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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



초췌해진 안색의 부사령관이 의자에 몸을 기대어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저... 도대체 무슨 일이 있던거냐.



당황한 표정으로 묻는 팬텀에게 레이스가 대신 대답을 해주었다.


아, 선배는 그 장면을 못봤으니 이해가 안되는게 무리가 아니다. 메이 대장이 라붕씨를 미사일에 묶어버리고 그대로


빵!


쏴버렸다.


어... 설마설마 했는데 진짜로 쏜거냐?


팍~ 올라갔다가 확~ 내려갔다가 중력 차이가 너무 빠르게 나서 고만 정신을 잃어버리지 않았슴까?



옆에서 그 장면을 실시간으로 감상했던 브라우니가 실실 웃으며 한마디 덧붙였다.



"하아... 그 성질 더러운 존만이 새끼. 설마 진짜로 미사일에 묶어다가 쏴버릴 줄은 예상 못했다."



차가운 물수건으로 이마를 문지르던 부사령관은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 툴툴거리기 시작했다.


페더가 오르카 인트라넷에 업로드한 "플라잉 부사령관! 하늘 위로 솟아오르다!" 라는 이름의 영상이 실시간 조회수 1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실시간 베스트 달성 축하한다 라붕씨!



"......."


에휴, 그러게 차라리 메이 대장을 히로인으로 밀어줬으면 이 사단은 안 났을거 아니냐.



"어허, 걘 정실 히로인으로 쓰기엔 하자가 너무 많지! 성격 더럽지, 싸가지도 없지, 키도 존만ㅎ"



나 불렀냐?



"히이이익...!!!"








어이! 헛소리 할 시간에 약이나 먹어!



약품창고에서 부사령관이 주기적으로 복용하는 약들을 처방해온 리제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부사령관에게 다가왔다.



"으으... 그 시럽약 다른걸로 바꿔주면 안돼? 그거 너무 쓴데..."


허이구... 약 투정부리는거 보니 벌써 팔팔해졌네.


오늘은 고생 많이 하셨으니까 푹 쉬세요. 제가 대신 병가 신청해 놓을테니까요.



"응... 고마워 다프네. 역시 나 진지하게 걱정해 주는건 너밖에 없구나..."


늘 니가 먹을 약 챙겨주는 나한테도 감사좀 하지그래?



"뺏어간 술이나 도로 내놔 이년아."


술이랑 약시간이랑 겹치면 안된다고 몇번을 말해 이 햇츙아!!


.........



시끌벅적한 광경을 지켜보던 사령관은 적절한 타이밍에 입을 열었다.


자 그럼, 이제 시작해도 되지?


그럼요~



사령관의 질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알파는 능숙하게 스크린의 화면을 전환시켰다.




<부사령관 징계위원회>



그럼, 이제부터 부사령관님의 징계위원회를 시작하겠습니다.



회의실에 모여앉은 지휘관들이 각자 의견을 내기전에 칸이 의아한듯 질문했다.


레오나는 어디 있지? 요즘 통 보이질 않는데.


아, 레오나 대장님은 총알 한 박스 꺼내러 가셨어요. 제일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는 걸로요.



별거 아니라는듯 말하는 라비아타의 모습에 살짝 소름돋은 부사령관 이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징계위원회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이 참에 그냥 숙청할까.


어! 말 나온김에 아예 다 같이 해버릴까요?



"...진심으로 하는 이야기는 아니지?"



하루 종일 대원들에게 처절한 응징을 당한 부사령관은 어깨쪽에 파스를 붙이며 불안한 마음에 물었다.


그러게 적당히좀 하지 그랬나. 그 놈의 후회물 때문에 새벽마다 자매들의 곡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다음엔 후회물이 아니라 달달한 순애물 한 트럭 부탁하마.


니 필력이면 그 정도는 일도 아니겠지?


어! 저도 그거라면 비추가 아니라 추천 눌러드릴 의향 있어요!


그래! 그 실력으로 차라리 달달한걸 썼으면 이 사단이 안났을거 아니야 이 멍충아!!


그 좋은 재능으로 만든게 하필이면 후회물이라니...


반성좀 하세요 라붕씨!


...너, 후회물이니 피폐물이니 그딴거 또 끄적이기만 해라.

그땐 아주 확 그냥!!!



"히이이익...! 아, 안하겠소! 닷씨는 안하겠소..!"



피해자들에게 하도 쳐맞아서 노이로제에 걸려서인지 양 손으로 크게 손사래를 치며 두 번 다시 그러지 않겠다고 싹싹 빌고 있는 부사령관에게 닥터가 동의서를 내밀며 사인을 요구했다.


자, 이리와서 여기 징계내용 동의서에 서명하시오 휴먼!



"어... 여기다가 싸인하면 되는ㄱ...


아니 미친ㅅㅂ 이거 대학원 석박사 통합과정 수료동의서잖아! 당장 저리 안치워?!"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서류를 집어던진 부사령관은 경악한 표정으로 눈앞의 닥터를 향해 소리쳤다.



쯧... 또 실패했나.



징계내용 동의서 중간에 깨알같이 끼워놓은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동의서가 들통나버린 닥터는 혀를 끌끌차며 입학서류를 꺼내갔다.


뭐... 아직은 괜찮아~ 시간이야 넘쳐나니까... 히히힛..!



"......"



부사령관의 징계내용은 오르카 내에서의 무조건 봉사활동 70일, 알렉산드라 주관 하에 이루어지는 정신교육 20시간 이수, 부사령관 전용 VPN중계기 압수, 그리고... 부사령관의 ip와 계정에 한정하여 실명제가 도입되었다.



"따흐흑..! 내 삶의 낙이..!"



이제 더 이상은 VPN으로 분탕을 칠 수도, 본인만 실명제 적용을 받기에 익명성 믿고 개소리를 하는것도 불가능해졌다.


...이게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아아아아...!! 아냐아냐!! 그냥 해본 소리야!! 이제는 두번 다시 후회물이나 피폐물 같은거 안쓴다니까..?!"


그나마 불행중 다행인건, 라붕씨가 완장이 아닌 유동닉이라 그나마 이 정도에서 끝난게 다행이군.


유미 양이 사전에 불길함을 눈치채고 라붕씨에게 완장을 넘기지 않아서 천만다행이오.


그러게. 만약 라붕이가 관리자 권한까지 갖고 있었다면 인트라넷 게시판은 분명...

어우우... 상상만 해도 끔찍해!



옆자리에 앉아있던 부사령관은 비통한 심정으로 리앤에게 성토하기 시작했다.



"난 널 믿었어 자비주머니 명탐정..! 그런데 설마 이런 식으로 내 뒤통수를 후려치다니..!"


...우리 리붕이... 아직도 사람이 덜 됬구나..? 혹시 벌이 부족했던걸까..?



"아뇨. 충분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노."


야! 너 인트라넷 하면서 자꾸 나 뗑컨이라고좀 하지마! 니가 자꾸 이상한 별명 붙이는 바람에 우리 부대 애들도 나더러 뗑컨대장 이라고 놀리잖아!

차라리 대놓고 펭귄이라고 하던가!



"...뗑컨을 뗑컨이라고 하지 그럼 뭐라 불러..."


맞아! 그리고 그 자비주머니는 또 뭐야! 너 때문에 나까지 그 이상한 별명이 오르카에서 고정되버렸잖아!



"...자비롭다면서. 그럼 자비주머니 맞잖아..."


아 그리고! 내 이름 자꾸 줄여 부르지좀 마! 줄일거면 차라리 예쁘게좀 줄이던가. 드씨가 뭐야 드씨가!

꼭 노가다판 아재같잖아!!



"...노가다꾼 아니었어..?"


아오 이 멍충이를 확 그냥!!!


..응? 시라유리 언니, 그게 뭐야?


아, 부사령관님 ip에 백도어 심고 있었어요. 또 VPN같은 비밀망에 접속하실 때마다 저한테 알람 뜨도록 말이죠.


너무 과하지 않을까요? 부사령관님의 사생활 침해의 우려가...


우리 후회물 34화에서 가장 처참하게 작살났어요.


당장 설치하죠.



"...당사자가 눈앞에 있는데 대놓고 그래도 되는거야?"


어머~ 금태ㅇ... 아니, 부사령관님! 얻어맞으신 부위들은 좀 괜찮으세요?


오늘은 맞을거 다 맞으셨어요?


말 그대로 먼지나게 쳐맞으시던데.



"...아니, 지금도 쓰라리다."


괜찮으시다면 제가 "물리"치료좀 해드릴까요? 아주 직빵이랍니다~!



"생각해보니 다 나은것 같아! 고마워 스카디!"


...에휴.



..? 아니 잠깐... 



단 한순간이지만, 부사령관의 책상 아래에서 반짝이는 전자기기의 화면 불빛을 미호는 절대 놓치지 않았다.


야, 너 손에 든거 내놔봐.



그 빈틈을 놓치지 않고 부사령관의 손목을 낚아챈 미호는 그 결과물을 보고 경악을 금치못했다.


...이 바보 멍충이! 지금 벌받는 와중에도 오르카 채널 눈팅하는거야?!


그 난리를 피워놓고서 아직도 그러고 앉았다고?!


...진짜로 돌아버린거니?


으으윽... 이딴게... 부사령관...


아이고...


차기 부사령관님...


금태양 님....


작가님.....


라붕아.....


게이야.....


라붕씨.....


라붕이 오빠...


...김라붕....


(한심...)



모두는 이제는 분노를 넘어 경악에 도달한 표정으로 눈 앞의 분탕종자를 바라보았다.



"제가 뭐 챈질 안 한다고 말이나 했습니까?"


...........


...리리스, 부사령관을 다시 영창으ㄹ...



"말 안했지마는, 당연히! 당연히 자제해야죠!"



역시 부사령관. 위험감지 스킬 하나만큼은 오르카 내에서도 탑을 달리는 남자.

곧바로 오르카 폰의 전원을 꺼버리고 주머니속에 쳐박은 다음 언제 그랬냐는듯 시말서 작성하기에 바빴다.


하아아아...



오르카 전원, 이 징계위원회가 절대 한 두번으로는 끝나지 않을 거라는걸 뼛속깊이 예감하고 있었다.








































야, 김라붕.



펜리르는 살기를 띄우며 부사령관의 멱살을 쥐고 있었다.


너 자꾸 킬땄다고 내 시체위에서 티배깅 하는거 하지 말라고 내가 여러번 말하지 않았냐?


너 은근히 게임 X같이 하더라?!



"허허허."



그렇다. 원래부터 뼛속까지 겜창기질을 지닌 부사령관의 게임실력은 그 떡잎부터가 남달랐던 것이다.

비록 처음은 게임에 적응하느라 빈틈을 많이 보였던 부사령관이었으나, 지금은 기돈곤격 플라잉 하치코, 육망성 케시크, 크레이지 로켓맨 이프리트, 원펀맨 좌우좌, be폭력주의자 아자젤 같은 온갖 창의적이고 기괴한 빌드를 선보이며 순식간에 화제의 네임드 반열에 올라 그가 올리는 공략글은 언제나 베스트 게시글을 갱신하는 중이다.


 지금은 메타 공략 대신에 부계정으로 다른 대원들을 사칭하면서, 틈날때마다 사령관의 계정을 저격하는 플레이를 실시간 스트리밍 으로 보여주기 시작하면서 사령관의 혈압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한다. 



"게임은 원래 이기는게 목적이 아니라 상대방 빡치게 하는건데 그걸 몰랐노."


...라붕씨. 지금 현피신청 하는거에용?


팬텀 상대로 이프리트 픽해놓고 게임 터트려놓은 주제에 누가 누구더러 허졉이라는 거에요?! 게다가 후방에서 포격지원 해야되는 양반이 왜 적진 한가운데로 쳐들어 가냐구요!!


네?! 어디 한번 변명이라도 좀 해봐욧!!!



페로 또한 마찬가지로 즐겜유저 부사령관의 가스라이팅에 지독히도 시달린 피해자중 한명으로서 그의 멱살을 쥐고서 분통을 터트리고 있었다.


라붕씨. 참고로 저 라붕씨랑 듀오 맺은 뒤로 2티어 강등 당했는데요. 게다가 리폿은 게임 던진 라붕씨가 아니라 제가 당해서 2주 정지까지 먹었어요.



"얘들아, 잠깐만 진정하렴. 그건 딱히 노리고 한게 아니라..."


라붕씨? 같이 스틸라인 온라인 할 때마다 그 놈의 정치질 하는 것좀 자제해 달라고 그렇~게 좋게좋게 부탁을 드렸는데...


기어코 제 쪽으로 남탓 성공시켜서 저만 욕 한바가지 먹은건 아시죠?



"그건 우리팀 진지 밀려도 백업을 안오는 니 잘못입니노."


아오오오!!! 이 인간을 진짜!!!



리리스는 이 분탕종자와는 두번 다시 게임 같이 안할거라고 다짐했다.


방패로 2대만 후려쳐도 되요?



"어어어... 그런건 가지고 오면 안됀다..."


뭐... 대신 저희 숙소에 쌓인 쓰레기 분리수거랑 폐품정리 같이 도와주신다면 이번 일은 봐드릴 의향이 있긴 해요.



"음... 근데 나 유미한테 가서 오렌지가 하는 서류작업도 도와야하고, 그거 다 하고나서 안드바리 창고일 하는 것도 도와야 하는데..."


니 사정 알 빠노?


야 이 새끼야! 우리가 지금 당장 일손 필요하다잖아! 왠 말이 그렇게 많아!


그냥 하라면 해요! 아직 라붕씨 징계 봉사활동기간 한참 남았거든요?!



"...조금만 시간을..."


아 그래놓고 이번에도 튄 다음에 안 돌아올거잖아요! 누가 모를줄 알아요?! 현실 리폿 당하고 싶어요?! 네?!


여기서 라붕씨 먼저 분리수거 해드려영..?



"그, 그치만... 이번에도 유미 심기 거스르면 나 진짜 영구차단 당할지도 모르는데..?"


오르카 채널 영구차단은 무섭고, 제 총알은 안 무서운가봐요?


라붕씨, 지금 안 따라오면 나중에 더 맞아요.



"그래? 가자 그럼."



스틸라인 온라인에서 부사령관의 트롤링을 지긋지긋하게 맛본 컴패니언은 혹시라도 그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양 옆에 달라붙어 뒷덜미를 붙잡고 그를 끌고 가기 시작했다.


야, 재활용 쓰레기는 종류별로 싹 다 분류해라?

그러고나서 바닥 한번 싸악 쓸고 마무리로 대걸레질 하는거 잊지말고.


욕실 청소도 잊지말고 틈틈히 해놔라? 알겠지?


그리고 그거 다 끝나면 주방에 낀 기름때도 거품내서 물청소 해가지고 전부 제거해주세요.


아! 생각해보니까 예전에 바빠서 못사온 쇼핑목록이 있는데, 그게 좀 많아요. 카트 빌려드릴테니까 쇼핑목록 메모지 들고 편의점가서 장좀 봐오세요.


참고로 이거 전부 1시간 안에 끝내야돼요? 안 그러면 저 또 찾아갑니다?


다 끝나면, 라붕씨가 좋아하는 민트미트파이 잔뜩 만들어 드릴게요!


.......


아니... 민트는 이제 좀...


히이잉...



"...너희는 그동안 뭐하게?"


신사에서 화투칠건데.


"썅년들아!!!"


아 뭔 불만이 그렇게 많아요! 뭘 잘했다고 역으로 성질이야!



"그 많은 일을 나 혼자서 1시간 안에 어떻게 끝내라고!"


알 빠노? 알아서 잘 끝내야지.



"......."














........


그래서 혼자 독박쓰고 다 하고 있었군.



레이스는 안타까운 눈초리로 부사령관의 등을 두드렸다.


뭐... 분리수거 정도는 우리도 도와주겠다. 그럼 최소한 시간 못맞춰서 두들겨맞는 참사는 피할 수 있을거다.



"그래... 고맙다."


음... 내가 봤을때 라붕씨는 아직 고생길이 훤하다.


응. 근데 다 자업자득이지. 알아서 잘 감내해라.



"에휴... 이 넓은 공간에 내 편 하나 없구나..."


음? 라붕씨, 설마 아직도 사람이 덜 된거냐?


저런... 그렇게나 맞고도 아직도 사람이 덜 되었을 줄은 예상못했다.



"너희는 내가 불쌍하다는 생각 전혀 안드니?"


ㅇㅇ.



"......."



고독하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