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디아를 재컨키 위해 망명길에 올랐던 레딘은




과연 크리스가 자신의 그 어떤점에서 매력을 느끼고




자신에게 다가왔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고국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자신 옆에 서서




부상병들을 돌보는 힘든 일을 맡고도 항상 미소짓는 그녀를 보며




레딘은 가슴 한켠에 든든한 우군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편했다.




그렇기에 어느날, 레딘은 크리스의 저의를 떠보고자




자신의 침대위로 소리없이 올라온 크리스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크리스..."




"무슨일이세요, 왕자님?"








평소같으면 힘겨운 전투 후, 말없이 엉켜들어 스트레스를 풀어냈을 두 사람이었지만




갑작스런 레딘의 부름에 크리스 또한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크리스는 내 무엇을 보고 동행길에 올라준거지?"




"......!"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질문이었기에 크리스는 얼굴을 빨갛게 물들였다.




사실, 크리스도 알고 있었다. 주변에서 자신이 신분상승을 위해 왕자를 물었다느니,




어지러운 정세 속에서 살아남아보려고 군에 가담했다는 소문따위를 말이다.




하지만 사실 크리스는 그런 소문들따위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유를 가지고 있었다.




그냥, 레딘이 잘생기고 체격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교단에 몸을 맡긴 이후 사내라고는 늙수그레한 사제들밖에 보지 못했던 크리스가




첫 순례길을 떠났던 그때, 그녀의 눈에 비친 레딘은 반할 수 밖에 없는 모습이었다.




다부진 체격과 불꽃같이 타오를듯한 강렬한 붉은 머리칼, 그리고 다소 지친듯하면서도




위엄을 잃지않는 당당한 모습과 무엇보다도 망국을 그리는 그 우수에 찬 눈빛.




젊은 처녀였던 그녀에게 레딘의 그러한 모습은 마치 동화속에서나 나올법한




비극 속 비련의 기사같은 모습으로 보일 수 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크리스는 마치 홀린듯이 레딘을 따라나선 것이었다.








"그게...그것이..."




"......"








말꼬리를 흐리는 크리스를 보며 레딘은 마음이 아파오는것을 느꼈다.




크리스가 좋지 못한 의도로 자신을 따라나섰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누구보다 자신옆에서 헌신적으로 함께해주었기에 훗날 이 길고 긴 여정이 끝나면




자신의 배우자가 되었으면 좋을텐데, 대체 무슨 이유 때문에 저리 망설이는 것일까.








"크리스, 말하기 어려우면 말하지 않아도..."




"왕자님, 왕자님이 잘생겨서요!"








크리스를 배려하기 위해 어렵사리 말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레딘이 말하려는 찰나,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크리스가 이불 아래로 머리를 파묻으며 웅얼거렸다.








"뭐, 뭐라고?"








예상외의 대답에 어처구니없는 얼굴이 된 레딘의 되물음에, 크리스는 더욱 깊게




이불속으로 머리를 파묻으면서 말꼬리를 흐렸다.








"저기, 교단에 몸을 담은 시스터 출신이 이렇게 속된 말을 해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왕자님이 잘생겨서 따라왔어요...몸가짐을 바르게 해야한다고는 하는데...그런데..."








자신이 일견 더럽다고 생각하진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크리스였지만




정작 그 소리를 들은 레딘의 얼굴은 그 누구보다도 기쁨을 담고 있었다.




좋지 않은 소문들과는 달리, 크리스는 자신이 정말 좋아서 따라왔다니.




레딘은 주체할 수 없는 기쁨에, 이불속으로 숨어든 크리스를 한껏 껴안았다.








"왕, 왕자님...?"








평소와 달리 자신을 껴안아오는 레딘의 팔에 그 어느때보다 다부지고 강한 힘이 담겨있어




크리스는 깜짝 놀라면서도 자신을 구속해오는 그 힘이 결코 싫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후, 레딘이 자연스레 입을 맞춰오는것을 결코 거부하지 않았고




자신의 오렌지빛 머리칼 사이로 레딘의 붉은 머리칼이 엉켜옴에도 불구하고




머리를 쓸어넘기지 않은 채, 그대로 레딘에게 몸을 맞추었다.








레딘은 평소와 달리 결코 절제하지 않았다.




크리스가 숨가빠할때면 옅은 신음성을 내며 몸을 멈추었던 레딘이었지만,




이날만큼은 결코 스스로를 통제하지 않았다.




마치 모든것을 쥐어짜낼것처럼 크리스를 짙게 끌어안고




그녀의 살결 속에 자신을 묻고 깊게, 한없이 깊게 들어가 몸을 담그었다.




입속에서 단내가 날정도로 뜨거운 날숨이 공기를 데우고,




멈출줄 모르는 환락의 향내가 두 사람의 몸을 데우는것을 거부하지 않았다.








이에 크리스 또한 한껏 격정에 오른 레딘에게 맞추어 몸을 여몄다.




비록 지금까지 만나본 사내는 레딘밖에 없었던 그녀였지만, 그녀 또한




레딘이 여태까지와는 달리 뜨겁게 몸을 태우는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기에




그 뜨거운 열기의 파도에 몸을 맡긴 채, 자신의 육체 안을 단단히 잠그었다.




한시라도 힘을 놓았다간 정신을 잃을것만 같은, 거칠고 야성적인 레딘의 일면에




그녀는 평소에 느낄 수 없었던 기분좋은 감각이 점차 고조되는것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거칠게 몸을 움직이는 두 사람의 침대 위로 붉은 머리칼과 오렌지빛 머리칼이




쉴새없이 출렁이며 허공을 수놓은지 수십분, 마침내 더이상 참을 수 없이 끓어오른 쾌락이




레딘의 몸끝을 벗어나 크리스에게 닿았을 때, 크리스는 레딘의 목에 깍지꼈던 손을 풀어




앙칼지게 손톱을 세워 레딘의 등줄기를 쓸어내리며 핏줄기를 내었다.




이에 크리스의 손가락이 지나간 자리에서 핏방울이 방울방울 솟아오를 적,




레딘과 크리스의 몸끝이 만났던 자리에서도 진한 백탁액이 주르륵 흘러 침대보로 흘러내렸다.




























































































































이같은 뜨거운 정사가 그날 레딘의 천막에서 근무를 섰던 병사의 입을 통해 묘사되어 널리알려지자,




그날 이후부터 크리스가 레딘을 따라나선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는 소문들이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