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조의 마지막 시합

잉치는 동생과의 대결을 앞두고, 대기실에서 조용히 연무를 마친 후 진 백호에 탑승했음


어느새 이 기체와 함께 한 시간도 길어졌음

이미 이전의 백호처럼 손발처럼 조종할 수 있게 되었음

그리고 익숙한 조종간 옆에는 유리로 덮인 붉은 버튼 하나가 늘어나 있었음





잉치를 포함한 극동인들이

히노마루로 출발하기 전날 밤


그때 잉치는 진 백호의 조정을 맡은 왕 선생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음

왕 선생은 홍우를 제외하면 잉치의 조종버릇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었고

잉치 역시 그의 조정을 신뢰하고 있었음


잉치는 훈련을 하던 중 우연이 일어나버린 진 백호의 "불안정한 상태"를 보고,

이것을 의도적으로 일으킬 수 있는 개조를 제안했음


하지만 이번 대회 참가는 갑자기 결정된 일이었으므로

아무리 왕 선생이라도 제때 개조를 마칠 수 없었고, 이 "오버로드 모드"는 미완성 상태였음


이것이 일으킬 막대한 출력은 엔진에도 기체에게도,

물론 잉치 자신에게도 너무 위험했음

심지어 전투력의 실제 증폭효과가 어떨지도 보장을 못하는 상황


왕 선생은 되도록이면 이걸 쓰지 말라고 충고했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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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돔은 바람의 신음성과 천둥소리에 의해서

모든 잡음이 사라져 있었음


진 백호의 공격이 일으키는 바람 칼날과

진 청룡이 두른 번개가 끊임없이 상대를 덮치는 공방이 이미 10여분


쉴 새 없이 공격을 날리고 있는데도

공격이 스쳐서 일어나는 불꽃은 커녕, 흩날리는 오일도 피어오르는 연기도 없었음


두 형제는 모두 환무권의 달인

서로의 수를 잘 알고 있으니 무슨 공격이 올지 예측할 수 있었고

이렇게 격렬한 공방을 나누는데도 교착 상태가 이어지고 있었음


동문 대결이니까 가능한 박빙의 명승부에,

우리는 지금 눈호강을 하고 있다는, 해설자의 흥분한 목소리가 울렸음





잉치

호각의 싸움, 인가.

후후, 웃기지도 않아.



호각으로 보이는 것은 겉보기 뿐

실상은 잉치가 일방적으로 눌리는 형세


잉린은 기술을 예상하는 수준을 넘어서,

절묘한 타이밍에 공격을 걸어, 상대의 "다음 한 수"를 컨트롤하고 있었음


잉치과 겨룰 때 그는 항상 이랬음

대등하게 싸우는 것처럼 믿게 만들었음


번개를 두른 주먹이 호랑이 손톱과 교차했고

경기가 시작하고 처음으로 충돌음이 일어났음


진 백호가 뒤로 날아가서, 불똥을 튀기며 링 구석에 쓰러졌음



잉치

……그리고 이렇게, 마치 이 몸의 빈틈을 찌른 것처럼

――승리를 얻었지.



그 일격의 충격은 콕피트 안의 잉치에까지 전해졌고, 의식을 한 순간 둔하게 만들었음


쓰러진 진 백호가 천천히 일어났음

지금의 공격은 진 백호에 뚜렷한 손상을 입혔지만, 급소에는 이르지 않았음


진 백호가 아무 자세도 취하지 않고, 그 자리에 조용히 섰음

그는 홍우에게 단련을 받으면서, 잉린이 얼마나 강했는지를 통감했음


다음 순간, 연기와 모래먼지가 피어올랐고

진 백호가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스피드로 진 청룡의 눈앞까지 육박하고 있었음


귀가 먹먹해지는 파열음과 충돌음이 파동이 되어서 경기장 전체를 진동시켰음

여태까지의 교착상태 탓에 조금 졸고 있던 관객들이 일제히 눈을 떴음


연기와 모래먼지가 걷히면서 두 기체가 드러났음

진 백호의 손톱은 진 청룡의 정중앙을 맞췄지만, 진 청룡은 이미 양손을 포개서 손톱을 잡고 있었음



잉치

나는, 정말로…… 싫다…….



진 백호의 콕피트 내부는 냉각 시스템이 기능부전을 일으키려 할 정도의 고온으로 가득했음

그것은 기체에 의한 것이 아니었음



잉치

네가, 너무 싫어…….



잉치의 폐로부터 밀려나온 작열하는 공기가 콕피트를 달구고 있었음

극한상태에 이른 폐가, 본능적으로 육체에 해로운 요소를 배출하고 있었음



잉치

그 때부터 줄곧…….

줄곧…….





그래, 그는 언제나 잉린이 싫었음

그가 연구소를 벗어나 자유를 선택했을 때부터

함께 떠나자는 그를 동생이 거부했을 때부터



다시 격돌음이 일어났음

양자의 공방이 다시 시작되었지만, 이번에는 양상이 달라졌음

이번에는 서로를 견제하는 응수가 아닌, 주먹과 육체가 얽히는 육탄전이었음


주먹을 날릴 때마다 기체가 패였고,

손톱이 휘둘러질 때마다 가느다란 균열이 생겼음


혹시 누군가가 지금 잉치의 가슴에 귀를 댄다면

고온에 화상을 입는 것보다도 먼저, 종이 치는 듯한 묵직하고 긴 소리를 들었을 것임


지금 그의 심장은 평범한 인간의 수십 배 속도로 박동하고 있었고,

그 속도가 너무 빨라서 고동소리가 하나로 이어져서 들렸음


잉치의 시야가 360도로 넓어졌음

그는 원형의 시야 속에서 환성을 지르는 사람들을, 응원하는 동료들을, 거만한 노인과 강철로 된 노인의 친구를 보았음


그들의 움직임이 점차 느려졌고

어느새 정지한 것처럼 보였음


모든 것이 멈춘 세계 속에서, 단 하나만이 변함없이 본래의 "속도"를 유지하고 있었음





진 청룡만이 지금도 자신의 움직임을 쫓으면서,

한치의 빈틈도 없는 격렬한 공방을 펼치고 있었음



잉치

(솔직히…… 훨씬 전부터 알고 있었어.)



진 백호가 과거의 전투에서 입었던 손상

지금은 수복되었던 흔적이 이 고속전투 속에서 다시 벌어졌고,

파편이 관성을 따라서 탄환처럼 링으로 쏘아졌음

진 백호가 지나가는 궤적을 따라 그 독특한 "발자국"이 남았음


잉치가 포효를 질렀음

하지만 목구멍에서 터져나온 포효는, 입에서 나오는 것보다도 빠르게 후방에 남겨졌음

모세혈관이 파열해서 시야가 빨갛게 물들었음


그가 정말로 싫어한 것은 잉린이 아니었음

그가 싫었던 것은 자기자신

동생에게 한참 뒤처진 자신이 너무나도 싫었음


진 백호의 속도는 팽창한 잉치의 '기'에 호응해서

이미 소리를 초월한 영역에 도달했음


아까까지도 너무 빨라서 하얀 빛줄기로 보였던 궤적이

이젠 깜박이는 광점이 되어서 진 청룡에게 돌진했음


두 손톱이 정확하게 상대의 빈틈을 포착했고,

일격을 날린 후 텅 비었던 진 청룡의 왼쪽 어깨를 노렸음


투기가 주입된 호랑이 손톱이 극한의 속도로 꽂히자,

진 청룡의 왼쪽 어깨는 외장부터 내부구동기구에 이르는 모든 것이 찢어졌고,

기체의 상반신 반쪽이 떨어져 나갔음





잉린

…….



반신이 찢어진 진 청룡의 콕피트가 드러났지만

잉린의 표정은 평소처럼 평온했음


거대한 에너지가 집약된 오른팔이 절묘하면서도 정확하게

진 백호의 돌격 속도와 자신의 주먹 속도를 맞추어, 허리 정중앙에 깊숙하게 꽂혀 있었음



잉치

역시, 넌…….



진 백호의 등이 불룩하게 부풀어 올랐고, 

주먹의 충격은 풍압이 되어서 링의 사방으로 불어닥쳤음



잉치

(……굉장해…….)



양패구상의 구도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운니지차가 있었음


진 청룡의 손상은 처참해 보이지만, 그래도 전투능력을 남기고 있었음

하지만 진 백호의 손상은 미미해 보이지만, 

방금 전의 충격은 기체의 동력 시스템에까지 퍼져 나갔고 내부를 엉망으로 만들었음


관객들 대부분은 이 공방의 실상을 이해하진 못했지만

그 처절한 광경에 열광했음


잉치는 환성 속에서 패배를 직감했음

진 백호의 몸이 천천히 가라앉았고, 이 시끄러운 정적 속에서 의식이 점점 흐려져 갔음

들끓어 오르던 마음도 평온을 되찾아 갔음



……잊었어?



하지만 경기장의 소란 속에서도 

또렷하게 들리는 목소리가 있었음



잊어버린 거야? 형



마치 세상에서 그 목소리를 뺀 모든 소리가 사라진 것 같았음



형은, 약속해줬어…….



거의 행동불능이 된 진 백호가 몸을 떨면서도 일어섰음

그 행위에 관객들이 더 큰 환성을 질렀음

하지만 잉치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음





잉린

너는 말했어. 네가…….



흔들리는 시야 속에서, 진 청룡이 거기에 서 있었음

잉린은 변함없이 온화한 표정으로 그를 응시하고 있었음


약속

그가 동생하고 한 약속

어린 시절, 손가락을 걸고 했던 약속





잉치

네 형으로서, 내가 계속, 계속, 계에속――!





잉치

……너를 지켜주겠어.


잉린

……나를 지키겠다고.





잉치

……진 백호!!!



피로 물든 잉치의 주먹이 유리로 밀봉된 버튼을 전력으로 후려쳤음


마치 맹수의 고동소리처럼, 엉망이 된 엔진이 다시 굉음을 지르기 시작했음

용솟음치는 에너지의 파도가 짐승의 전신으로 퍼져나갔음



잉치

전부 나에게 넘겨어어어엇!



격동하는 에너지와 잉치의 체내에서 끓어오르는 '기'가 서로 호응했고

진 백호의 형태에 변화를 일으켰음


거슬리는 소리와 함께 호랑이 손톱이 바닥을 긁었음

진 백호는 사족보행하는 짐승처럼 땅에 엎드렸고, 가시투성이의 꼬리가 좌우로 흔들렸음


수십 미터의 거리가 한 순간에 소실했음

다음 순간은 금색의 날카로운 손톱이 진 청룡의 눈앞에 있었음

뒤로 점프하지 않았다면, 남은 팔도 빼앗겼을 것임



환하게 빛나는 진 백호



빠르게!

더 빠르게!


진 백호가 맹수처럼 포효를 질렀고, 여태까지와 표변한 야성적인 공격에

일격마다 한 팔 밖에 없는 진 청룡의 몸이 조금씩 후퇴했음


상대가 한 걸음 물러날 때마다 진 백호의 공격이 그보다 한 걸음 더 나갔음

잉치의 고동이 더 격렬해졌음


힘을…

힘을……!

더 힘을……!!



잉치

진 백호! 알고 있다. ――네 힘은 이 정도가 아니라는 것을!



광분하는 에너지가 진 백호의 몸 여기저기서 뿜어졌음

극한을 넘어선 부하에 몸체가 터져나가고 있었음


공격이 일으키는 광풍과 에너지의 난류가 집속되었고

한치의 틈새도 없는 공세가, 처음으로 진 청룡을 눌렀음


관객들의 환성도, 해설하는 목소리도, 속닥이는 소리도,

지금까지 경기장을 채우고 있었던 모든 소리가 사라졌고 싸움에 의한 굉음만이 남았음

관객들이 넋을 잃고, 지금까지 봤던 어떤 시합보다도 멋진 광경을 바라보았음


진 백호의 전신이 백열하며 하얀 불꽃을 분출했고,

그 열기가 안에 있는 파일럿도 불태웠음


승부는 종점에 도달했고 잉치는 결정적인 순간을 잡아냈음

하얀 유성이 회피불능의 속도로 진 청룡에게 돌진했음

방어를 포기한 공격에, 보고 있던 사람들조차 겁을 먹었음



잉린

여기일까…….



유성의 움직임이 멎었음

불꽃에 휩싸인 맹수가 갑자기 정지했음


잉치는 시선을 내려서, 진 백호의 몸체를 보았음

진 청룡의 남겨진 팔이 아까 입혔던 허리의 손상을 다시 꿰뚫고 있었음


그 일격은 짐승의 몸 최심부

파일럿과 일체화해서 타오르던 기체의 심장에까지 도달했음



잉치

……말도 안 돼.

설마 너…….



잉린은 관찰하고 있었던 것임

움직임을 관찰하고, 기술을 관찰하고, 빈틈을 관찰해서

가장 효과적인 일격을 가하기 위해서


입을 열던 잉치의 목소리는 다음 순간 일어난 전류의 고주파 노이즈에 지워졌음

진 청룡의 주먹 속에 모인 에너지가, 금속의 손가락을 부수며 진 백호의 몸 속에 작렬했음


거대한 에너지가 푸른 뇌룡의 모습이 되어서,

등을 뚫고 하늘로 솟구쳤음


뇌룡이 사라지면서 일어난 하얀 구름이 부자연스럽게 형상을 바꿔댔고,

전하(電荷)에 견디지 못하게 되자, 쾌청한 하늘에 거대한 벼락을 토해냈음


폭음과 함께 번갯불이 도쿄돔 전체를 뒤덮었음

눈을 찌르는 섬광 속에서, 이젠 원형도 남지 않은 진 백호였던 쇳덩이가 천천히 쓰러졌음



잉린

……판정을.



온화한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해설자가 승자를 선언했고,

다음은 다급히 의료팀을 부르는 소리가 경기장에 울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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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우의 대기실

힘이 바닥나서 어린아이 모습이 된 잉치는 

응급실에서 링겔을 뽑고 탈주해서 이곳에 들이닥쳤음

홍우는 차를 즐기면서, 그를 조용히 바라보았음



잉치

힘을 원해.


홍우

……훗, 그런가.

어떤 힘을 원하지?


잉치

……너를 뛰어넘을 힘.

그 녀석을…… 뛰어넘을 힘.

모든 것을, 모든 것을 뛰어넘을 힘이다.



그는 어떤 고문이라도 영문을 모를 훈련이라도 좋다며 멱살을 잡았고,

홍우는 다시 북경에 가보라고 제안했음


애초에 무쌍 사건 후에 잉치는 왜 북경에 갔었을까

그것은 그곳에 있는 무언가가 그를 부르고 있었기 때문임

그 말을 들은 순간 잉치의 얼굴에 다시 사납게 일그러진 표정이 돌아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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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선생

……정말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네 아들의 "교육"은.



잉치가 떠나고 몇 분 후

홍우는 극동에 있는 왕 선생과 통신을 하고 있었음


이번 시합은 전부 홍우가 계획한 것이었음

진 백호의 개조도, 잔인할 정도로 철저히 짓밟은 잉린의 싸움도

전부 좌절을 가르쳐주기 위한 것


그는 찻잔을 놓으면서 

잉치와 잉린 형제의 장래를 마음 속에 그렸음




떡밥 정리

후반 스토리는 떡밥 살포의 연속이라서 항목별로 나눠서 정리해보겠음



■ 미라주 크로스


현재까지 등장한 미라주 크로스의 맴버는 아래와 같음


1호

하우스

바이론

홍우

치쉔

크리스틴

후지와라 리나


이들의 공통점은 전원이 강력한 무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

각자 사명을 짊어지고 있는 것 2가지임


유일하게 나온 규칙은 회의 기간을 제외하면 서로에게 간섭하지 않는 것이며,

구체적인 목적은 안 나왔지만, 밝혀진 행적만 정리하면 12거신의 동태를 살피고 있고,

"샤남"이라는 존재를 적대하고 있음



1호


지금은 죽은 미라주 크로스 맴버

하우스는 그녀를 "아가씨"라고 부르고 있음


집행인의 사명을 짊어지고 있었고,

그 사명을 위해 12년 전, 기억을 잃기 전의 베카스를 죽였음


그녀는 괴로워하면서도 사명을 달성했다고 하며

그때 모종의 이유로 목숨을 잃은 듯 함


집행인으로서의 사명은 그녀의 사후

홍우가 계승했음




■ 하우스


미라주 크로스의 일원

홍우 가라사대, 40년전에 만났을 때도 400년전의 사진 속에서도

전혀 모습이 변하지 않았다고 함


12년 전의 그 밤

1호에게 살해당한 목표는 그러고도 죽지 않았는데

서로 얽힌 2개의 영혼을 가지고 있었던 덕에

그 중 한쪽의 영혼이 스스로 죽음을 택하면서 남은 쪽이 살아남았음


그는 죽어가던 소년을 이틀 동안 돌봐줬고,

회복되자 "베카스 샤남"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후 바바랄의 용병중개소에 던져두고 떠났음

베카스의 생일 역시 하우스가 날조한 것


하우스가 제거대상이었던 베카스를 살려준 이유는

계속 죽이는 것에 지친 탓이었음


그의 마도서에는 과거의 "동포'들이 담겨있고

그 전부가 하우스에게 살해당했음


하우스는 오랜 세월동안

자기 안의 힘을 일깨우고 "샤남"이 되려는 위험인물을 계속 죽였고, 

죽인 후 자신의 마도서에 담았음


마도서의 페이지 숫자는 1,452

그는 이 숫자만큼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고, 이 숫자만큼 동포를 죽였던 것임

그중 가장 많이 죽인 것은 평범히 살고 있었던 무고한 생명이었음


아무리 특별한 힘과 사명을 짊어졌어도 그도 결국 인간이었음


그는 베카스가 아직 "그렇게 될지"는 모르는 거라며 놔두고 있었다가

무슨 속내인지 북경을 나와서 히노마루에 나타난 것




■ 홍우


미라주 크로스의 일원

극동무제


하우스는 홍우를 애송이라며 하대하는데,

덕분에 바이론이 철가면이라 놀림받을 때 심정을 간접 체험 중임


그리고 1호의 사명을 물려받아서

원래라면 베카스를 죽여야 하는 인물이었음


그런데도 바로 죽이지 않았던 것은 본 순간 그가 하우스와 "같다"고 직감한 탓임

이 감각은 어린 시절 베카스가 잉린과 만났을 때 확신으로 변했음


때문에 홍우는 그를 관찰하기 위해 제자로 들였고

여러 구실을 붙여서 갖가지 위험과 트러블 속에 내던졌음


세월이 흐르고 홍우는 자신의 과오를 깨달았음

제자로 해서는 안 되었음

관찰해서도, 이해하려고 해서도 안 되었음


"샤남"이 되려고 하면 죽여야 하는데

베카스와 함께 보낼 수록 확신했던 것임

그 녀석이 정말로 좋은 녀석이라는 것을


그는 언제나 홍우가 들이미는 난제를 수행했음

그러면서도 절대로 그의 비위를 맞추려 들지 않았음


그는 홍우가 자길 죽이려 하는 걸 알면서도

언제라도 양심의 가책 없이 목숨을 끊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었음




■ 치쉔


미라주 크로스의 일원

인간형 패주


원래는 북경에서 사명에 종사하고 있었지만

자신이 하던 조사의 결론이 나자, 북경을 나와서 이곳에 도착했음


둘이 대화를 나누던 식당 위치를 알아낸 것은

하우스가 미라주 크로스의 전용 채널로 호출한 덕분임


당시, 홍우는 너 같은 인간한테 얻어먹을 바에는 이 식당 작살내고 만다면서

전부 내가 쏜다고 으름장을 놨었는데

하우스는 능글맞게 같이 먹자고 치쉔을 부른 것


치쉔은 엄청난 대식가였고 평소라면 10인분은 주문했겠지만

이번엔 얻어먹는 거니 5인분으로 그침

참고로 하우스가 쏘는 거였으면, 플러스 20인분으로 테이크 아웃 할 생각이었다고 함


치쉔이 북경을 나왔다는 것은 '그 거신'에 대한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었음



■ 북경의 거신


현재 북경 지역에는 신출귀몰하게 출현하는 거신이 하나 있다고 함


무작위적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치쉔의 수하들이 몇 번이고 추적했지만 번번히 놓쳐버렸음


하지만 최근에는 점점 일정한 장소에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그곳은 "샤남"을 죽였던 영웅 중 하나

그 일족의 터전이 있는 곳


즉, 린지(麟子)의 묘가 있는 곳이었음





■ 오스카와 자스민


미라주 크로스가 대화를 나눌 때

같은 시간의 신황궁에선, 오스카가 쇼기(将棋)를 두고 있었음


타카하시의 계획이 드디어 시작되었고

오스카 역시 계획대로 움직일 심산이었음


그는 자스민에게 말을 걸었음



오스카

어떤가. 이젠 기억했나? 그 자들의 "감각"을.


자스민

……네, 오스카 님.

……하오나…….

만약 "그녀"의 기신력에 관측되면…….



스로카이의 힘에 걸리면 자스민은 즉시 산산조각이 남

확실히 교황의 능력은 이 계획에 갑자기 나타난 변수였음


하지만 오스카는 안심하라고 말했음

그는 츄젤의 경험을 바탕으로 교황을 위한 조촐한 마술을 준비했고,

그 때가 오면, 자연스럽게 그녀의 눈으로부터 달아날 수 있을거라고 말했음


자스민의 모습이 계획을 위해 녹아들듯이 변화하기 시작했음

오스카는 체구가 줄어든 그녀를 바라보았음



오스카

히노마루의 여름…….

마침내 개막의 때로군.

그렇지 않나, 「신황」 폐하.





오스카는 '신황'을 향해 깊이 일례를 했음



===



51지 한여름의 개막 끝


참고로 거신 언급에서 '린지'는 잉린이 어릴 때 여장하던 시절의 아명임

그리고 잉치는 북경에서 자길 부르는 무언가에 이끌려서 떠났고


두 형제가 동시에 북경에 연관된 떡밥이 뜬 걸 보면

북경의 거신은 아마도 기린이 아닐까 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