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국의 왕자와 신앙심깊고 헌신적인 소녀

국민들은 동화속에서나 나올법한 로멘틱한 커플이라며 레딘과 크리스를 칭송하지만 정작 레딘 본인은 자신의 인생을 망쳐버린 그 여자에게서 로맨스는 커녕 혐오감밖에 느끼지 못했다.


발디아 왕성 탈환 직후, 달아오른 분위기에 평소보다 과음한 레딘

몇 주 후, 제국의 디고스 황제를 토벌하기 위해 출정중인 레딘의 앞에 크리스가 생글생글 웃으며 임테기를 들이밀었다.

반짝이는 수정패널에 새겨진 선명한 2줄. 레딘은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기억에도 없는 정사, 나암이라는 사랑하는 연인이 있음에도 계속 미소지으며 조용히 협박하는 크리스에게 레딘은 저항할 수 없었다.

정의를 관철하는 빛의 후예인 그가 같이 싸우던 평민 소녀를 겁탈하고 임신시켜, 내쳐버렸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발디아 군에 미칠 영향은 불보듯 뻔했다.

결국 레딘은 사명감을 이기지 못해 그 날 밤 병사들 앞에서 공식적으로 크리스의 임신 소식과 결혼 한다는 발표를 하게되버린 것이다.


전쟁은 승리로 끝나고 레딘은 크리스와 결혼하게 되었고 사랑했던 나암은 버려졌다는 충격과 슬픔을 잊기위해 란스를 따라 발디아를 떠나가 버렸다.

레딘은 아직도 보름달이 뜨는밤이면 그녀가 페가수스를 타고 떠나갔던 그 방향을 바라보며 옛 사랑을 떠올린다.

앞으로 펼쳐질 지옥같은 밤이 빨리 끝나길 기도하며...





아님 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