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모음집



"으윽!"



유미는 자신의 어깨에 느껴지는 격렬한 통증에 들고있던 스케치북을 놓치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미호....'



실패한 것일까? 



-지이...



...역시 무리였던걸까



이내 자신을 향하던 붉은 레이저가 사라졌지만 여전히 자신을 겨누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듯 달빛이 반사되어 반짝이는 스코프를 멍하니 바라본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었다.



착한 한명의 인간과 그의 바이오로이드를 구했고



'적어도 마지막은 듣고만 있지 않았네'



한 고독하고 외로웠던 바이오로이드의 마지막 희망에 답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으니까



"...미안해, 커넥터 미호"



충분하지 못했던 자신을 자책하며 그녀는 마지막으로 웃어보았다.



적어도 자신은 미호의 손에 죽음으로서 과거를 속죄할 수 있다 생각하니 아쉽고 슬펐지만 묘하게 후련했다.



"...정말로 미안해"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때



"연막탄 발사!!"



-파파팡~!



"도대체 이게 무슨 난리야!"



브라우니와 하베트롯이 나타났다.





















"어서 타!"



먼저 호버 전차에 몸을 실은 브라우니가 소리치자 켈베로스는 곧바로 뒤 칸에 몸을 실었고 그것을 확인한 하베트롯은 다리를 넘어 기동하기 시작했다.



-우웅~



"그나저나 짐이 좀 는 것 같은데?"



켈베로스는 자신의 아물어가는 상처부위를 매만지면서 말했다, 분명히 고급 수복 주사인 모양인데 이런 것은 쉽게 구할 수 없었기에 의아했던 것이다.



"철충들을 유인하다가 물자들을 찾았어요, 그나저나 거기에 로켓탄도 있어서 다행이었지 아니었으면 하베스터를 부수지는 못 했을거예요."



"그나저나 어떻게된거야? 보아하니 이프리트 도움을 받았으면..."



브라우니의 말에 켈베로스는 잊고있었다는 듯 다급히 브라우니의 말을 끊으며 소리쳤다.



"...맞다! 지금 다리 건너편에는 통신이 안되는 것 같아!"



"네?!" "뭐?!"



"일단 어서 움직이자, 아니라면 이프리트한테 일이 생긴게 분명해"



켈베로스의 심각한 얼굴이 지금의 상황을 말해주는 듯 했다.















"그나저나...괜찮겠어?"



"어떤게요?" "?"



"....다리 건너는거"



" "..." "



"...그 긴 세월 동안 도저히 넘을 수 없었어, 다리의 중간까지 가게된다면 아직도 그 끔찍한 관경이 남아있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도저히 엄두가 안나더라"



"...그러면 지금은 어떤데?"


"두렵나요?"



"...두려워, 



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지켜야 할 존재에게 가는 것을 막을 만큼은 아니야"



"그러면 됐네



우리도 마찬가지거든"



"이하동문이에요."



"그러면 가자, 해뜨기 전에 합류해야지"
















다리를 건너오자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찾아낸 주인 없는 박격포 



"저건..."



"...이프리트의 박격포같아"



켈베로스는 브라우니와 하베트롯을 뒤로하고 박격포 옆에 떨어져 있던 단말기를 집어들었다.



"..."



일련 번호가 자신이 이프리트에게 줬던 것과 동일하다 이것은 이프리트의 짐들이 확실하다.



-치익

"이프리트, 애니 아무나 응답하라"



"벌써 10번은 넘게 한 것 같은데... 채널을 바꿔도 마찬가지인게 여기는 정말로 통신이 안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녀의 머리속이 이프리트에 대한 걱정이 가득한 한편 동시에 그녀의 머리는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저항한 흔적은 없어.....?'



이프리트가 자신의 박격포와 비롯한 모든 짐을 놔두고 심지어 개인화기 마저도 두고 퇴각했을 가능성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뭔가 습격을 당했다는 의미일텐데 그렇다기에는 이곳에 교전의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건 뭐지?'



한순간 수사관으로 돌아온 그녀는 이프리트의 짐들을 살피던 와중 바닥에 살짝 고여있는 혈흔과 한 피묻은 손수건을 발견했다.



'출혈량이 많지는 않아...피가 중심에 모인 정도가 약한걸로 보아 상처를 덮었던 것 같지는 않은데....그렇다면 각혈?'



켈베로스가 침울해하고 있는 둘에게 물었다.



"혹시 이프리트한테 병같은게 있어?"



"음...제가 아는한에는 없어요."



"...그러고 보니 약같은거를 종종 먹는 것 같기는했는데...그런데 그거는 왜?"



브라우니가 생각을 더듬어보는 와중 켈베로스는 약통을 하나 발견했다.



"혹시 이 각성제야?"



"어 그거야....잠깐 그러고보니"


"이프리트가 도대체 얼마동안 안잔거죠?"



순간 둘은 충격을 받은 듯 멍하니 있었다.



"적어도 당장은 이프리트 걱정은 안해도 될 것 같아"



켈베로스는 이내 안도하며 웃어보였다.



"어떻게 그걸 확신하죠?"



"상황을 종합해보면 이프리트는 각성제 과다복용으로 인해서 건강상 문제를 겪었던 것 같아, 그런데 여기를 봐줄레?"



켈베로스는 피가 살짝 고여있는 부분을 가리켰다, 피가 고여있는 작은 웅덩이와 그 주변에 쓸린 듯한 자국이 있었다.



"...그게 뭘 의미하는데?"



브라우니는 그 핏자국을 보니 마음이 조금 심란해보였다.



"이프리트는 아마 각혈을 했던걸꺼야, 그리고 이 위치에 쓰러졌던 거지 그래야지만 이런 모양이 나올 수 있거든 그리고 쓸린 듯한 자국은..."


"누군가 이프리트를 구한거군요."



이프리트를 일으켜 세우든 등쳐 업거든 그 과정에서 주변이 쓸릴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맞아 하베트롯, 다행히 누군가가 이프리트를 구조한 것 같아"



켈베로스의 말에서 의아함을 느낀 브라우니



"누군가?"



애니와 인간님이 아닌 굳이 누군가라고 말한데에는 이유가 있을터



"그랬으면 저것들을 놓고갔을리 없죠"



하베트롯은 중얼거리듯 브라우니의 의문에 답하고 박격포로 눈을 돌렸다, 애니의 바이크가 있는데 저것들을 두고갈리 없지 않은가?



"그래도 다행인 점은 이프리트를 구조한 것으로 미루어 보아 적대적일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거지"



"혈흔이 이어지고 있군요, 이걸 따라가면 이프리트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하베트롯은 도로를 따라 이어져있는 핏방울을 발견하고는 이내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았다.



"셀주크, 애니, 인간님이랑 이프리트가 따로있다는 의미인데... 인간님 쪽이 걱정이네요, 위치를 알방법이 현재로서는 없으니"



".....!


-딱


조명탄! 저번처럼 조명탄을 이용하면...!"



브라우니가 순간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지만 하베트롯이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어두울때 터뜨리면 기껏 유인한 철충들이 다시 이 섬으로 오고 말 거예요."



"일단은 이프리트 먼저 찾는게 맞을 것 같아"



켈베로스까지 합세해 그녀를 설득하자 브라우니는 그말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호버 전차로 발을 옮겼다.



"그러면 짐들 챙겨서 가자, 일단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자고"



"그러죠"



하베트롯과 켈베로스는 브라우니와 함께 박격포를 포함한 이프리트의 짐을 챙겨 길을 나섰다.











그렇게 어둠을 헤치며 혈흔을 따라가던 와중 이프리트의 통신을 들을 수 있었다.



다행히 이프리트는 무사했다, 안도한 그녀들을 너나할 것 없이 이프리트에게 질문을 쏟아내려고 했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그녀에게 전할수가 없었다.



-"현재 이 섬은 통신이 차단 되어있어, 내쪽에는 통신 장치가 있어서 송신은 되는데 수신은 안되는 상황이야,



콜록...일단 이 무전이 들리면 인천국제공항 인근쪽으로 와줘, 정확한 위치와 시간은 상황을 보고 자세히 정할게"



이프리트의 무전이 끝나자 그녀들을 고민에 빠졌다.



"그런데... 이 혈흔이랑은 방향이 조금 다른데?"



이 근처의 지리를 어느정도 알고있던 켈베로스는 조금 어리둥절해했다.



"뭐, 감청 대비일수도 있죠, 누군가가 이프리트를 도와줬고 거기서 이렇게 통신이 가능한거라면 어느정도 기반이 있는 거점일텐데 철충들이 알아차리면 곤란하니까요."



"아무튼, 어서 움직이자 인간님도 이 무전을 들었다면 분명히 그곳으로 가고 계실 거야"



"알겠어요."



브라우니가 하베트롯을 재촉하고 하베트롯은 곧바로 호버 잔차의 방향을 돌리려던 찰라 켈베로스가 호버 전차에서 내렸다.



"뭐해? 시간없어"



"둘은 인천국제공항 쪽으로 가서 인간님과 먼저 합류해, 저는 이걸 따라 이프리트 쪽으로 가서 이프리트랑 먼저 합류할게, 그쪽 상황도 어느정도는 알아야하니까"



켈베로스의 설명에 둘은 무슨 의도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그러면 몸조심하세요."



"찾는거는 전문이니까, 바로 출발할게"



"인간님 걱정은 말고"



브라우니가 툭 던지듯이 건낸말이었지만 켈베로스는 그 말에서 조금 더 큰 가치를 느꼈다.



"걱정안해, 애니도 둘도 모두 믿으니까"



서로를 보고 잠시 웃어 보이는 그녀들이었다.














애니를 등쳐 업고 근처에 몸을 숨겼던 그는 끝내 유미가 총에 맞고 쓰러지자 순간 좌절했지만 이내 그녀의 주변에 연막탄이 터지며 호버 전차가 모습을 들어내가 환호했다.



"브라우니! 하베트롯!"



"커흑...온...건가...요?"



애니의 총상 부위를 힘껐 누르고 있던 그의 손 위로 애니의 전보다 차가워진 손이 포개어졌다.



"조금만 버텨 애니, 나도 총 맞아봐서 알거든? 주사 맞으면 깨끗이 나아, 솔직히 전보다도 건강해지는 느낌도 든다니까?"



"푸핫...이 와중에도...또...또 농담을...."



애니의 호흡이 이전보다 옅어지고 있었다.



"인간님! 지시를 내려주세요!"



"저격수를 제거하면 되겠습니까?"



능숙하게 호버 전차를 사각인 벽 뒤쪽에 정차 시킨 하베트롯과 그곳으로 벌써 유미를 구조해온 브라우니가 소리쳤다.



"일단 유미와 애니부터 치료해줘!"



"자...잠깐...!"



브라우니의 말에 크게 놀란 유미가 뭐라고 말하려 했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다.



"걱정하지마 유미, 



적어도 오늘밤에는 아무도 안 죽을거야"



"..."



유미는 묻고싶었다, 그 대답을 바란 것은 맞았지만 아무런 대가없이 본인이 먼저 나서는 그 모습을 보고 어째서 이러는 것이냐고 묻오싶었다.



하지만 그의 모습을 보고 유미는 그 질문을 삼켰다.



애니의 상처를 보듬으며 그녀를 지켜주는 와중에도 자신의 동료를 해하려했으나 그것이 진심이 아닌 것을 이해하고 해아려주는 그 모습



'...맞네요, 착하신분'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착한 인간님이었다.














"...여긴가?'



핏자국이 멈추자 켈베로스는 걸음을 멈추고 한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



이상할 정도로 고요한 건물이었다.



-스윽...



그녀는 무언가 불길한 느낌을 뒤로하며 문고리로 손을 가져다댔다.



-...삑....삑



그 뒤에서 울리던 작은 비프음들은 문너머의 그녀가 듣기에는 너무나 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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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와중 한편 투척


읽어줘서 땡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