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검 군단의 숙소

성검의 기억으로 소환된 영웅들에게 매튜 일행은 여러가지 시설을 마련해 주었다.


대다수의 영웅들은 나름 이번의 세계에서 나름의 가치, 목적등으로 만족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수많은 영웅들, 그 모든 영웅들을 만족 시켜줄 수는 없다.




'와, 이 책은 정말 대단하군...!' 

하얗고 시린 백발 머릿빛의 한 남성, 윌러는 책을 읽으며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훔치고 있었다. 


혹여나 바람에 읽던 부분이 넘어갈까, 가냘픈 손가락으로 방금 전까지 읽었던 페이지를 잡고 있었다. 

책의 제목은 수 많은 멸치남들에게 감동의 베스트 셀러로 알려져 있는 '시련을 뛰어넘은 가냘픈 그'. 


많은 이들이 보고 '가냘픈 남성들도 강해질 수 있다' 라고 평을 남긴 책이었다. 

자신이 소환되기 전 기억 속 수많은 노력ㅡ끝없는 운동 등ㅡ에도 불구하고 근육이 붙지 않아 자신감이 없던 윌러에게, 그의 절친인 란포드가 추천을 해 주었던 책이었다.

- 자네도 이 책을 읽어봐, 꽤 자네와 비슷한 이야기던걸... 감동적이기도 하고 말일세.


란포드가 해주는 말을 듣고 고 윌러는 내심 '로맨스 소설? 그럴 시간에 전략서라도 한 권 더 읽겠네..' 라는 마음으로 넘기려고했지만, 오랜 친구의 추천을 가벼이 넘길 수 없어 매튜 일행에게 부탁해 아멜다양이 가지고 있던 책을 빌려 읽었다.


꽤 연애감정에 서투른 그였지만, 가냘픈 남자주인공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한 고군분투에 그 역시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이었다. 


" 저, 제, 제독님? 왜, 왜 울고 계신거죠? "

어느새 자신에게 하얀 머리의 여성이 다가와 물었다. 

그녀의 이름은 세레나, 자신과 왕국을 위해 몇번이나 목숨을 내걸고 위험한 임무들을 성공시켜내었던 자신의 유능한 부관이다.


하지만, 로맨스 소설이나 보며 눈물을 흘렸다는 자신의 모습을 보이기 싫었던 윌러는 황급히 책 표지를 가리며 자신도 모르게 신경질을 내며 세레나에게 말했다.

"세레나 장군! 지금은 내가 장군과 이야기 할 시간이 없으니 나중에 이야기하세!"

" 제..독님..? "

그렇게 말하고 다시 책을 읽으려했으나, 당황한 듯한 표정의 세레나는 우두커니 서있을 뿐이었다.

아차 싶었던 윌러는, 황급히 주제를 바꾸며 이야기하였다.


"아- 세레나 장군, 미안해. 내가 지금 새로운 전략을 구상하느라 너무 신경이 곤두세워져서.. 미안하지만 지금은 내가 생각을 좀 해야하니 잠시 자리를 비켜주겠나? 아! 그렇지, 안젤리카 씨가 새로운 발명품을 만들어서 도와 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하던데.. 거기를 도와주는게 어떻겠나?"

" 아, 저, 네.. 알겠습니다 "


그러자 우물쭈물 답하며 세레나는 안젤리카의 연구실 쪽으로 발걸음을 향하였다.


"후- 다행이 잘 넘긴 것 같군. 그럼 마저 읽어볼까.. 여기가.. "





한편, 안젤리카의 연구실


" 뭐어~ 이걸 이렇게... 어? 세레나 씨네? 무슨 일? "

안젤리카는 이상한 고철더미 앞에서 자신의 연구실로 들어오는 세레나를 발견하곤 물었다. 

" 아.. 저 혹시 도움 드릴 일이 있나 해서요... "

" 뭐어 - 아, 그렇지, 내가 아까 시공의 문에서 무언가를 가져왔는데 말야, 이 물건의 용도를 한번 알아봐줄래? 이상한 언어는 번역 해주는 모듈을 만들어서 괜찮아~ 이 천재적인 두뇌로 대충 어떻게 동작하는지, 구동 방식이나 충전 방식은 모두 이해했는데 안의 내용물만 확인해주면 될 것 같아~ "

" 아, 네, 저라도 도움이 된다면... "

하며 안젤리카가 가르킨 곳에는 선이 연결된 식판만 한 고철더미에 무언가 빛이 나고 있었다.

" 인터넷? 여기 보면 이 물건의 본래 있던곳의 네트워크? 같은 건가봐~ 무튼, 부탁할께. 번역 모듈은 이걸 쓰면 돼 "

" 네, 네! "


그렇게 시간이 꽤나 흐른 뒤, 세레나는 통칭 "인터넷"이라는 것에 대해 사용하는 데에 꽤나 익숙해졌다. 

" 이쪽 세계 사람들은 이런 작은 고철에 데이터를 공유하는구나.. 이 창에 궁금한 걸 치면 나오고... 근데 이젠 뭘 해야하지? "

얼추 인터넷이란 것의 사용법에 익숙해진 세레나는, 안젤리카에게 무엇을 해야 할 지 물어보았다.

" 저기 안젤리카 씨.. " 

" 뭐어 - 아 이 선은.. 아... 뭐어 - 이 쓰레기들을 도대체 어떻게 처리한담!" 

" 안젤리카 씨, 저 이제 뭘.. "


" 뭐어- 젠장! 쓰레기 수용소같은거라도 만들어야하나? 으으! "


고철 더미들에서 고군분투 하는 안젤리카는 세레나가 부르는 말도 듣지 못하고 있었다.


' 쓰레기 수용소...? 여기에 입력하면 나올까...? '

그 후론 타자 치는 소리와 마우스 클릭하는 소리, 안젤리카의 신경질적인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세레나가 안젤리카의 실험을 도운 지 며칠이 지났다. 

" 아, 세레나 장군! 미안하지만 내가 들 수가 없어서 이것 좀 매튜 일행에게..." 

윌러가 전략수정서 더미를 세레나에게 건네자 그녀는 그걸 받아 들고 움직이며 불평인 듯 말했다. 


"봊나... 아, 네 제독님!"

"세레나 장군, 방금 뭐라고 했어?"

"아, 아닙니다".


윌러는 고개를 갸웃했다.


분명 방금 세레나 장군의 표정은 정말 짜증이 나거나 화가 날때나 나오던 표정이였는데- 자신이 피곤하여 잘못 본 건가 싶었다.

며칠 뒤, 전투 외에는 덥다며 전투가 끝난 후에는 최근 짧은 옷을 입고 다녔던 세레나 장군의 휴식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전신에 옷을 꽁꽁 싸매고 있었다.


또한, 평소에 전투가 끝나고 쉴 때는 조용히 타인을 신경쓰지 않던 그녀가 근래에 유독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쓰는 듯 했다, 

남성이 세레나 장군을 바라보고 있으면 세레나 장군은 갑자기 뒤를 돌아서는 혀를 찼다. 그리고 작게 뭐라 내뱉었다.


세레나 장군이 무슨 말을 하는지 윌러는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그 남자를 욕하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며칠 전 물건을 옮겨달라고 했을 때 세레나 장군의 표정과 말은 욕이 맞았던 걸까. 


자유 시간이 되자말자 빠르게 안젤리카의 연구실로 향하는 세레나를 보며,


윌러는 의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며칠 뒤, 세레나가 윌러에게 물었다. 

" 저, 제독님. 혹시 제독님도 6, 69....십니까? "

" 뭐? 69? 그게 뭔 소리야? "

육구라니 세레나가 무슨 소리를 하나 싶었다. 


자신이 모르는 전략 전술적 용어인가 싶어 다른 영웅들에게 물어보아도 다들 육구라는 용어는 모르는 듯 했다.



다시 마주친 세레나에게 윌러가 물었다.


" 세레나 장군, 대체 69가 뭐야? "

" 6.9 좆ㅍ..아, 아닙니다 제독님.. 저, 저는 이만 "

그러고 세레나 장군은 급하게 안젤리카의 실험실 방향으로 뛰어가는 것이었다.




세레나는 그 후로, 점점 더 타인의 시선에 민감해지고, 말이 많아지고, 전투 등 임무에 나가기 싫어하며, 안젤리카의 실험실 안에서 오래 있었다. 

보다못한 매튜가 나섰다. 

"세레나 씨! 미안하지만 우린 이 시대의 악을 처단해야해. 요즘 세레나 씨가 뭔가 불만이 많은건 알고 있지만.. 마물을 처리하는데 협력해 주었으면 해!"

세레나는 말 없이 키보드를 빠르게 칠 뿐이었다. 

"세레나 씨..? 저기 말을 좀.... "

"칼남충"


그녀에게 다시 말을 걸려던 매튜는 세라나가 나직히 뱉는 말에 잠시 당황했다.

"세레나 장군? 도대체 왜 전투에..."

세레나를 찾으러 안젤리카의 실험실까지 온 윌러도 세레나가 이어 내뱉는 말들을 듣고 우뚝 멈춰버렸다.

"봊나 열받노 하여간 엘남충 칼남충 카남충 다 극혐이다 이기야! 나같이 예쁜 여성들은 매일 시선강간에 독박모험 당하노? 하여간 6.9cm 냄져들은 이해 할 수가 없다 이기! 후팔 봊같노!"

"크리스 언니가 전에 말했던 말이 다 맞았다 이기. 냄져들은 하나같이 다 똑같다 이말이야, 걸스 캔 두 애니띵! 이 넓은 대륙에서 개념남 찾기가 이토록 어렵다 이 말이야!"


연달아 이상한 소리를 내뱉는 세레나의 말에, 매튜와 윌러는 동시에 말을 잃고 당황하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

"......."

그런 두 남자를 보며 세레나는 말했다.

" 뭘 보노? 냄져들 이젠 밥먹듯이 시선강간하노? 봊팔 진짜 극혐이다 이기야! 칼남충 맥어보이 해!"

그 후 세레나에게 안젤리카의 실험실 출입 금지, 이멜다 및 제시카의 도움으로 성검의 기억 초기화 등의 처벌이 조치가 가해졌다는 소문은 성검 군단 캠프 내 퍼졌다.

제시카와 이멜다가 세레나의 기억을 초기화하기 위해 성검의 영령으로 변환할 때도 남자들을 욕 했다는 영웅의 증언이 있다고 한다. 

기억을 강제로 제거당하는 고통 속에 겹쳐


"6.9 실잦 냄져들때문에 오늘도 대륙 여성인권 일보 후퇴한다 이기! 거기 시선강간 하지말라 이기!"


"흉자년들 지금 보적보하노? 여혐 그만두고 재기해! 어디 틀딱흉자가 6.9 냄져들이랑 한번 해보겠다고 흉자짓하노!"


등의 말을 내뱉었는데, 분노한 제시카에 의해 거의 존재 자체가 사라질 뻔 했다는 소문도 들렸다.


그리고 매튜와 윌러는, 정신적 충격을 너무 받아 한동안 전투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휴식을 취했고,


소식을 들은 크리스는 조용히 웃었다고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