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는  씁쓸한 표정표정을 하며


잔에 담긴 쓰디쓴 독주를 단번에 입에 털어넣었다.




"어머, 너무 무리하시지 마세요."


"...그런 아버지를 둔 제가,


오늘 이런자리에 있어도 될까요?"




독하디 독한 술을 들이킨 사내가


이글거리는 눈동자를 빛내며 여인에게 물었다.




"무...물론이죠. 가장 공을 많이 세우신


제국의 장군께서 이 자리를 빛내셔야..."


"하하하하하하하하!"




여인의 말에 사내는 크고 호탕한


웃음소릴 내었고, 이에 홀에 모인


귀빈들이 놀라 사내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그런 소란에도 아랑곳하지않고


근엄하면서도 부드러운 눈빛을 한


반백의 사내는 큰 웃음소리를 낸 사내에게


자신 또한 웃음으로 화답하며 물었다.




"하하하하, 발가스. 피로연 자리가 즐겁더냐."


"예, 폐하. 제가 대머리인지라 여태 여인을


만나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곳에 미인이 이토록


많으니 웃음이 나올수밖에요."




이 말에 그의 웃음소리로 다소 경직되었던 홀은


그의 호방함을 칭찬하는 소리와 여인들의 웃음으로


다시금 시끌거리기 시작했다.


제국이 정벌에 성공하고 전 병력을 회군하여


다시금 수도에 돌아온 날, 수도는 축제분위기에


휩싸여 밤이 되어서도 한창 떠들썩했다.














































"저기, 발가스 장군님...?"


"음...?"




밤이 되어 어둑해진 궁전 정원에서


발가스는 아까전 자신과 대화를 나누었던 여인이


자신을 몰래 뒤따라온것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혹시, 아까전의 그 웃음이 제가 혹 무례한 말을


했던것에 대한 질책이었다면 사과드리려 왔습니다."




이에 발가스는 어쩔줄 몰라하다 결국 자신이


무의식중에 저질렀던 일이 여인에게 크나큰


무례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오히려 그녀에게


허리를 반으로 접으며 고개를 숙였다.




"오히려 사과를 드려야 할쪽은 제쪽입니다.


여러사람 앞에서 당혹스럽게 만들어드려


정말로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발가스의 사과에 비로소 그녀의 얼굴이 밝아졌다.


지휘고하를 따지지 않고 타인에게


결례를 범하는것을 굉장히 마음아파했던 그녀는


발가스가 그리 말해주자 안심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아까 홀에서는 왜...?"


"...제 스스로 자학을 했던 거지요."




홀에서 나올때 술 한병을 더 챙겨나왔던 발가스는


술을 다시 한번 들이키며 담담히 말했다.




"저희 아버지는 제가 어릴적, 탈영을 하셨습니다."


"......"


"이에 어릴때부터 저는 집요한 괴롭힘과


조롱속에서 살아야만 했습니다. 매일같이


비겁자의 아들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았고


무기술을 사사받으려해도 도망칠때 쓸


달음박질이나 배우라는 충고를 들었습니다."




발가스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손바닥을


여인앞에 펼쳤다. 성한 곳이라고는 단 한곳도 없는


굳은살과 피딱지로 얼룩진 손.




"그래서 홀로 죽을듯이 수련했습니다.


아버지가 떠넘긴 오명을 벗고자 수천수만번을


다짐하며 창을 휘둘렀고, 제 노력을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고 다른이들이 비겁자라 부를때


제 출신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아비의 죄와 네가


무슨상관이냐며 베른하르트 폐하께서 거둬주셨죠."




점점 발가스의 말에 물기가 묻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폐하와 말을 달려 오늘까지 달려와


지난 세월을 돌아보니 이제 저도 비겁자라는


굴레에서 벗어나도 되지...않을까...해서..."




결국 발가스는 말을 맺지 못하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단지 비겁자의 아들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오욕으로 점철된 삶을 살아야했던 지난날들이


계속 머릿속에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커다란 덩치임에도 불구하고 울먹임으로 들썩이는


발가스를 보며 그녀, 아니 에리자는 정원 벤치를


딛고 서 그의 커다란 몸을 따뜻히 감싸안으며 말했다.




"이제 장군님을 비겁자라 부르는 사람은


제국에 단 한사람도 없어요..."




그렇게 말하며 에리자는 자신의 눈과


물기가 어룽진 발가스의 눈을 맞추었다.


그리고, 가볍게 두 사람의 혀가


정원위를 스치는 서늘한 바람 위에서 얽히었다.


그 뒤로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해본적이 없어 서투른 손짓이었지만


각자의 갑주와 드레스를 정성스레 벗기었고


밤하늘서 총총히 빛나는 별빛과 달빛아래서 드러난


윤곽 뚜렷한 근육질의 구릿빛 몸과


희고 가늘면서도 뭇 사내를 미혹시킬만한


빛나는 나신을 보며 서로 감탄을 흘릴뿐.


그리고 그렇게 두 사람은 몸을 섞었다.




삿된 방식 없이 오로지 땀을 흘리며 가꿨던


발가스의 거대한 몸집은 가히 염룡병단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뜨겁게 달아오르며 차가운


밤공기 위에 흰 김을 피워올렸고


에리자는 이에 조금 버거워하면서도


발가스의 등을 토닥이며 어린 아이를 달래듯


가벼이 몸을 열어 그를 받아들였다.




이에 미끄러지듯 에리자의 몸 안으로 타고들어간


발가스의 몸끝은 이내 성을 내며 몸집을 더 키웠고


그의 창술만큼이나 거칠게 에리자의 몸속끝을


끊임없이 두드리며 울림을  자아냈다.


에리자는 그 거력에 몸을 맡기며 발가스가


몸을 오르내릴적마다 머릿속이 새하얘지는것을


느끼며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오려는 신음성을


손끝에 힘을 주어가며 참았다.


그러자 발가스의 등을 감싸안은 에리자의 손톱이


그의 등을 파고들며 등줄기에 핏방울을 떨궜지만


발가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를 탐했다.


몸끝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체온과 조임때문에


발가스 또한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머릿속으로 쾌락이 가득 내달렸기 때문이었다.




이윽고 시간이 흘러 새하얬던 에리자의 피부도


열띤 흥분으로 서서히 붉게 물들적,


이마위로 잔뜩 힘줄을 띄우던 발가스는


이내 더는 참지 못하고 에리자의 몸속에


깊고 진하게 사정했다.


제국의 정벌기간동안 금욕을 했던 탓인지


발가스는 한동안 에리자를 끌어안고 몸을 이은채


계속하여 욕정의 덩어리들을 토해냈다.


그리고 어느정도 열기가 가시고 발가스가


에리자의 몸 속에서 자신을 빼내었때,


에리자의 꽃잎새로 흘러나온 백탁액이


정원의 이슬맺힌 잔디위로 한줄기 흘러내렸다.




그렇게 정사가 끝나고 서로 가쁜숨을 내어쉴적,


굵은 팔을 내밀어 에리자에게 팔베게를 해 준


발가스의 귀에 얼굴을 잔뜩 붉힌 채 에리자가


손을 갖다대고 소곤거렸다.




'그런데, 저 오늘 위험한 날이었는데...'


'??????'




이에 하마터면 자기 팔 위에 에리자가 머리를


올리고 있다는 사실도 잊은 채 몸을 벌떡


일으키려던 발가스는, 이어지는 에리자에 말에


그만 또한번 울음을 참지 못하고 흐느끼며


한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싸쥐었다.




'민약 아이가 태어난다면


네 아버지는 결코 전장에서 물러서는 법 없던


제국 제일의 장군이라고 가르쳐줘도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