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2457년

메인스토리 기준으로 약 40여 년 전


홍우는 미라주 크로스의 맴버들과 함께

북경의 오지로 향하고 있었음




홍우


젊었을 때의 홍우

공군 소속의 군인이었고 아직 곤륜연구소의 테스트 파일럿으로 소속을 옮기기 전 시절임


미라주 크로스에 들어온지 얼마 안 된 신참이고

이번 스토리에서는 군 동기인 왕에게 빌린 투장을 타고 옴


같은 시기에 미라주 크로스에 들어온 바이론에겐

통조림 형씨라고 별명을 붙여줬는데,

본인도 영 마음에 안 드는지 새 별명을 구상 중이었음


그는 바이론의 실력을 알고나서는

사사건건 이런저런 구실로 경쟁하려 드는 것이 습관이 되었는데

이번에는 북경생물들과 만날 때마다 누가 더 많이 잡았나를 겨뤄서

지금까지 스코어는 4대5로 홍우가 불리한 상태




바이론


웨폰 마스터 칭호를 받은지 얼마 안 된 시기의 바이론

이 때는 자기 전용의 블러디 울프 VI를 타고 있었음


싸늘한 성격은 여전해서, 동료들이 말을 걸어도 무시할 정도로 과묵했음

단, 전투에 관해서만은 아낌없이 의견을 말하므로

깐죽거리던 홍우도 바이론의 발언은 신뢰하고 있음


다만, 본인은 홍우가 안중에도 없어서

다음 교전에서 스코어가 무승부 되었다며 좋아하는 걸 보고도

별 관심도 주지 않고 무시해버렸음




치쉔


이번 조사팀에선 신참 둘의 인도역을 맡은 선배 역할

북경에서 나고 자란 원주민이므로 이곳 환경에도 익숙함

이번에는 용담 개를 타고 나왔음


같이 온 하우스가 일정에 아무 도움도 안 되는 탓에

본인이 주도하곤 있지만, 이쪽도 꽤나 막가파에 계획성도 없어서 

믿음직한 선배라기는 힘든 부류


같이 온 하우스가 술냄새를 풍기며 골골 대자,

깨우려고 얼굴에 눈뭉치를 쳐박거나, 배를 팔꿈치로 찍어버리는 등 

튼튼하니 걱정할 거 없다며 막 굴리는 모습을 보여줌




하우스


이번 스토리의 등신 포지션

출발 전에 술 퍼먹고 고주망태가 되서

스토리 시작부터 전투 불능 상태였음


아킬레우스를 타고 나오긴 했지만

콕피트를 열고 일어서려다 넘어져서, 그대로 눈바닥으로 다이빙하거나

치쉔한테 얻어맞고 오바이트 하는 등 각종 추태를 보여줌


하지만 홍우는 이 아저씨가 영 수상하다는 걸 일찌감치 눈치챘는데

방금 전까지 싸웠던 북경생물들의 제1파는 

무의식이었는지 몰라도 하우스의 기체를 피하려는 낌새를 보였기 때문



북경폭풍


북경 특유의 자연현상


공기는 무색투명하므로 태풍이 일어나도 레이더상으로나 창백한 덩어리로 보일 뿐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기류의 흐름일 뿐임


하지만 북경의 경우는 이 지역 특유의 "물질"이 격렬한 기류의 영향을 받아서

내부의 생물이나 무생물을 순식간에 분쇄해서 흡수하는 검은 용권풍이 됨


북경폭풍은 이곳에선 매일 같이 일어나는 현상이며 

여기저기서 변덕스럽게 발생하거나 사라지곤 했음




칠흑 요새


치쉔한테 얻어맞고 토한 다음에야 약간 정신을 차린 하우스가 일행을 안내한 장소

하우스는 목적지에 가려면 이 폭풍 속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음


칠흑 요새는 치쉔이 태어나기 한참 전부터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초거대 폭풍의 이름임


두꺼운 검은 구름이 마치 고치처럼 뭉쳐서 소용돌이치고 있기 때문에 

요새라 불리고 있으며 북경에서는 일종의 명소로 통하고 있음


이미 태풍이란 규모를 초월한 재해이며

수 천년 전부터 한번도 바람이 잦아든 적 없다고 함

극동공화국과 북경의 경계에 있는 유적 "장성"을 연상할 정도로 거대한 태풍임





통상의 태풍이면 기체의 데미지를 감수하고 강행돌파도 가능하지만

칠흑 요새에서 그런 짓을 했다간 바로 기체가 찢어져서 폭풍의 일부가 됨


하지만 치쉔이 콕피트를 꽉 닫지 않으면

흔적도 없이 당할 거라고 경고한 다음 순간


눈 덮인 지면이 미세하게 흔들렸고, 진동이 점점 커져갔음

치쉔은 인간의 귀가 들을 수 있는 주파수 대역을 넘어선 음파를 발신해서 "동료"를 부르고 있었음


홍우와 바이론이 방어 태세를 갖추고 있자

반짝이는 수정의 빛과 함께 지면이 갑자기 융기함

그 아래에서 나타난 것은 어떤 생물의 등이었음





그 생물이 몸을 일으키자 지면에 거대한 파도가 일어났음

갯지렁이 같은 외모지만, 덩치는 10000배에 달할 괴물이었음


몸을 덮고 있는 것은 키틴질과 금속이 뒤섞인 두꺼운 갑각

누군가 멀리서 보면 생물이라기보다는 초대형 기계로 보였을 것임



치쉔

왔다. 다들, 꽉 잡아라!



경고와 동시에 "샌드웜"의 모습이 사라졌고 계속되던 진동이 멎었음

하지만 취한 하우스를 뺀 모두가 땅 아래에서 그 존재를 명확히 느꼈음


귀청을 찢는 소음과 함께 발 아래의 지면이 갈라졌고

직경 100m의 입이 쩍 벌어진 채로 나타났음

수정처럼 빛나던 것은 그 거대한 입에 들어찬 다이아몬드질의 이빨들이었음


괴물은 4명을 삼키고 지면으로 사라졌음





홍우

……이런 생물을 조종하다니, 역시나 미라주 크로스라는 건가.

나도 통조림 형씨도 굉장한 조직에 들어왔는데.


바이론

…….


치쉔

응?

조종해? 멍청한 소리하지 마. 이런 거대한 생물을 조종할 수 있을 리 있냐.


홍우

응? 그럼…….


치쉔

나는 신호를 보냈을 뿐이야…….

"여기에 먹을 게 잔뜩 있어요~"라고 말이지.



둘이 할 말을 잃고 있자, 거북한 분위기를 풀어주려는 듯이 

어둠 속에서 무언가의 그림자들이 다가왔음

괴물에게 잡아먹힌 선객들이었음



치쉔

자, 너희가 아직 소화되지 않은 이것들한테 당하기 전에,

나는 어떻게 이 "칠흑 요새" 안에 들어갈지 생각해야해.

힘내라, 제군!



별 계획도 없이 저질렀던 것임

홍우는 당장 탈퇴하고 싶어졌지만, 이미 늦었다고 포기하면서 습격에 맞섰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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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요새 내부에는 거대한 크레이터가 파여 있었음


마치 대폭발의 흔적 같은 크레이터의 가장자리

단단한 바위벽에 거대한 구멍이 뚫리며 샌드웜이 튀어나왔음


샌드웜은 괴로운 듯이 부자연스럽게 몸을 떨다가 삼킨 것들을 토해냈고

그걸로 편해진 건지 다시 구멍을 뚫고 땅 속으로 사라졌음



홍우

――이 농담 같은 "구토 작전"이 진짜 먹힐 줄이야.



홍우는 소화액에 연기가 피어오르는 기체를 조작하면서 주위를 둘러봤음

갖가지 생물의 시체 속에서, 마찬가지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기체가 천천히 일어섰음



하우스

휘유~.

역시, 잘 되었구만~.





하우스가 소화액이 흘러 떨어지는 콕피트를 열고 등을 폈음



하우스

우리가 찾고 있는 목표는, 바로 여기에 있다.



대량의 기척이 다가오고 있었음

폭풍 내부에 살고 있는 생물들이 그들을 감지한 것임


치쉔은 치우면서 최대한 빨리 피난 장소를 찾자고 태평하게 지시했고

홍우는 또 임시변통이냐며 질린 듯이 소리를 질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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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저찌 몸을 감출 거점을 찾은 후

홍우는 치쉔에게 말을 걸었음



홍우

……아까부터 뭔가 이상하지 않나…….


치쉔

뭐가?



그들은 여기까지 오면서 북경의 원주민 부족을 몇 번이나 봤고, 개중에는 이미 잔해가 된 건물도 있었음

그 자체는 수틀리면 재해가 발생하는 북경이니 이상할 게 없음


하지만 이곳의 건물은 뭔가 달랐음

기울어져서 쓰러지려 하는 건물은 금속도 콘크리트도 아닌 재질로 되어 있었고

건물 전체는 이미 파괴되었지만, 내부의 문자는 아직 또렷하게 남아 있었음

하지만 홍우도 원주민인 치쉔도 읽을 수 없는 문자였음



홍우

황금시대……. 아니, 그보다 훨씬 옛 시대의 것이야.

치쉔 누님――. 아니, 치쉔 선배, 북경에 도대체 무슨 비밀이 감춰져 있는 거지?


치쉔

…….

유감이지만, 나도 잘은 몰라. 이 벽 안쪽에 온 건 나도 처음이고.



치쉔은 옛날에 어머니가 말했던 괴담을 떠올랐지만 바로 고개를 저었음

그녀는 이곳의 비밀이 궁금하다면, 물을 대상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라고 말했음



순찰에서 돌아온다



하우스

후…….


바이론

…….


하우스

이 기계교단 쇳덩이하고 같이 둘러봤지만, 귀찮은 놈들은 이제 없어진 것 같구만~.


치쉔

――저 모르는 척하고 있는 아저씨 말이지.


홍우

…….



홍우는 여기에 와서도 전혀 긴장감이 없는 남자를 봤음

같은 양산기를 타고 있었으면서도

하우스의 기체는 샌드웜에 삼켜졌을 때 말고는 아무 손상도 없었음


하우스는 은황(銀皇)의 흔적을 찾았으니 움직이자고 말했음



은황

창은빛의 거룡

살아있는 신화

격류의 극광


그들의 이곳에 온 목표

오랫동안 이 폭풍 내부의 영역을 지배한 용  "바하무트"에게는 많은 별칭이 있음



홍우

일부러 이런 곳까지 와서 회수하다니, "바하무트"는 대체 어떤 존재지?



그는 옆에 있는 바이론에게 물어봤음

중요한 부분에선 아무래도 좋은 말 밖에 안 하는 하우스보단

바이론 쪽이 맞는 대답을 내줄 거라고 믿었음





바이론

……지금의 우리에게 "바하무트"를 회수할 힘이 있다곤 생각할 수 없다.


홍우

무슨 의미지?


바이론

순수한 전투력의 비교다.

"바하무트"를 제압할 생각이라면, 단 4명의 조사팀으론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필요한 것은 부대다. 교단을 기준으로 해도, 최소한 "I.O.W 불후위대(不朽威隊)" 전체가 출동할 필요가 있다.


홍우

헤에, 수십 명의 "네"가 필요하단 건가?


바이론

…….


홍우

그게 사실이라면 위험하구만.



듣고 있던 하우스는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음

옛날부터 용의 상대는 "부대"가 아니라 "용사"라면서.


그 뜬금 없는 소리에 믿음이 안 간 홍우가

다른 방법이라도 있느냐고 따지자 하우스는 능글맞게 대답했음



하우스

영웅에게는 힘만이 아니라, "용기"와 "지혜"도 필요하거든.

……그리고 내게는 "지혜"로 가득한 계획이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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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 요새의 내부

훗날에 미라주 크로스가 "용의 둥지"라 부르게 될 영역


직경 수 km의 평원은 원래라면 각종 생물들이 생존경쟁을 벌일 귀중한 장소였을 것임

하지만 지금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음


그리고 그곳의 작은 회색 언덕 위에는 

거대한 산이 똬리를 틀고 있엇음





바하무트는 잠들어 있었음


뾰족한 칼날 같은 비늘모양 장갑이 전신을 뒤덮었고

빛나는 눈빛 아래에서 빛을 발하고 있음

그 생물은 만인의 시선을 빼앗을 정도로 아름다웠지만

그 비늘 아래에 내재된 위험한 분위기를 감출 수는 없었음


용이 무슨 낌새를 느낀 건지 고개를 들자,

회색 언덕의 상세가 드러났음


언덕은 암석이나 폐허가 아닌 갖가지 모양의 "뼈"가 대량으로 쌓인 것이었음

이 평원이 왜 이렇게 고요한가에 대한 대답이었음


용이 금속의 날개를 펼치고 아래로 홰를 치자 강력한 풍압이 거대한 몸을 들어올렸고

빛나는 몸이 하늘로 날아올랐음


그는 자신이 지배하는 이 세계에서, 음모를 꾸미고 있는 생물들을 내려보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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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우

……이런 계획으로 정말 괜찮은 거냐!?



홍우는 등뒤에 들리는 굉음으로부터 달아나고 있었음

거대한 생물들이 그들에 비하면 초라한 작은 기체를 쫓고 있었음


홍우는 대부분의 장갑을 벗겨서, 최대한 경량화한 기체를 몰면서,

"용의 둥지" 방향으로 질주하며 통신 채널에 고함을 질렀음

지금 이 순간, 그가 느끼고 있는 것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음



하우스

하하하! 계획이 잘 굴러가고 있잖아!

치쉔의 "도발"은 대성공이다!


치쉔

……후우, 평생분의 "북경식 욕설"을 말한 기분이야.



그녀가 한숨을 쉬는 이 순간에도 그녀의 기체 스피커를 통해

인간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음파가 흘러나오고 있음

갖가지 생물이 죽어갈 때 지르는 비명을 뒤섞은 듯한 소리가

북경 생물들에게 강렬한 자극을 주고 있었음


4명은 극한의 경량화를 한 후, 각기 다른 방향에서부터 

많은 북경생물을 유인해서 대량의 군세를 형성했고, 같은 장소로 이동하고 있었음



치쉔

……이걸로 알았겠지. 너희가 미라주 크로스에 들어왔을 때 말했던 

"절대로 다가가서는 안 되는 세 명"이 누구인지.

그 중 톱이 저 하우스 아저씨야.


홍우

치쉔 선배도 그 세 명 중 하나잖아!



홍우가 관찰창으로 본 디스플레이에 뒤에서 쫓아오는 거대한 짐승의 무리가 표시되었음.

만약 이 거수들이 인간세계에서 날뛰었다간 무슨 결과가 나올지

조금 상상한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았음



바이론

……잡담을 할 상황이 아니다.

놈은 지금, 우리를 보고 있다.


홍우

뭐――.



말을 하는 것보다도 먼저, 거대한 그림자가 급속히 지면에 강하했음

고개를 들자 보인 것에 홍우는 소리를 질렀음



홍우

――바하무트!





거룡이 날개를 접고, 거대한 풍압과 함께 돌진했음

홍우는 즉시 눈앞의 상황에 신경을 집중했지만

용은 홍우의 기체 위를 스쳐 지나가며 거수들을 향해 돌진했음


용의 강림에 수많은 생물들이 발을 멈췄음

치쉔에게 부추겨진 분노는 사그라들었고, 몸이 작은 일부 생물이 도망가기 시작했음


하지만 바하무트가 긴 목으로부터 경멸하는 듯한 소리를 내뱉자

그것 만으로 치쉔이 반복해서 흘리고 있던 도발의 음파보다 월등히 강력한 효과가 일어났음


그 소리를 듣고, 후퇴하려던 생물들이 서로를 마주 봤음

그들은 이 지역을 지배하는 거룡을 찢어발길 찬스를 눈 뜨고 놓칠 순 없다고 결의했음

오랜 생애에 걸쳐 단련된 생존과 승리를 바라는 본능에 따라서

용을 둘러싸고 포위망을 형성했음



하우스

――자, 봐라. 전부 계획대로다!

지금이 찬스야. 바로 장비를 갖춰라. ――기습은 영웅들이 가장 잘 하는 전술이니까!



용에게 합공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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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가 겨우 끝이 가까워지고 있었음

용의 입에서 뿜어진 거대한 빔이 허공에서 분열했고

꽃잎처럼 사방팔방으로 퍼져나갔음


빛의 꽃잎이 아직 움직이는 소수의 생물을 쫓아가서 일소하자,

전장에는 약간의 소형생물 밖에 남지 않음



치쉔

……치! 기체의 조종은…… 나한테는 안 맞는데!



치쉔이 혀를 차면서 반은 진흙탕이 된 설원에서 몸을 일으켰음

조종하던 BM은 이미 등뒤에서 녹아내린 상태였음



치쉔

어~이, 너희들 괜찮냐?


홍우

……어떻게든 숨은 붙어있어.



홍우가 조종하는 투장은 아까 바하무트의 빔에 당한 손상으로 콕피트가 통째로 노출되어 있었음

홍우의 실력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재가 되었을 것임



홍우

영웅이건, 거수군단이건, 저 사악한 거룡을 쓰러뜨릴 방법은 없었나 본데――.



극동기체 특유의 높은 내구설계 덕에, 아직 간신히 움직일 수는 있지만

이미 전투능력은 거의 상실했음


옆에는 바이론의 블러디 울프가 서 있었음

콕피트에는 몸에 접속된 대량의 케이블로, 마치 그가 전투 시스템의 일부가 된 것 같았음

이 케이블들은 살아있는 것처럼, 하나가 절단되어도 즉시 다른 하나가 보완하므로,

바이론은 항상 안정된 전투능력을 유지하고 있었음


하지만 완전히 찢어진 정면장갑을 보건대, 바이론과 그의 블러디 울프도 한계가 가까웠음





바하무트는 승리의 여운에 잠긴 듯이

자랑스레 목을 쳐들었고, 아직 그에게 맞서는 생물들을 향해서 천천히 걷기 시작했음


북경생물들의 다양한 빛깔의 피를 뒤집어쓰고도

용의 몸은 여전히 빛나고 있었음


지금까지의 전투로 전신이 상처투성이였지만 위압감은 오히려 더 커졌고, 

전투 중에 빼앗은 혈육과 에너지로 급속히 상처가 아물고 있었음


홍우와 바이론은 죽음의 기척이 서서히 그들을 감싸는 것을 명확히 느꼈음

그때 홍우는 하우스가 어느새 사라진 것을 눈치챘음





하우스

"열광", "긍지", "고고"―― 

설마 불려나온 것이 너희들이었다니!

이 능력, 단 한 번도 제대로 써서 시험한 적은 없었지만.



홍우와 바이론은 어느새 전장 반대편에 나타난 하우스를 보았음

그가 들고 있는 고서의 페이지가 파라락 넘겨졌고, 

등뒤로는 북경생물과는 전혀 다른 이형의 생물 무리가 나타났음


뿔이 있는 생물, 날개가 달린 생물, 거대한 몸을 가진 생물, 작고 날랜 생물

공통점은 전혀 없지만, 지금 그들의 전의는 바하무트에게 향하고 있었음



치쉔

나도 처음 보는 광경이야…….

설마 이렇게나 많은 "동포"를 불러내다니.



바하무트는 통일감 없는 그 생물들을 보고

여러 감각을 동시에 느꼈음


이 닫혀있는 설원에서 그가 처음으로 느끼는 "위협"

자신에게 거스르는 생물을 보고 들끓는 "분노"

그리고





바하무트

…….


하우스

……여어.



이유도 근거도 없지만, 그는 분명히 "친근감"을 느끼고 있었음

용은 의문을 품은 채로, 마지막 전투에 나섰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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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의 싸움은 가경에 접어들고 있었음

홍우가 차원이 다른 전투에 놀랐고,

바이론은 저 남자와 미라주 크로스의 관계에 의문을 품었음



치쉔

그건 나도 대답해 줄 수 없어

하지만 이 조직에 있다보면, 언젠가 알게 될 거야.

"미라주 크로스의 최종목표"에는 그의 능력이 절대로 필요하다는 것을.





하우스

너도 방금 전투로 상당히 지쳤겠지.

이제 끝내자――.

마지막으로 댄스라도 어때? 용가리.



바하무트의 입에서 아까 전장을 일소했을 때보다 거대한 빛 기둥이 분출했음

무수하게 분열한 빔은 이전의 아름다운 꽃잎과는 다른, 날카로운 화살 형상을 하고 있었음


화살에 관통된 생물들의 모습이 한순간 흔들린 후 사라졌음

그들은 북경생물처럼 시체가 되지 않고, 마치 도려진 그림자처럼 허공으로 사라졌음


바하무트는 그런 광경은 신경도 쓰지 않고

하우스만을 노리고 달려들었음


하우스는 생물들이 사라지면서 핏기를 잃은 얼굴이었지만 웃었음

그 얼굴을 본 바하무트는 복잡한 감정을 품었음


하지만 마음과는 달리 육신은 숨통을 끊기 위해 입을 벌렸고

예리한 이빨이 그의 몸에 닿으려 한 순간



하우스

너는 이번 건에 관해서는 손을 대지 않을 거라 생각했었어, 하루.


소년

……흥.





하우스의 등 뒤에는 너무 작아서 지금까지 눈치채지 못한 존재가 나타났음

하지만 바하무트는 지금까지 중 가장 강렬한 위기감을 느꼈음


멀리서 지켜보던 홍우와 바이론은

갑자기 나타난 인간이 무언가 길고 가느다란 것을 손에 든 것을 보았음



소년

청색검――


바하무트

……!!!


소년

――「첩(捷)」.



한순간에 사라진 소년의 모습은 바하무트의 등뒤에 나타났고

그제서야 홍우와 바이론은 손에 들린 것이 푸르게 빛나는 검이라는 것을 깨달았음



하우스

……이번에도 고맙다, 하루.


소년

글쎄?

――만약 또 내 차례가 돌아온다면, 

다음에야말로 이 검으로 네 목숨을 받아가겠다.



소년은 뼈에 꽂힐 듯이 차가운 말만을 남기고

다른 생물들처럼 서서히 사라졌음


바하무트가 포효했음

마치 눈사태처럼 용의 거구가 천천히 쓰러졌음

가슴에는 거대한 십자형태의 상처가 나타났고, 은색의 혈액이 뿜어졌음



하우스

……"용가리".

아직 분노를 충분히 발산하지 못했다면――



하우스가 화려한 책을 꺼냈고, 용을 향해 아무것도 안 쓰인 페이지를 펼쳤음



하우스

……이제부터 여러 방법을 써서 발산시켜 주마.



모든 힘을 잃어버린 거룡이 하우스를 보았음

용은 무언가를 이해한 것처럼 푸른 보석 같은 눈을 가늘게 떴음

눈동자에 복잡한 감정이 소용돌이치고 있었음


그것은 전투의 불꽃이 꺼진 후, 남은 슬픔과 깊은 무력감이었음


용은 한숨에 가까운 신음성을 내고서 

자신의 그림자로 잠겨들어, 지면 속으로 사라졌음


전투가 끝났음

하우스는 책을 닫고, 일행 쪽을 돌아보았음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표정은 보이지 않았음


홍우

너…….


바이론

……너는 도대체 "누구"지?


하우스

……하하, 그냥 생각지도 않게 너무 오래 살아버린 아저씨지.



고개를 든 하우스의 얼굴은 평소처럼 웃고 있었음

몸에 묻은 빛나는 용의 피 탓에, 한순간 그가 용과 닮은 무언가처럼 보였음


이윽고 하우스는 평소와는 전혀 다른 진지한 표정을 지었음



하우스

근데, 우리 여기서 어떻게 돌아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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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너희들은 북경 안쪽까지 가서, 샌드웜에 삼켜졌고, 폭풍을 넘었고, 마지막엔 폭풍 속에서 거룡을 쓰러뜨렸단 건가――.

그리고 그 하우스란 남자는, 수수께끼의 책에서 거룡을 소환하고, 당신들을 태워서 북경의 폭풍 위를 넘었는데

소환된 거룡이 도중에 한계가 와서 사라져버렸고, 너희들이 추락했다――.

과연, 그래서 이 투장이 이렇게 되어버린 건가…….



며칠 후, 북경의 장성

왕은 격납고 안에서 거의 쥐포가 된 쇳덩이를 가볍게 두드렸음



――개소리하고 있네! 누가 그런 신화 같은 소릴 믿어!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기체를 빌려주는게 아니었어!

나한테 이 기체를 수리하라니―― 되겠냐!


홍우

……아무튼 부탁한다.

나도 아직 써야 하는 보고가 대량으로 남아 있어서…….



눈에 다크서클이 생긴 두 청년은 각자 다른 난국에 맞서면서

동시에 긴 한숨을 쉬었음


홍우는 연구소로 정식으로 전직하기 전의 마지막 보고서를 쓰면서

격납고의 벽 너머로 아까 전까지 있었던 무서운 설원을 응시했음

그가 체험한 전설 같은 여행이 다시 뇌리에 떠올랐음


그런 상대와 싸운다면――.


교단, 북경, 그리고 미라주 크로스가 항상 주목 하고 있는

이 세상을 뒤흔들 정도의 음모나 힘――.


그는 자신이 있어야 할 전장은 연구소가 틀림없다고 확신하면서

훗날, 그의 전설로 기록될 행보의 첫 걸음을 디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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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장소의 지하

오래된 돌무덤 속에 있는 기묘한 장소


그곳에는 무엇에 쓰이는지 모를 최첨단 기술로 만들어진 장치가 늘어서 있는,

여러모로 미스매치의 이상한 분위기가 감도는 공간이었음





0호

정말로 용을 회수하다니, 역시 대단합니다. 하우스 씨.


하우스

하하……, 그 젊은이들 덕분이지. 최근 들어온 미라주 크로스의 신입들은 나보다 훨씬 믿음직해.

게다가―― 벌써 이 힘을 쓸 준비가 되어 있었을 줄이야.

당신도 그들을 상당히 신뢰하고 있잖아, 미스 제로.



하우스는 천천히 관찰창 앞으로 갔음

밝은 조명 아래에는 넓고 깊은 크레이터가 있었음

하우스가 있는 곳에서 보면, 크레이터 속에 반딧물처럼 점멸하는 무수한 빛의 점들이 끊임없이 날아다니고 있었음





크레이터 한편에는 바하무트가 잠들어 있었고, 반딧물 같은 드론들이 주위를 날아다녔음

드론들의 점멸하는 발광기관은 특제의 카메라였고, 바하무트의 특징을 세부까지 스캔하고 있었음

그리고 특별한 가능성을 가진 금속재료를 크레이터 반대편으로 나르고 있었음





반대편에는 바하무트를 본뜬 금속의 용이 벽에 고정되어 있었음

아직 몸의 일부가 빠져 있었지만, 드론들이 나르는 금속으로 서서히 완전체에 가까워져 갔음



0호

북경의 균형이 무너져서―― 봉인되어 있던 용이 깨어났습니다.

이윽고 일어날 미래의 위기를 생각하면, 수십 년이란 시간은 한 순간입니다.

그러니 지금은 1분 1초를 중히 여겨야 합니다.

……미라주 크로스가 축적한 기술을 결집해서, 용을 강화 · 제어하는 것만이 아니라, 

단독으로 전투도 가능한 특화형 장비―― "갑주"를 개발했습니다.

분명, 가까운 미래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하우스

헤에, "분명"이라.



하우스의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음색에는 웃음기가 없었음.



하우스

――마치 그 날을 자기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들리는데, 미스 제로.


0호

……제 수명은 이미 끝이 가깝습니다.


하우스

…….


0호

제 역할은 후계자인 "1호"에게 계승될 겁니다.

그녀를 잘 부탁드립니다, 하우스 씨.


하우스

……그런가.

……후우, "믿음직한 선배" 역할은 영 안 맞는데.



하우스는 긴 한숨을 쉬고, 크레이터 안을 날아다니는 빛의 점들을 주시했음

마치 드론의 불규칙적인 움직임에서 미래의 운명을 읽어내려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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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는 바하무트를 은황이라고 부르는데

아마 메인스토리에서 하우스와 같이 온천욕 즐기다가

덥다고 냉기 뿜으려던 그 은황이 맞지 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