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붕이는 시공원정군이 시작된 다음 날 아침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자신이 잠자리 속에서 한 마리 흉측한 해충으로 변해 있음을 발견했다. 그는 장갑차처럼 딱딱한 등을 대고 벌렁 누워 있었는데, 고개를 약간 들자, 활 모양의 각질로 나뉘어진 볼룩한 갈색 배가 보였고, 그 위에 이불이 금방 미끄러져 떨어질 듯 간신히 걸쳐 있었다. 그의 다른 부분에 크기와 비교해 볼 때 형편없이 가느다란 여러개의 다리가 눈 앞에 맥없이 허위적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랑붕이는 이대로 누워 있을 순 없었다. 오늘은 여단이 고대하던 랑국지 최초 오픈이자 막타 시도일이기 때문이다. 그는 여단의 최초 멤버로서 여단이 현 위치까지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했으며 그 성과를 인정받아 여단 톡방에서도 거리낌없이 마음껏 이모티콘을 날릴 수 있는 자가 되었다. 뉴비들은 랑붕이를 핵트럭, 또는 여단의 준ㅡ리더로 대접하였고 랑붕이 또한 그 지위를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끔찍한 형태로 변해버린 랑붕이는 막타작을 위한 트라이를 할 손가락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여단장과 소대장이 약속 된 시간이 되자 그들은 연속으로 랑붕이를 불렀다. 하지만 랑붕이는 대답이 불가했다. 톡방을 볼 수 있을 뿐 너무 작은 키보드로 인해 그의 반짝거리는 앞발은 자판의 키보드를 4개씩 누르게 되버리는 것이다. 도저히 대화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 여단장과 소대장들은 초대 여단원이었던 랑붕이를 찾아 가기로 결심하였다. 그들은 이 상황이 이해가 안 가지만 초대 여단원이었으며 이런 적이 처음인지라 랑붕이를 위한 어느 정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랑붕이를 본 여단장과 소대장은 랑붕이의 모습에 경악을 하고 말았다. 그들은 마치 엄청난 크기의 바퀴벌레를 본 듯한 표정으로 적대적인 행위를 하였다. 소대장은 그의 날카로운 날개를 보고는 벌어진 입에 손을 갖다 대고 줄행랑을 쳤으며 여단장지차도 혼절했다가 깨어나서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빨리 뒷걸음을 쳐 식탁 곁에 이르자 황급히 그 위로 올라앉았다. 하지만 곧 여단장은 마음을 가라 앉히고 그의 경과를 지켜보기로 한다. 그는 랑붕이가 아니다! 랑붕이의 몸은 다시 돌아올것이며 그 때 여단장은 랑붕이와 악수를 하며 함께 랑국지를 돌게 될 것이라는 자신만의 신념으로 여단원들에게 기다려달라는 말을 할 뿐이었다. 하지만 랑붕이의 몸은 랑국지가 끝나기 바로 전 주까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랑국지 종료 일주일 전, 낮잠을 자는 랑붕이에게 갑자기 외부의 소리가 들려오가 시작했다. 랑붕이는 납작 바닥에 엎드린 채로 밖의 소리를 경청하기 시작했다. [내보내야 해요] 소대장이 소리쳤다. [그게 유일한 방법이에요, 여단장님. 이분이 초대 여단원이라는 생각을 버리셔야 해요. 우리가 이렇게 오래 그렇게 믿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의 진짜 불행이에요. 그런데 도대체 이게 어떻게 초대 여단원일 수가 있지요? 만약 이게 진짜 여단원이라면 진작에 막타작을 같이 돌지 않았겠어요?]


랑붕이는 현 상황이 너무 억울해 참지못하고 여단원들의 앞에 나타났다. 랑붕이의 괴물같은 모습을 본 여단원들은 기절하거나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그 때 무엇인가가 가볍게 날아와 떨어지더니 그의 앞으로 굴러왔다. 그것은 여단장의 비난과 욕설이었다.  곧 여단장의 두번째 비난과 욕설이 뒤이어 날아왔고, 랑붕이는 놀라서 멈추어 섰다.  여단장이 카톡으로 폭탄 세례를 퍼붓기로 결심했으므로 더 변명해야 소용이 없었다. 이 작고 붉은 힐난 하나가 랑붕이의 마음을 스쳤으나 상처를 입지 않고 미끌어 떨어졌다. 즉시 뒤이어 날아온 것은 그러나 랑붕이의 심장에 호되게 들어가 박혔다. 이 욕설은 랑붕이에게 꼼짝달싹하지 못하게 못 박혀 있는 느낌이 들며 모든 감각이 완전히 혼란한 채 몸을 쭉 뻗고 말았다.


이튿날 아침 그가 죽자 몇 주 동안 그 때문에 마음고생하던 여단원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마지막 막타작을 즐겼다. 그들은 마지막 맵에서 얼른 기분전환을 한 뒤 랑붕이의 존재를 지워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아무일 없었던듯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랑국지2를 준비하기로 축배를 든다. 그들 여단의 모든 자리는 따뜻한 햇볕이 속속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자리에 편안히 뒤로 기대어 앉은 뒤 장래 여단의 미래를 논의함에 있어 그 결과가 생각보다 나쁘지 않음을 곧 깨닫고 말았다.



카프카의 변신 발췌 및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