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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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메이드의 복장을 한 LRL이 그리폰에게 쫒기는 사태는, 포츈이 그리폰을 잠시 말림으로써 끝났다.


일단은 둘 다 진정하는 게 좋을 것 같거든? 지금 상황이 상황이기도 해서.

방금 싱클레어가 말한 그 '거울'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하기도 하고.


으으... 고마워 포츈 언니.


하아... 이번만 참는다...


[...일단은 그 거울에 대해서 설명해줘 포츈.]


그 전에, 일단 LRL이 이렇게 된 원인부터 설명할게.


[몇 분 전, 오르카 호 공방 내부]


으음... 아무리 봐도 모르겠거든. 겉보기에는 그냥 휴대용 통신장치처럼 생기긴 했는데...

정작 안을 보니까 뭔가 용도를 알 수 없는 장치들 뿐이고. 참 이상하네...


포츈 언니! 무슨 일이야?


LRL 왔구나? 방금 싱클레어가 거울이라고 부르는 장치를 조사하고 있었어.


아무리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우리가 아는 의미의 거울이랑은 많이 다른 모습인 것 같아..

한번 분해까지 해봤는데도, 용도만 알 수 없는 부품들만 들어차있어서 알 수가 없거든...


혹시, 그 거울이라는 거, 나도 한번만 봐도 될까?


마음 같아선 나도 보여주고 싶거든. 하지만 이 장치의 용도랑 사용법을 우리는 모르잖아?

적어도 싱클레어를 데려와야 죽이던 밥이던 될 것 같거든.


그냥 보기만 하는 거면 괜찮지 않을까? 부품 하나도 안 만질게!


딱 한번만 좋으니까 보여줘! 혹시 모르잖아? 같이 보다 보면 그 사용법이라는 걸 찾을 수 있을지!


...조심해야 하거든? 아직 언니가 이 장치의 조립을 끝낸 건 아니니까.


그렇게 LRL이 포츈이 '거울' 장치를 천천히 분해하던 도중,

무언가를 잘못 건드렸는지 거울 장치 내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어, 어라?! 이거 뭔가 불안하거든?!


포츈 언니, 지금이라도 싱클레어를 부르는 게-


파앗---!!!!!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는지, 그대로 장치에서 빛이 뿜어져나왔고...

장치에서 발산된 형형색색의 빛이 LRL에게 그대로 쏘아졌다.


으아아아?!?!


LRL!! 


다행히도, 방금 쏘아진 정체모를 빛으로 인해 LRL이 해를 입었다던가 하는 불상사는 없었다.

오히려... 진짜 불상사는 다른 것에 있었다.


으으... 어떻게 된 거지이...


LRL, 괜찮은 거 맞지?


으으... 난 괜찮아 언니. 그것보다... 뭔가 좀 어지러워서...

'아까 뭔가 이상한 기억들이 밀려들어온 것 같은데...'


내 몸에 이상은 없는...


어라?! 이건.. 메이드복이잖아?! 게다가 이 큼지막한 검은 또 뭐고!

혹시...방금 전의 그 빛을 맞아서...?!


지금 혼란스러운 거, 나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거든. 잠시 진정을-


...대박이야아아!!!!!!!!


...?


저 거울이라는 장치, 생각보다 더 엄청난 물건이잖아!!

저 빛 하나로 인해서, 방금 내가 쓰던 무기랑 옷이 전부 변했어!!


그건 나도 신기하기는 한데... 지금 그거에 대해 마냥 신기해할 수가 없거든...!

일단 재조립은 다시 끝내놨으니까, 인간님이랑 싱클레어님에게 가봐야겠거든!


앗, 포츈 언니?! 어차피 옷이랑 무기만 빼면 다 괜찮으니까 방법은 굳이...

으으... 이미 가버렸네... 일단은 같이 가야 하나...


[오르카 호 콕핏 출입구 앞에서...]


...이렇게 된 거거든.


[...그, 미안하다... 싱클레어. 이걸 의도한 건 아닌데.]


...죄송해요... / ...이번 건 우리가 확실히 잘못했네.


...괜찮아요. 애초에 진 이후부터 이런 건 각오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LRL...씨라고 해야 하나요?


모습이 변하신 걸 보니, 제가 가져온 '거울'을 사용하신 것 같네요.

그 장치가 망가지지만 않았다면, 되돌릴 방법은 있을거에요.


그... 방금 전까지 우리와 싸운 것 때문에 우리를 돕고 싶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저 거울로 적용된 인격을 되돌리는 방법만큼은 알려줄 수 있을까?


[...이번만큼은 나도 부탁할게 싱클레어.]


...그 거울, 지금 어디 있는지 말해줘요. 되돌릴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인격이 침식되는 걸 경험하는 건 그리 유익한 경험은 아니니까요.


고마워요 싱클레어님.


그... 고마워. 그리고 방금까지 싸운 건...


그 일에 대해선... 그냥 넘어가죠. 지금은 괜찮으니까.

'...애초에 저 이외에도 아직 11명... 어쩌면 12명이 여기에 올 수 있으니까요.

그때가 오기 전까지는... 조금은 마음을 놓아도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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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 메이드 LRL의 이야기]


(XXXX년 XX월 XX일 일요일.)

(오늘 드디어, 먼 곳으로 출장을 나간 주인님이 돌아오시는 날이다.)


주인니이임!!!! 다녀오셨어요?


(왼쪽 눈을 다쳐 그대로 폐기처리 되기 직전의 내가 주인님의 눈에 띄고 나서...)

(기존에 쓰던 옷과 무기 대신, 여분의 옷들과 주인님이 쓰시던 츠바이핸더를 선물받은지 100일 되는 날이다.)

(물론, 그때 당시 콘스탄챠 언니랑 그리폰 언니가 입는 옷들이 대부분이라, 자연스레 메이드복을 입었지만...)


다녀왔어 LRL. 집은 잘 보고 있었어?


아무 문제 없없어요!

혹시나 해서 주변 상가까지 전부 둘러보고 왔어요!


(처음에는 이전의 일처럼 다시 버려질까 두려웠지만... 우리 주인님은 달랐다.)

(오히려 나와 같은 바이오로이드들을 위해 일을 하는 정치가라고 스스로를 소개했으니까.)


...그러고서 혹시 밖에 간식 사먹으러 온 건 아니지?


앗..! 그, 그건...


...LRL. 아직 밖은 바이오로이드들이 돌아다니기엔 위험해.

너도 알잖니. 지금 세간에서 바이오로이드들에게 인권이 있네 없네 엄청 시끄러운 거.

하아... 내게 있어선 인권 운동가네 뭐네, 결국 바이오로이드들을 적대할 명분만을 찾으니...


...저도 알고는 있지만... 집에만 있기에도 그런걸요.

물론, 주인님이 저랑 언니들을 걱정해줘서 고맙긴 하지만...


(그렇기에 주인님은 가끔 뭐랄까... 위험한 사람들에게 시달리기도 하신다고 들었다.)


쨍그랑-!!!


"이 집 주인이, 그 바이오로이드 인권 운동가 맞냐?!"

"어이!! 당장 너네 주인 나오라 그래!!! 바이오로이드 인권이 뭐 어쩌고 저째?!"


하아... 또 시작이네 저 망할 놈들은...


(그렇기에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고마운 분이시다.)

(바이오로이드가 그저 부품으로 소비될 뿐인 사회에서, 우리를 인격체로 대해주시는 분은 얼마 없으니까.)


...주인님. 제압 명령을 내려줘. 이대로 가면 주인님이 위험해질거야.


하지만 그러면 LRL 네가 위험해진다고. 차라리 내가-


...주인님께 이미 많은 걸 받았는데, 보답조차 하지 말라고? 그건 싫어.


주인님이 우리가 다치는 걸 싫어하는 만큼... 우리도 주인님이 위험해지는 게 싫어.


...좋아. 제압 명령을 내릴게. 지금부터 저 자들을 무력을 써서 강경 제압해줘. 유사시엔 피를 볼 각오도 해주고.

다만... 왠만해선 죽을 정도로 하지는 마. 그 츠바이헨더, 네 생각보다 위험한 무기니까.


...알았어. 그럼 갔다올게.


(그렇기에... 최근에는 그냥 메이드가 아닌, 콘스탄챠 언니와 함께 배틀 메이드로써의 일을 하고 있다.)


너희들에게 말해둘게. 방금 주인님께서 너흴 무력으로 강경 제압하란 명령을 내리셨어.

...유사시엔 피를 보라고도 했지.


그러니까, 기회를 줄 때 떠나. 적어도 셋 셀 동안은. 하나...둘...


"나가지 않으면, 뭐 어쩌려고? 그 검으로 죽이기라도 하게? 하!"


(주인님이 날 지켜준 것 처럼, 나 또한 주인님을 지키고 싶으니까.)


"셋."

파앗--!! 부우웅!!! 서걱! 


"끄흐아악?! 내 팔!! 내 팔이...!!!!"

"이, 일단 도망ㅊ-"


휘이익!!! 촤아악!!!


"끄으아아?! 다리가... 다리에서 피가..!!!"


주인님을 아프게 한 사람들이길래... 얼마나 강한가 했더니... 너무 엄살이 심하네.

정작 주인님이 너희같은 사람 손에 엠뷸런스에 실려가던 거에 비하면 새발의 피였는데. 아니면...


너희도 똑같이 당해봐야 알려나?


"히...히이익!!! 도망쳐어어!!!"

"야 이 새끼야! 나도 데려가-으윽..!!"


...적어도 주인님께는 밝은 모습만 보여드리고 싶은데... 이래서야 될 리가...


(언제쯤이면, 우리 바이오로이드들도 인간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을진 몰라도...)

(주인님과 우리들이 있는 한... 그런 희망이 사라지지 않을 거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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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싱클레어는 올 수 있는 인원이 12명이라 말했다. 왜 12명일까?

LRL의 이야기를 쓰며: 다른 인격의 바이오로이드 이야기들은, 이들이 겪었던 상황보다 희망차게 쓰일 예정이다.

왜냐하면 그러면 그럴수록 대비가 살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