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도로 화가 난 소완을 겨우 달래주고 몽구스팀의 숙소 앞에 닿자 

이미 약속한 30분이 지나있었다.


안에서는 맛있는 냄새가 풍겨왔고 

몽구스팀의 재잘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는 기분이라면 이런걸까 잠시 생각하고서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띄운채로 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크지 않은 노크소리였음에도 불구하고 안에서 즐겁게 재잘거리던 소리가 단숨에 조용해지고

의자에 앉는 소리, 그리고 누군가가 달려나오는 소리,

그리고 머지 않아서 숙소 문이 열리고 나를 반갑게 맞이해주는 홍련.


"어서오세요. 여...여...사령관님..."


"에이~~ 사령관 오면 여보라고 부를거라면서요 엄마~ 

패기롭던 우리 작전관님 엄마는 어디갔대요~!!"


"미...미호.. 제가 언제.."


"어쨌든 사령관 어서와. 엄마랑 미호는 냅두고 이리와서 앉아 우리도 밥 먹으려던 참이야."


"맞아. 엄마랑 약속한 시간보다 늦었잖아.

엄마가 갈비찜이랑 국 다시 데웠다구."


수저랑 젓가락을 쥐고 식탁에서 버둥거리는 스틸드라코.

자연스럽게 식탁의 상석으로 안내해주는 불가사리.

식탁에 엎드린채 자신이 좋아하는 반찬을 열심히 노려보는 핀토.


들어와서 앉으니 뱃속에서 기분좋게 꼬르륵 소리가 들려온다.

어느샌가 홍련은 다가와 하얀 쌀밥을 퍼주고 미호도 자기자리로 가서 앉아 수저를 들 준비를 마쳤다.


"자, 그러엄... 사...사...아니.. 여...보... 애들도 모였으니까 저녁 먹을까요...?"


얼굴이 터질듯 빨갛게 달아올랐지만 말을 정정하진 않았다.

그런 홍련을 보며 웃음짓고는 모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다들, 밥먹자. 오늘 엄마가 힘 좀 썼나본데 눈치보지 말고 맛있게 먹자."


"잘 먹겠습니다~."


사령관이 수저를 뜨기가 무섭게 핀토는 계속 노려보던 애호박 무침을,

드라코는 홍련이 떠준 특대사이즈 갈비살을 양손으로 쥐고 입가에 다 묻혀가며 먹었고

불가사리는 금란이 만든 김치로 만든 김치찌개를 퍼서 밥과 두부를 비벼서 먹고있었다.

...먹을줄 아는구만 불가사리... 


"아 참, 그럼 사령관이 아니라 아빠라고 불러야되는거야?"


"콜록 콜록.. 뭐...?"


"아니, 그렇잖아. 엄마가 아까 여보라고 했구, 같이 밥먹고 있으니까 아빠아니야?"


평소엔 별 생각없으면서도 이런데선 정곡을 찌르고 들어오네.. 

그사이에 다들 식사를 멈추고 사령관의 반응을 빤히 주시하는 몽구스팀.

분명히 눈앞에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지만 지금 분위기상 입으로 들어가는게 음식이 아니라 모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거 같다.


여기서 말 잘못하면 큰일난다..


"으음, 적어도 지금은 몽구스팀의 아빠가 아닐까...? 하하.."


"우음. 그런가? 잘 모르게따. 그래도 아빠가 아니라 사령관이어도 나는 좋으니까

상관없어. 엄마. 갈비 더 있어요?"


"어...어? 응, 잠시만 기다려 더 갖다줄게."


홍련이 갈비를 더 가지러 자리를 비운사이에 불가사리는 옆구리를 쿡 쑤시며 

곁눈질로 째려보곤 다시 자신의 밥그릇을 보며 입을 열었다.


"으휴, 진짜 눈치라곤 1도 없다니까. 여기서 아빠라고 한다고 해서 다른 부대에게 알려지지도 않을건데

적어도 여기서 엄마한테 맞춰주지. 그게 얼마나 힘들다고.

엄마 기운 빠져서 축 쳐진거봐. 얼마나 불쌍해?"


"맞아, 바보 사령관. 우리야 그렇다 쳐도 우리 엄마가 사령관한테 잘보이려고 밤마다 옷 칼 각잡고 혹여나 냄새날까봐

스타일러도 고급으로 하나 새로 산거 모르지? 머리 만지는것도 하나하나 세심하게 다 하는데

시간도 엄청 오래걸리거든? 사령관 우리엄마 칭찬한적 별로 없지?"


그러고보니 홍련은 언제나 내 앞에서 완벽했다.

근무시간에 정복이 아닌옷을 입은적이 없고

다른애들이 유혹한다고 옷 아닌 옷을 입고 올때도 홍련만큼은 똑부러지게 정복에 자세한번 

흐트린적이 없었지.


"엄마 오면 엄마 이쁘다고 칭찬해줘. 

그거만으로도 엄마 엄청 기뻐할거야.

그럼 우리도 용서해줄게."


"어...? 용서?"


그렇게 말하면서 핀토를 바라보자 핀토의 왼손에는 청양고추 무더기가

오른손에는 가위가 들려있었다.

...에이 설마 그렇게 안하면 내 밥에 청양고추를 넣으려고 한건 아니겠지...


그렇게 잠시 소동이 있고나서 홍련이 갈비를 가지고 돌아왔고

사령관은 홍련이 앉기도 전에 입을 열었다.


"오늘 예쁘다. 홍련. 

평소의 정복도 예쁘지만 지금의 옷도 아름다워."


홍련의 얼굴은 다시한번 달아오르더니 펑 하는 소리가 난것 같았다.

착각일까?


"......치사하게..."


"응?"


"...정복을 입고있을때는 한번도 예쁘다, 아름답다 안해주시더니.. 이렇게 후줄근한 원피스 차림일때..

그렇게 칭찬하시다니.. 반칙이에요.."


그렇게 사령관에게 안겨오는 홍련...


"...얘들아, 우리 이제 방에 들어가서 먹자. 

여기는 어른들한테 비켜드리고."


무덤덤하게 불가사리는 밥그릇과 국그릇들을 쟁반에 옮겨담고

모두를 통솔해서 방으로 들어갔다.


팔락.


?? 무슨 종이지? 아까 식탁에는 없었던거 같은데...

고개를 내밀어 종이에 적힌걸 읽어보니...


- 좋은밤 되라구 사령관 -


...애들이 눈치가 좋은건지, 성숙한건지...

그렇게 얼굴이 붉어진 홍련과 밀어내기 당한 사령관은 서로 몽구스 숙소를 나가

공주님 안기로 안은채로 비밀의 방으로 향했다.


"어머, 주인님. 오늘 부관업무는 끝내신건가봐요?"


"아, 콘스탄챠. 내일은 부관업무 안할거 같으니까

기본업무는 각 부대 자율행동으로 지정해줘.

그리고 내일 특이사항 제외하고 나 호출은 되도록 자제해주고.

그리고.. 탈론페더에게 오늘 영상은 절대 금한다고 전해줘."


"후후, 알겠습니다. 앞으로 부관업무는 중지하시고 

내일 휴가 올리고 탈론페더씨에게는 비밀의방 촬영금지 맞으시죠?"


...눈치는 빨라져선...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곤 품안의 홍련을 더 꼬옥 끌어안은채로 

비밀의 방으로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