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갑자기 생각이 나서 글을 써봤음. 문학에 넣기엔 애매해서 그냥 스포탭에만 넣음.

묘사나 이런걸 좀 넣어줘야 자연스러운데 그냥 대사만 줄줄이 쓴 것 같은느낌이네.

그림도 좀 잘 그려볼까 하다가 그냥 대충 그려넣었음.

로젠실, 클로테르 관련 잡설이니 보기 싫으면 뒤로 가기 ㄱ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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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빛바랜 액자가 걸려있는 어느 전시관.


한 청년이 혼자서 액자를 바라보고 있다.


"젊은이, 그 그림이 마음에 들었소?"


적막을 깨고 퍼지는 묵직한 목소리를 듣자 무심코 청년은 목소리의 주인을 돌아보았다.


"아주 오래된 그림이지..."


돌아본 청년을 본 노인은 살짝 놀라는 듯 하더니, 다시금 웃으면서 이야기를 이었다.


"붉은색 케이프라, 상당히 옛날 스타일인데 요새는 복고풍이 유행인가보구먼."


"...어르신은 이 곳에서 일하신지 오래되셨습니까?"


말을 하지 않을 것 같던 청년은 나지막하게 노인의 목소리를 받았다.


"이 곳에서 일한지는 몇 년 안됬네만, 액자에 있는 그림에 대해서는 조금 들은 바가 있다네."


"현재 이 곳은 레겐부르그 공화국... 이지. 하지만 알고있나? 몇 십 년 전만 해도 이 곳은 레겐부르그 '제국'이었다는 것을."


"그렇습니까."


"지금은 평화롭지만, 몇 십 년 전만해도 지옥이 따로없었지... 내가 어렸을 무렵의 하늘은 그저 자욱한 안개만 끼어있던 기억밖에 없어. 지금의 젊은이들은 자네의 머리처럼 푸른색의 하늘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내가 한 20살이 되기전까지는 그런건 그저 책에서나 존재하는 줄 알고있었다네."


어느새 노인은 어디에서 가져왔는지, 따뜻한 차를 두 잔 내온 후 한 잔은 자신이 홀짝거리며 마시고 다른 한 잔은 청년에게 내어주고 있었다.


"지금 젊은이들한테 말하면 아무도 믿지않겠지만, 나는 어릴적 수정병 이라는 병에 걸렸었지. 수정이 몸에서 자라나고, 차갑게 몸이 굳어가며 끝없는 고통을 느끼다가 결국엔 죽는, 그런 병이었네. 하지만..."


노인은 액자를 살짝 곁눈질하며 말했다.


"지금은 이렇게 액자속에서 그림으로만 남아있으신, '로젠실' 황제 폐하께서 나를 살려주셨어."


"......"


청년은 그저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그저 죽는다고 생각했었건만 로젠실 황제폐하께서 우리 가족을 치료해주셨고 우리 가족은 힘겨웠지만 어쨌든 다시 생을 유지할 수 있었다네. 그 후에는 그저 힘겹게 생계를 꾸리던 것이 몇 년, 그러다 황제 폐하께서 카콘시스에 선전포고를 하셨다는 말을 들은것이 또 몇년 후였지."


"타국을 침략한다는 것이 조금 걸리기는 했지만, 그 당시 우리들은 그런것을 따질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네. 그저 살기 위하여... 그리고 내 경우엔 나를 구해주신 로젠실 폐하께 보답하고 싶다는 그런 마음으로... 그렇게 참전하게 되었어. 화염 수정 마도사단 클로테르 장군의 휘하로 들어가게 되었고, 전쟁이 시작하기 전 먼 발치에서 로젠실 폐하를 볼 수 있었네. 폐하는 십 년이 지났지만 내가 어릴때 뵈었던 그 모습 그대로 지휘를 하고있으셨지."


"사실 그 후에는 어찌되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않아. 그저 명령받은대로 싸우고, 불태우고, 기억나는건 온통 매캐한 연기와 모든것을 태우는 시뻘건 불길, 아마 나를 포함한 병사들 중 상당수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있었는지도 잘 몰랐을거네. 그저 싸우고 싸우다가 처음으로 레겐부르그에서 '푸른 하늘'을 보게 되었지. 나도 잘은 모르지만 엘사리아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했던가, 분명 카콘시스 측 인물들이었다고 생각하네만 어쨌든 그 사람들이 오고나서 드디어 저주같았던 그 안개는... 사라져버렸다네. 그 후에는 어찌되었을 것 같은가?"


"......"


어쩐지 청년은 조금 피곤한 기색을 보이며 대답을 하지않고 그저 듣는 자세만을 취하고 있었다.


"로젠실 폐하는... 푸른 하늘을 되찾으셨음에도 진격을 명하셨다네. 어찌된 일인지 알 수 가 없었지. 한동안 우리 부대는 술렁였어. 하지만 군인에게 자유가 어디있겠나. 그저 명령받은대로 진격할 뿐이었어. 하지만 애머시스트 장군과 빈센트 장군이 배신을 했다던가, 마물이 나왔다던가, 도대체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는 상태에서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클로테르 장군이 로젠실 폐하를 안고있으시더군."


"아니 그건 과연 폐하가 맞긴 했을까? 달려가는 클로테르 장군을 쫓아가서 보니 폐하를 안고있었고, 뭐라고 말을 하는 것 같기도 한 짧은 순간이 지나자 로젠실 폐하같았던 그것은 그저 바람에 사라져버리고 없었다네."


(...중략...)


"그렇게 해서 전쟁은 끝났고, 레겐부르그는 온통 초토화가 되었고, 로젠실 폐하께서도 돌아가셨으니... 더 이상의 제국은 없었지. 남은 사람들끼리 열심히 몇 십 년을 걸쳐서 아주 조금씩 이 나라를 재건했다네. 그렇게 몇 년을 지내면서, 지금은 아마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네만, 가끔씩 전쟁을 아직 기억하는 사람들끼리 모이면 로젠실 폐하에 대한 이야기도 오고갔었지. 마녀다, 저주를 받았다, 그저 미치광이 황제였을 뿐이었다..."


"그런식으로 다들 이야기를 했지만 어쩐지 나는, 그렇게 생각할수가 없다네. 아직도."


"배우자를 잃고, 가족을 잃고, 만신창이가 된 나라를 어떻게든 유지하려고 노력하셨던, 수정병에 걸린 나를 구해주셨던, 명분이 없음에도 그저 살길을 찾아서 전쟁을 일으키셨던, 그분을 나는... 전쟁을 선포하실 때의 그 옆 얼굴을 직접 보았기 때문일까, 그저 사람들이 하는 말처럼 그런식으로 일축해버릴수가 없어..."


한참을 이야기 하던 노인은 다시 액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 그림은 약 20년인가 30년 전쯤에 익명의 화가가 그린 그림이라네. 처음에는 이 박물관에 전시를 한다고 했을때 말들이 많았지만, 역사를 잊으면 안된다던가 뭐라던가 하는 학자들이 있어서 액자를 전시해놨고, 한동안은 하루가 멀다하고 액자가 깨져서 프레임을 가는게 일이었다고 들었지. 나는 이곳에 온지는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지만 말이야..."


"어쨌든 그래서 항상 저 그림을 볼때마다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네. 로젠실 폐하께 있어서 인생이란 무엇이었을지, 무엇이 푸른 하늘을 보고도 폐하가 진군을 계속하시게 만든건지, 평생을 힘겹게 사셨을 터인데 돌아가신 지금은, 좀 편하게 지내시는지..."


댕- 댕- 댕-


"어이구 이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구먼. 말이 너무 길었는데 지루하지 않았나, 젊은이?"


"아닙니다. 귀한 말씀, 잘 들었습니다. 로젠실 폐하... 라는 분도... 어르신의 말을 들었다면 행복하셨을지도 모르겠군요."


"글쎄, 어떨까. 행복이라는 건, 언제나 지금 느껴야하는 것이라네. 아주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알지도 못하는 어느 늙은이의 말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말이지."


노인은 전시관의 불을 하나씩 끄고는 마지막으로 박물관의 문에 자물쇠를 걸었다.


"그러고보니 여태 이야기하면서 통셩명도 하지않았구만, 내 이름은 ---라고 하네. 자네의 이름은 뭔가?"


청년은 한참 침묵하고 있다가 말했다.


"제 이름은..."


어쩐지 박물관 문이 바람에 덜컹거려서 청년의 목소리를 묻어버렸다.


"아이고 이 문도 너무 낡았구만, 사람을 불러서 좀 고치든지 해야겠어. 늙은이의 말상대가 되어주어서 고마웠네 젊은이. 그러니까 이름이..."


"괜찮습니다, 어르신. 어차피 저는 이곳저곳을 여행하는 몸이라 이름은 별로 중요치 않거든요. 그리고...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으음, 나중에 이 곳을 다시 들려서 마주치게 되면 내 밥이라도 한 끼 대접하겠네. 고마우이. 몸 조심히 잘 가게나."


"네, 그럼 이만. 안녕히계십시오."


청년과 노인은 짧게 인사를 하고는 서로 정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푸른머리의 청년은 한참을 걸어가던 끝에 어느 언덕에 다다랐다.


"화염 수정 마도사단 장군 클로테르, 지금 돌아왔습니다. 로젠실 폐하...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언제였는지 모를 무렵에 왔던 것 처럼, 익숙한 자세로 청년은 레겐부르그 전체를 내려다보았다.


"폐하의 눈이 되기를 빌며 수정을 이 곳에 묻고 제가 여행을 다닌지 몇 년, 드디어 레겐부르그에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현재의 레겐부르그는 폐하께서 돌아가실무렵하고는 완전히 다릅니다. 그 날의 흔적은 거의 사라지다시피 하고 지금 남아있는 것은 그저 동화책에나 나올법한 평화로운 국가입니다."


"옛 흔적이 거의없는 지금, 폐하를 기억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을 줄 알았습니다만 아직도 기억하는 사람이 남아있기는 하더군요. 그가 말하는 것을 들으셨습니까? 행복은... 언제나 지금 느껴야 한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의 어느 말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고 말입니다."


"그래도 저는 그 사람의 말을 폐하께서 들으셨다면 행복하셨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푸른머리와 붉은색 케이프, 망토가 바람에 나부꼈다. 한참을 레겐부르그의 전경을 바라보던 청년은 이윽고 언덕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청년은 아주 잠깐 뒤를 돌아보고는 계속 걸음을 옮겼고 이윽고 언덕이 보이지 않는 곳까지, 목적지가 없는 발걸음을 계속 옮겨갔다.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