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든 일은 아직까지도 기분 나쁜 축축함이 생생히 기억 나는 단칸방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나는 당시 할 일도 딱히 없고 무한한 지루함에 의해 지배되고 있던 터라 손으로는 마우스를 딸깍이고 눈으로는 모니터의 스크롤을 쫓으며 새로운 자극에 굶주려 있는 상태였고, 그런 내 눈에 한 가지 광고가 들어오게 되었다.
광고는 무척 싸구려 같았는데, 붉은 배경에 뾰족한 노란 말풍선, 그리고 '비현실적 재미의 게임!'이란 선전 문구와 놀라움을 표하는 듯한 정장을 입은 남성이 전부인 광고였다.
이런 광고가 흔했던 시절도 있었으나 분명히 지금에 와선 먼 과거라 불리우는 그 때에도 그런 광고는 찾아보기 힘들었었기에 기묘한 끌림을 느낀 나는 그 광고 배너를 클릭하였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만한 병신짓이 어디 있나 싶긴 하다. 아무리 구글에 광고 필터링이 존재한다 한들 선정적이고 지적재산권을 어긴 게임의 광고들이 버젓이 걸리는 경우가 종종 있어오지 않았는가?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그 광고 또한 분명 어디서 만든건지 출처조차 알 수 없는 유해한 게임의 광고일 가능성이 큰 것이었다.
아마도 당시의 난, 자극에 미쳐있던 상태였던 거겠지.
광고의 배너와 연결된 사이트의 내용은 별 거 없었다.
'진실 게임'이라 큼지막하게 적힌 흰색 글씨와 그와는 대비되는 검은색 배경, 그리고 아래에 작게 쓰여있는 광고주의 e-mail 주소로 추정되는 e-mail 주소와 '게임 참여를 원하신다면 이 e-mail로 연락해주세요!'라는 토막글... 이것이 그 사이트의 내용 일체였다.
그때의 난 피식 웃으며 그것을 애써 무시하려 했었다. 그야 그럴게 이건 전형적인 보이스피싱 수법이 아닌가? 연락을 한다면 나한테서 참가비 명목으로 돈을 뜯고 잠적한다던지... 굳이 광고비까지 지출해가며 사기를 친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뭐 한탕주의자라서 크게 땡기기 위해 사람을 많이 모은다 하면, 혹은 보이스피싱이 아니어도 사이비나 다단계라고 생각한다면 크게 이상한 것도 아니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애써 그것을 무시하려던 나였지만 이미 내 안에선 자극에 대한 욕망이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있었고, 또 일전에 보았던 보이스피싱 참교육 영상이 떠올라 결국 그 주소로 연락을 해보게 되었다.
'저기요, 광고 보고 연락드립니다. 게임에 참가하고 싶은데요.'
답장은 꽤 긴 시간-당신이 인터넷에 익숙하다면 10분 이란 시간이 얼마나 길고 지루한지 잘 알고 있겠지.-후에 오게 되었다.
'환영합니다, 허무영 씨. 무영 씨는 오늘 이 시간부로 진실 게임에 참여할 자격을 얻게 되었습니다. 현실의 지루함 속에서 권태감을 느끼며 그 어떤 일에서도 삶의 보람을 찾지 못하고 그저 비현실감만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그저 살아갈 뿐인 인생에서 짜릿함과 보람, 현실감을 되찾을 수 있길 저희 측은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진실 게임의 첫 번째 게임장은 ○○-현재에 와선 매우 위험해진 곳이기에 가리도록 하겠다.-에 있는 오닉스 사의 공장이며 게임장에 입장하시는 즉시 제 1규칙인 「거짓말은 금지된다.」가 적용되오니 부디 입장과 동시에 탈락하시는 일이 없길 빌겠습니다. 첫 번째 게임은 2022/7/25 17:00에 개시되오니 그 이전까지 단단히 대비를 해 주시길 바랍니다. 제 시간 내에 게임장에 입장하지 못한다면 탈락 처리되오니 반드시 제 시간을 지켜주시길 바랍니다.'
나는 이 메일에서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첫째, 나는 내 현생을 지키기 위해서 인터넷에서 하는 모든 활동엔 가명을 사용한다. 헌데 이 메일은 분명히 나의 본명인 '허무영'을 언급하고 있지 않은가?
둘째, 이 메일엔 내가 권태감을 느끼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길 빈다는 말이 있다. 분명히 맞는 말이었다. 그때의 난 모든 일에서 권태감을 느끼며 모든 일에서 생동감과 현실감을 찾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런데 그걸 메일을 보낸 측에서 도대체 어떻게 안단 말인가? 해킹을 통해 본명을 알 수는 있어도 현재의 감정은 알 수가 없는 것 아닌가? '얼굴이나 생활 패턴을 보고 파악할 수 있다'라고 한다면 그럼 그 메일을 보낸 이들은 나를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는 이들이란 뜻인데 그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는 당시 권태감에 빠져있던 나도 그 두려움을 생생히 느낄 정도였다는 말로 설명하겠다.
나는 곧바로 휴대폰을 들어 이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으나 이상하게도 경찰은 신고가 접수되었다고 하면서도 다음에 다시 전화를 걸면 그런 신고를 처음 받는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상황이 이쯤 되니 권태감에 빠져있던 나도 생생한 공포를 느끼기 시작했다.
공포 탓에 내 생활 습관이 변하자 주변의 친한 녀석들도 이상함을 눈치채기 시작했고, 결국 가장 친한 친구였던 동수가 내게 질문을 건네면서 기이한 원정에 참여할 동료는 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