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모음집



-치직

"이프리트?!"



-치직"아니지... 어차피 응답해도 우리쪽에서 못듣는구나"



애니는 놀라면서 무전기에 소리쳤지만 이프리트는 그녀의 말이 들리지 않았는지 자신의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현재 이 섬은 통신이 차단 되어있어, 내쪽에는 통신 장치가 있어서 송신은 되는데 수신은 안되는 상황이야,



일단 이 무전이 들리면 인천국제공항 인근쪽으로 와줘, 정확한 위치와 시간은 상황을 보고 자세히 정할게



...다들 무사해야해"



천만다행이다, 적어도 이프리트는 괜찮은 모양이다.



-치직

"응 알겠어, 금방갈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줘"



들리지는 않겠지만 상관없었다.



일단은 뭉쳐야 하는 상황이기에 애니는 걸음을 재촉하기로 마음먹었다.



-"야간에 움직이는 것은 추천 드리지 않습니다, 저희는 기껏해야 손전등 정도인데 야간 투시가 가능한 철충 계체가 있다면 위험에 처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저격수로부터는 상대적으로 안전하겠지, 그리고 너가 있잖아? 시가지 특성상 멀리서 우리를 찾기는 힘들테니 최대한 숨어서 움직이면 될거야"



-"...동의합니다, 최대한 빨리 재집결하는 편이 인간님을 지키는데 유리할테니까요."



셀주크는 우려를 표했지만 애니는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법이라는 설득에 곧 접었다.



애니는 곧바로 단말기를 챙겨 그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하 식품코너를 돌아다녀봤는데도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 애니"



"왜 위험하게 밖에 계셨어요?"



그를 찾은 곳은 삼마트 앞에 작게 마련된 공터, 물론 그도 생각은 있었기에 잘 보이지 않는 곳에있었지만 애니는 못마땅해 할 수밖에 없었다.



"...잠깐 생각 좀 하느라"



"뭐 다음부터는 주의해주세요, 아무튼 지금 중요한거는..."



애니는 방금 이프리트와 나눈 대화 내용을 그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맙소사..."



-위이이잉~!!



토미워커가 감염된것인가



걸음을 한번 옮길때마다 세상이 뛰어오르는 것 같다.



그녀는 자신의 양팔과 다리가 떨리고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두려운걸까?'



폴른과 램파트가 감연된 경우는 마지막 출동때 싸워본적이 있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이길 수 있었다.



하지만 저건 아니다, 처음보는 그 거대한 철충의 압도감이 그녀를 서서히 침식해가고 있는 것만 같았다.



'...아니, 아니야'



하지만 이제 곳 사라지려는 따스한 햇살이 그녀의 등 뒤를 빛주고 있으니 두려움이라는 감정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등 뒤로는 서서히 해가 떨어지면서 황혼의 마지막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척!



그 거대한 하베스터에 비해서는 초라히리만 작은 자신의 방패이지만 그녀는 다시금 자세를 잡았다.



'맹세한 이상, 그럴 수는 없지'



죽기는 쉽지만 길을 내어줄 수는 없다.



-...철컹! 슈우우욱~!



그에 대한 대답인지 하베스터는 큰 작동음을 내면서 연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잠시 서로를 마주보고 있을떼 켈베로스가 한마디 거들었다.



"왜? 뭐 멋~진 대사 같은 거라도 기대했어?


그런거 없으니까 어서 와, 이 망할 철벌레 뚱땡아"



마지막에 비웃음을 한번 해주니



-...위잉~!!



황혼의 끝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여기는 이프리트, 현재 이 섬은..."


-...



미호의 말로는 통신 방해 때문에 통신장치의 신호를 최대한 한쪽으로 모아서 겨우 단거리 통신이 가능한 상황



그리고 이쪽에서 송신은 가능하지만 상대쪽에도 통신장치가 있는 경우가 아니고서는 송신만 가능하다고한다.



"...그런데 여기서 다리 건너편 쪽까지는 전파가 안 닿을거야"



"아니, 분명히 지금쯤이면 다리를 넘어왔을거야, 


-치직


여기는 이프리트 현재 이 섬은..."



미호의 우려섞인 말을 단호하게 부정하고 여전히 무전기를 쥔체 그녀들을 찾는다.



그녀들은 모두 프로들이다.



브라우니와 하베트롯은 인천에 있는 철충을 모두 어딘가에 던져놨을 것이고



켈베로스는 가끔씩 기어오는 철충 유충들만 내려찍으면 됐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쯤이면 다리를 건너와 자신들을 찾고있을 것이다.



'제발...'



...찾고 있어야만 한다.



"동료가 꽤 많은 모양이네?"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아는 것일까 모르는 것일까, 미호는 어떻게든 그녀와 대화를 나누고 싶은 모양이었다.



"...응, 모두가 소중한 동료들이야 지금은 잠시 뿔뿔이 흩어졌고...


...한명은 생사도 모르지만"



그녀의 표정이 어두워지자 미호는 잠시 우왕좌왕하더니 이제는 더 이상 '핫'초코가 아니게 된 핫초코를 그녀에게 건내줬다.



-슥


"모두 괜찮을거야, 그러니까 그.. 스스로도 조금 챙겨주는게 어떨까싶어"



조금이라도 기운을 차려줬으면 하는 그녀의 작은 바램이었다.



이프리트는 이 복잡한 마음이 달콤한 초콜릿을 먹는다고 풀릴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다만



"...고마워"



차갑지만 따뜻한 초콜릿을 한잔 마시면서 잠깐이지만 지친 마음을 달래 보았다.



그 모습을 잠깐이지만 흐믓하게 바라보고 있던 미호 이내 자신이 할 일이 생겼다는 것을 깨닫고 밖으로 나설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 슬슬 준비해야겠네"



"응? 뭐를?"



이프리트의 반응에 미호는 당연하다는 듯 답하는데 묘하게 자신감이 넘치는 눈치였다.



"내 생각에는 너의 동료들이 야밤이지만 눈에 불을 키고 이쪽으로 오고있을 것 같아서, 여기 위치를 찾는거는 보통일이 아닐테니 누가 마중은 나가줘야지"



"아니야, 내가..."



자신이 나가겠다며 자리에서 일어서려던 이프리트랄 다시금 자리에 앉게 살짝 누르는 미호



"지금 몸상태로? 솔직히 말해서 지금도 무리하고 있는 수준이잖아"



"..."



맞는 말이었다, 고작 무전기에 대고 말하는게 전부이지만 지금 당장도 머리가 핑핑 돌고 있는게 몸 상태가 정상은 아니다.



"그리고 이 방문만 열어도 함정투성이야, 밖으로 나가면 더 그렇고, 그러니까 내가 다녀와야해



그러니 그동안 무리하지말고 최대한 쉬고 있어, 내가 이 주변도 최대한 한번 찾아볼테니까"



미호의 미소에 이프리트는 약간이지만 안심이 되었다, 저 미소가 참 믿음이 가는 미소같았으니 말이다.



"...고마워, 그런데 이렇게까지 해주는 이유가 뭐야?"



물론 이전에도 애니에게 대가없는 호위를 받아봤던 그녀였지만 그래도 뭔가 조금 꺼림직한것은 사실이었기에 한번 물어본다.



보아하니 그녀는 혼자서도 이 세상에서 남부럽지 않게 잘 살아가고 있었을 것이다, 그 증거가 바로 이 방이다.



'간부들이나 썼을 법한 곳이야...'



편한 소파부터 포근한 침대 여러 귀여운 장식물과 종이책들까지 아주 제대로 꾸며놨다.



적어도 이곳에 부족해 보이는 것은 없어 보인다, 즉 굳이 남을 도움으로서 무언가를 얻을 필요가 없다는 것



"...이유?"



"응..."



미호의 반응에 약간이지만 긴장하는 이프리트



하지만 그런 그녀의 행동이 무색하게 미호는 당연하다는 듯 호탕하게 웃어보였다.



"푸하하! 이유가 뭐가 필요해 그냥 돕는거지


...다행히 내가 누군지 모르는 모양이구나"



"응? 뒤에 뭐라고 말했어?



그녀의 말에 미호는 고개를 내저었다.



"으응, 아무것도 아니야


...그게 나의 원래 의무이니까,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헌신하는 것, 모두를 안전하게 지키는 것"



"혹시 시티가드 소속이었어?"



미호는 조금 움찔했지만 이내 그런 기색을 지웠다.



"...뭐 비슷하지, 그런데 지금 와서 그게 뭐가 중요하겠어?


...중요한거는 지금이니까"



뒷말을 중얼거리듯이 했는데 스스로에게 하는 말 같았다.



"...그렇지"



그 말의 의미를 깊이 공감하는 이프리트의 모습에 미호는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아무튼 다녀올게, 아까 말했다시피 이 밖은 함정 투성이니까 이 방 안에만 있어줘,


...아 맞다!"



"?"



그렇게말하고 방을 나서려던 미호는 이내 자신이 중요한 사실을 잊었다는 것을 깨닫고 머리를 긁적이면서 이프리트를 바라봤다.



"...이름이 뭐야?"



"아..."



이프리트도 자신이 지금까지 이름도 밝히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기억해냈다.



"...이프리트, 내 이름은 이프리트야"



이제서야 제대로 된 소개를 끝마쳤다는 사실이 조금 웃기기까지하다.



"응, 만나서 반가워 이프리트,


동료들은 내가 책임지고 데리고 올 테니 여기서 기다려줘"


-덜컥



미호는 그 말을 끝으로 싱긋 웃어보이더니 밖으로 나섰다.



"..."



문이 닫히고 조명이 들어오는 따뜻한 방과 상반되는 어두침침하고 차가운 공간이 그녀를 맞이했다.



-...



그녀의 시야가 창가에 거치되어있는 SK-14 저격 소총으로 향했다.



그리고 다음으로 시야가 향한 곳은 이 공간



-삑.....삑.....



아주 귀를 귀를 귀울여야 겨우 들리는 작은 비프음



자동 방어 포탑, 지뢰, 부비트랩과 여러 함정들이 이 작은 공간에만 수십개가 있고 이 건물에만 수백개가 있다.



아마 철충 수십마리가 공격해와도 그녀는 싸울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때처럼은 안 당해, 무슨 일이있어도"


-척



나지막하게 중얼거리고는 그녀의 손이 저격소총으로 향했다.
















F는 MA



힘은 질량 곱하기 가속도이다.



-타닷!



켈베로스의 힘이 어느정도의 질량과 빠른 가속도의 곱이라면



-콰앙~!!


"으앗!"



하베스터의 힘은 가속도는 거둘 뿐이고 질량 그 자체



공격 한번에 금이 가있던 주변 건물들이 가루를 흝뿌리고 콘그리트 도로가 조각나 하늘 높이 떠올랐다.



'느려...하지만....'



켈베로스가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회피에 집중하는 것 뿐



그래도 저 압도적인 힘앞에 피하는 것에 성공한 것이 무색할 정도로 큰 충격이 계속해서 그녀를 덮쳤다.



아마 브라우니와 하베트롯이 자신을 상대하였을때 이런 느낌을 느끼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위이잉~!!



그래도 그 둘이 그러했던 것처럼 거리만 유지하면 괜찮을 것이다.



'이번엔 또 뭐....'



아니 방금 한말은 취소



-츄아아악~!!



"!!!"


'저거 늘어나는거였어?!'



이번 적은 인간님을 지키기 위해 원거리 공격을 봉인할 필요 같은건 없었으니 말이다.



















'여기가 좋겠네'



달빛이 감도는 건물의 옥상, 주변을 살피기는 최적의 장소다.



물론 자신의 모습이 모두 들어나는 장소이니, 저격수로서는 최악의 선정이지만 지금 자신은 저격수로서 온 것이 아니니 상관없었다.



저격 소총은 어깨에 멘 체 따로 챙기고 다니는 망원경으로 주변을 살피던 와중



-우웅....


'...저쪽인가?'



그녀의 예리한 청력 덕분에 이 밤을 달리는 듯한 소리의 방향을 찾을 수 있었다.



꽤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 빨간 호버 바이크



그리고 보아하니 두명정도...



'...에?'



운전하고 있는 인물 전에 본적이 있다,



아니 지금 그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그 뒤에 타고있는 동승자 정체



'인....간?'



그녀가 아는한 이 세상에 남아있는 남성 바이오로이드같은 것은 없으니까 그녀가 내릴 수 있는 판단은 단 하나뿐이었다.



저건 인간이다.



("실수는 인정할 수 없어")



"!!!"



귀로 들리는게 아니다, 머리에서 울리는 것이다.



("머리 숙이고, 숨어 다니기. 알지?")



"닥쳐...!"



순간 무의식적으로 저격소총 잡으려던 손을 다른 손으로 막으려했지만 그런 노력에도 손은 점점 가까워졌다.



("잊지마")



"..."



떨리던 손의 진동이 순식간에 멎어들었다.



("저격수의 미덕은?")



그녀는 잠시 무표정이었지만



"...침묵"



이후 기괴하게 웃어보았다.



-철컥



그녀는 저격 소총을 장전했다.
















-우웅~!



차가운 밤공기를 가르며 빠르게 나아가는 호버 버이크



"일단 이 주변부터 둘러봐야겠어요."



일단 근처로 오기는 했으나 자세한 위치는 아직 이프리트가 알려주지 않아서 일단은 이 주변을 수색하기로 한다.



"그래, 일단은 건물들 중에서..."


-지이잉...



순간 빨간 레이저가 그의 머리를 노리기 시작했다.



"숚여요!!!"


" "!!!" "



동시에 도로 옆의 차량 잔해 뒤에서 유미가 다급하게 손을 흔들면서 소리쳤다.



-타앙~!!



총성이 차가운 밤하늘을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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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화는 통으로 미호 파트야!


과거사와 함께 미호에게 내려진게 정확히 무슨 명령이었던건지 같은 것부터 지금 상황이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건지등이 나올 예정이니 기대해줘


그리고 이번화 자세히 읽어보면 미호의 진심이 뭔지 알 수 있을거야





그리고 미호 표정콘 이렇게 이어놓으면 볼에 붇은게 약간 피같아서 꽤나 섬뜩하네


덕분에 소설 분위기에 어울려서 맘에든다!



아마 5~8화 정도면 미호 파트는 마무리될 것 같어, 원래는 좀 길게 가려했는데 길게 잡으면 피로감 느낄 것 같아서, 이전에 애니랑 켈베 파트처럼 엄청 세세하게 묘사하는거는 지양하려고


그리고 다음 파트가 사실상 마지막 에피인데, 그 부분이 길어질 예정이야 


여정의 끝이 다가온다...


완결내면 다음에는 뭐 쓸지 고민하는것도 꽤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