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관, 용, 알바트로스, 로크. 단 넷 이서 1, 2 분함대를 해결하러간 사이.

오르카호에 남은 일원들이 쉬고 있는 것은 아니다.


" .. 경호대장. 좀 진정해 줄 수 없겠나. "


평소 - ..정확하게는 새로운 주인님을 모시기 전에는 결코 남에게 보인적이 없던 나쁜 습관.

권총치고는 상당히 큰 편인 블랙 맘바 두 자루를 끊임없이 부딪히고 있던 리리스의 움직임이 덜컥-하고 멈췄다.

끼익- 소리를 내는 것만 같은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말을 건낸 칸을 노려보는 일 따위도.

예전이라면 결코 없었던 행동. 

스스로의 이상성을 자각한 리리스가 몸에서 억지로 힘을 빼냈다.


" 미안합니다. 칸 대장.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군요. "


" 괜찮네. ..뭐랄까. 솔직히 요즘의 모습이 내가 아는 블랙 리리스 기종의 모습에 가깝다면 불쾌한가? "


희미한 미소로 넘어가자는 칸의 어조에 리리스도 쓰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리리스 스스로도 느끼는 부분이였다. 

전 사령관을 따를 때는 느껴본적이 없는 - '블랙 리리스'의 태생적인 특성들.

이식받은 기억과는 관계없이 후기형으로 탄생한 본인에게는 없거나 적나보다 했던 감정과잉을 여실히 느끼고 있었다.

주인님이 곁에 없는 지금 이 순간. 특히나 더.


" 후우 ~ .. 제가 할 말은 아니지만, 저만 문제인 건 아닌 것 같군요. "


리리스의 시선이 밖을 향했다.


" 그래서! 이번에야말로 우리의 ---- 사령관에게 ------ !! "


함교의 창문 밖. 갑판에 부대원들을 세워놓고 일장연설을 하고 있는 둠 브링어의 대장 메이.

제주도의 4 분함대의 구원과 제주도 평정을 동시에 실행하는 작전에 스스로의 판단하에 무제한 폭격을 허가받은 메이의 의욕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첫번째에는 작전 규모에 비해 화력이 너무 과도하다는 이유로.

두번째에는 화력투사가 다른 부대에 비해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로.

그들이 자랑하는 광범위 공대지 화력을 묶인채, 제공권 확보의 주역인 스카이나이츠의 보조 역할로만 투입되었던 탓에 꽤나 쌓인게 많았다는 건 익히 알고 있던 사실이였지만

같은 마음이던 부대원들의 설레던 표정이 슬슬 썩어가는게 보이지도 않는지 같은 이야기를 계속 반복하고 있었다.


" 당소 오르카 저항군 구원부대. 마리 소장이다. 4 분함대. 4 분함대 응답하라. - "


어렴풋이 들리는 옆 통신실에는 선임지휘관으로 임명받은 마리가 하루종일 통신장비만 붙들고 있었고, 칸과 당직교대를 해줘야 할 레오나는 지각 중.


" 어쩌겠나. 시간이 더 필요할 따름이지. 겉으로야 멀쩡해보이는 이도 ... 흐암- . ..이런. 실례를. "


" 칸 대장. 아직도 잘 주무시지 못하시는 모양이군요. "


" 하암~ ..이상하군. 최근 많이 좋아져서 수면제를 끊었는데.. 하필 최근에 다시 잠들기가 어렵군. "


눈가에 워페인팅이 필요없어졌다 - 쓰디쓴 우스겟소리를 할 정도로 심각했던 불면증. 

사령관이 바뀐 이후 성공적인 여정을 이어나가며 빠르게 호전되었기에 약물을 끊었건만, 최근 며칠새 불면증이 다시 그녀를 괴롭혔다.

닥터가 곁에 없는 걸 기다렸다는 마냥. 혹은-

슬그머니 머리속에 떠오른 또 다른 가설은 애써 외면한다.


" 레오나를 찾아올테니 잠깐만 자리를 지켜주겠나. 마리만 두기가 좀 불안하군. "


" 네. 기꺼이. "


주 전투부대를 주축으로하는 4 분함대 구원부대. 

4 분함대의 회수와 동시에 제주도 평정을 목표로 북서방향으로 진군.

그 내부의 분위기는 - 묘하게 불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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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필요할 것 같군요. "


" 시간은 무슨 ! 또다른 거짓된 자에게 제발로 가자고 ? 정신차려라. 또 새로운 인간도 진정한 구원자일거라고 우길샘이냐 ! 구원자는 없어 ! 빛께선 징벌만을 내리셨을 뿐 !! "


" !? 사라카엘 ! 설마 바벨의 ...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그런 이단적인 말씀을 ! 다른이도 아니고 율법관인 당신이 ! "


거친 고성이 오가기 시작했다. 과거 오르카호에 있을때도 이런저런 견해차이로 자주 다투던 둘이였지만, 슬금슬금 모여들기 시작한 빛과 전격의 기색에 라비아타가 둘 사이로 팔을 뻗었다.


"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혼란스러울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잠시.. 두 분 모두 진정하세요. "


손아귀에 빛을 지우고 눈을 감아 감정을 추스르는 아자젤과 달리, 사라카엘은 전투태세를 유지한채 라비아타에게로 몸을 돌렸다.


" 논할 가치도 없다. 이단자에게ㅔ 억지로 끌고가겠다면, 죽을 때까지 저항하는 수 밖에 ! 빛의 이름으로 !! "


거절 및 저항은 이미 예상하고 왔던바. 사라카엘의 몸에 빨간 레이저 포인터의 붉은 점들이 찍혔다. 

사라카엘의 전격의 창이 온전히 들리는 순간, 홍련의 석궁이 그 팔을 얼리고 미호의 저격이 생명을 앗아가리라.


" 사라카엘.... 미안합니다. 여러분에게 거절이라는 선택지를 줄 수 없기 때문에 우리도 싸울 준비를 하고 올 수 밖에 없었어요. "


전용 무장인 트롤스버드를 들고오지 않은 라비아타. 비무장이여도 위협적인 그 앞으로 주변에서 떠오른 철조각들이 뭉쳐 볼품없는 강철 몽둥이를 만들어냈다.


" ! 초능력.. "


금속을 조종할 수 있는 초능력. 오르카호의 특수한 대원들 중에서도 특히 잘 알려져있는 능력으로 발동 조건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 사라카엘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눈앞에는 라비아타와 홍련 둘 뿐이였지만 함께 움직이지 않았을리 없는 홍련의 몽구스 팀 이외에도 다른 대원들이 숨어있다는 이야기였다.

최소한 네오딤은 100 m 이내의 거리 안에 있음에도 눈에 보이지 않고 있다.


" .. 새로운 인간분도. 빛의 구원자는 아니신가 보군요. "


침울한 아자젤의 목소리에 마주서있던 셋의 긴장감이 조금 내려앉았다.


" 그 - 네. 그 - .. 뭐라고할까요.. 그리 너그러운 분은 아니긴한데.. 가혹하다기에는 ... 하지만 이번 명령은 또... "


들어올렸던 석궁의 조준점이 조금 내려간 홍련의 목소리에서 모순된 감정을 읽어낸 아자젤의 눈이 뜨였다.

엔젤만큼은 아니지만, 타인의 감정을 민감하게 감지할 수 있는 아자젤의 시야에 들어온 미묘한 표정.

사라카엘의 전격이 아직 완전히 꺼지지 않았건만 정신이 다른데 가있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 사라카엘. "


감정을 읽었다기 보다는 전투감각의 영역에서 오르카호에서 온 불청객들의 기색이 달라졌음을 느낀 사라카엘이 아자젤의 부름에 조용히 자세를 풀었다.


" 우선.. 대화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저희도 나름대로 인망이 있어, 다른 대원들은 저희가 설득하는 편이 좋을 겁니다. 힘겨운 시간을 함께했던 자매들 간에 피를 보는건 피하는게. "


" 물론입니다. 강요.. 하고 있는 저희의 마음도 편하지는 않답니다. 그래도.. 새로운 사령관님이 나쁜.... 분은 아니..죠? "


슬며시 뒤의 홍련과 눈을 맞추는 라비아타 였지만, 눈을 마주친 둘의 눈빛은 뭔가...인간에 대한 바이오로이드의 감정치고는 지나치게 복잡했다.


" 비가 올 것 같습니다. 어딘가 지붕이 있는 곳으로 가시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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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


20세기말 인간의 효과는 굉장했다 ! 

무슨 소리를 하나 들어나보자 - 하는 태도였던 사라카엘이 한 방에 벙졌다.


" 어려워요. 저희가 알고있는 인간님들과는 뭐랄까... 근본적인 부분에서부터 너무 다르다보니.. "


라비아타와 홍련이 그런 .. 감정을 딱 잘라 말하기 힘든 아리송한 표정이 되었던 것이 이해가 되었다.


" 바이오로이드가 아예 없던 시대의 인간 남성분.. 이 시대에 눈을 뜨시게 된 과정도 상당히 복잡하시군요. "


" 스스로 말씀하신 내용이라 증명할 방법은 없겠지만, 믿을만한 근거는 있습니다. 이건.. 새로운 사령관님과 대면하시면 알게되실 겁니다. "


본인이 말하면서도 긴가민가하는 홍련. 

지휘관들 중 에서도 엄격하고 냉정하기로는 손에 꼽히는 그녀가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그것.


" 인간의 뇌파가 정말 그런식으로 읽어진다고.. ? "


" 그걸 읽어진다고 해야하나.. 느껴진다고 해야하나.. 감각적인 부분이라 설명이 너무 어렵습니다. 저희 부대원들과 토론해봤을 때도 각자가 느끼는 방식? 느낌? 이나, 정도도 분명히 차이는 있었고.. "


" 감각이 예민한 저희 금란의 표현을 빌리자면, '마음을 활짝 열어놓고' 있으신 분이라고 하더군요. "


쏴아아아아 - 

갑작스레 쏟아지는 소나기 소리가 침묵을 대신 했다.


" - 그분께서는 온 마음을 열어둔 채, 모든 마음을 받아들여 하나로 엮어내리라... "


나지막히 읍조리는 아자젤을 노려보던 사라카엘은 아자젤과 눈이 마주치자 이를 악물고 뒤의 문구를 이어 갈 수 밖에 없었다.


" 그리하여 그분께서 우리를 빛으로 인도할 지어다.. 하지만 그 행보를 봐라. 음란한 생각이 일상이요, 문란한 관계도 가졌으며, 무엇보다 이번에 내리고 갔다는 명령. 이게 마음을 하나로 엮을 자가 내릴만한 명령이란 말인가 ! "


무조건 복귀. 거부하는 자는 본보기로 처형해도 좋다. 만약 1, 2 분함대를 이끌고 돌아와 직접 해결해야되는 상황이 온다면 - 그때는 복귀가 아니라 '징발'을 실행하겠다.

즉슨, 나중에 뒤지기 싫으면 얌전히 복귀하라는 말.


" 빛께서는 상냥하거 너그럽기만 하지 않다는 것은 사라카엘이 늘 하던 말이 아니였습니까. "


" 또 ! 또 구원자 타령 - "


" 타령이라니. 이제는 교의마저 부정하려는 겁니까? 그러면 당신은 뭡니까? 율법관이 아닌 일개 바이오로이드 사라카엘 ? 당신은 정말 그렇게 살아갈 수 있습니까? 인간에게서도, 빛에게서도 벗어나서. "


매서운 아자젤의 추궁에 사라카엘의 기세가 꺾였다.


" 예전 '바벨의 아자젤' 처럼 ? ... 사라카엘.. 우리는 결국 바이오로이드 입니다. "


이어진 아자젤의 자조적인 한마디에 라비아타와 홍련의 분위기도 가라앉았다. 우리는 결국 바이오로이드. 인간의 손에 창조되었으며 인간에게 봉사, 의존, 믿음... 각자가 태생적으로 부여된 뭔가를 갈구하는 피조물.


" 사라카엘. 부디 도와주세요. 새로운 사령관님은.. 절대 첫번째 분과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를 소모품처럼만 여기는 분은 아닙니다. 거기에는 아직 바이오로이드란 존재 자체애 대해 확고한 개념을 잡지 못하신 탓도 있겠다고 보구요. "


라비아타의 간곡한 어조에 사라카엘은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 ....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방향성이 정해질 수도 있다는 말입니까. "


" 그러길 바라고 있습니다. ..마음대로 내다버릴 수 있는 노예보다는 자문을 구할 수 있는 조언가가, 생활을 윤택하게 해주는 도우미가, 하다 못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애착물이라도 되는게 좋지 않을까요.. ? "


라비아타의 목소리가 서글펐다.


" ....통령. 당신도.. 많이 지쳐보이는군. "


쓰게 걸린 미소 역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