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 채널

RAND:3 = 2

찢어서 버리려고 한다



놀라서 책을 집어던졌다


그러나 그것은 얼마간 날아가더니, 이내 내 손으로 되돌아왔다



이번엔 양 손으로 잡고 찢어보려 했다


예상외로 질겼다, 손만 얼얼했다




책에서 약간의 요기가 느껴진다


아무래도 일종의 요괴일 것으로 생각된다



지저의 강에는, 지상에서 버려진 요괴가 떠내려오는 경우도 간혹 있다


대부분 포악하고, 잔혹하며, 비열하고...약한 것들이다


지저의 하층민들의 식사 재료로나 쓸 법한 정도로 약해빠진 녀석들이 주로 흘러오는데


그 중에서도 성격나쁜 하나에 재수없게 걸린 모양이다


버려도 버려도 되돌아 온다는거라면 저주받은 공책같은 걸까



느껴지는 요력은 지저의 요괴들에 비하면 한없이 약해 오히려 인간같다고도 느껴질 정도였다


팔다리는 커녕 이목구비조차 못 갖춰 사물의 형태 그대로인 요괴


그저 몇번의 푸닥거리만으로도 소멸될 약한 잡요괴


분명히 그랬을거지만...



지저에는 그런 일을 해 줄 사람이 없다


무녀의 부적같은 물건을 사들여서 귀찮은 하급요괴를 떼어내는데 쓰긴 하지만, 취급하는곳도 적고, 값도 비싸다

지상에 나가서 떼어줄걸 요청한다?

말이 되는 소릴, 그들이 나를 도와줄리 없다


애초에 내가 이 세상에 흘러들어올때부터 그랬으니까




그래도 별다른 위해를 가하는 종류는 아니고, 정신적으로 괴롭히는 류의 요괴인 모양인데


얼마 안 가 굶어 죽을테니 냅둬도 상관 없을거다




물에 젖어 무거워진 몸을 질질 끌고 창고로 돌아왔다


아직 술냄새가 진동한다, 이제는 적응해서 별 감흥도 없다



내 손에서 2미터 이상 떨어지지 않는 이 망할 공책-그러니까 조교전-은, 언제 그랬냐는듯이 빳빳하게 말라 있었다


더군다나 표지도 말끔해진것이, 썩 비싸보이는 양장본이 되어있었다



무심코 펼쳐보고 싶은 욕망이 피어올랐지만, 아까 느꼈던 요기를 떠올리며 간신히 참고 잠을 청했다





...문득, 꿈을 꾸었다


이곳에 오기 전의 꿈, 환상향에 오기 전의 꿈


이제는 흐릿한 기억일텐데 잘도 꿈에 나오는구나-더 이상은 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온갖 우울한 생각이 스며든다, 온전하게 보이지 않는게 다행이라 느낄정도로


곧바로 머릿속에서 이미지는 사라지지만, 불쾌한 감각만이 남아 몸을 괴롭힌다



태어났을때부터, 자라나며 지금껏 느낀 모든 괴로움, 그것의 감정만이 남아있는 것이다


모두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나는 광대요, 그들은 관중이다, 나의 행동은 그들의 싸늘한 조소를 불러올 뿐이다


나는 노력했다, 그러나 그것은 의미가 없었다, 그들은 그저 나를 비웃기 위해 그 자리에 있는것이다

나는 노력했다, 그러나 그들에겐 그것조차 하나의 여흥거리다, 그들은 그저 자신들의 삶의 고단함을 잊기 위해 그 자리에 있는것이다

나는 그들에게 있어서 그저 도구였고, 수단이다


이번엔 무한히 추락하는 기분이다, 끝도 없는 무저갱속으로 빨려들어간다

벽에 스치는 바람소리가 들린다, 그것조차 나를 짓누르는 기분이 든다

그곳이 내가 있어야 할 곳이라는듯이, 너는 이 지상에서 있어선 안된다는듯이


그렇게 빨려들어가고, 또 빨려들어가며, 끝나지 않는 공포심에 떨어야 했다


언제까지? 내 안의 빛이 꺼질때까지


언제까지 그렇게 살아갈거야?


한참을 괴롭게 끙끙대다 눈을 떴다, 분명 몸의 물기는 다 털어낸것 같지만 촉촉하게 젖어있다


아무래도 식은땀인 모양이다, 찬 물에 젖어서 감기에 걸린걸까, 아니면....


그렇게 계속 절망속에 썩어들어갈거야?

손에는 언제부터인지 조교전이 들려 있었다

모두들 너를 싫어해, 너가 있는걸 꺼려, 어째서? 이유는 단 하나, 네가 너이기 때문이지

이 녀석의 정체는 악몽을 꾸게 하는 요괴라도 되는걸까?

그렇게 계속 괴로움속에 떨며 살아갈거야? 너는, 고작 그러기 위해 지금껏 살아가는거야?

왜인지 기분이 더러워졌다

너의 가치란, 고작 그정도뿐이란 거야?

들릴락 말락한 무슨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린다, 머리가 지끈거린다

어쩌면 네 삶의 마지막 기회일거야, 기왕 타오르기 시작한 삶이라면, 가장 창대하게 불탈 마지막 기회정도는 있어야하는거 아니겠어?

가끔씩 환상향 밖이 그리워지는때다, 한 알의 진통제면 몸의 괴로움정돈 잊을수 있는데



조교전을 움켜쥐고 방 구석에 던져버린뒤, 다시 자리에 누웠다


내일은 저 책을 처분할 방법을 찾아야겠다






1. 어떻게든 조교 페이즈로 넘겨야하는데, 어떻게 잇지 시발?


하여튼 주관식으로 입력 받음


그러니까 이 상황에서 책을 펼칠 정당하고 이해할만한 사유를 내게 알려줘


2. 사실 내가 잘 하는건 지리멸렬한 헛소리일뿐인데 말야

진지한거랑은 안맞는 체질이야


그냥 똥섹스똥똥섹스로 범벅해야 볼만한데...


3.

그저 아나타를 괴롭히기 위한 글


인데 아나타 설정도 없네


몰라! 어떻게든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