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이 씹..."




쿠라마는 반사적으로 움츠러들었다. 손에 든 장미가 덜덜 떨렸지만 지휘관은 의자를 집어던지기에 바빠서 눈치채지 못한것 같았다.




엘사리아 대륙에 온지 어언 일주일 째. 그동안 겪은 마음고생은 차마 말로 표현 할 수가 없었다.


문을 열고 나오기만 하면 지휘관들은 똥 씹은 표정으로 욕을 한바가지 퍼부었고, 과도하게 폭력적으로 변해서 기물을 파손하기 일쑤였다.


게다가 여섯번 이상 눈을 마주친 지휘관들은 갑자기 옷을 벗더니 분쇄기에 갈고 사라지는게 아닌가.


노란 야자수 머리의 사내가 다가와서 다시는 보지 못할거라고 귀띔해주지 않았다면 쿠라마는 계속 기다렸을것이다. 빨간 아몬드들과 함께.





일이 이쯤되니 문고리 잡는게 두려워졌다. 환영받지 못한다는걸 뻔히 알면서도 나갈만큼 철면피는 아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










같이 온 유스케가 자꾸만 자리를 비웠다










엘사리아에 처음 온 날, 유스케는 길거리에서 하이레그를 입은 여성들을 보고 눈이 튀어나올만큼 경악하더니 헐레벌떡 옷가게로 달려가 벌게진 얼굴로 한벌을 포장했다.


여자친구에게 선물해 주려는게 틀림없었다.




"나 너무 변태같을까?"



"괜찮은거 같은데. 본인 취향이 아니라면 안 입겠지."




그때 뜯어말렸어야 했다.



잠깐 집에 다녀온다던 유스케는 하루가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옷가게가 문 여는 아침에만 잠깐 나타나서 다른 디자인의 하이레그를 사고 사라지는걸 반복할 뿐이었다.


아주 가끔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동안 거만한 포즈를 취하며 문을 열기도 했지만, 집에 가는 버스가 오면 뒤도 안돌아보고 떠났다. 결국 유스케의 빈자리를 메우는건 모두 쿠라마의 몫이었다.




쾅쾅쾅ㅡ




오늘도 어김없이 들려오는 노크소리에 쿠라마는 문고리를 잡고 주저앉아서 긴 한숨을 내뱉었다.


그 모습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던 노란 야자수 머리 사내와 망치를 든 빨간머리 사내가 등을 두드려주더니 대신 문을 열어제꼈다.


정말 감사하다고 몇번 고개숙여 인사하자 둘은 호탕하게 웃으며 손사래 치고서 창밖을 가리켰다.




"큿하하! 자네가 고생하는것도 이제 끝이겠군."



"예? 더 도와주실 필요까진 없는데..."



"그런 뜻이 아니라, 동료가 온것 같아서 말이야."




유스케가 왔다는 말일까? 기대감에 창밖을 본 쿠라마는 경악했다.













버스에서 도구로가 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