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4칸 마딜러 노에미


최초의 마딜러 노에미는 당연히 조건부 4칸 마딜러였고, 사거리 4칸이 되기 위한 조건은 각성기 매직로브를 사용하면 2회 공격하는동안 사거리4가 유지되는 조건이었다. 지금 기준으로 생각하면 사거리 4칸이 되기 위해 예열을 해야 하는 상병신같은 패널티를 안고 있지만, 의외로 등장 당시에는 예열 조건은 그다지 강한 패널티는 아니었다. 어차피 당시는 아이리스+@ (아레스, 히에이 등)의 조건이 아니면 1턴고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시대였기 때문임. 


사팡이 포함 무려 사거리5칸 마딜러라는 당시 기준으로는 파격적인 장점을 갖고 있었지만, 성능캐가 되진 못하고 쓰는 사람만 쓰거나 조커카드 정도로만 쓰이다가 짬처리된 캐릭터. 이유는 랑그 모든 캐릭터가 그렇듯 신캐의 활용도와 당시 서밋 메타는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노에미가 등장한 시즌4 말기 메타는 전설의 린을 필두로 한 4보젤 메타가 지배하던 시대로, 4보젤과 4보젤을 카운터치는 앰살or쥬그라 뚜껑따기가 가장 보편화된 패턴이었다. 쥬그라 뚜껑 따기라는 패턴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메타에서 긴 사거리의 죽창 마딜러 노에미가 활약을 못한게 이상하다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는 당시 노에미는 초절세력이 애미없이 후지다는 조건과 최옷 쥬그라를 한방에 죽일만한 화력이 아니었다는 점이 겹치면서 발생한 문제라 볼 수 있다. 노에미의 고유기+각성기를 합치면 지력15퍼+피증20퍼를 제공하는데, 수치상으로 보면 로시카와 거의 비슷한 화력이다. 하지만 로시카는 쥬그라 뚜껑따기를 가능케하는 상성데미지를 보유한 반면, 노에미는 쥬그라를 상대로 어떤 상성데미지도 줄 수 없었기에 원펀치 뚜껑따기는 무리였다. 그리고 지금보다 게임 템포가 느렸던 특성상 딜러의 지속딜 또한 캐릭터 밸류에 상당한 가치를 부여받는 부분이었는데, 스킬쿨은 거의 없지만 2턴만 지나면 각성기가 꺼지는 노에미는 지속딜이란 점에선 완전히 불합격인 딜러였다. 이런저런 이유로 노에미의 사거리와 화력을 적극 이용하려는 시도는 별로 없었고, 오히려 노에미 고유기의 부대 피80퍼 이하시 피감50퍼의 유틸성을 보고 노탱 광덱 상대로 기용하는 캐릭터가 됐다. 


사실 지난번 공식 한중전처럼 시즌4 토너 당시 캐릭터만 들고 서밋을 진행하는 대회가 열린다면 로자리아와 함께 상당히 재평가받을 캐릭터라고 생각함. 노에미는 디버퍼와 히에이+젤다가 판치던 당시 메타에서 정통파 메이지가 활약할만한 여러 조건을 상당히 고민하고 나온 캐릭터의 흔적이 제법 느껴지는 캐릭터인데, 그 잠재력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했다 생각함. 지난 한중전 당시 시즌1 캐릭 한정 매치에서 중섭 대표 할렐루야와 한섭 대표 노에미가 선택한 덱은 모두 당시 주류덱과는 한참 거리가 있는 덱이었고, 밴픽 또한 두선수 모두 당대의 정석과는 억만년만큼 거리가 있는 보젤1픽을 선택했다는것에서 볼수있듯(물론 한중전 매치는 시즌1에 비해 각성기, 율정, 전장 등의 영향이 매우 컸다는것은 감안해야 한다) 당시와 지금의 서밋 이해도는 상당한 차이가 있고, 지금 기준에서 생각하면 노에미가 당시 환경에서 그렇게까지 마이너 캐릭터카 될 이유가 별로 없어보임.


두번째 4칸 마딜러 탄생의 빛(로시카)


노에미의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고 왕이가 느낀바가 있었던것인지 두번째 4칸 마딜러 로시카는 대놓고 씹사기로 만들어버렸다. 여전히 지금의 마딜러처럼 매우 자유로운 4칸 마딜러는 아니고, 상당한 예열이 필요한 캐릭터긴 했지만(4칸이 되기 위한 예열만 따지면 노에미보다 길다) 그딴거 좆까는 강력한 상성기 화력, 텔레포트, 재행동, 서브힐 지원 등의 무쌍 유틸성으로 중무장한 로시카는 당대의 최상급 딜러라 부르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음. 로시카 등장 이후 8시즌이 지난 지금 기준으로도 완전 날빌덱은 텔레포트 변수를 통한 사거리 우위를 잡기 위해 가끔씩 기용하는 덱이 있을 정도니 말 다했다. 보통 딜러가 8시간 지나면 씹힙스터덱이 아닌 이상 과거딸딸이 외엔 어떤 사용처도 없다는걸 감안하면 이건 뭐


그렇다고 로시카가 닥1픽 박을 정도의 딜러였냐면 그건 또 아니었다. 로시카가 막 등장했을 당시 매우 파격적인 성능의 캐릭터였던것은 확실하지만, 여전히 가장 주류 플레이였던 탱1픽 상대로(조건부로 쥬그라를 잡는걸 제외하면) 단번에 돌파구를 제공할만한 캐릭터는 아니었고, 여전히 맹위를 떨치뎐 로젠실 선밴 이후 디버프 플레이나 새로 추가된 마리엘까지 동원한 암살 플레이를 상대로 완벽한 우위를 보이는 캐릭터는 아니었다. 그리고 당시 막 등장해 힐다 전까지 닥공의 시대를 개막하며 1픽까지 심심찮게 박히던 SP엘윈과는 찰떡궁합 그 자체였지만, 막상 SP엘윈 상대로 여러가지 한계가 있어 매우 우수하지만 결국 탱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몸 약한 마딜러라는 평가를 받으며 1픽까지 가능한 캐릭터는 아니었기 때문. 탱커나 힐러, 틀디우스 같은 유틸+초절러를 제외한 진정한 딜러 1픽의 시대를 만든것은 SP엘윈과 루크레치아라고 보는것이 타당함. (물론 엘윈과 루크 출시 이후에도 당시 한섭 메타와 이해도 등의 한계로 딜러 1픽은 완전한 대중픽은 아니었고, 탱힐 플레이의 선호도가 더 높았다. 탱힐이 선택존 수준까지 내려간것은 웨탐 등장 이후임)


어쨌든 로시카의 시대는 딜러치고는 꽤 길게 이어졌지만 등장 후 4시즌째인 시즌9무렵부터 슬슬 선택존 캐릭터로 바뀌더니, 1탱1힐 메타 때 잠깐 반짝했다 3탱의 시대가 된 지금은 진짜 선공에 목숨건 날빌외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캐릭터가 됐다. 그래도 텔레포트 유틸성이 여전하기 때문에 교환메타가 오면 다시 사용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지금 중섭 딜러 인플레보면 틀린거같다. 유틸성이야 좋지만 지금 한섭 시점에서도 로시카의 화력은 상당히 부족한편이고, 이미 전장 율정 모두 나와서 더 이상의 강화점도 없을 캐릭터기도 하고.


3번째 4칸 마딜러 루크레치아


등장 당시 루크레치아는 여러모로 파격적인 캐릭터였다. 일단 예열이 전혀 필요 없는 4칸 마딜러라는점, 버프기와 광/단일기를 모두 풍부하게 갖춰 어느쪽을 선택해도 캐릭터 기본 활용도에 전혀 감점이 없는 파격적인 스킬셋, 그리고 법사캐의 불문율과 같았던 탱커의 보호가 없으면 뭘 하기가 힘든 나약한 몸을 극복하게 해주는 부활, 지금 시점에선 사실상 루크 본체보다 더 좋다고 생각되는 인형의 유틸성까지 모든 면에서 부족한점이 단 하나도 없는 완벽한 캐릭터로 등장했다. 심지어 pve에선 각성자고 뭐고 얘보다 특별히 좋은거 없고, 뉴비한텐 그 어떤 마딜러보다 압도적으로 루크가 더 좋다.


본격적인 딜러 1픽의 시대를 개막한 루크레치아는 생각과는 다르게 등장 당시부터 무지성 1픽을 하는 캐릭터였던것은 아니다. 일단 루크의 유일무이한 하드카운터 캐릭터라고 할만한 SP쉐리의 존재가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였다. 웨탐 등장 이전까지 SP쉐리는 마딜러로는 제거가 거의 불가능한 맷집을 갖고 있었고, 물딜러는 쉐리를 압도할만한 사거리를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긴 사거리 포지셔닝을 위해서는 인형이 전진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취약점을 갖고 있는 루크 입장에서 강력한 맷집의 재행동 딜러 SP쉐리는 상당히 상대하기 까다로운 난적이었던것. 하지만 그럼에도 공격적인 플레이를 선호하는 상위권 유저들은 꾸준히 루크 1픽 플레이를 시도했고, 상당한 성과를 보이고 있었다. 한섭에서 루크가 사용될 무렵엔 중섭은 루크1픽 같은 딜러1픽 플레이가 완전히 정착된 이후였던 영향도 있을것이다. 그렇게 점차 딜러 1픽 플레이가 한섭에도 보급되고, 웨탐 등장 이후엔 웨탐1밴/루크1픽 플레이가 더 이상 소수의 영역이 아닌, 보편화된 패턴 중 하나로 자리잡기에 이르렀다. 사실 '언제 뽑아도 손해없는 딜러'의 선조이자 대표주자가 바로 이 루크레치아였던것. 특히 아군 버프 수급과 니가와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당시 메타에서 어떤 의미로 웨탐보다 더 만능 딜러였다.


하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법. 천하의 루크조차 점점 빨라지는 서밋 템포와 고화력화되는 딜 인플레이션을 따라잡지 못하게 됐는데, 하락세에 접어들던 루크에게 첫번째 치명타를 가한 캐릭은 바로 로스탐이었다. 당시 모든 마딜러의 재앙이었던 로스탐은 사실 암살보다는 노탱 날빌전 + 특정맵에서 가장 큰 힘을 쓰는 캐릭터였는데, 당시 심부가 보편화되지 못하고 조석을 많이 쓰던 로스탐 세팅과 성급, 초절, 율정 등 이런저런 이슈 덕분에 수정마도사 상대로 로스탐의 암살킬각은 그렇게 완벽한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생존을 기대할만한 용병도 없고, 인형이라는 극복 불가능한 단점을 보유한 루크 입장에서 로스탐은 탱을 끼건 끼지 않던 대처가 불가능한 암살자였다. 그리고 당시 모든 캐릭터를 절름발이로 만들던 마크렌과 루크로는 잡는게 불가능한 긴토키의 등장은 루크레치아의 몰락에 결정타가 됐다. 긴토키가 활약하기 시작하면서 루크는 '언제 뽑아도 손해가 없는 딜러'에서 그냥 남으면 뽑는 딜러 수준으로 격하되고 말았다. 그리고 틀젤다, 그렌실, 각성자 등 강한 딜러가 속속 추가된 현 시점에서 루크는 상대의 특정 로스터를 저격하는 용도외엔 공장덱에선 아예 사라졌음. 


그래도 인형이 갖고있는 불멸의 유틸성으로 아직까지 중섭에서도 가끔 볼수 있는 캐릭터고, 중앙율정 떡상을 기대할수있다는 점에서 아예 희망이 없다고 볼수는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