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를 짓다 보면 잡초 처리가 항상 문제예요.”



“비료 주랴 물 주랴 애써서 키우는 자식 같은 농작물들의 양분을 전부 빼앗아 버리거든요.”



“그러니까 제때제때 손을 봐야겠죠?”



“제초제를 쓰면 일이 조금 쉬워지지만, 결국은 약이 농작물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저희 페어리들은 그 방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답니다.”



“그래서 저는 잡초를 일일이 뽑은 다음, 드리아드랑 리제더러 날붙이로 찢어버리게 해요.”



“물론 태워도 되기는 한데, 남의 노력과 사랑을 대신 다 빨아먹어 버린 돼지 같은 것들을 그냥 공기 중에 재로 흩뿌려버리는 건 너무 아깝잖아요?”



“그러니 기회를 줘야죠. 처먹은 만큼 저와 제 농작물들에게 도움이 될 기회를요. 전부 다져서 갈아버린 다음 비료로 쓰는 거예요.”



“물론 토막치는 게 끝났다고 신나서 막 밭에 뿌리면 안 돼요. 잡초들은 생명력이 강해서 그 정도로는 잘 죽지도 않거든요. 다시 자라서 기생충 짓 하는 건 시간문제예요.”



”그러니 제일 좋은 방법은, 이것들이 썩게 두는 거예요.”



“갈갈이 찢어발긴 잡초 조각들을 음식물 쓰레기나 쇠똥 같은 것들과 섞어서 한데 던져 모아 두는 거죠. 그럼 대낮부터 파전에 막걸리 몇 잔 걸치신 이장님이 담벼락에 쏟아낸 토사물 같은 모습이 돼요.”



“오염이 신경 쓰일 수도 있는데, 지푸라기를 덮어준 다음에 일주일마다 뒤집으면서 공기를 넣어 주면 유익균들이 좋아한답니다. 그럼 발효도 잘 되고 냄새도 안 나요.”



“물론 아무것도 안 하고 몇 달간 그냥 놔둬도 되기는 하는데, 추천은 안 해요. 나중에 농사에 쓰려고 삽으로 퍼갈 때마다 대감집 뒷간에서 똥 푸는 느낌이 드는 건 당신들도 싫을 거 아니에요?”



“이 미생물들이라는 게 말이죠, 신기하게 정말 못 먹는 게 없답니다. 다프네가 나노봇으로 환경을 맞춰 주고 위에 아쿠아가 물만 적당히 뿌려 주면 곧 퇴비더미 전체가 곰팡이로 뒤덮여요. 그리고 일주일 안에 전체가 대충 분해돼서 시꺼멓게 변하죠.”



“물론 쓸 만해질 때까지는 몇 개월은 더 묵혀야 하긴 하지만, 보통은 이렇게 일주일만 지나도 그 안에 뭐가 섞여들어갔는지는 알아볼 수가 없어진답니다."



"그 잘난 시티가드 감식반이 와도 말이죠."



"그러니 우리 페어리를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되는 거예요.”



“...말 나온 김에 한번 계산해보죠. 저희 농장에서 보통 한 번에 퇴비를 10톤 정도 만드니까, 이게 일주일 안에 웬만큼 분해된다 치면, 하루에 약 1.3톤가량이 분해되네요. 킬로그램으로 환산하면 1,300kg이고.”



“많기는 한데 솔직히 별로 와닿는 숫자는 아니니까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단위로 다시 나눠보자구요. 단위는 사람이면 되려나요?”




“이 나라 남성 평균 몸무게가 65kg이니까, 어디 보자… 하루에 남자 20명 꼴로 분해하는 셈이군요. 1300 나누기 65는 20. 어려워요? 아니죠? 간단한 산수니까.”



(문이 열리고, 리제와 드리아드가 날을 갈며 들어와 레아 옆에 선다.)



“…”



“...자, 그럼 공식은 완성했으니까, 이제 제가 이걸 응용한 문제를 하나 낼게요. 한번 풀어보세요.”



“그래서 여기 계신 여러분들은 다 모으면 며칠 안에 끝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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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gLsWMdxTMcw


오랜만에 글 쓰네

한동안 접었다 복귀하니까 마침 분늑송 복각이구만


페어리 농장이 털리는 와중에 아쿠아가 다쳤고,

열 받은 언니들이 역으로 도둑 아지트 쳐들어가서 조져버리는 상황임


대사 각색한 원작은 스내치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