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카오스를 보면 위압감을 느끼는데, 정작 제리나는 전혀 그런 거 없다.



제리나는 오히려 카오스를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내밀며 엿이나 먹으라고 대놓고 말하지. 당연히 아이리나는 세상에 이런 일이? 라고 말하며 놀란다. 근데 말이다. 지금 그녀가 취한 행동도 그 원조는 당연히 아이리나. 아이메 주특기다. 제리나가 아이메와 같이 지내면서 그녀의 특유의 말투, 버릇을 아주 잘 배운 모양이다. 제리나 본인은 옮았다는 식으로 표현하는데 결국은 아이메 탓을 하는 거다.



카오스를 향해 대놓고 가운데 손가락을 내밀며 넌 그냥 꺼지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다는 식으로 대놓고 말하는 제리나. 아이리나도, 란드그리스도, 나아가 마족들과 마장군들까지도 어이가 없단 반응이지. 왜냐고? 그들의 입장에서는 먼 옛날에 젤다라는 여성이 있었는데, 그 젤다가 아멜다의 말투를 배워서 본인이 똑같이 따라하는 것만 같은 느낌이기 때문이다. 카오스는 그런 제리나를 어떻게 바라볼까?



카오스는 제리나에게 너를 제일 먼저 없애겠다고 한다. 그래도 그녀는 아랑곳 않는다.



“엿이나 먹어라. 카오스.”


“......?!”


[우오오오오?!]


“엿이나 먹으라고. 너란 녀석은 애초에 이 세상에 태어나지도 말았어야 했어. 태어나지도 않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다.”


“저... 저기... 제리나...?”


“카오스. 너는 지금 당장에라도 정신병원으로 입원을 추천한다. 내가 추천서 써주겠다.”


“으에에에.......”



카오스에게 대놓고 엿을 먹이는 제리나의 행동에 아이리나는 울어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자신이 그간에 했던 말투, 말버릇들을 제리나가 제대로 옮아버린 것이기 때문이다. 카오스는 머리끝까지 화가 치솟게 되고, 제리나에게 너는 반드시 내가 먹어버리겠다고 한다. 제리나? 그녀는 튜토리얼 보스 따위가 고작 이 따위 말에 넘어가니 빛의 여신에게도 무시를 당하고 왕따를 당하는 거라 말하며 엑서큐셔너를 휘두르지. 제리나가 제일 앞장서서 카오스를 두들겨 패고, 아이리나도 뒤를 따른다.



란드그리스? 그녀는 뒤에서 지원사격을 해주자. 꽤나 큰 사이즈의 석궁을 꺼낸다. 말이 좋아서 석궁이라 표현했지, 실질적으로는 ‘발리스타’ 라고 불러야 맞다. 공성전을 할 때에 성벽이나 성문을 공격하기 위한 용도의 초대형 화살을 쏘는 쇠뇌? 맞다. 바로 그거다. 다만, 그걸 사람이 양손으로 들고서 쏠 수 있도록 크기를 축소시켰기에 석궁이라 불러도 어쩔 수 없긴 하지만, 파괴력은 엄연히 다르다.



창을 들고 싸우기에는 저 둘이서 근접전을 책임지고 있으니, 뒤에서 지원사격을 하자.



사실상 세 명이서 카오스 레이드를 하는 건데, 마족들은 물론이거니와 마장군들도 이거 어쩌지? 라는 반응이다. 자신들은 그냥 방관하려는 분위기. 하긴, 제리나가 전선 돌파를 할 당시에 마족 병력들을 공격하기는 했지만, 희한하게도 칼날이 아닌 칼등으로 쳐서 기절시키는 식으로 공격했다는 거다. 마장군들 입장에서는 제리나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지. 하지만 일반 마족들은 뭔가를 알아챘을 거다.



결국 카오스가 내전의 원인이었으니, 그 원인 제거에 집중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이 계집이 감히!?]


“불만인가. 카오스. 억울하면 당장 이 세상에서 꺼져.”


“저기... 제리나...?”


“아이메. 너는 언제까지 소극적으로 사냥할 생각이지. 닥사냥 빨리 해라.”


“나... 나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그’도 저렇게 열심히 발리스타로 쏘는데, 너도 닥사냥 제대로 하길 바란다.”


“나... 마력이 부족하다고.”



마력이 부족해서 닥사냥이고 뭐고 못한다는 아이리나에게 뭔가 던져주는 제리나.



뭐긴 뭐겠어? 마나 회복약이지. 그거 먹으란다. 꽤나 쓴 약이긴 해도, 마나 회복력은 정말 굉장하며, 자동회복 능력도 일시적으로 급상승시킨다고 하니. 약이 효과가 있긴 한가 보다. 아이메도 이제 열심히 지팡이 들고 체이서를 날리며 닥사냥 열심히 하자. 제리나는 아예 카오스의 어깨 위로 뛰어서 올라가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유가 뭐냐고? 카오스의 목을 엑서큐셔너로 바로 베어버리기 위해서다.



아무리 카오스가 강하고 튼튼해도, 자기 목이 베어져 나간다면 견딜 수 있을까?



얼마를 두들겨 팼는지는 모르나, 결국 세 명이서 카오스를 쓰러트리는데 성공한다. 그곳에서 지켜본 모든 마족들은 보고도 믿질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대규모 병력을 동원한 것도 아니고, 고작 세 명이서 레이드를 성공시켰으니 얼마나 미치고 환장하겠는가? 제리나는 카오스가 소멸할 때에, 어떤 식으로든지 두 번 다시 부활, 강림하지 마라고 경멸하는 눈초리를 하며 말했지. 극도로 경멸하는 눈빛으로.



“카오스도 해치웠으니 집에 가야겠다.”


“제리나?”


“그. 지금 당장 비공정에 호출해라. 30분 안에 벨제리아 성에 바로 오라고 해.”


“아니...... 그게, 지금 엔진 정비하는 중이래.”


“엔진 망가져서 오기 힘들다는 건가. 그럼 정비 끝나는 대로 바로 출발하라고 그래. 당분간 벨제리아에서 숙박하는 수밖에.”


“수... 숙박이라니.......”


“아이메 너는 여관을 따로 알아봐라. 나는 적당히 대금 계산하고, 마족 병사들을 훈련시키면서 지내겠다.”



그러니까, 벨제리아에 있는 훈련소에서 신병들 가르치면서 거기서 생활하겠다는 거다.



정말로 제리나는 비공정의 수리가 다 끝나고 벨제리아 성으로 오기까지 그 기간 동안에 훈련소에서 먹고 자고 생활하며 마족 병사들을 아주 그냥 빡세게 훈련시켰다고 한다. 지옥훈련을 방불케 하는 난이도였다나 뭐라나? 그래도 참 놀라웠던 건, 단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전원 수료를 했다는 거지. 실력이 뛰어난 애들은 심화반으로 차출해서 장군들에게 맡기고, 모자란 애들은 자기가 직접 보충수업 시키고.



그렇게 벨제리아의 일을 끝내고, 부유성으로 돌아온 그녀들. 안젤리카가 기다리고 있다.



안젤리카는 세 명의 그녀들과 자신의 아들딸을 모두 모아놓고, 그간에 말하지 못했던 일들을 모두 털어놓는다. 아이리나, 제리나. 두 사람은 매튜, 아멜다, 젤다. 세 사람의 딸들이라고 말하고 란드그리스도 그레니어와 아카야의 딸이라 말한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사진들을 꺼내 보여주자. 자신들이 모르는 진짜 친부모의 모습들이 담긴 사진들을. 이들은 모두들 성검 군단이라 불렸다고 하지.



그렇다면, 그녀들의 친부모들이 속한 ‘성검 군단’은 어딨을까? 안젤리카의 말에 의하면 ‘밀레니엄 대륙’ 이라는 곳으로 떠난 이후로 모든 소식이 끊겼다고 한다. 대륙으로 떠나기 전에 자신에게 너희들을 모두 맡겼다는 말도 하지. 결국 안젤리카의 말을 종합하면 뭐랄까? 성검 군단의 멤버들이 이 아이들의 친부모들이고, 안젤리카에게 아이들을 맡긴 이후에 밀레니엄 대륙으로 간 후로 소식이 끊겼단 건데?



안젤리카는 자신의 남편도 성검 군단에 합류해서 떠난 이후로 소식이 끊겼단다.



“너희 다섯 명을 내가 다 도맡아서 키웠지만,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


“.......”


“제시카 님도 도와주셨고, 무엇보다 마을 주민 분들도 모두 도왔으니까. 결국 너희들을 오늘날까지 이렇게 키워온 건, 이곳 부유성의 모든 주민들이지.”


“안젤리카...... 엄마.......”


“......!!”


“결국 우리들에게는 엄마가 셋이었다는 거잖아요. 고마워요. 안젤리카 엄마.”


“.......”



제리나가 먼저 그 말을 하고, 아이리나와 란드그리스도 그 말을 하지. 안젤리카의 아들딸도 마찬가지고. 밀레니엄 대륙이라고 했는데 거긴 어딜까? 부유성 정보국이란 곳에 의하면, 지금 현재 대륙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대륙전쟁? 대륙 전체가 전쟁 지역이라고. 무수히 많은 나라들이 마치 전국시대라도 되는 마냥 아주 혼란 그 자체라고 한다. 밀레니엄 대륙에서 가장 유명한 국가들을 몇 개 고르면?



다그트 제국, 세이람 왕국, 미스라 교국, 신 왕국, 펜라우 공국, 비델룬 공화국, 몬스메그 여왕국. 이렇게 알려져 있는데 그 대륙에서의 군사력 1위이자 대륙 최강의 군사대국은 다그트 제국이다. 다그트 제국이 대륙 전체의 60% 규모를 차지하고 있는데, 대륙 최강의 용병을 영입하여 파죽지세로 밀고 있단다. 대륙 최강의 용병. 그 이름은 ‘울스 라그나’ 라고 한다. 울스 라그나? 그런 이름이 있었던가?



“응. 울스 라그나. 밀레니엄 대륙에서 ‘신이 내린 용병’ 이라고 불리고 있다고 해.”


“......저기, 안젤리카 엄마.”


“응? 왜 그러니, 란드그리스?”


“울스 라그나. 라고 해서 말인데요. 혹시 성검 ‘랑그릿사’를 소유하고 있다고 하나요?”


“그... 그걸 어떻게?!”


“울스 라그나에 대한 소문은 벨제리아에서 숙박하면서 들었거든요. 울스 라그나란 이름의 그 용병이 성검 랑그릿사를 무기로 사용한다고요.”


“혹시...... 우리 엄마들이랑 아빠도...... 울스 라그나에 의해 당한 거 아냐?!”


“그럴지도. 울스 라그나가 단순히 용병이 아니야. 그가 이끄는 용병 집단이 대륙 최강의 용병부대. 아니, 신이 내린 용병부대라 하니까.”



부유성 정보국에서 알려준 바에 의하면, 울스 라그나가 이끄는 용병 집단. ‘랑그릿사 그룹’ 이라고 한다. 랑그릿사 그룹? 용병 집단이 아니라 PMC. 민간군사기업에 어울리는 이름 아닌가? 그녀들의 부모들의 행방을 알기 위해서는 결국 밀레니엄 대륙으로 가야만 한다. 안젤리카는 이제 이 아이들을 떠나보낼 때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슬프지만 보내주기로 한다. 비공정도 대폭 업그레이드가 된 걸로 제공해주지.



그렇게 그녀들은 밀레니엄 대륙으로 향한다. 자신들의 부모 행방을 찾기 위해서.



이 무렵, 벨제리아에서는 그녀들이 그 대륙으로 갔단 소문이 퍼졌고 너도 나도 그곳으로 가겠다고 지원자가 차고 넘친다. 개인주의 사상이 만연한 벨제리아에선 예상외의 사태다. 아무래도 제리나가 벨제리아에선 그야말로 아이돌이 된 모양인가 보다. 상당수가 과거 제리나에게 훈련을 받았던 이들인데, 얘들은 아무래도 제리나가 가는 곳이라면 세상 끝까지 따라가겠다는 애들이 분명하다.



마족들도 엄청난 양의 물자들을 챙기고, 밀레니엄 대륙으로 하나둘 이동한다.





[요약]

1. 아이리나 = 매튜, 아멜다의 딸

2. 제리나 = 매튜, 젤다의 딸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건지는 알아서들 생각 하시길.


3. 란드그리스 = 그레니어, 아카야의 딸

4. 밀레니엄 대륙 = 랑밀. 랑그릿사 밀레니엄의 배경이 되는 맵.

5. 울스 라그나 = 랑밀에서 설정상, 랑그릿사 들고 다니던 용병 이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