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그 탐정부

 -120호실의 비밀



 2022년 9월 15일 오후 2시, 발가스의 방


 똑똑똑.


 발가스는 거울 앞에서 본인의 자랑거리인 수염을 가다듬고 있었다. 갑작스런 노크 소리에 수염 끝이 약간 흐트러지긴 했지만, 그는 싫은 내색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대답했다.


"기다리세요."


 문을 열고 나선 발가스의 앞에는 란포드와 윌러, 두 학생이 서있었다.


"무슨 일이죠?" 


 발가스는 두 학생을 바라보며 물었다. 란포드가 급하게 대답했다.


"싸움이 일어났습니다. 선생님."

"싸움이라구요? 어딥니까?"

"120호입니다."


 잠깐 흐트러진 수염을 만지작 거리던 발가스가 대답했다.


"앞장서세요."



2022년 9월 15일 오후 2시 10분, 120호 앞의 복도


 120호 앞은 이미 학생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거구의 발가스가 등장하자 학생들이 흩어지면서 자연스레 그 방으로 가는 길이 열렸다. 안쪽에서는 이미 누군가가 말싸움하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네녀석이더냐? 그런 더러운 수를 써야만 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거냐?"

"뭐라는 거야? 기술 훈련도 제대로 못해서 나한테 손도 못대고 한방에 나가떨어질 놈한테 내가 뭘 훔친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농담은 그만둬라. 유격사 훈장 하나면 네 기술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모른단 말이더냐."

"더는 못 참겠군."


"그만하세요."


 발가스가 등장하자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학생들이 양옆으로 흩어졌다. 말싸움을 하고 있던 것은 전략부에서도 호전적인 알테뮬러였고, 반대쪽엔 유성부의 오메가가 알테뮬러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에마링크가 두 사람 사이에 서서 그들을 말리고 있었다. 그옆에서 디하르트는 이 상황이 재밌다는듯이 지켜보고 있었고, 시그마는 멀찍이 떨어져서 상황을 보고 있었다. 


"학생들끼리 싸움은 금지입니다. 여러분의 실력은 경기장에서 보여주도록 하세요." 

"하지만 선생님. 저놈들은 도둑들입니다."


 알테뮬러가 오메가쪽을 보며 말했다.


"뭐? 너, 정신이 나갔냐? 내가 도둑이라고? 증거는 있나?"

"발끈하는 거 보니 네녀석이 내 물건을 훔쳐간 게 틀림 없겠구나."


 알테뮬러와 오메가가 다시 으르렁대자 발가스는 언성을 높였다.


"두 사람 모두 서밋 아레나의 참가권을 박탈하기 전엔 그만둘 생각이 없는 겁니까?"


 아레나 이야기가 나오자 두 사람은 물론, 주변의 학생들도 전부 조용해졌다. 발가스 선생은 주변을 보며 다시 말했다.


"유성부와 전략부 외의 다른 학생들은 모두 방으로 들어가도록 하세요."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학생들은 발가스의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자신들의 방으로 물러났다. 발가스는 학생들이 물러서는 것을 보며 다시 말했다.


"유성부와 전략부 학생들은 120호로 들어오세요."


 서로를 노려보며 유성부와 전략부 학생들은 발가스와 함께 120호로 들어갔다. 



2022년 9월 15일 오후 2시 15분, 120호 안.


 발가스는 탁자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두 동아리의 학생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자랑스러운 제국사관학교의 학생들이 외지까지 와서 싸우다니 대체 이게 무슨 일입니까?"


 그 말을 듣자마자 알테뮬러가 유성부를 가리키며 외쳤다.


"저 도둑놈들이 제 소중한 물건을 훔쳐갔습니다."

"뭐라고? 증거가 있냐?"


 오메가도 지지 않고 일어나며 대답했다. 발가스는 그것을 보고 다시 일어나야했다. 두 학생을 각각의 방에 가둬둔 뒤에야 발가스는 학생들에게 현재 상황을 물어볼 수 있었다.


"알테뮬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거죠? 도둑이라고 함은 알테가 무엇을 잃어버린 겁니까?"


 전략부의 란포드가 일어나며 말했다.


"알테뮬러는 '리그리아 왕관'을 잃어버렸다고 합니다."


 란포드의 대답에 발가스 선생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리그리아 왕관이라구요? 방은 잘 찾아본겁니까?"

"전략부의 방에선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까 유성부가 도둑이라고 했죠? 그렇다면 유성부 학생이 도둑이라는 증거가 있습니까?"


 란포드는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사실.. 그건 알테뮬러의 억측인 거 같긴 합니다."

"억측..이라구요?"

"네, 그렇습니다. 왕관을 찾다가 우연히 듣게됬는데, 옆방의 란스가 아까 모두가 식사하러 간 아침 식사 시간에 그방에서 유성부 학생이 몰래 방을 나오는 것을 봤다고 합니다."

"유성부 학생이 몰래 방을 나왔다구요?"

"네, 란스의 말로는 그렇습니다."

"란스군은 그 방에서 나온 사람이 유성부 학생인 건 어떻게 안거죠?"

"란스는 전날 늦게까지 훈련하다가 늦잠을 자서 늦은 아침식사를 위해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복도로 나왔는데, 그때 옆방에서 팔 한쪽에 유성부 완장을 차고 있는 사람이 나오는 것을 봤다고 합니다. 뒷모습만 보았기 때문에 누구인지는 확실히 보지 못하였고 별일 아니라 생각했기에 그냥 잊어버렸는데, 알테뮬러의 왕관이 없어졌다고 하니 아침에 그 방 앞에서 유성부 학생과 마주친 장면이 떠올랐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알테뮬러는 그때 왕관을 잃어버린 건가요?"

"그렇습니다. 정확히는 아침 식사 이후였다고 합니다."


 란포드의 말이 끝나자 윌러도 다시 말을 꺼냈다.


"선생님도 아시겠지만, 우리 전략부 학생들은 이번 수학여행에서 유성부 학생들과 방을 함께 쓰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서로가 강력한 우승후보이다보니 서로 경계하고 있었죠. 그런데 도난 사건이 일어나고, 란스의 말을 들은 알테뮬러가 바로 화를 내며 유성부의 방을 뒤져야겠다며 유성부 학생들과 실랑이를 벌이다가 싸움이 나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바로 선생님을 찾아온 거구요." 

"그렇게 된 거군요."


 그 말을 듣고 옆에 있던 디하르트가 말을 꺼냈다.


"정말 귀찮은 일이 됬네. 선생님. 근데 우린 그런 거 훔치지 않았다구. 애초에 아침 식사 시간엔 유성부 학생 전원이 식당에 있었어. 그러니 따로 사람이 빠져나가거나 할 시간이 없었지."

"디하르트의 말이 맞습니다. 유성부 완장 얘기는 저도 들었지만, 그 시간에 유성부 학생이 저의 눈을 피해 그쪽으로 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그방에서 나왔다고 할지라도 그 사람이 유성부인지 알 수 없고, 알테뮬러의 물건을 훔쳤다는 증거도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저희는 알테뮬러가 그런 물건을 가져왔는지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조용히 있던 시그마도 디하르트를 거들었다. 


"흐음.."


 발가스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 알겠습니다. 당장 제가 뭔가를 결정하거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거 같군요. 여러분은 알테뮬러와 오메가가 더 싸우지 않도록 지켜봐주세요. 저는 돌아가서 다른 선생님들과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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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가 나올 지 알 수 없는 팬픽 / 이후에도 설정 붕괴 방지를 위해 다소의 수정은 일어날 수 있음.



2화 : https://arca.live/b/langrisser/59938029?target=all&keyword=%EB%9E%91%EA%B7%B8+%ED%83%90%EC%A0%95%EB%B6%80&p=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