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끅...히끅...."

겨우 울음을 그치고 진정한 캬루에게, []는 따뜻한 수프를 가져다주었다.

"말해보렴, 왜 밖으로 나간 거니? 몸도 안 좋은데."

"그게...히끅...저를...잡으러 올 거라고 생각해서..."


[]는 캬루가 어떤 말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 수배지 말하는 거니?"

움찔.


두려움에 떠는 그녀를 []는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우리집을 찾아온 손님을 왜 쫒아내겠니? 걱정하지 말고 푹 쉬렴. 네 이야기는 어디에도 하지 않으마."

부드러운 말에, 캬루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를 바라보았다.

"없을 줄 알았어요...."

뒤이어 나온 작은 목소리.

"응? 뭐라고?"

"저를...저를 그저...이렇게까지 돌봐주는 사람은...어디에도 없을 줄 알았어요...."

우느라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지만 한 가지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살면서 생각조차 못 했던 것.

대가 없이 그녀를 아껴주는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난 기쁨이, 그녀의 목소리에 묻어나오고 있었다.



많아야 열댓은 되었을까?

이렇게 어린 소녀가. 이렇게 사랑을 갈구하지만, 그 누구도 이 아이를 사랑해주지 않았을 것이다.

[]에게 매달려 작게 흐느끼는 그녀를, []또한 포근히 안아주었다.



다음 날 아침.

우느라 눈이 퉁퉁 부어버린 그녀를 위해 []는 아껴두었던 깜짝 선물을 가져왔다.

"이게 뭐에요...?"

"처음 보지? 이건 내가 개발한 음료수야. 슬라임 조금에 사이다와 꿀을 섞고, 과즙을 넣었지. 마물을 이용하긴 했지만 맛은 엄청 좋단다."

마물 요리라는 소리에 그녀는 약간의 의문스러운 눈길로 컵을 바라보았지만, 이내 한모금 홀짝 마셔보더니 눈을 빛내며 미소를 띄웠다.

"맛있다....!"

이젠 컵을 들고 들이키는 그녀는, 마치 오랜만에 물을 마시는 고양이 같았다.

"하하, 다행이구나."



머리에 감은 붕대는 풀기엔 아직 꽤 남았고, 떨어지면서 부러진 다리도 아직 낫지 못했기에 캬루는 침대에서 벗어날 수 없는 신세가 되었지만, []가 그녀를 밤낮으로 돌봐주었기에 큰 불편함은 느끼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는 맛있는 것을 먹고, 다른 날은 솔방울을 주워서 장식하고, 그 다음 날은 들꽃을 엮어서 왕관을 만들고...

캬루에게는 매일이 새로운 즐거움이었다.

얼굴에서도 점차 그늘이 사라져 갔고, 악몽을 꾸는 횟수도 줄었다.

이젠 편안하게 잠드는 그녀를 보며 []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호숫가의 오두막에는 그렇게 일상의 행복함이 깊게 스며들었다.



"조심해서 내려오렴."

"으으..."

캬루의 다리가 다 나은 날, 오랜만에 두 발로 조심스레 일어서는 캬루.

약간 비틀거렸지만, 그럼에도 두 다리로 멀쩡히 일어설 수 있었다.

머리에 난 상처 또한 깨끗이 나은 지 오래였다.


조심조심 발걸음을 내딛는 그녀를 부축해주는 []의 모습은 마치 가족같았다.

집 밖으로 나가 오랜만에 바람을 쐬는 캬루.

시원한 공기가 그녀를 감싼다.

"어떠니?"

"이제 좀 나아졌어요. 혼자 걸을 수 있어요!"

그들은 그렇게 풀밭을 걸으며 사소한 대화를 나눈다.

날씨가 어땠는지, 꽃이 이쁘다던지...

사소하지만 즐거운 대화.

둘은 맑은 하늘 아래에서 시간을 보냈다.



더없이 맑게 웃는 캬루의 표정이, []에게 기쁨을 주었다.

아껴주는 사람, 맛있는 음식, 포근한 잠자리.

캬루는 진심으로 이런 삶이 계속되길 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