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모음집



"...?"



켈베로스는 위화감으로 인해 눈을 떴다, 총성이 들렸지만 자신의 몸에 추가적인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으니 그럴만도 했다.



'...없잖아?'



몸을 더듬어 봤지만 총상은 없었다, 어리둥절해하며 브라우니의 총구를 응시하니 총구에서는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이 거리에서 실수로 빗나갈일은 없을터 그렇다는 것은



"...저를 용서한건가요?"



일부러 빗맞췄다는 의미



"아니"



"그러면 어째서...?"



브라우니는 여전히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지만 이내 총구를 거두었다.



"너는 방금 죽은거야, 내가 이 손으로 직접 처리한거지"



그녀의 뒤에 생긴 총알 구멍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가는 브라우니



"...인간님을 납치하고 철충과 인간을 구별도 하지 못하는 인류의 배신자는 저기 쓰러진거야"



브라우니는 말을 하다 말고 잠시 시선을 피했다.



"...하지만 너는 인간님의 자비를 얻어 마지막 기회를 얻은거야, 과거를 용서받고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는 너를 믿어주신거지"


"..."



하베트롯은 어느샌가 켈베로스의 곁으로 다가와 말없이 상처 부위를 봐주고 있었다.



"..."



하베트롯의 붕대가 그녀의 상처를 감싸기 시작했을때, 켈베로스는 태양이 저물고 어두워져 가는 땅의 차가운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냉기가 아닌 온기가 느껴졌다.



"...나도 하베트롯도 모두 너무나도 과분한 자비를 받았어, 인간님의 '동료'가 된거지, 그 의미는 다르겠지만


...그리고 그거는 이제 너도 마찬가지고"


-스윽



브라우니가 주저 앉아있던 켈베로스에게 손을 뻗었다.



"..."



머뭇거리는 켈베로스, 무언가 말하려는 듯 보였으나 브라우니는 다 안다는 눈치였다.



"너를 증오해 여전히 말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에게 무슨 짓을 할 생각은 없어, 인간님이 용서하셨는데 내가 뭔데 감히 너를 건드리겠어?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누군가를 용서할 자격같은거 없거든"



증오에 눈이 멀어서는 안된다.



자신의 총구는 인간님의 적을 향해야 하고 그것을 위해서는 그 어느때보다 침착하고 확실하게 알아내야 하니까



그러니 자신의 사사로운 감정에 휘둘려 일을 그르칠 생각은 없었다.



"간이 수복주사도 놨으니, 이제 생명의 지장은 없을거에요.


걸을 수 있나요? 켈베로스"



하베트롯의 목소리가 감미롭게 그녀의 귀를 간지러폈다.



켈베로스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는 그 모습에 잠시 여운에 잠기고 말았다.



"어서 일어나, '우리'는 해야만 할 일이 있으니까"



브라우니의 입에서 우리라는 단어가 나오자 켈베로스는 감고 있던 눈을 떴다.



'...나는 방금 죽은거야



과거의 나는 방금 죽었어



...



...이제 남은건'



-턱



켈베로스가 브라우니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가죠, 인간님 지키러"



'앞으로의 나뿐이야'



어둠 속에서 그녀들은 그 무엇보다 빛났다.













"애니!! 어서 돌아와!!"



-철컥!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녀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심장은 요동치고 눈에는 핏줄이 섰다, 호흡은 거칠기 그지 없어서 정확한 조준도 힘들게 분명해보였다.



-탕!



하지만 그게 무슨 대수인가, 그녀는 연신 건물을 향해서 방아쇠를 당기면서 뛰어가고 있었다.




-지이잉~



그녀의 제압사격에도 저격수는 이내 다시금 그녀를 향해서 조준선을 정렬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제압 사격의 영향 때문에 그 속도가 조금 늦춰진 것이다.



-철컥!



산탄총의 펌프를 당기는 그녀를 향해 다시금 정렬하는 붉은색 레이저



"...!"


-타앙~!! 휘융~



순간 엄청난 감각으로 총알을 피한다, 귀에서는 이명이 조금 들리지만 그게 총알을 피했다는 의미니 오히려 좋았다.



붉은색 레이저를 볼 수 있는 한 바이오로이드인 자신이 총알을 회피하는 것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으니



'한발...'



이제 저격수에게 남은 총알은 단 한발



그것만 이번처럼 피하거나 다른 방법으로라도 회피한다면 저격수가 재장전하는 사이에 건물로 진입해 죽일 수 있을 것이라고 그녀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 얼굴을 보면 어떻게 죽여야할까?



그 사악한...



("...명령에 묶인거야?")


"!"



잠깐...



그러면 브라우니랑 하베트롯처럼...












-타앙~!!













-파악~!


"윽....아아아아아악!!!!!!"














"콜록...목이야"



미호가 떠나고도 무전기에 계속해서 말을 한 탓일까, 이프리트는 아픈 목을 메만지면서 물을 찾아 주변으로 시선을 돌렸다.



"...응?"



그런데 작은 머그컵 아래에 받침대처럼 있던 작은 공책이 눈에 들어왔다.



'이건...'



원래라면 허락없이 함부로 읽어보는것은 실레겠지만



-...차락



이 공간에서 느껴지는 원인 모를 위화감 때문에 그녀는 공책의 첫 장을 넘겼다.















"아아악!!!...끄윽...!!!"



쇠로 달군 망치로 배를 힘껏 내리찍은 것 같은 통증이 그녀를 덮쳤다.



'방심했어, 총에 맞았다고 배인가? 다행히 심장같은데는...설마 간은 아니겠지? 그러면 죽고 말거야, 죽는거야? 아파...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온몸에 힘이 풀려 그저 자리에 쓰러진체 패닉에 빠져 어딘가 엄폐물을 찾지도 못한체 그저 통증 부위를 손으로 누르기에 급급하다,



"애니!!!!"



'인간...님...'



흐릿한 시야를 힙겹게 겨우 들자 자신을 보며 어쩔쭐 몰라하며 얼굴을 내밀고 있는 인간님의 모습이 보이자 그녀는 깨달았다.



'위험...해요...'



지금 자신이 저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저격수도 볼 수 있다는 의미일터



"위..아악...커어어...!"



하지만 고통 때문에 그 목소리조차 제대로 낼 수 없었다.



-"엄폐물 뒤에 가만히 계십시요!"



셀주크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지만 인간님은 여전히 그녀를 바라보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설마'



애니는 불길한 예감을 느꼈고



"...에이!"


-타닷



그 예감은 늘 그렇듯이 정확했다.










안되요...



오시면 안되요...!



저는... 저는 가망이 없다고요.



저에게 닿기도 전에 저격수는 이미 장전을 끝냈을거예요.



애초에 왜 그러시는 거예요?



저는...바이오로이드잖아요?



인간님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건데 왜 인간님이 저를 지키려고 목숨을 거시는건가요?



...



...제가 전부 망쳤어요.



...



또 복수에 눈이 멀어 제대로 사리분별도 못하면서 달려들었네요.



...복수보다 중요한 것조차 잊어버리지 않았다면



더 일찍 다시 보안관이 되고 싶다는 꿈을 버렸다면...



...



...차라리...차라리 지금이라도 이렇게 그냥 혼자 고통스럽게 죽어버리면 좋겠는데



...왜...왜 이렇게 된걸까요?



왜 저는 마지막까지 인간님한테 해만 끼치는 존재인걸까요...?



차라리...제가 그냥 인간님을 찾지 못했다면, 인간님은 셋과 함께 안전히 이곳에 오셨겠죠



켈베로스를 만났겠지만 적어도 서로를 향해 총구를 겨눈체 설득할 필요도 없었을 테고요.



...저만 없었다면 모두가 행복해졌겠죠?



애초에 저만 없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도 않았겠죠?



...



...인간님이 불확실한 해피 엔드를 원하셨던 이유를 드디어 알 것 같네요.



"인...간님...."



그저 이 모든 것이 없었던 일처럼 하고 웃고 싶어요.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제가 잘못된 시점에서 매듭을 짓고 말았네요.














어쩌면 다른 길도 있었을 텐데



-척



애니!!...라고 외치고 있겠지?



-철커덕!



...왜 이래야 하는 걸까?



제발



-달카...



누군가가 나를 멈춰주면 좋을텐데

















"...하나...둘


....셋!!"














-탕~!!













-피융~!


"!!!"



미호는 순간 몸을 움츠렸다, 자신의 주변을 흝는 이 총성과 동시에 들린 파편음 자신을 향해 총탄이 날아왔다는 것을 인지한 것이다.



'소리 방향이....!'



자신의 여우귀의 모양을 한 음향탐지기는 곧바로 총성의 발원지를 알아냈다.



'저기다!'


-척!



그 모든 것이 1초만에 이루어졌다.



총성이 들린 곳은 어두컴컴한 건물의 작은 창문쪽이었다.



"바보 발..."



순간 싸늘한 미소가 그녀의 얼굴에 그려지려 했지만



"....!!!"



"..."



자신을 쏜 저격수의 정체를 보고는 기겁하고 말았다.












...유미?



...



아직도 안 떠났던 거야?



...왜?



...



...그런가



...



...그래



너는 그럴 자격이 있어



차라리...나를 죽여줘


















그래, 내가 본 것은 작전을 방해하는 존재가 아닌...무언가다, 그냥 그렇게 치기로하자



눈을 감았다.



방아쇠를 당기려던 힘을 풀었다.



1초...2초...3초...



장전하는 시간인가보다.



4초...5초...6초...



볼트 액션 소총, 그것을 미숙한 사수가 장전하려면 조금 오래걸릴 수도 있을 것이다.



7초...8초...



...처음 누군가를 쏘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니까



9초....10초...11초....



...이상하다.



두 눈을 떠봤다.











[안녕, 커넥터 미호



너를 구하러 왔어]












...그 스케치 북이야



...



유미...



.......



그래.....



어쩌면....어쩌면 과거처럼 다시...!















("망할 불량품년")



-타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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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와중 한편 제작


사실 좀더 일찍 쓸려고 했는데 댓글 반토막 나서 손이 잘 안가더라고


조금 늦게라도 오니까 댓글 좀 달아줘...





초반에 나왔듯이 브라우니는 감정 통제가 뛰어나서 왠만해서는 감정때문에 비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않아, 켈베로스를 증오한다고해서 주인공의 뜻에 반대되는 행동을 할리가 없지


참고로 미호가 갑자기 과거로 돌아갈 수 있을거라고 희망을 품은 이유가, 죽음을 받아들이면서 유미가 자신을 죽일 수 있게 일부러 방치했는데 그러면 자신이 죽어서 명령을 수행하지 못하니 명령 위반이나 다름없지만 명령이고 뭐고 그냥 던져버리고 죽으려고 했잖아? 여기서 명령권 우회의 개념을 아주 살짝이지만 깨달았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한거야


유미는 미호가 자신의 후드티 보고 쏘는거 주저하는거 보고 어느정도 확신을 가지고 이런 행동을 했던거고, 미호의 명령 수행이 능동적이지 않고 수동적이라는 부분을 알아차린거지


암튼 읽어줘서 땡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