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언제나 서밋을 할 때면 피씨방의 흡연구역 앞에 있는 좌석에 앉곤 한다.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와 이윽고 피씨방을 맴도는 랑그릿사의 브금ㅡ
많은 이들이 나를 주목하였고, 게임에 집중하기  위해 헤드폰을 낀 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평상시와 다를 것 없는 풍경. 딸깍거리는 마우스 소리와 함께 나의 여흥에 맞춰줄 상대를 찾는다.

벤픽 후 인겜에 들어간 후 입에 조용히 담배 한 대를 물고는 흡연구역에 가서 담배 한 모금을 뿜으며 인겜을 어떻게 할 것인지 구상한다.

화면을 안보고 어떻게 하냐며 사람들이 물어볼 것이다. 허나 이미 많은 서밋을 해본 나에겐 누워서 떡먹는 것보다 쉬운 일이기도 하지만

-우와, 이 분 닉보니 알파 쓰시는 유명한 분 아냐!-
-와... 갓캐쓰시네 심지어 6성이야,-

하며 자기들이 하던 겜을 어느새 뒷전으로 한 채 내 자리에 모여있는 개구장이 아이들로 내 자리는 북새통을 이뤄 화면이 보이지 않는다.

-잠시, 실례-

내 한 마디에 모세의 기적처럼 모여있던 아이들이 내가 앉을 수 있게 비켜주었고, 나의 플레이에 모두 숨죽이며 바라보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덧 전장엔 나와 상대의 캐릭이 각각 셋 남았다.

아이들에게도 긴장감이 맴돌았고 피씨방엔 아이들의 침 삼키는 소리, 랑그릿사 브금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카운터에 있던 모두의 동경의 대상인 어여쁜 아가씨도 어느새 아이들 무리에 섞여 리아나처럼 손을 모아 나의 승리를 기도했다.

-슬슬 재밌어지는군,-

하며 난 자리를 일어나 또 한 번 담배를 피러 간다. 아이들이 당황하며 나를 한 번, 모니터를 한 번 보며 불안해한다. 그 순간

-야, 너 뭐해-

라는 아이들의 비명이 나왔으나 개의치않는다. 어느덧 담배를 피고 돌아온 나의 모니터엔

-Victory-

가 올라와있었다.

-죄송해요... 알파 각성기가 얼마나 쎈지 궁금해서 썼는데...-

아이가 무심코 쓴 내 알파의 각성기를 상대의 풀피었던 힐러와 딜러가 못 버티고 터져버려 상대가 나가버린 것이었다.

-흥이 깨져버렸군,-

피씨방에 더 있을 이유가 없어졌으니 자리를 나왔다. 출입문에 다 왔을 때,
저 멀리 슬리퍼를 신어 달리기 불편해보였으나 카운터에서 무언갈 들고 달려오는 아가씨가 보였다.

-저, 저 시원한 체리콕 드시면서 가세요.-

끄덕이며 그 잔을 받았다. 잔의 한가운데엔 포스트잇이 붙어있었는데, 거기엔 숫자가 적혀있었다.

-알파의 딜량인가, 상대가 기겁해서 나갈 만 하군.-

-제 번호예요. 이따가... 연락주세요.-

홍조를 띤 그녀의 볼을 뒤로 한 채

-흥이 돌아온다면,-

라는 한 마디 건네준 뒤 피씨방을 나선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