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궁금해진 게 있는데, 바이오로이드는 옛날엔 사람이 아닌 물건으로 여겨져서 걸핏하면 학대당하는 게 일상이었다고 했지?


응... 그 땐 그랬었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그야 당시 시대상이 그래서-


아니, 그런 얘기가 아니라.

사람은 기본적으로 물건을 때리지 않아. 자기 물건이나 재산이라면 특히나 더. 때리면 망가지잖아. 

한번 샀으면 오래 쓰려고 하는게 당연한거 아닌가?


...음?


1. 인간은 바이오로이드를 물건 취급했다.

2. 인간은 바이오로이드를 학대하는 게 일상이었다.

3. 따라서 인간은 물건을 학대한다?


스마트폰도 충격에 고장나지 않게 커버 씌우고 액정에 필름 붙이고 하는데, 비싼 돈 주고 산 바이오로이드는 적극적으로 망가지도록 만든다고?



...어라? 그게 그렇게 되나?


그리고 비싼 바이오로이드라도 별반 다를 바 없었다지?



머리가 맛이 간 게 아니고서야 비싼 물건을 일부러 망가뜨릴 이유가 없는데,

실제로 그랬다고 하니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네.


아니지, 다시 생각해보니 싼 물건이라도 그리 막 다루진 않았을거 같네. 

A4용지 대량으로 싸게 사왔다고 해서 그 A4뭉치를 심심풀이용 샌드백으로 쓰는 놈이 세상에 어디있어?


막말로 진짜 오나홀이나 리얼돌을 사도 그리 막 다루진 않겠다

오래 쓰려고 열심히 세척하고 보관하고 그럴텐데. 한두번 쓰다 버리고 새로 사 그럼?


막 엄청 화가 났을 때 집안 살림을 때려부수는 케이스가 있었다고는 했지만, 

구인류는 그냥 평소에도 바이오로이드를 학대했다는 것 같고.


뭐랄까... 구인류는 좆간이기 전에 그냥 병신인거 같은데.

윤리를 떠나서 상식적으로 도구를 왜때려


어... 그러게. 왜지.


입으로는 바이오로이드는 도구에 불과하다 떠들고 다녔지만, 결국 속으로는 지들도 바이오로이드가 인간이란 걸 인정했던거 아냐? 결국 바이오로이드도 말하고 감정 표출하고 그랬으니까.


안그랬어. 우리가 말을 하고 감정을 표출해도 그저 만들어진 AI의 자동응답으로 취급했을 뿐, 결코 인격체로 봐주지 않았다고.

그래서 진짜 인간도 아닌 주제에 인간처럼 군다고 꼬투리잡기도 하고 그랬지.


정말로 바이오로이드를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면 화낼 필요가 없어. 

게임에서 NPC한테 안좋은 말 들었다고 게임기를 부수나? 챗GPT가 질문에 대답하길 거부했다고 컴퓨터를 때려부수던가? 


아니, 그런건 아니지만...


다른 물건들엔 다 관대한데 유독 바이오로이드라는 물건한테만 폭력적으로 구는거야, 

아니면 바이오로이드 개발 전부터 냉장고나 세탁기같은 도구를 폭행하는 게 일상이었던 거야?


일단 후자는 아무리 봐도 아닐 것 같은데, 전자도 그닥... 으음...


구인류는 정말 바이오로이드를 도구나 물건으로 인식한 게 맞기는 할까?


하류층 인간들은 바이오로이드 때문에 자기들이 실직했다는 생각에 찌들어있었으니 바이오로이드를 적으로 봤다고 해도, 바이오로이드를 제 돈 주고 산 상류층 인간들은 왜 그랬던거지? 바이오로이드를 통제할 수 없다는 두려움 같은게 있었던 것도 아닌데.


가장 단순명료한 대답은 인간을 대상으로 한 가학욕을 충족시키기 위함이다 겠지만... 

그럼 멸망전 인류의 99%가 모두 가학욕을 지니고 있었다? 진심?


그냥 그런 세계관인갑다 해


에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