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마장기도 소환해보지 못했고, 설화난영참도 아수라파천무도 못 써봤고 해전이나 공중전, 지상전도 못 해봤지만 챕터 6까지 해봤고 플레이타임도 거의 10시간 했으니 대충 이 게임을 평가할 수 있는 상태가 된 것 같다.


닌창은 쉽게 말해 

창세기전2의 스토리 리메이크지 창세기전2 "게임"의 리메이크는 아니다.


이 게임은 스토리 중간중간을 오리지널로 채우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스토리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으며, 풀 보이스에 성우질도 괜찮고 전투도 꽤 재미가 있는 나름 잘 만든 게임에 속한다. 내가 봤을 때 65000원 값은 하는 콘솔 게임이다.

그런데 뭐가 문제인가? 그건 이 게임이 창세기전2 게임의 리메이크로써 치명적인 문제를 몇 가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1. 창세기전2의 볼륨감을 전혀 살리지 않았다.

2. 창세기전2의 게임 시스템 중 핵심 부분은 하나도 계승하지 않았다.

3. 창세기전2의 SRPG로써의 재미를 하나도 계승하지 않았다.


이게 이 게임의, 창세기전2라는 게임의 리메이크로써 가지는 가장 큰 문제점이다.


우선 원작은 하나의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다음의 스테이지로 이어지는 게임이며, 전투의 규모와 게임의 볼륨이 기이할 정도로, 그러니까 정말 기이할 정도로 크다. 창세기전2 이후로 발매된 모든 창세기전 게임이 창2 틀딱 팬들에게 비난받았던 이유, 즉 창2 이후로 창세기전은 퇴보만 했다라는 비난은 창2 이후로 나온 모든 창세기전이 이 볼륨감을 단 한번도 충족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그런데 창2 리메도 이 볼륨감을 전혀 살리지 않고 있으며, 전투로의 전이 방식은 서풍의 광시곡과 유사하게 짧은 전투가 끊어져서 이어지는 구조로 되어있다.(그리고 서풍은 창세기전 시리즈 중에서 전투가 가장 재미없는 게임에 속한다) 창2 리메를 창세기전 시리즈로 구분할 때, 창2 리메의 전투 규모는 서풍보다 크고 템페스트보다 작다고 할 수 있다.


두번째로 창2의 게임 시스템 중에 핵심에 해당하는 부분을 하나도 계승하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전직 시스템이 없다. 승급 시스템은 전직 시스템이 아니다.

클래스에 따라 말을 타거나 비룡을 타는 등의 행위도 불가능하다.

맵의 지형적 특징이 없다.

마법 조합 시스템도 없다.

TP 시스템도 없다.

날씨 특징도 거의 살리지 않고 있다.

전투 규모가 작아 사기 시스템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다.

기타 등등 대부분의 시스템이 원작을 계승하고 있지 않다.


세번째로 창2의 SRPG적 게임의 재미를 하나도 계승하고 있지 않다.

창2는 사기의 영향을 받지 않는 몬스터와의 전투를 제외한 세력 VS 세력 전투에서 어떻게 적의 진형을 효율적으로 깎아 자신의 사기를 올리고 적의 사기를 깎을 것인가에 전투 승패가 걸려 있다. 특히 라시드 각성 이전까지는 이 부분이 굉장히 중요한데, 중간 사기일 때는 잡는 게 대단히 어려운 적 마장기가 최고 사기일 때는 평타로도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약해지고, 반대로 최저 사기일 때는 아군 에이스가 적 잡몹에게 썰릴 정도로 게임에서 사기가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자연환경의 변화가 게임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전투의 난이도가 꽤 있는 편에 속한다.(그리고 이것이 많은 유저를 간편한 초필살기 난무 + 전체 마법 난무로 빠지게 만든다)

그런데 창2 리메는 창2가 가진 SRPG적 게임의 재미 요소를 하나도 계승하고 있지 않다. 

전투는 규모가 작고 적의 지형적 배치는 플레이어에게 난관이 되지 않으며 적의 직업적 조합 또한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전투를 클리어했을 때 갑자기 적이 리필되는 과정에서 분단된 아군이 쌈싸먹히는 그것이 전투의 유일한 난관인데, 이건 전혀 SRPG적인 난관이 아니라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다. 여기에 원작에서는 특정 속성에만 공격을 받는 적 등이 존재했지만 이번 작에서는 그냥 칼 들고 평타만 때려도 대미지는 다 잘 들어간다.

결론은 이 게임의 전투는 그냥 서풍의 광시곡 개량판이라고 보면 된다.


말이 길어졌지만, 대충 이걸로 알 수 있듯이 이 게임은 그냥 스토리의 리메이크다. 창2 게임적 요소는 리메이크한 부분이 거~~~~~~의 없다.


그럼 게임 자체가 어떻냐고 하면, 이건 창2 리메가 아니라 그냥 RPG 게임이라고 생각하면 꽤 잘 만든 게임이다. 볼륨이 있고, 전투 자체는 꽤 재미가 있으며 일러스트도 훌륭하고 풀 보이스에 스토리도 괜찮은 게임이다. 연출은 개구리고 그래픽은 평범하지만 스펙이 낮은 닌텐도 전용 게임이라는 걸 고려했을 땐 못 봐줄 수준은 아니다.

창2 팬으로써 보자면 일러스트도 잘 했고, 스토리의 중간중간 공백 부분도 꽤 나름 그럴싸하게 잘 오리지널로 메웠으며, 원작에서 급발진하는 몇몇 장면(특히 개싸가지 로카르노)도 꽤 상식적인 수준으로 그럴싸하게 다듬어 놨다.

여기에 풀보이스이고 성우 연기도 꽤 괜찮고. 전체적으로 다 낮은 목소리에 침착하게 대화하는 걸 보면 성우 연기 문제가 아니라 그냥 개발사 요구 사항이었던 것 같고. 뭐 전체적으로 괜찮다.


.... 만, 창2 "게임"의 리메이크라고 생각하면 그냥 망작이다. 왜냐면 창2 게임의 게임적 요소를 하나도 계승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결론은 뭐 돈값은 하고 창2의 스토리를 풀보이스로 요즘 일러스트에 3D 모델링으로 볼 수 있는 게임 (근데 전투는 서풍의 광시곡인)이라고 생각하면 평타+는 치는 게임이고, 창2의 게임 시스템 리메이크로 접근할 경우에는 그냥 개똥망작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근데 BGM은 진짜 이따구로 밖에 리메이크 못 하는 거냐?

창세기전 시리즈는 항상 BGM만큼은 최고급으로 뽑아왔는데 이건 진짜 영 별로네. 어제까지 원작하다가 창리메하니까 BGM은 못 참아주겠다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