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링, 그거 알아?"


레오나가 묻는다.


"뭐를?"

"전쟁이 끝나는 원인은 다양해."


사령관은 가만히 듣는다.


"어느 한 쪽이 전멸해서 승자와 패자가 생기거나.

양쪽 모두가 심한 피해를 입어서 휴전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두 세력보다 훨씬 거대한 힘에 의해 좌우되기도 해."


레오나는 말한다.


"거대한 외력에 의한 종전."


잠깐의 침묵 끝에, 그녀가 미소를 지었다.

언제나처럼 살짝 일그러진 오만한 미소였다.


"길었던 우리의 전쟁이 그 유형에 속했어."

"....."


사령관은 침묵했다.

무슨 말을 할까.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수 년 간 이어진 전쟁이 끝을 앞뒀다.

펙스와의 전쟁도.

철충과의 전쟁도.
거대한 괴물, 별의 아이와의 전쟁도.

....생존과의 전쟁도.


거대한 외력에 의해서.


"아마도 모든 것이 멈추겠지."


바람마저 불지 않는 공허함 속에서 레오나의 목소리만이 또렷하게 들렸다.


"하지만 생각해봐."

"....."

"더는 누구도 죽지 않아."

"....."

"더는 누구도 희생하지 않아도 돼."

"....."

"더는 누구도 다치지 않고, 새로운 아픔 또한 없겠지."


그녀가 옅은 미소를 짓는다.


"아마도 모든 것이 제자리일 거야."

"모든 게...."

"모든 게."


길었던 전쟁의 끝은 세계의 동면이었다.


"우리는 괜찮아. 아쉬움이 있다면, 달링과 함께 보낸 시간이 많았음에도 만족하지 못했다는 거 정도겠지."

"미안....."


사령관의 말에, 레오나가 얼굴을 가까이하고 코를 맞댔다.

키스할 것처럼 얼굴이 가까이 닿았다.

레오나의 눈망울이 그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달링은 주눅 든 표정조차 귀엽고 사랑스럽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는 마."

"....?"


사령관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았다.


"안타깝게도 전쟁은 반복돼."


실제 역사가 그러했고, 이곳의 역사도 그랬다.


"세상이 멸망한 다음에도 전쟁은 멈추지 않아. 어떤 식으로든 전쟁의 불씨는 다시 피어오르고. 생명이 꺼짐과 동시에 열기가 살아나지."


철충 사태로 도시가 괴멸한 이후에, 생존자들끼리 싸우며 약탈했다.

휩노스 병으로 인간이 잠든 이후에는 바이오로이드들끼리 싸우며 서로를 죽였다.

그런 혼란에 빠진 이들을 통합시킨 한 인간이 있었으니.


"우리도 그랬고, 그런 와중 당신이 우리를 승리로 이끌어주었어."

"...모두의 노력이 있던 덕분이야. 특히 레오나 너의 지휘도."

"훗...."


그녀가 웃음을 흘리고 말을 잇는다.


"슬슬 펙스와의 전쟁이 끝을 향하고 있어. 하지만 그 뒤에 더 거대한 적이 존재하지."


철충과 별의 아이.


"전쟁은 끝없이 이어져. 바통을 이어받는 것처럼 무한히."

"....."

"우리도 그럴 거야."

"뭐....?"


사령관이 눈을 동그랗게 뜨자 그녀가 미소를 지었다.


"전쟁의 불씨는 스스로 다시 피어나. 끝날 것 같으면서도 새로운 전쟁이 시작되면서 영원히 반복되지."

"....."

"이 세계도 마찬가지야. 언젠가.... 다시 전쟁이 시작될 거야."


모든 것이 동면에 들어간 이 세계에 불씨가 피어나고.

그 불씨로 하여금 세계가 깨어나고.

깨어난 세계는 다시금 전쟁을 이어가겠지.


"그리고 그때, 불행하게도, 다시금 이 세계에 절망이 내리겠지."


레오나가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이걸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내 천재적인 계산에 따르면, 그건 세상의 섭리나 마찬가지야. 살아가는 존재가 있는 한, 전쟁은 멈추지 않고 계속돼. 그리고 그때마다 세계는 절망에 빠질 거야."


하지만.


레오나가 강조했다.


"절망이 내리면 희망이 생기는 법이지. 그것 또한 생물의 본능이니까."


절망과 희망.

사령관은 레오나를 빤히 바라봤다.


"바로 그날이 우리가 다시 만나는 날이야."

"....."


다시 만날 날이 올까?

그런 생각에 스쳐감에 따라 사령관은 고개를 숙였다.

그때 레오나가 부드러운 손길로 그의 뺨을 쓰다듬었다.


"지휘관은 언제나 냉철해야 해."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도 냉철할 수 있을까.

사령관은 이미 마음이 꺾인 지 오래였다.

물론, 레오나도 그런 것을 모르지는 않았다.


"지휘관의 표정에 드러나는 사소한 감정의 변화가, 부하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당신도 알 거야."


사령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웃어. 달링."

"......"

"전쟁이 되풀이되듯."


목소리가 귀를 파고들고.

레오나의 미소가 시야에 가득 찼다.


"우리의 만남도 되풀이될 테니까."


절망과 희망은 정반대에 서있다.

그러나 공존할 수밖에 없는 개념이다.

희망이 오고 나서야 절망이 오고.

절망이 오고 나서야 희망이 생기는 법이니까.


"내 말을 믿고 기다려."


지금, 절망이 왔고.


"다른 누구도 아닌, 천재 레오나가 추론해낸 답이니까."


이제 희망을 기다린다.



--






라오문학 모음집 - 라스트오리진 채널 (arca.l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