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C기준이라 모바일은 가독성 신경 안 쓰고 만들어슴

 ** 여기서 나오는 이모티콘으로 사용된 짤은 웨씨가 만들었음 막 써서 미안하고 고마워요!




"흐아~ 너무 오래 앉아 있었나 보네에.. 흐으으..!!"


사령관은 의자에 머리와 등을 의자가 젖혀질 정도로 기댄 뒤 팔을 높게 뻗어 기지개를 켜고 깊게 숨을 내쉬고 천장을 바라보았다.


하얗게 빛나 방을 비춰주는 조명과 여러가지 의미로 자주 사용되는 붉은 점이 점멸하는 감시 카메라, 이상하게도 공기보다 바이오로이드의 침입이 더욱 잦은 환기구가 달려있는 천장이 있는 이 곳은 일하기 좋아하는 인간 한 명이 있는 평범한 오르카 호.


시간이 오후 2시 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예정되어 있던 일을 전부 마친 사령관은 의자에 몸을 기댄 채 팔짱을 껴고 눈 앞에 있는 패널에 시선을 집중했다.


"일감... 더 없을려나..?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남는데.."


사령관, 오빠, 오라버니, 매지컬 잰틀맨, 주인님, 당신, 각하, 보물, 뷰웅신 등.

여러가지 이명을 가지고 있는 오르카의 인간이었지만 그 중에서 특히 그를 보좌하는 비서진들에게 자주 들리는 별명이 하나 있었다.


'워커 홀릭'


알파의 측정 데이터 기준으로 수면을 취하지 않고 연속으로 30시간 15분 31초, 물도 섭취하지 않고 6시간 연속으로 일만 할 정도인데다 아르망과 레모네이드 알파를 포함한 다른 비서진이 항상 일감을 뺏어가 처리해도 어디에선가 일에 대한 정보를 찾고 일을 할 정도로 치료가 필요한 심각한 수준의 워커 홀릭인데도 일을 멈추지 않는.. 그야말로 AGS급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이었다.


저번에 있었던 용의 둥.. 하카가 철의 탑에 질량으로 다이빙을 한 덕분에 철충이 보여주었던 모습을 분석하거나 초토화가 되어버린 일대의 임시 복구, 오르카에 소속되어있지 않는 자유 바이오로이드의 지원, 마찬가지로 재건 중인 카라카스의 재건과 들어가는 자원의 지원 등, 여러가지 일감이 있긴 했지만..


"주인님, 그 정도 일은 맡겨주세요. 추가로 정보가 들어오거나 주인님이 필요한 사안에는 반드시 주인님에게 인계 해드릴게요."


라거나...


"폐하, 금일 업무 중 불필요한 행동을 가하는 업무나 폐하께서 굳이 맡지 않아도 해결될 일은 패널에서 제외하였습니다. 그리고.. 폐하가 몰래 숨겨 놓았던 2개의 중고 패널과 닥터양이 만든 특제 오르카 휴대전화 및 폐하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각종 전자기기는 미리 빼놓았습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폐하."


등.. 알파와 아르망이 일감을 뺏어갈 뿐더러 몰래 숨겨두었던 패널과 각종 기기를 빼앗아가고 각 지휘관들과 부서들도 일감을 찾아 가지고 간 덕분에 그가 할 일은 전혀 없어진 채 가만히 앉아 아우로라나 소완이 가져오는 간식이나 주워 먹거나 언젠가 올 비서진이나 다른 바이오로이드의 보고로 일감이 생기는 것 말고는 없었다.


"...오랜만에 게임이나 한번 해 볼까. 스틸라인 온라인도 요즘 잘 안 하니 랭크 떨어졌을 테고.."


결국 일은 포기하고 사령관은 스틸라인 온라인이나 하기 위해 패널을 들고 아이콘을 눌러 게임을 실행했다.


오르카 게임즈!


Legends Never Die... THE LAST OF ORIGIN!


"오.. 저런 건 언제 생겼대..?"


전엔 없었던 환영하는 듯한 말과 함께 실행된 게임을 보고 잠시 놀란 사령관은 그대로 캐릭터 창을 들어가 추가된 캐릭터를 보다 대충 이해하곤 그대로 게임을 실행했다.


"3.5초의 스턴 효과 후 지연 신관 설정으로 10초 후 데미지.. 얜 상성 상으론 내가 안 좋은데..?"


픽창에서 다시 한번 캐릭터의 효과를 보고 사령관은 진짜 전투 시뮬레이션을 하는 것처럼 적 캐릭터의 상성과 아군의 캐릭터를 분석하면서 상성의 차이를 고려해 전술을 즉석으로 짜기 시작했고 모든 전술을 팀 채팅으로 전달한 후 게임을 시작했다.


[팀] [PAZero] 뭐야 저런 전술.. 게임 하면서 처음 보는데?


[팀] [Not_COM} 일단 이렇게만 운영하면 아마도 다른 라인 바르면서 이길검다.. 다 같이 이길검다!


[팀] [WW_horde] 진짜 게임에 진심이네 ㅋㅋㅋ 좋아 당장 한다!


[팀] [ILOVMO] 저 전술이면 지지는 않겠군요.. 근데 아마도가 거슬리는데..


[팀] [T_WALKER] 뜻 대로 하겠음.


[전체] [SLB9914] 어 저 닉네임 사령관님 아님까?


[전체] [Not_COM] 사령관님 아니니까 앞에 not 적었잖슴까..


[전체] [SLB9914] 정말 아닌가? 미안함다!


"어.... 안 들켰겠지..?"


그의 엄청난 머리로 나온 단순한 변명에 속아 넘어간 듯한 반응이 나오자 다시 한번 집중하고 게임을 시작했다.


팀 채팅으로 말했던 작전대로 실행하자 모든 라인이 상성과 딜량 차이에 우위를 가져가면서 수월하게 게임이 진행되었고 시간은 흐르고 흘러 상대방이 모든 것을 걸고 한타를 진행할 정도로 말리게 되었다.


"좋아...! 이대로만..!"


상대방의 한타 타이밍을 빼앗기 위해 궁극기를 먼저 사용하고 적진 깊숙히 들어간 그 때..!!


지이이이이잉


"뭐야!? 하필이면 이 시간에 오르카 톡이?! 심지어.. 오렌지네?!"


패널에 자동으로 설치되어 있는 오르카 소속의 모든 인원이 사용 가능한 전용 메신저 '오르카 톡'

원랜 알람을 끄고 사용 할 수 있는 평범한 메신저 어플이었지만, 사령관은 알림을 미처 끄지 않았었고.. 결국 패널의 화면이 가려지자 게임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으으.. 옆으로 넘기면 괜찮.."


지이이이이잉


"또?! 괜찮아.. 다시 넘기면.."


지이이이이잉


"이이이이이익!!"


지이이이이잉


지이이이이잉


지이이이이잉


지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한타... 개 발렸겠는데.. 일단.. 이거 먼저 해결할게.. 오렌지야..!"


하지만... 져버린 한타로 인해 성장 차이는 좁혀지게 되었고 압도적인 전력 차로 밀어버리겠다는 작전이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거기다 중간 중간마다 자꾸 알림이 온 덕분에 그의 시야는 철저히 가려져 제대로 된 상황 파악은 커녕 실력조차 내지 못했다.


그래도 지지는 않기 위해 사령관과 팀원들은 고군분투 하면서 다시 상태를 돌리려 했지만..


[패  배]


[팀] [PAZero] GG

[팀] [WW_horde] ㅂㅇ

[팀] [ILOVMO] 아까웠어요, 다음에 이겨보죠.

[팀] [T_WALKER] 이제부터 뜻 대로 안 하겠음.

.

.

[전체] [SLB9914] 진짜 사령관님 아닌가 봄다? 개 허 접 인거보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에게 남은 것은 익명으로 보장된 누군가의 조롱 섞인 말과 패배라는 두 글자 뿐이었다.


"...난 억울해."


갑작스레 날아온 오렌지에이드의 오르카 톡으로 화면이 가려져 패배한 사령관은 억울했지만, 패배는 패배. 어쩔 수 없었다.


"근데.. 도대체 무슨 내용을 이렇게 많이 보낸거야..?"


오라오라를 했을 때도 느꼈지만 이 세상 바이오로이드가 아닌 것 같은 텐션과 함께 엄청난 입담으로 활약하고 있는 오렌지는 톡에서도 항상 시끄러웠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분명 5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엄청난 양의 톡이 와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는 도대체 무엇을 보냈길래 이렇게 많이 온 건가 싶어 조심스레 오르카 톡을 열어보았다.


- 사령관님!!!
(오늘, 14:24)

- 사령관님사령관님사령관님!!!
(오늘, 14:24)

-제가 돌아왔어요!!
(오늘, 14:24)

-사령관님이 엄청 급한 일이 생겼다고 말하시면서 엄청 빠르게 카라카스로 급파해서 계속 통신 연결하고 통신망 점검하다가 3주전에 드디어 메인 인터넷 망 연결 시키고 오라오라하다가 이제 오르카 호로 돌아온 오렌지에이드가 돌아왔어요!
(오늘, 14:24)

-유미씨하고 저하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사령관님은 모르실 거에요! 엄청 급하게 가서 관련 장비는 제대로 챙기지도 못했는데 해야 할 건 얼마나 많은지~! 네트워크 연결은 계속 실패하지! 서버 확충에 보안 강화! 단말기 파악과 인증 절차! 발전 장비와 움직일 연료부터 또 시작해서 박터지게 사람 찾아다니고 중계기 설치하면서 발전 장비 관리하면서 인력도 확보해야 하고 관련 지역 법까지 개정 해야 하는 게.. 흐으.. 정말로 힘들었다구요.. 
(오늘, 14:24)

-근처에 맛있는 식당도 없지.. 카라카스와 남미의 네트워크는 항상 이상하지..
(오늘, 14:24)

-그래도 이젠 괜찮아요! 이제 외근은 끝났고! 오르카로 돌아왔으니까요!
(오늘, 14:24)

-이제 사령관님만의 오렌지에이드가 이제야 엄청엄청 보고 싶어하는 사령관님의 곁에 왔다구요!
(오늘, 14:24)

-으흑흑.. 그런데에.. 제가 이렇게 말 하는데도 답변도 없으시구.. 문자도 보지 않으시는구나.. 으흑흑.. 너무 슬퍼요 사령관님..!
(오늘, 14:24)

-아아.. 더는 사령관님께서 나의 오르카 톡을 보고 싶지 않다고 하시는구나아!! 더 톡을 보내서 무엇하리이~ 
(오늘, 14:24)

-으흑흑~ 이만 오렌지에이드는 물러가겠사옵니다~ 사령관님~!
(오늘, 14:24)

-
(오늘, 14:24)

-..어라? 진짜 오르카 톡 안 보시네.. 바쁘신건가?
(오늘, 14:25)

-저기요오? 사령관니임~?
(오늘, 14:25)

-어디 나가시기라도 한 건가..? 오르카 근태우수자 1위인 사령관님께서 패널에서 손을 때지 않을리가 없으실텐데..
(오늘, 14:25)

-아.. 아니면 이 오렌지에이드가 외근해서 너무너무너무 고생했다고 어떤 보상을 내리실지 고민하시는건가?!
(오늘, 14:25)

-에헤헤.. 사령관니임~ 저는 외근 보다는 오르카 안에서 하는 내근이 너무너무 좋아요오~ 헤헤~
(오늘, 14:25)

-그래도.. 내근이 좋다고 해서 사령관님이 내근보다 안 좋은건 절대절대 아니에요! 외근을 가더라도.. 사령관님과 함께 있으면 너무너무 좋달까아~ 에헤헤.. 아! 그렇다고 사령관님이 외근가시는 게 좋다는 것도 아니에요!
(오늘, 14:25)

-아! 그런데 사령관님도 제 오라오라 들으셨나요?!
(오늘, 14:25)

-무려 카라카스 특집으로 카라카스의 이야기들과 사령관님에 대한 이야기! 엄청 했었다구요!?
(오늘, 14:25)

-새로운 오르카의 지역이 된 카라카스! 여기서 제가 얼마나 고생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잔뜩 했었고 아 맞아! 원래 통신 시설이 있던 곳이 왠지는 모르겠는데 수몰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수장 되 버린 전선은 위험하니까 절대 쓰면 안 된다 그래서 그거 다시 만드느라 고생했다는 이야기도 했었어요!
(오늘, 14:25)

-그리고 의외로 카라카스 지역에 과일이 재배되더라구요?! 저 정말 신기한거 있죠?! 야생에서 나는 과일도 있었는데 대부분이 식용 과일이라 먹어도 된다 그래서 먹어봤는데 엄~~청 시큼하더라구요! 너무 셔가지고 오렌지에이드가 엄청 시큼한 쭈굴쭈굴한 식초에이드가 될 정도였다니까요?!
(오늘, 14:25)

-근데 거기 있던 다프네씨와 드리아드씨가 재배하고 있던 과일은 엄~~청 부드러운데다 커피 향에 초콜릿 향도 나면서.. 특히 유미씨가 좋아했어요! 아무튼 맛있어서 그게.. 이름이 뭐라 그랬었더라? 블랙 사.. 뭐라고 했었는데..? 아무튼 엄청 달고 구.. 아무튼 다른 과일은 엄청 시원하고 달달한 향기가 입 안을 자극하면서 엄청 좋았었어요!
(오늘, 14:25)

-그리고 키위!! 저번에 제가 먹었던 환상적인 키위에 버금가는 엄청난 키위를 발견했다구요?! 저 이번에야 말로 진짜 키위에이드가 되어버릴 정도였어요.. 이번에 먹었던 키위는 신기하게도 속살이 금색으로 빛났었는데.. 그 키위보다 훨씬 달고 부드러워서.. 아흐.. 침 고여..
(오늘, 14:25)

-아무튼.. 그때 생각하면 오라오라하면서 저도 그렇게 물도 안 마시고 말 오래한 적은 처음이에요~ 사용 전력량이 누적 되다 보니 엄청나게 쌓여버려서 중간에 제지 당하지만 않았다면 정말로 신기록 작성 했을걸요?
(오늘, 14:25)

-아 맞아! 저번에 사령관님과 데이트 했던 일도 전부 말했었다구요?
(오늘, 14:25)

-카라카스의 청자 여러분은 이 오렌지에이드와 사령관님이 엄청 좋게 행복하게 데이트 했던 그 좋은 내용을 잘 모를 테니까 제가 12시간 동안이나 얘기 했었거든요! 그때 사령관님이 얼마나 멋있으셨는지.. 다시 생각해도 정말정말정말 좋은 경험이었어요!
(오늘, 14:25)

-물론! 저와 사령관님만의 소중한 밤 데이트 이야기는 안했.. 어 잠시만요 알파님에게 톡 날아왔어요.
(오늘, 14:25)

-사령관니이이이이이이임!!!!!
(오늘, 14:26)

-알파님이.. 알파님이이..!! 
(오늘, 14:26)

-바쁜 사령관님에게 자꾸 톡하지 말라고 말했어요... 흐흑흑..
(오늘, 14:26)

-알파님은 모르시겠지만 제가 얼마나 사령관님 생각하면서 카라카스에서 지냈는지 모를거에요!
(오늘, 14:26)

-아 이것도 오라오라에서 말하긴 했는데.. 혹시 알파님이 오라오라 들으신 건 아니겠죠..?
(오늘, 14:26)

-저.. 사실은 알파님 관련 내용도.. 조오금.. 아주 조오오금.. 말하긴 했었는데..
(오늘, 14:26)

-나쁜 내용은 절대 아니고 오히려 좋은 내용만 가득했었는데.. 어 잠시만요.. 다시 알파님이..
(오늘, 14:26)

-저... 정말 어쩌죠..? 사령관님..?
(오늘, 14:27)

-알파님이.. 무슨 내용 말 했는지 하나도 빠짐 없이.. 보내라고 말하시는데..
(오늘, 14:27)

-사실 저도.. 그렇게까지 기억력이 좋은 편은 아니라서.. 
(오늘, 14:27)

-혹시라도 톡 보시면.. 사령관님이 한번만 저 좀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오늘, 14:27)

-저 이번에도 알파님에게 혼나고 싶지 않아요.. 물론 제가 자처했던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알파님 화나면 엄청 무섭거든요..
(오늘, 14:27)

-사실 이건 비밀인데.. 저번에 무려 저에게 3시간 동안이나 설교하시면서..
(오늘, 14:27)

-으으... 일단 톡 보시면.. 답장 꼭 주셔야 해요..?! 꼭 이에요?
(오늘, 14:27)


"....많이도 보냈다. 오렌지야.."


짧은 시간에 예전에 보냈던 오르카 톡의 내용이 너무 올라가 보지도 못할 정도로 많은 내용을 도배해버린 오렌지에이드의 오르카 톡을 보고 옅은 웃음을 지으면서 그가 말했다.


"그럼.. 지금이면 알파에게 혼나고 있겠네.. 응.. 조금만 더.. 혼나게 둘까..?"



-사령관니임.. 아직도 일하고 계신건가요.. 저는 이제.. 한계에요..
(오늘, 16:45)

-알파님은.. 녹화본도 가지고 계셔서.. 하나라도 맞지 않으면.. 엄청 뭐라 하시구..
(오늘, 16:45)

-제가 정말 이상한 이야기는 단 하나도 안 하고 좋은 얘기만 가득가득 넣어서 얘기했었는데에..
(오늘, 16:45)

-사령관님 바쁜 건 알고 있지만, 보시면 톡 보내주세요..
(오늘, 16:45)
그.. 미안해 오렌지.. 조금 바빠서 톡 봐도 연락을 못 했네... -
(오늘, 16:46)


알파에게서 나도 연락이 왔었어.. 너무 혼내지는 않았으니까 걱정은 하지 말라고 했는데 -

(오늘, 16:46)


내가 보기엔 괜찮은 것처럼은 안 보이네.. 괜찮니..? -

(오늘, 16:46)

-괜찮아요~ 사실 알파님에게 혼나는 건 조금 일상적인 일이었으니까요.

(오늘, 16:46)

-저는 사령관님이 너무너무 바빠서 제 톡에 답장도 못하는 건지 그게 더 걱정이었다구요..

(오늘, 16:46)


-그런데 제가 없었을 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에요?!

(오늘, 16:46)


-물론 제가 잠시 유럽에 있기야 했었지만 그렇게 많고! 재미있는 일이 있었을 줄은 몰랐다구요?!

(오늘, 16:46)


-하늘에 떠다니는 엄청난 크기의 비행선!

(오늘, 16:46)


-엄청난 양의 황금에 처음 보는 새로운 분들!

(오늘, 16:46)


-무시무시한 철의 탑에 긴급 상황은.. 아무래도 조금 싫긴 하지만..

(오늘, 16:46)


-그 엄청 커다란 비행선을 그대로 다이빙 시켜서 철의 탑을 없앤 그 모습까지!

(오늘, 16:47)


-제가 있었다면 많이 힘들기야 했겠지만.. 그래도 재미는 있었을 것 같은데요?!

(오늘, 16:47)


-제가 카라카스에서 블랙.. 모시기하고 구.. 모시기하고 키위하고 먹으면서 열심히 전선 뜯고 사령관님 보고 싶어요오~

하면서 얼마나 열심히 네트워크도 연결하고 그랬었는데 사령관님만 재미있는 거 보구.. 하구.. 우우...

(오늘, 16:47)


나도.. 솔직히 말하면 하늘에서 저런 게 내려 올 줄은 상상도 못했지..-

(오늘, 16:47)


갑자기 방공망에 이상 생겼다 해서 엄청 긴장했는데다, 오르카보다 더 큰 비행선이 갑자기 스텔스 끄고 나타났으니까-

(오늘, 16:47)


거기다 처음 보는 바이오로이드에 놀라서 펙스 세력은 아닌가 의심도 했었지-

(오늘, 16:47)


나중에 보니 펙스는 아니고 그냥 평범하게 금고에서- 

보물이나 금 털면서 사고 치고 다니던 엠프레시스 하운드 중 하나였는데다 

긴장도 했지만 어찌저찌해서 안전하다 그런 덕에 그나마 다행이라 여겼었는데 

갑자기 철의 탑이 나타나서 비상 사태가 열리고..

(오늘, 16:47)


마지막에 가선 그 하카가 철의 탑에 부딪친 덕분에 없애긴 했지만.. 보통 일이 아니었지..-

(오늘, 16:47)


-그럼 이제.. 그 비행선은 완전히 없어진 거잖아요?

(오늘, 16:47)


-그럼그럼.. 그 비행선 말인데요.. 다시 만들 계획이라던가.. 아니면 비슷한 거라도 만들 계획은.. 있어요?

(오늘, 16:48)


그래서 이번에 하카를 새로 만들기로 했어-

(오늘, 16:48)


원래 크기보다는 조금 더 작아지고 성능도 살짝 다운 될 거지만-

(오늘, 16:48)


이번에 보여줬던 모습도 인상적이었고 거기다-

(오늘, 16:48)


바다에 잠수하는 거대한 잠수함도 그렇고 하늘에 떠다니는 스텔스 비행선은 꽤 멋있다고 생각했거든-

(오늘, 16:48)


-그 느낌! 저도 잘 알고 있어요

(오늘, 16:48)


-비행기를 타고 다니는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에 오르카와는 다른 멋짐!

(오늘, 16:48)


-사실 알파님 연락 받고 오르카에 처음 왔을 때 정말정말 멋있었거든요!

(오늘, 16:48)


-겉으로도 엄청엄청 컸는데 생각보다 더 크고 안에 시설들도 많고! 

거기다 개인실까지 따로 주시면서 비교해보면 머물고 있던 베이스 보다 좋았고요

(오늘, 16:48)


-제가 비행선 다시 만들 계획 없냐고 물어봤던 게 다들 오르카보다 더 큰 비행선이었다고 말하는데

내부도 그렇고 외견도 멋지다고 했어서 궁금해서 그런거였거든요!

(오늘, 16:48)


-오르카 소셜 미디어에서 그 비행선 사진이 올라와 있는 데 솔직히 한 번은 타보고 싶었고요.

(오늘, 16:48)

솔직히 말하면.. 나도 한 번은 타 보고 싶었어, 그게 철의 탑이랑 같이 사라져서 그렇지-

(오늘, 16:49)


거기다 새로 만들려면 자원이 많이 들어가서 만드는데  2~3년 정도 걸릴 수도 있거든-

(오늘, 16:49)


그래도 자원을 더 투자하면 더 빨리 만들어 질 수도 있다 하니까 한번 우리 오르카의 기술진을 믿어 봐야지-

(오늘, 16:49)


난 그만큼 자원 분배량을 늘리면 되는 일이니까-

(오늘, 16:49)


-나중에 만들어 지면.. 저도 같이 탈 수 있는거죠?!

(오늘, 16:49)

그래, 만들어 지면 그땐 같이 타 보자-

(오늘, 16:49)

-정말요?! 저랑 약속 하신 거에요! 사령관님! 와아~ 사령관님과 데이트 약속이다~

(오늘, 16:49)

데이트.. 라고 부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말이야.-

(오늘, 16:50)


-아 맞다 맞아, 데이트라고 하니까 생각났는데 사령관님 그거 알고 계세요? 저번에 복권 방송 했었잖아요?

(오늘, 16:50)

복권? 아~ 내가 경품을 참치에서 데이트 권으로 바꾼... 저번 주 복권 방송 그거 말하는 거야?-

(오늘, 16:50)


-네! 그게 카라카스에서도 엄청 팔렸었다구요? 그거 때문에 네트워크가 한번 다운 될 뻔 했었을 정도로 엄청 나갔었어요!

(오늘, 16:50)


-그 복권이 온라인으로만 판매되는 거였는데 오프라인으로는 판매가 안 되냐 부터 시작해서.. 다들 그거 하나 살려고 거주구역에 있는 컴퓨터나 패널에 인트라넷하구 인터넷 연결해달라고... 에휴.. 거기다 대리 구매까지 나와서 그것도 정말.. 

(오늘, 16:50)

알파가 얘기하긴 했었어, 5참치 하는 복권이.. 오르카 복권 역사상 가장 많이 팔렸었다고..-

(오늘, 16:51)


다들 그렇게 까지 시간을 같이 보내고 싶어하는 거야 이해는 되는데.. 카라카스에서도 그 정도로 나갔었어?-

(오늘, 16:51)


-말도 마요~ 카라카스에서 안 산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인데다 산 사람들 대부분이 

복권 당첨되면 어떻게 계획을 짜고 시간을 보내고 싶은지도 적을 정도였다구요?

(오늘, 16:51)


-그야 세상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인간님인데다가, 소셜 네트워크가 생기고 나서는 사령관님의 외모나 성격이나..

세상 좋은 것은 전부 봐버려서 벌써부터 사령관님 좋아한다고 말하는 바이오로이드 분들도 계셨다구요

(오늘, 16:51)


-사령관님은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아셔야 한다니까요 정말.. 

(오늘, 16:51)


-아 맞아! 소셜 네트워크 하니까 또 생각났는데.. 이번 복권엔 한 가지 특별한 점이 있었죠?

(오늘, 16:51)


역시 오렌지라 소식이 빠른가? 너도 알고 있다시피.. 당첨자가 1명 밖에 나오지 않았다는 거?-

(오늘, 16:52)


300참치가 당첨금으로 나왔을 땐 5명은 기본으로 나왔었는데 이번에 1명 밖에 안 나온 게 특별하긴 했어.-

(오늘, 16:52)


그런데 복권은 왜?-

(오늘, 16:52)


-후후.. 그야~ 제가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가 하나 밖에 없지 않겠어요?

(오늘, 16:52)


-무려 제가! 그 복권에 당첨 되었답니다!

(오늘, 16:52)


-사령관님과의 데이트 권! 무려 7장 전부! 제가 당첨 되었답니다~!

(오늘, 16:52)

어?! 그게 정말이야?-

(오늘, 16:52)


그럼 데이트 권 7장이 너에게 있는거네?-

(오늘, 16:52)


-그건 또 아니에요~ 저는 지금 3장만 가지고 있거든요

(오늘, 16:53)


-사실은 제가 같이 동거동락 하면서 고생했던 유미씨하고 같이 엄청 고생하면서 도와준 베타님에게 드렸거든요~

(오늘, 16:53)


-유미씨하고 베타님하고 저하고 이렇게 3명이서 같이 샀었을 때 얘기 했었어요~

복숭아 나무는 없어서 근처에 있던 다른 나무 밑에서 패널을 잡곤 맹세 했거든요.

셋 중에 한 명이라도 당첨된다면 그걸 나눠서 사령관님이랑 같이 있어보자구요

(오늘, 16:53)


-유미씨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사령관님이 엄청 급하게 부탁해서 카라카스로 외근 떠난 상태였는데다

베타님은 그때 주인님에게.. 아차~ 여기부터는 베타님이 데이트 권 사용하시면 그때 들어주세요~?

(오늘, 16:53)


-아무튼 간에~ 제가 그 데이트 권을 가지고 있다는 말씀!

(오늘, 16:53)


그럼 오렌지 네가 3장, 유미하고 베타가 각각 2장씩 가지고 있는거야?-

(오늘, 16:53)


-네! 지금 유미씨는 인터넷에서 누가 싸우고 있다 해서 급하게 중재하러 간 상태고

베타님은 아직 카라카스에 계셔서 제가 먼저 쓰기로 했었거든요

(오늘, 16:53)


-그리고.. 제가 사령관님을 보고 싶어 하는 이유도.. 있구요.

(오늘, 16:53)


-그래서 오늘 그 데이트 권.. 하나 사용하려고 하는데.. 혹시 사령관님 지금 하실 일이나.. 밤에.. 따로 약속 같은거 있으신가요..?

(오늘, 16:53)


-만약 없으시면 저랑 같이.. 보내시지 않으실래요..?

(오늘, 16:53)


그.. 오늘 약속은 딱히 없고 일도 끝나서 시간도 남는데.. 지금 사용한다고?-

(오늘, 16:53)


지금 사용해도 시간이 괜찮을까? 내일도 시간 비는데 그때 사용해도 괜찮지 않을까?-

(오늘, 16:54)


-지금 사용하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오늘, 16:54)


-제가.. 사령관님이랑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은거니까요..

(오늘, 16:54)


-그리고, 전 예전부터 하나 꿈이 있었거든요.

(오늘, 16:54)

꿈..? 어떤 거?-

(오늘, 16:54)


-네! 엄청엄청 힘들게 외근하고 돌아오면 좋아하는 사람이 짠~ 하고 나타나서 함께 시간을 보내며 지친 마음을 치유하는

(오늘, 16:54)


-그런 것을.. 꿈 꿔 왔었어요.

(오늘, 16:54)


-그래서.. 정말로 보고 싶어요, 사령관님.

(오늘, 16:54)


-이제 해가 질 시간만이 남았다 해도요.

(오늘, 16:54)


오렌지...-

(오늘, 16:56)


그래, 어디로 가면 될까?-

(오늘, 16:56)


금방 준비해서 나갈게, 널 위해서 말야.-

(오늘, 16:56)


-그럼.. 제 개인실 앞으로.. 와 주실 수 있나요..?

(오늘, 16:56)


-...기다리고 있을게요. 사령관님.

(오늘, 16:56)


오렌지가 보낸 마지막 말. 평소에도 채팅이든 실제든 활발하게 말했던 오렌지의 진심이 담긴 듯한 말에 항상 가지고 있던 패널을 내려 놓고 옷장을 열었다.


지금 입을 옷은, 예전 데이트 공모전 때 오렌지와 데이트 했을 때 입었던 바로 그 옷.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한 없이 진지한 표정을 한 채 사령관은 옷을 갈아 입곤 함장실을 떠났다.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함께 보내는 시간으로 치유를 바라는 단 한 명의 여자를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