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때처럼 화창한 하굣길,

캬루는 친구들이랑 햄버거집에 갔어요


캬루는 오늘 학교에서 자기에게 갑자기 햄버거 먹으러 가자는 말을 들었을 때 뛸 듯이 기뻤답니다 평소에 말도 걸어주지 않던 무리가 외톨이인 캬루에게 직접 말을 걸어주기 때문이었는지도 몰라요 캬루는 그 무리들을 친구라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캬루는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치즈버거세트를 주문했어요 친구들은 이미 주문을 마치고 탁자에 앉아 수다를 나누고 있었지요 캬루가 탁자에 같이 앉으려는 순간 한 친구가 자신의 햄버거가 나왔다며 캬루에게 가져다 달라고 했어요 캬루는 앉으려다가 일어서서 그 친구의 햄버거를 가져다 주었어요 이어서 다른 친구들이 너도나도 캬루에게 햄버거를 가져다 달라고 했어요 캬루는 내심귀찮았지만 기껏 생긴 친구들의 부탁이니 일일히 친구들의 햄버거를 가져다 주었어요


그렇게 친구들의 햄버거를 전부 가져다 주니 드디어 캬루의 햄버거도 나왔어요 캬루가 제일 좋아하는 치즈버거세트였어요 그렇게 햄버거를 받아들고 친구들이 있는 탁자들로 가려는데 탁자들은 이미 북적였어요 마침 빈자리가 있기에 거기에 앉으려는데 한 친구가 거기는 화장실 간 친구자리라고 알려줬어요 그 옆에도 빈 자리가 있기에 앉으려는데 친구가 거기는 자기 짐을 놓을 자리라고 했어요 그렇게 몇 번을 빈 자리를 찾았지만 다 거절당하고 캬루는 구석진 탁자에 홀로 앉았어요


어느샌가 친구들은 서로 웃고 떠들며 햄버거들을 게걸스럽게 먹고 있었어요 캬루는 멀찍이서 그런 친구들의 모습을 보고만 있었어요 잠시 후 어느샌가 친구들은 햄버거를 다 먹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한 채 떠날 준비를 하기 시작했어요 그때까지도 캬루는 그저 보고만 있었어요 


친구들은 한데모여 수근수근 하더니 한 친구가 캬루에게 찾아왔어요


"캬루야"

"웅,웅냥"

"우리는 친구 맞지?"

"웅 웅냥냥! 웅웅"

"그럼 어려운 친구들을 위해 돈은 너가 내줄 수 있지?"

"웅맹?"

"아 왜 친구끼리는 서로 돕고 사는 거 아니겠니 캬루는 친구니까 그래줄 수 있지?"

"우 우웅맹"

"대답"

"네.. 네 먕"

"역시 캬루는 착한 친구야 그럼 우리들은 캬루만 믿고 갈게 아 참 우리가 먹다남긴 쓰레기도 치워 줘야 해"


친구들은 그렇게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우루루 햄버거집을 빠져나가기 시작했어요 몇몇 친구들은 캬루에게 잘먹었다는 선물이라며 캬루의 치즈버거에 침을 뱉고 콜라에는 가래를 뱉으며 모두 집에 돌아갔어요 캬루에게 남은 건 침범벅이 된 치즈버거와 치워야 하는 엄청나게 많은 쓰레기, 캬루 탁자에 놓인 스무명은 족히 넘는 사람이 먹은 햄버거의 값이 적힌 계산서 였어요

웅..웅맹먕...

캬루는 모든 것을 깨달았어요 자기는 그저 만만한 지갑이라는 것을 말이에요 캬루는 그렇게 혼자 탁자에 앉아 친구들의 침으로 범벅이 된 치즈버거와 콜라를 먹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