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이런 삶이 된건진 모른다

이 어둡고 비좁은 폐가에 웅크린채 나날히 썩어들어가는 인생이 된 이유를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어느날 눈을 뜨니 이 땅에 홀로 버려진 내게 그것을 가르쳐줄만큼 다정한 사람이 있진 않았으니

아니, 애초에 '사람'이 없으니까



가족도, 지인도, 가진것도 없는 내게 주어진 호의는 이 허름한 폐가 구석에 웅크릴 권리였다


햇빛 한점 안 들어오는 지저에서도 가장 어둡고 음습한 5번로

개중에서도 가장 자그마한 집이다



그들이 내게 준 다른 호의가 없는건 아니었다

5번대로의 수많은 아가씨들을 위한 허드렛일은 무척이나 고되고 언제나 일손이 부족했다

그렇기에 나처럼 의지할곳 없는 이를 끌고 일을 시키는 것이다


반쯤 갇힌채 일하는 그녀들을 위해 나는
옷을 세탁하고

나로썬 입조차 대보기 힘든 것들을 날라 방방마다 대령하고

비릿한 향으로 가득찬 방을 청소했다



그 댓가는 5번로의 폐기물을 받아 먹을수 있는 정도면 족했다, 그들에겐 말이다


희망, 그것은 이 어두운 땅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 날도 그런 날이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폐 자재 뭉치 위에 웅크려 잠들 뿐

그러다가 취한 오니떼가 밤놀이를 즐기러 들어오는 아주 평범한 일상


그들은 잠든 나를 무시한채 술과 안주를 뜯었고

나는 그 소리를 견디지 못한채 방 밖으로 뛰쳐나갔다


곧바로 잡혀서 그들 옆에 앉혀졌지만 말이다


뭐라 지껄이는지 듣진 못했다, 졸립고 피곤했으니까

다만 그들에겐 술맛을 돋굴 광대가 필요했고

나정도면 충분했던 모양이다



덕분에 데운 술 반 잔을 얻어마실수야 있었지만
빈 속에 들어간 그것은 장을 불태우며 나를 괴롭게 했다


아마도 3시간쯤 지나
그들이 떠나가고 나서 버려진 나는 비척비척 몸을 일으켰다


어질러진 술판에 몇조각 남은 땅콩이 아마 자릿세일것이다


그것들을 으적으적 씹을수록 삶에 대한 회의감이 높아진다


그래서 그만둬 버리고 강가에 섰다
울적한 기분을 달래는덴 그것뿐이니까


차디찬 물살을 손으로 만지며 끝없이 시간을 보낼뿐



단지 지친 몸이 힘을 잃고 앞으로 살짝 고꾸라져버렸단걸 빼면 지극히 평범한 일상일 뿐이었겠지






그대로 눈을 뜨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어째서 눈을 뜬걸까?

강 하구에 있던 석순에 부딪혀 눈을 뜬 나는 그런 한탄을 하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내 손에는 무언가가 들려 있었다


낡고 헤어진 검은 노트

제목도 다 닳아서 읽히지 않는 그 괴상한 공책이 있었다


이유모를 불쾌감이 들었지만 너무 추웠다

그것을 버리려는 생각도 못하고 뭍으로 걸어나갔다



젖은 몸과 옷가지를 짜증스럽게 생각하며 책을 내던져버렸지만

그것은 어째서인지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내 몸 주위에 달라붙어있다



짜증이 났다, 되는게 없더니 이것조차 안되는건가


홧김에 찢어버리려고 공책을 쥐었다, 그리고 무심코 휘두르려는 사이, 표지가 넘어가 버렸다



그 책의 쓰여진 글자는 읽을수 없었다

그러나 그 내용만은, 그 의미만은 내게 스며들어왔다



'조교전'

그게 그것의 이름이었다



1. 입력 받음

근데 전체 스토리의 틀이란건 있으니 거기에 짜맞춰질 예정임

2. 배경이 어디서 본 거 같다면 정답

3. 왜 또 이런짓을 하는걸까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