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모음집



"...고요하네"



이 섬에 들어서자마자 느껴진 부분이었다.



"...그러게요."



주변을 경계하는 애니도 지금의 상황이 꽤나 당황스러운 모양



섬의 크기며 이 섬의 가치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했을때 이 섬은 철충들로 가득차 있어야 마땅할 것이다.



-"확실히 이상합니다, 방어에 성공한 것이라면 이곳을 방어하는 병력이 있었어야 정상이고 방어에 실패했다면 철충들이 점거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다리를 건넌 이후 단 한 마리의 철충도 감지되지 않았다.



마치 이곳에 자신들이 처음 발을 들인것은 아닐까 하는 착각이 순간 들기도 했었지만



"저건..."



"파괴된 AGS들이네요, 한둘이 아닌데...감염됐던 것도 섞여 있는 거 보니 여기서 꽤 격렬하게 싸웠었나봐요."



하지만 수많은 잔해들과 총탄 구멍들이나 포탄에 부숴진 건물등이 이곳이 전장이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렇다면 후자의 가능성이 더 높은 것 같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곳의 철충들이 어디론가 사라진 것이 그나마 가능성이 높은 상황



"너무 섬 안쪽으로 들어가지는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하지만 그것들이 이 섬 밖으로 이동한 것인지 아직 자신들이 도달하지 못한 섬의 다른 곳에 있는 것인지는 알 방법이 없었다.



-"저도 동의합니다, 전투 병력도 애니 한명 뿐인 이상, 무리해서 섬을 수색할 필요는 없습니다, 일단 이 근처에 주둔하고 합류를 기다리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셀주크는 자신도 애니와 같은 판단을 내렸음을 다시한번 그에게 어필했다.



"그래, 그러면..."


"저기가 좋겠네요."



-우웅~!



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애니의 호버 바이크가 멈춰섰다.



[삼마트]



그에게 있어서는 조금 꺼림직한 곳이었지만 지금은 저기만큼 좋은 거점이 없을 것이다, 주변을 살피기 좋은 위치에다가 퇴로도 다양하다.



그러고 보니 이 세계에서는 왜 삼마트인 것일까, 하는 의문이 잠시 그의 머리속을 스쳐지나갔다.



"제가 안쪽을 한번 살펴보고 올게요, 부비트랩 같은게 있을 수도 있으니 조심해서 나쁠건 없죠, 저 없는 사이 무슨 일이..."



"걱정마,



-척



나도 내 한몸 지킬 줄은 알아, 나름 사지멀쩡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국방의 의무를 다한 사람이고?"



브라우니가 챙겨준 이전에 애니한테 재압당할때 잃어버렸었던 F2090 소총을 들어보이며 웃어보이는 그



"..."



애니는 조금 못마땅했던 것인지, 아니면 믿음이 안 갔던 것인지 조금 뾰루뚱하게 그를 쳐다봤다.



-"제가 인간님과 함께 있는 한, 철충이 인간님의 그림자도 보지 못하게 할 것입니다. 그러니 안심하고 다녀와주십시요 아이언 애니"



그래도 그가 믿는 구석이 있었기에 그런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사실상 맵핵을 키고있는 상황인데 철충들이 자신을 뭐 어떻게 하겠는가? 철충이 감지되면 재빠르게 도망치면된다.



애니와 셀주크 둘이 모두 살아있었기에 그 또한 안심할 수 있던 것이다.



"그때는 기습이었었고, 애니 너가 강했어서 그랬던거야, 너가 강했던거지 내가 약했던거는 아니라고



그러면 여기는 이 카우보이에게 맞겨놓고 어서 다녀오시죠 보안관님"



애니를 설득하는 한편 애니의 기분을 생각하여 조금 장난스럽게 그녀를 대해본다.



"...저는 보안관 아니에요, 


그러면 다녀올게요."



애니는 그런 그의 호의에 웃어보이며 건물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절그러럭...



'유리 조각?'



문없는 정문을 들어서자마자 그녀를 반겨준 것은 바닥에 흩뿌려져있는 유리조각들 아마 이 유리조각들이 정문의 유리문이었을 것이다.



'딱히 흔적은 안보이는데...꽤 오랫동안 아무도 안 지나간건가?'



정문을 제외하고도 수많은 출입구가 있었지만 적어도 정문은 누군가 지나다닌 흔적을 찾기 힘들었다.



-딸깍


-샥



애니는 들고있던 산탄총을 어깨에 메고 한손으로는 손전등을 키면서 다른 한손으로는 리볼버를 뽑아들었다.



안쪽은 전기가 끊겨서 아직 날이 저물지 않았음에도 형상조차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어두웠다.



-저벅...저벅...



자신의 발 앞을 가장 먼저 손전등으로 비추면서 한발짝 한발짝 조심히 나아가는 애니



"...아무도 없어요?"



혹시라도 누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어둠에 대고 말해보기도한다.



"그냥 잠시 머물곳을 찾고있을 뿐이에요, 떠나라고 하면 떠날게요."



-...



하지만 답은 들리지 않았다.



'적어도 수십년동안 여기 물자를 건드린 것 같지는 않은데...'



먼지의 쌓인 정도나 거미줄등 이곳에 있는 정보들을 최대한 규합해보는 애니, 수사관이었기에 이 정도는 기본이었다.



'...특별한 것은 없어보이네'



이곳에 인간님에게 위험이 될만한 것은 없다, 그것이 그녀가 내린 결론이었다.



-저벅



그렇게 다시금 밖으로 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턱


"!?"



무언가 그녀의 발에 닿았다.



순간 자신이 놓친 부비트랩인가 했지만 이내 그것의 정체를 보고는 조금 의아해한다.



[퇴근길]


'...캔맥주?'



맥주캔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똑....똑....



살짝 남은 맥주가 작은 소리를 내면서 떨어지고 있는



'이거 딴지 얼마 안된....'



딴지 그리 긴 시간이 지나지 않은 맥주



그 말은 즉슨



-...턱,턱!턱!!



"!!!"



주인이 그리 멀지않은 곳에 있다는 의미



-파악~!



급히 고개를 뒤로 돌린 그녀는 자신을 향해 순식간에 휘둘러지는 야구 방망이를 볼 수 있었다.










-...우당탕탕!



"!!!"


-타닷



삼마트 안쪽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소란스러운 소리에 그는 곧바로 바이크에서 뛰어내려 걸음을 재촉했다.



그렇게 순식간에 삼마트 내부로 들어서자 이전에 그가 들렸던 삼마트처럼 어두운 내부가 그를 맞이했다.



"무슨 일이야! 괜찮아!?"



"으읏... 저는 괜찮아요!"



애니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을 보니 그곳에는 바닥에 널부러진 손전등의 불빛에 애니의 다리쪽이 살짝 보였다.



"어떻게 된거야?"



그래도 큰일이 난 것은 아니구나, 하고 안심하며 천천히 애니에게 걸어간다.



"...매복이 있더라고요."



"뭐?!"



조금 숨을 고르면서 말하는 애니의 말과 대비되게 그는 놀라면서 되물었다.



매복이라니, 주변에 철충도 없는데 그게 무슨 소리인가?



"아니 이게...?"



그리고 처음 듣는 목소리와 함께 그제서야 보이는 또 다른 다리의 존재



-턱



그는 곧바로 바닥에 있던 애니의 손전등을 잡아서 그 다리의 주인의 얼굴이 있을 곳을 비춰보이자



"..."



크게 놀란듯 안경 너머의 공허한 눈빛이 요동치면서 그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한 장발의 여성의 모습이 보였다.











"...이것 좀 풀어주시면 안될까요?"



스스로를 유미라고 소개한 그녀는 애니의 수갑에 양손을 묶인 체 주저앉아있었다.



"앞으로 하는 말에 따라서 그 수갑을 풀어줄지, 아니면 더 이상 수갑이필요 없이 질지가 결정될거야, 그러니까 똑바로 답해 유미"



애니는 소위 나쁜 경찰처럼 그녀를 강압적으로 대하면서 심문을 시작했다, 



동시에 그의 앞에 서서 혹시라도 유미가 돌발행동을 하면 자신이 막아낼 수 있게 만반의 조치를 하면서 말이다.



"..."



그는 당장은 개입하지 않고 조금 거리를 둔체 유미를 응시하고 있었다.



"....하아아아"



유미는 둘을 잠시 번갈아가면서 보더니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일종의 자책이 담긴 듯한 한숨 소리라는 것을 눈치챈 애니는 경계가 조금 누그러졌다.



"말해봐, 분명히 여기를 둘러볼때 내가 적대할 생각이 없다고 말을 여러번 했었는데 왜 그런거야?"



"...저를 유인하려고 연기하는 줄 알았어요."



유미는 시선을 피했다.



"내가 왜 연기를.... 아니 이거는 됐고"



더 캐물어보려는 듯 했던 애니 었으나 이내 그만뒀다.



"인간님을 지킨다는 말도 거짓, 지키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전부다 연기라고요."



자신도 그러했었으니



아마 그녀에게도 그런 믿음이 생겼던 이유가 있겠지하고 일단은 넘긴다.



"왜 애니를 공겼했던거야?"



이번에는 그가 나서서 물었다. 



"...착각했거든요. 다른 바이오로이드랑"



"..."



유미를 바라보던 그의 시선이 한층 싸늘해졌다.



착각한 것 이전에 누군가를 죽이려했다는 의미이고 어쩌면 애니가 죽을 수도 있었다는 사실에 유미를 곱게 볼 수 없었던 것이다.



"너무 그러실 필요는 없어요."



그런 그의 분노를 이해한다는 듯한 애니의 반응 하지만 딱히 분노해있지는 않아보였다.



"하지만 너가 죽을 뻔했는걸"



"...그건 아니에요."


-슥



애니는 손가락으로 유미가 묶여있는 벽의 위쪽에 있는 선반을 가리켰다.



잘 숨겨져있었지만 아까의 몸싸움으로 그 내용물이 드러났는데



"...볼트액션 소총이잖아?"



모델이 뭔지는 모르겠으나 나무로 된 총몸이 인상적인 망원 조준경이 달린 볼트 액션 소총



"죽일 생각이었다면 저걸 썼겠지 야구방망이를 휘두르거나 하지는 않았을 거라고요."



애니는 이내 유미를 바라보았다.



마치 자세히 설명하라는 듯 팔짱까지 끼면서 말이다.




"맞아요, 죽일 생각은 추후도 없었어요. 그리고 저 총, 가지고는 있었지만 지금까지 쏜 적은 단 한번도 없었고요.


...어두워서 잘못 봤었어요."



애니의 말과 이어지는 유미의 해명에 분노가 사그라든 그는 평정심을 되찾은 체 질문했다.



"...그러면 누구랑 착각한건데?"



무언가 그녀에게도 사정이 있으리라



"...참 오랜만에 뵙는 인간분이시고"



"...?"



유미는 잠시 애니의 얼굴을 바라보고는 이내 그의 얼굴도 잠시 바라보더니 이내 자조섞인 웃음을 짖더니 말을 이어갔다.



"...착하신 분인 것 같으니 알려드릴게요."



아무래도 애니가 진심을 다해서 그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나 그의 태도를 떠올렸던 모양이다.



유미는 딱히 짜증을 내지 않고 자신을 기다려주는 그의 사소한 호의에 그녀는 미세하게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그런 기분좋은 홍조는 빠르게 식어버리고 차가운 얼굴로 되돌아갔다.



"...이 섬은 위험해요, 빨리 빠져나가세요."



애니가 조금 짜증 섞인 목소리로 되물었다.



"질문에 답을해, 하고싶은 말만하지 말고"



앞뒤 다 짜르고 저렇게 말해봤자 자신들이 알 수 있는게 없지 않은가? 적어도 알아듣게는 말해줘야하는 법



"헤헤... 육하원칙이고 뭐고 다 안 따르고 말했네요....커리어 우먼은 무슨..."



잠시 중얼거리듯 답하고는 애니가 다시금 소리치기 전에 말을 이은 유미



"...누구랑 착각한 것이냐고 물으셨죠?"



"응"



".....이 섬에 저격수가 한 명 있어요. 좀 더 정확히는 저격수 바이오로이드가 한 명 있는거죠, 이름은 말씀드려봤자 모르시겠죠"



"그러면 혹시...?"



그 바이오로이드 때문에 이 섬이 위험하다고 말한 것인가



"맞아요, 눈치 빠르시네요.



그 저격수가 이 섬에 있는 모두를 쏘고있거든요, 철충이건 바이오로이드건...."



"...설마"



애니는 유미의 말에 꽤나 충격을 받은듯 떨리는 두 눈으로 그녀를 주시했다.



그녀는 이미 유미가 무슨말을 할지 알고있는 눈치였다, 하지만 제발 그것이 아니길 유미의 입이 그걸 부정해주길 원하는 모양이었으나



"...네, 인간도요."



그 희망은 철저히 부숴졌다.



철충을 피해서 다리를 건너왔건만 이번에는 저격수인 모양이었다.



-".....명령이군요."



침묵을 지키던 셀주크가 한마디 거들었다.



자신처럼 명령에 묶인 존재가 또 있는 모양이다.











"스읍...후우...."



천천히 심호흡을 해보는 이프리트



이전에는 환각이나 환청으로부터 견뎌내기 위해서 심호흡을 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가슴이....심장....인가?'



이전과 마찬가지로 가슴이 옥죄어오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정말로 가슴쪽에 찢어질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정신적인 부분이 아니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챌 정도로 말이다.



'정신이....안돼...안된다고....'



그로인해 정신이 흐려지기 시작하자 그녀는 입술을 깨물으면서 겨우 정신을 차리려 시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쿵! 쿵!!



주변의 소음들이 사라지고 오로지 자신의 심장소리만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쿵! 쿵!! 쿵!!! 쿵!!!! 쿵!!!!!



점점 커저가며 점점 빨리지는 심장과 별개로 그녀의 눈은 점점 감겨 만갔다.



'안돼....잠들 수 없다고...!'



이미 몸이 한계라는 것은 알고 있다.



여기서 더 버티다가는 정말로 죽을 수도있을 것이라는 것도



하지만



'더...더 먹어야해...!'


-덜그...러럭....



그래도 깨어있어야한다.



조금 있으면 켈베로스에게 지원 포격을 해줘야한다.



자신이 이렇게 잠에 들면 켈베로스 혼자 철충 무리를 막아내야한다.



"...꿀떡"



그러니 깨어있어야한다.



자신이 죽더라도 모두를 살리고 싶었으니까



".....아"



하지만 애석하게도 



-휘청



그녀는 각성제를 삼킴과 동시에 자신의 몸을 더 이상 가눌 수 없게 되러 바닥에 쓰러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죽더라도 모두를 살리고 싶었지만 그전에 무너지고 말았다.



'역시 나는...'



침묵의 대가다.



100년간 잠에 빠진 대가다.



-털썩



차가운 바닥의 까슬까슬한 잔디의 촉감이 느껴진다.



-"...꼬옥... 깨우러 와줘야 해? 약소옥~....히히.....히.........."



'...너희들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갑자기 그 둘의 모습이 떠올랐다.



품속에 넣어둔 그 둘의 인식표를 한번 꼬옥 붙잡고 싶었지만 애석하게도 힘이 나지 않았다.



"이프리트, 몸 조심해"



그의 마지막 말이 떠올랐다.



그의 마지막 얼굴이 떠올랐다.



그의 마지막 미소가 떠올랐다.



그와 맡잡았던 손의 감각과 그때 느껴진 두근거림이 마지막으로 떠올랐다.



"부족한 나라서..."



마지막 힘을 쥐어짜 저 하늘을 향해 말해보고는



"미안했어"



그녀는 눈을 감았다.














"...어?"



"저기....괜찮아?"



"숨은 쉬고있....!!"



"위험해...이대로 뒀다가는...."



"....에잇!"



"으윽....무거워...."



"짐은 나중에...살리고 봐야지"



"일단은 돌아가서 치료해야하는데...."



"..."



"뭐, 경험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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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와서 든 생각인데 이프리트 건강 떡밥을 좀더 많이 뿌렸어야지 싶다. 그냥 각성제 너무 많이 먹는걸로 만으로는 조금 부족했던 느낌


그렇지만 뭐 이제와서는 어쩔 수 없는거고!


그냥 그거는 그거대로 가는거지



새로운 캐릭터들과 함께하는 새로운 상황을 기대해줘, 


망가진 바이오로이드들과 '살아남기'인 만큼 살아남기에 좀더 집중해보는 애피소드로 구성해보려고 노력 중이야



그리고 내일은 일있어서 못올려



그러니 그 전까지 이번화를 재미읽게 읽고 기다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