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용? 어제 잠들기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라붕이었던 내가 눈떠보니 오르카 사령관!?


설마 내가 라오 세계에 들어와 사령관 몸에 빙의된건가? 어떻게 이런 일이... 그보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되지?


흐아암 잘잤다. 오늘도 상쾌하게 일이나 실컷 때려볼ㄲ...


어?


어??


어어어???


뭐, 뭐야 너!? 너 누구야!?


아니 잠깐, 뭐야 이거!? 이게 뭔 상황이여!? 너, 설마 사령관이냐!?


그래! 내가 사령관인데, 넌... 나...!? 대체 정체가 뭐야!?


주인님, 무슨 일 있나요? 왜 이렇게 소란스럽...


리리스!


리리스!?


어라? 어머나? 주인님이...!?


우와! 쭈인님이 둘이다!


...주인님이 둘??


이게 대체 어떻게 된거죠?


어... 그게...


나도 모르겠어, 방금 막 사령관실에 들어와보니 나랑 똑같이 생긴 녀석이 있었어!


생김새는 완전히 똑같고, 심지어 뇌파마저 일치하다니...


잠깐, 뇌파까지 똑같다고? 그게 가능해?


뇌파뿐만 아니라 냄새도 똑같아요! 


으... 누가 진짜 주인님이죠 그럼?


리리스, 날 믿어줘! 내가 진짜야!


어... 얘가 진짜인 거 같은데. 난 그러니까... 방금 막 생겨난 거... 같아. 아마도.


...엥?


왜?


의외로 쉽게 인정하네. 보통 이럴 땐 서로가 진짜라고 우기면서 진짜 찾느라 진땀빼는 그런 전개로 가던데.


아니, 나도 혼란스러운 건 마찬가지인데 굳이 혼란을 가증시킬 생각은 없거든..


그럼 당신은 주인님을 모방한 가짜라는 건가요? 정체가 뭐죠? 펙스의 첩자?


아니야! 적이나 스파이라고 오해하지 말아달라는 뜻에서 사령관 아니라고 밝힌건데 너무하네!


그냥 오늘 눈 떠보니 여기 있었다고. 그것도 얘랑 똑같은 얼굴로.


닥터가 만든 내 클론인가 그럼?


확증은 없지만 아닐거라고 생각하는데... 닥터가 그런 것도 할 줄 알던가?


기억은요? 그 쪽 주인님은 주인님으로서의 기억이 없는 건가요?


그게... 대략적인 건 알고있지. 폐허에서 눈 떠서 콘챠랑 그리폰한테 발견되고 그리고 철충 피해 기지로 가다가 요안나 만나고, 좌우좌 만나고...


잠깐, 니가 그걸 다 어떻게 알아? 내 일지에도 안적혀있는건데!


나도 사령관이니까 아는거지. 내가 너인건 아니지만. 그 다음엔 오르카호 타고, 포츈 만나고. 그리고 여차저차해서 스토커 잡고... 

야 잠깐만, 일지에 안적혀있다니 그게 무슨 소리냐.


그 땐 워낙 정신이 없었어서 일지 쓰거나 기록 남길 여유가 없었거든... 아무튼 그건 제쳐두고.


 음... 그러니까... 이 말도 안되는 상황에 대체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네. 


일단 난 적은 아니야. 그 부분은 안심해둬.


그렇게 말해본들...


지휘관들을 소집하겠습니다. 그리고 닥터도요.


***


그러니까, 정리해보자면...

이쪽이 스스로를 진짜라고 주장하는 각하이시고,


으흠.


이쪽은 스스로를 가짜라고 주장하는 각하란 말이죠.


그렇지.


그럼 물어보겠는데, 당신이 오르카호 사령관이 아니라면 당신은 스스로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지?


그건... 원래부터 오르카호 사령관이었긴 했지?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겁니까, 한 사람이었던 주인님이 둘로 나뉘기라도 했다는 겁니까?


그거랑은 다른 얘기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당신이 펙스나 철충 측에서 보낸 첩자가 아니란 걸 증명할 수단이 있소?


전혀 없지. 아무것도 없어. 그렇지만 생각을 해봐, 내가 그런 적대세력에서 왔으면 진짜 행세를 한다던가 공작행위나 분탕을 친다던가 했겠지?


당신의 등장만으로 이미 사령부는 충분히 혼란스러워진 상황이오. 혹 당신이 우리 시선을 돌리기 위해 만들어진 일종의 미끼일 수도 있지않소?


이보슈, 이 시대에 살아있는 인간이 가진 가치가 얼만데 고작 미끼 역할에 쓸리가 없다는건 그쪽이 더 잘 알텐데.


이번엔 제가 질문해도 될까요? 당신이 어떻게 해서 오르카호에 들어올 수 있었던 건지 알려드릴 수 있나요?


나도 몰라. 그냥 오늘 아침에 눈 떠보니 사령관실이던데.


...사실이에요. 저 분은 사실을 말씀하고 계세요.


그러고보니 사령관실에도 카메라 설치돼있지? 거긴 뭔가 찍혔어?


영상 기록을 확인해봤는데, 오전 7시 경에 영상이 한순간 끊겼다가 복구됐을 땐 이미 주인님이 두 군데에 존재하고 계셨어요.


음... 일단 닥터도 이 일에 대해선 모른다는 거지?


그렇다니까. 내가 한 거 아냐. 

참고로 신체검사해보니 둘이 유전자 일치율이 100%더라고. 지문과 홍채는 물론이고 심지어 머리카락 개수까지 똑같았어. 뇌파까지 똑같은건 이미 다들 알고있지?


농담삼아 사령관이 둘이라면 쓰리썸을 즐길수 있겠다는 말을 하고는 했지만, 막상 이렇게되니 심히 당혹스럽군.


흠, 가만. 혹시 진짜 사령관이 뭔가 불만이 있어서 이 기회에 가짜인척 한다는 가능성도 있는가?


뭐!? 아니, 그럴리가 없잖아!


그래 임마! 사령관한테 실례잖아! 니들 다 좋아하는데 뭐가 불만이여서 가짜행세를 하며 사령관직에서 내려오려고 하겠냐! 이 원인불명의 비상사태에 가짜를 자칭할 정도로 머리가 없는 것도 아니고!


...내가 할 말을 대신 해줘서 고맙네


그렇다면 가짜인 그대는 어째서 가짜를 자칭하는 것인가? 우리들을 곁에 두는 게 불만인가? 오르카호의 사령관직이 눈에 차지 않는건가?


되도않는 거짓말을 하면서 남의 인생을 빼앗으라고? 미친 소리! 나도 양심이 있지.


...그렇지만 가짜 사령관이라고 뭐 처형한다거나 추방한거나 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네.


그러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대가 사령관과 같은 뇌파를 뿜고, 우리가 그대를 사령관으로 인식하는 이상 구금은 커녕 어떠한 종류의 위협행위도 취할 수가 없는 입장이다.


아, 그게 그렇게 되나?


(사실은 진짜 오빠가 저쪽 오빠를 죽이라고 명령한다면 죽일 수야 있겠지만... 명령을 수행하는 우리 입장에선 명령권자인 오빠를 우리 손으로 죽이는 행위로 인식되니 심각한 정신적 트라우마를 초래할 수가 있지.) 


(반대로 저쪽 오빠를 몰아붙일 경우 저쪽도 이판사판으로 우리 진짜 오빠를 죽이라고 명령을 내릴 수도 있을테고.)


그보다 더 심각한 건 저녀석도 사령관이랑 똑같이 우리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거잖아!


걱쟝마, 명령 안해. 니들이 싫어할 짓은 안해.


말로는 무슨 말을 못하겠어. 우리를 납득시킬 수 있을만한 이유라도 있나?


...너흰 내 가족이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아끼는 애들이니까.


...


하하... 하아... 정성껏 오르카호 키워놨는데 이렇게 사방에서 몰아붙이니 괜히 슬퍼지려고 하네...


...일단 상황을 지켜보는 게 어떨까요? 먼저 주인님의 지문이나 홍채를 이용한 보안은 전부 비밀번호 타입으로 교체하고, 스스로를 가짜라고 주장하시는 쪽은 한동안 관찰하기로 하죠.


지금은 그게 최선일것 같네. 넌 어때?


찬성이야, 그렇게 해. 내가 너처럼 머리까지 좋은 건 아니니까 실권은 니가 가져.


흐음, 둘이 겉으로는 똑같아도 성격은 다른건가?


뭐, 그렇지? 예를 들자면 난 일하는 게 싫어. 노는 게 제일 좋아.


가짜령관아 그게 무슨 말이니


...확실히 차이가 있군.


그나마 진짜 가짜 가려내느라 골치아플 일은 없는게 불행중 다행이네요..



사령관 빙의물인 척하는 두번째 인간물 단편소재

길게 간다면 이후 쌍령관 둘이서 일상물 찍다가 어느순간 진지노선 올라타면 식객 신세였던 두번째 인간이 사령관의 카게무샤로 훈련받게되고, 결정적인 순간 사령관이 쓰러져서 재기불능 됐을때 두번째 인간이 사령관인척 나타나 혼란을 수습하고 지휘하다가 진짜 사령관 정신차리자 티내지않고 조용히 그림자로 돌아가는 그런 내용이 나올수 있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