아

큭…… 내가 옛날에 타던 기체가 있었다면――.



격전으로 붉은 결정은 대부분 부서졌고

귀중한 결정의 파편이 붉은 눈처럼 쏟아지고 있었음


세실리아의 시크릿 키퍼가 쥔 검은 여전히 교묘하게 움직였지만 

기체의 움직임은 이미 둔해져 있었음

반면에 릴리스의 포화공격은 처음부터 쇠할 기미가 전혀 없었음


하얀 시크릿 키퍼의 관절부분이 폭발했고

움직임에 빈틈이 생겨버렸음

이어서 기체에 몇 번의 작은 폭발이 일어나자, 완전히 전투능력을 잃었음



세실리아

마키! 이대로는 너도 나도 여기서 죽어!



하지만 마키아벨리의 검은 시크릿 키퍼는 눈앞의 격전을 무시하고, 피하지도 막지도 않았음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음





마키아벨리

더 이상 계속되었다간, 네가 뭘 위해서 이 시대에 나타났는지 

알 기회를 영원히 잃어버려. 나의 사랑하는 친구.


일리아스

…….


마키아벨리

기억하고 있어――?



릴리스는 마키아벨리의 말에도 주저를 보이지 않았고,

날개를 거둔 순간, 갈색 그림자가 검은 시크릿 키퍼를 가로로 갈랐음

콕피트를 쪼개고 들어갔음



마키아벨리

「샤남」이라는 이름을…….


일리아스

……「샤남」?



날개는 마키아벨리의 얼굴에 닿기 직전에 멈췄고

차가운 목소리가 반문했음


두꺼운 장갑이 버터처럼 잘려서 지면에 떨어지는 소리가 났지만

마키아벨리의 미소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음



마키아벨리

역시 자신에 대해서는 잊었어도, "그"에 관한 건 잊지 않았구나.



일리아스는 샤남이 누군지를 그리고 너는 누군지를 물었음

릴리스가 양 날개를 등뒤로 거두었음



마키아벨리

너의 옛 친구들이야…….

아니, 「동료」라고 해야할까.

우리는 옛날, 함께 「샤남」이라는 사람의 보좌를 하고 있었어.



마키아벨리는 그를 찾는 여행에 같이 와달라고 제안했음

조금이라도 상식이 있다면, 헛소리로 치부할 소리였지만

일리아스는 고민했음


그녀는 어느 샌가 이 시대에 깨어났고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음

알고 있는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릴리스를 깨워야 한다는 것 뿐


하지만 그걸 위해서는 이 고대성전에 상식을 초월한 영혼을 모아야 했음


때문에 일리아스는 수녀의 인격을 만들었고,

오늘까지 전해져 왔던 신앙과 미궁 안에 있는 무수한 보물,

무엇보다 인간의 무한한 욕망을 이용해서 이 살육극을 반복해왔음


마침내 릴리스는 깨어났고 그녀의 목표는 달성되었음


결국 일리아스는 마키아벨리의 제안에 동의했음

그녀는 이미 왜 릴리스를 깨워야 했는지, 본래의 목적을 잊어버렸고, 그 대답을 찾기를 기대했음

마키아벨리는 이 여행 속에서 네 의문은 전부 해소될 거라고 장담했음



일리아스

당신처럼 여러 사람에게 미움 받을 인간과 동료였다니

바로는 믿을 수 없어.


마키아벨리

흐~응…… 일리아스……?

그 멋진 황금시대에서는 어느 쪽이 더 미움받았을지 맞춰볼래?


일리아스

……아무래도 이 여행은 지루하진 않을 것 같네

「페넬로페」를 당신들의 여행에 동행시키겠어. 나는 필요해지면 나타날 거야.


세실리아

페넬로페?


일리아스

우리와 달리, 아주 착한 아이지…….

그 아이의 상냥한 성격에 심술을 부리고 싶어질지도 모르지만,

이것만은 확실히 기억해 둬…….





일리아스

그 아이를 괴롭혀도 되는 건 나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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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


이후, 3명은 피비릿내와 시체만 남겨진 유적을 뒤로 했음


여기서는 스토리 위주로 서술하느라 생략한 

주요인물별 짤막한 설명과 떡밥을 정리해보겠음




일리아스


이번 스토리의 흑막

굉장히 뒤틀렸고 악랄한 성격이며, 

릴리스를 깨우기 위해 오랜 세월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악녀


마키아벨리의 표현으론 귀찮은 일은 바로 남에게 떠넘기고, 구경만 하는 인간이라고 함

즉, 마키아벨리 본인과 같은 인종임




마키아벨리


처음부터 일이 어떻게 흘러갈지 알고 있었으면서 방관한 인물

게다가 일부러 페넬로페가 가장 동요하던 타이밍에 진실을 말해서

그녀를 철저하게 절망하게 만듬


용병들이 죽어야 릴리스를 깨울 제물이 되어줄 수 있고

고결하고 경건한 영혼이, 붕괴와 절망, 타락과 광기에 빠지는 그 순간이

릴리스에게는 최고의 공물이 되기 때문


그리고 샤남의 보좌들 중 유일하게 기억이 온전한 것으로 추측됨

일리아스는 중요한 기억을 다 잃었고 

세실리아 역시 과거의 동료들을 기억 못 하기 때문




페넬로페


살해당한 사람들 제외하면 이번 스토리의 최대 피해자


마음 속의 악마에게 농락당해서 저도 모르는 사이에

그녀와 유대를 쌓은 마을 사람들을 시작으로 수많은 희생자를 만들었음


그녀는 운명을 받아들이고 여행에 따라가는 것은 동의했지만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눈물을 흘리면서

여기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위해 기도를 바쳤음




세실리아


마키아벨리가 일리아스 이전에 먼저 얻은 옛 동료

작중 몇몇 장면에서 암시되는 거지만

아마도 세실리아 역시 일리아스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서 합류했을 것임


그녀의 목표는 샤남에 대한 복수


세실리아는 아직 마키아벨리를 완전히 믿지 않고 있고

복수의 순간 누구를 편들지 의심하고 있음

마키아벨리야 난 언제나 네 편이라고 대꾸하곤 하지만


스토리 말미에, 마키아벨리는 지금의 세실리아에게 가장 필요한 것

잃어버린 옛날의 "힘"을 찾아주겠다고 말했으므로

조만간에 본래의 기체를 되찾을 것으로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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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미궁의 성모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