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루인(哀淚刃)은 애사라 지방 사람으로

본디 몰락한 애수리두(愛收利斗) 왕가의 적통으로 그 머리색이 피처럼 붉었다 1)

1) 애수리두 왕가는 대대로 붉은 머리를 지녔다고 전해진다


애루인은 평소 그의 지기인 해인(偕仁)과 함께 유람하기를 즐겼는데 2)

타고난 몸이 날쌔고 용맹하며, 용병술 또한 통달하여

그 명성에 부근의 이름난 영웅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2) 해인은 온갖 도술에 통달하여 신묘한 주술을 부렸다 전해진다


하루는 한 무리의 군졸들이 촌락의 아녀자를 겁박하였다

해인이 대경하며 말하길 "그녀는 나와 친한 벗이니 급히 구해야하네"

하여 도적의 무리를 토벌하니 그 기세가 호랑이와 같았다 3)

3) 범이 사냥감을 놀리듯이 졸을 먼저 처리한 후 지휘관을 처리했다 한다


그녀의 이름은 리아나(利娥裸)로, 천제를 모시는 신녀(神女)로 불리었다

리아나가 감사를 표하며 그의 머리장식을 알아보고는 말하였다

"천녀는 루시리수(褸施理收)를 모시는 무녀로, 공자께오서 지니신 관은

공자께서 신인의 일족임을 뜻하는 증표이나이다" 4)

4) 에사라 지방의 토속 신으로 운과 명을 관장한다 전해진다


애루인은 본디 신인만이 다룰 수 있다는

신검(神劍)을 찾아내어 그 힘으로 난세를 평정코자 하였으나

"나는 적법한 왕가의 후손이며 신께서도 인정한 신인(神人)이다.

황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내가 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하여 자신을 새로운 황제로 천명하니 친인들이 이를 소리높여 비웃었다

"너는 천성이 음흉하며 사람을 속이기를 즐겨하니 누가 널 따르겠는가?

한나라의 서주목이었던 여포(呂布)가 두 아버지를 섬겼다더니 네가 꼭 그짝이로다"

이에 크게 노한 애루인이 목을 모두 베었다


애루인이 타고난 신력과 신검으로 천하를 평정하였으나

그 포악함으로 인해 전쟁이 끊이지 않아 천하에 원망의 소리가 가득했다


애루인이 신인이기는 하나 본디 하늘아래 사람인지라

그 천수를 다하여 다시금 신계로 떠나게 되자

힘으로 이루어졌던 평화가 끝나고 다시금 난세가 도래했다


이를 들은 제시가(制時可)는 크게 슬퍼하며 5)

"본디 혼란이란 악(惡) 이란 부분에서 오는 것인데

그는 본질이 아닌 전부를 다스리려 하였으니 큰 실책이다"

하며 다시는 하계의 일에 관여하지 않았다

5) 애사라 신화에 등장하는 신선으로, 난세에 나타나 영웅을 돕는다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