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하르트의 능력과 업적이 너무 뛰어나다 보니 존재만으로도 루인에게 부담이 되었을 듯


엔딩 직후의 디하르트는 전쟁을 승리로 이끈 리더이자 마족에게서 세상을 구한 영웅

물론 루인도 그 여정을 함께 하긴 했지만, 루인이 왕이 된 후로도 부대를 이끈 리더는 디하르트였음

그런 전설적 영웅이니 만약 디하르트가 엘스리드에 남는다면 루인으로선 디하르트를 고위직에 앉힐 수밖에 없음

설령 디하르트 본인의 희망일 지라도 대충 금전적 포상과 정치적 영향력이 없는 변방 영주 자리 같은 걸 던져준다면 토사구팽한 거로 밖에 안 보일 테니

그리고 디하르트 역시 차마 거절하진 못할 거임. 아직 왕으로서 입지가 약한 동생을 위해 몇 년 만 힘내자 생각하며 열심히 활약하겠지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디하르트가 열심히 일하고 활약할 수록 루인의 입지가 흔들리게 됨


엘스리드의 2대 국왕 루인은 왕으로서 입지가 단단하지 않음

엘스리드는 리그리아 제국의 침략으로 인해 라카스가 멸망하고 왕족도 모두 죽은 상황에서 거의 유일하게 저항하고 있던 지방 영주 레이몬드 자작(이하 지크하르트)이 건국한 나라임

그런데 지크하르트는 알다시피 랑그릿사를 만들기 위해 왕이 된 지 반년도 지나지 않아 고인이 돼버렸지

지크하르트가 한 10년 만이라도 엘스리드를 다스렸다면 그의 아들인 루인이 왕위를 이어도 아무 문제 없었겠지만, 건국 직후 죽어버렸다 보니 루인의 입지는 약할 수밖에 없음

심지어 지크하르트는 원래는 루인이 아니라 디하르트에게 왕위를 물려주려 했었지

게임 상에선 표현되지 않았지만 실제로는 주변에 일반 병사들도 잔뜩 있었을 테니 이에 대한 소문이 나도 이상할 것이 없음

그러니 디하르트는 루인의 믿음직한 아군임과 동시에 왕의 입지를 흔들리게 만드는 계륵 같은 존재일 수밖에 없는 거지


디하르트가 활약을 하면 '차라리 디하르트 장군이 왕이 되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말이 나올 것이고, 루인이 실수를 하면 '디하르트 장군이었다면 더 잘했을 텐데...' 라는 말이 나오겠지

사실상 디하르트 덕에 왕이 된 루인의 열등감은 나날이 커져 갈 것이고 마음은 타 들어 갈 거임

물론 디하르트가 반역을 일으켜 왕위를 찬탈하는 일은 절대 없겠지만, 디하르트가 루인 곁에 있는 한 두 사람을 비교하는 말은 끊이지 않을 테니 루인은 계속 고통 받을 수밖에 없는 거지

그리고 그걸 보다 못한 디하르트가 스스로 사직하고 엘스리드를 떠나거나 유유자적 은거 생활을 하는 거로 두 사람의 갈등은 해소될 거라고 본다




그렇게 모든 걸 놓고 엘스리드를 떠난 디하르트가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훗날 빛의 후예라 불리는 이들의 씨앗을 심는 것으로 

랑그릿사의 긴긴 이야기가 시작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