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렌티아가 꿈을 꾼다.


"어째서 이렇게 잔인하게 변한건가요 재상님...", "플로렌티아. 무조건, 원주민들과 상생을 거부해야만 하나?"


  엘마가 엘리시움을 떠난다. 로자리아가 플로렌을 비난한다. 그녀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플로렌의 마음을 찌르는 비수처럼 박힌다.


'아레스가 당신들을 지키고 싶어했기에 대답하지 않겠어요.'


  하지만 비록 꿈일지라도 플로렌은 말을 삼킨다. 자신이 목격한 것을 설명한다면 저들도 납득하고 자신을 돕겠지만 그런 끔찍한 원주민들의 진실을 밝힘으로서 받을 충격을 다른 이들에게 털어놓고 싶지 않았다.


  처음 이 세계에 상륙했을 당시 원주민들과의 만남은 우호적이었다. 문화는 다를지라도 대륙은 넓었고 풍족했기에 저들도 엘리시움인들을 배척하지 않았다. 그 날 그 진실을 알게되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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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초 조우 당시 엘리시움은 가엘파이스의 원주민들은 4개의 국가로 나뉘어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그들의 성향은 각기 달랐지만 반목하기보다는 서로간의 조화와 협력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래서 로비나와 플로렌은 이들과 대적할 필요성이 없다고 생각해 직접 만나보고 교류하기 위해 사절로 참여하였다.


  이에 4국의 지도층들은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모여 연회를 준비하였고 로비나와 플로렌은 이방인에 대한 깊은 환대에 감격하였다. 문제는 그들이 준비한 '만찬'에서 발생하였다.


"......먼곳에서 오신 손님들을 위해 준비한 이 자리가......화합이 어쩌구......저희 가엘파이스 각국에서 최고의 대접만을 엄선한 풀코스가 입맛에 맞기를 바랍니다."


  노람의 지도자가 바삭해보이는 자국의 튀김요리를 설명하며 잔을 높이 들어올렸다. 당시 로비나 일행은 건배를 제의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Buu-mukk!!!"


[Buu-mukk!!!!!!!!!]


  지도자의 외침이 울리자 군중은 일제히 들고있던 소스를 바삭한 튀김에 부었다. 로비나 일행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굳어있던 사이에 시종들이 그들의 음식에도 소스를 멋대로 부어버렸고, 일행 중 가장 식탐이 많은 츠바메가 빨리 정신을 차려 액체와 뒤섞인 고기를 꺼냈지만 고기는 튀김부분이 액체 속에서 눅눅해지다 못해 반쯤 융해된지 오래였다.


  그 순간 로비나 일행은 가엘파이스의 족속들과는 결코 융화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어진 연회에서 란챠인들의 '민트초코 순두부찌개'와 츠류야인들의 '펩-시'라는 물질을 권하며 "츄라이"를 외치는 그자들의 만행에 그 마음은 확신으로 바뀌었고 결국 로비나는 그 자리에서 선전포고를 하고 돌아왔다. (사실 플로렌은 이들의 괴식을 맛있게 먹었으나 거품을 물고 쓰러진 츠바메를 보고 이들이 비겁하게 독을 사용했다고 현재까지 착각하는 중이다.)


  엘리시움으로 돌아온 로비나는 가엘파이스인들에 대한 절멸을 선언하였으나 백성들에게는 그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이런 끔찍한 문명의 존재와 문화를 밝히기에는 수많은 차원들을 넘나든 백성들의 정신은 이미 피폐했기에 플로렌과 츠바메를 비롯한 수행원들에게 이들을 적대시하는 이유를 함구하도록 명했다. 다행히 랑그릿사 역시 로비나의 결정을 정당하다고 판단해 힘을 보태주었다. 누군가는 로비나의 결정을 잔혹하다 비난하였으나 로비나의 결심은 굳건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