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t General전편 모음: https://arca.live/b/lastorigin/51068386?p=1
Lost General 외전 .3 칸
과거..
훗날의 멸망전쟁으로 불리게 되는 인류와 철충의 전쟁은, 초기 쉽게 진정 될 거라는 예상된 전쟁의 양상은 시간이 흐를수록, 전쟁의 양상은 인류에게 조금씩 불리한 방향으로 흘려가기 시작하였다.
철충과의 전쟁이 조금씩 불리하게 흘러감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진실은 진실을 감추려는 거대기업의 정보조작과 통제에 의해, 전쟁이 인류에게 유리하게 진행 중이라는 정보로 세간에 퍼져나갔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정보를 진실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아무런 의심도 없이 그 정보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이들과는 다르게, 세계 각국의 정부는 거대기업이 퍼트리는 정보를 곧이곧대로 믿을 만큼 순진하지도, 바보 같지도 않았다.
각자가 가진 정보망을 동원하여 철충과의 전쟁의 심상치 않은 기류를 알아챈 각국의 정부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거대기업의 영향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 자국의 군사력 증가에 열을 올리는데 주력하기 시작하였다.
세계에 휩쓴 군비증강의 바람은 거대기업과의 관계가 좋든, 나쁘던 상관이 없이 퍼져나갔고, 그 바람의 영향은 거대기업과의 중립을 위하여 자국의 최소한의 자위대를 제외한 모든 국방력을 해체하였던 호주정부 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금 기업 놈들과의 관계가 문제가 아닙니다. 언제 철충이 침략 해올지 오르는 이때! 국가의 존속과 국민들의 안녕을 위해서라도 우리 역시 군용 AGS나 바이오로이드를 도입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방장관님의 의견에는 저도 동의하는 바입니다. 총리님. 기업들은 믿을 것들이 못됩니다.”
“장관님들의 생각은 잘 알겠습니다. 허나 만에 하나, 현재의 철충 사태가 진정되고 후에 기업들이 이 문제를 들고 나온다면 그때는 어떻게 감당 하실 생각입니까?”
의견을 경청하던 총리의 질문에 국방장관은 다시금 자신의 주장에 열을 올리기 시작하였다.
“이미 일의 시작점이라 알려진 삼안의 울란우데 연구소가 위치한 러시아 북부와 중남부는 물론이고, 몽골은 국가 자체가 박살이 나버렸습니다. 자기들도 양심이 있다면 저희의 요청을 문제를 삼지 못 할 것입니다.”
“흠..”
“기업과 맺은 조약으로 인해 기갑편제는 물론, 대규모 전략 무기등을 모두 제재 받고 있는 저희로서는, 만약 철충이 침공 해온다면 자위대 전력만으로 막아 낼 수 있을지 장담조차 할 수 없습니다.”
국방장관의 거듭되는 설득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망설임을 보이는 총리의 모습에 국방장관은 답답함을 느꼈지만, 총리의 이러한 망설임이 한편으로 이해가 되기도 하였다.
미 정부를 주축으로 한 연합정부와 거대기업의 연합 간의 벌어졌던 “1차 연합전쟁.”
그 전쟁에서 이미 승기가 기업에게로 기울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항전을 주장하던 정부의 강경파 관료들은 누군가에 의해 소리 소문 없이 제거 되며, 강경파가 모두 사라진 정부측은 기업의 모든 요구를 수용하며 전쟁은 사실상 기업의 승리로 끝을 맺었다.
전쟁의 종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강경파 제거의 배후에 블랙리버가 있다는 소문이 정계를 중심으로 돌았지만, 사람들은 그 소문이 그저 단순한 소문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전례가 있는 만큼, 총리의 말대로 거대기업과의 사이가 틀어질 대로 틀어진 상황에서 사태가 진정된다면, 기업이 총리나 고위 관료들을 상대로 어떤 짓을 해올지 알 수가 없기에, 공포는 몸을 사려야하는 정치인들을 망설이게 하는데 충분하였다.
하지만 그러한 공포에도 불구하고, 국방장관으로서는 자국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군용 AGS나 바이오로이드의 도입은 반드시 필요한 문제였다.
이네 잠시 숨을 고른 장관은 총리를 향해 강수를 두었다.
“총리님의 말씀대로 기업과의 관계가 그렇게 걱정이시라면, 철충 사태가 끝난 뒤, 저희가 구입한 모든 군용 AGS와 바이오로이드를 전부 반납 하겠다는 조건으로 협상을 진행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국방장관의 강수에 총리는 마치 출구전략이라도 찾은 것처럼, ‘오!’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거 일리 있는 말이군요! 좋습니다! 우리도 자국의 안전과 국민의 안전을 위하여 군용 AGS와 바이오로이드를 도입하도록 하지요. 그럼 어떤 군의 AGS와 바이오로이드가 좋겠습니까?”
이제까지 기업들과의 중립을 지키기 위해 군사적 목적의 AGS나 바이오로이드의 자체 보유의 금지를 약조 하였던 호주 정부는, 언제 침략 해올지 모르는 철충에 대비하여 군용 AGS와 바이오로이드를 도입하기 위하여 기업과의 협상을 타진하였다.
하지만 일반용이 아닌 군용을 팔아달라는 호주정부의 요청에 삼안을 비롯한 블랙리버, 펙스는 당연하게도 반대의사를 보내왔다.
AGS나 바이오로이드를 팔아주는 자체는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만약 기업이 호주에 판매한 군용 AGS나 바이오로이드을 이용하여 독자적인 국방력을 갖추게 된다면, 후에 기업이 철충과의 전쟁에서 승리한다 하더라도 그 여파로 인해 힘이 빠진 자신들과의 맺었던 조약을 깨고 자신들의 손에서 빠져 나갈지도 모른다는 것이 문제였다.
물론 과거 블랙리버가 “1차 연합전쟁”때처럼 암살 등을 통한 무력으로 굴복 시키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때는 삼안과 블랙리버, 펙스가 정부라는 공동을 적을 상대로 손을 잡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현재는 철충이라는 공동의 적으로 인해 연합하고 있다지만, 이미 그전의 “2차 연합전쟁”으로 인해 기업간의 관계는, 철충과의 전쟁에서 승리한다 하더라도 개선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극한으로 치달은 상태였다.
이런 관계 속에서 미 정부에게 했던 것처럼, 고위 관료나 강경파에 대한 암살을 실행하게 된다면 호주는 그 즉시 다른 세력과 연합하여 자신들을 공격할 것이 분명하였다.
여러 복잡한 정치적 상황과 우려 속에 기업의 반대에게 불구하고, 이러한 것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호주정부는 세간에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져 있는 철충사태의 문제까지 끌고 오는 것과 물론, 만약 끝까지 자신들의 요청을 수용하지 않겠다면, 기업에 대한 모든 협력을 끊는 것은 물론, 자국의 안전을 명분으로 호주 역시 중국처럼 고립정책을 펼치겠다는 강수를 두었다.
이러한 호주정부의 강수는 사실상 거대기업에 대한 도전이나 다름이 없었다.
호주정부의 행동에 본래라면 거대기업은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했겠지만, 현재 철충과의 전쟁으로 인하여 그럴 여력이 없는 것은 물론, 만약 호주와의 협력이 끊기게 된다면 물자의 부족으로 인해 현재 겨우 막아내고 있는 동유럽 전선이 무너지는 것은 물론, 전선이 서유럽과 극동까지 밀릴 위험이 있기에 그것 또한 쉽지가 않았다.
호주정부의 쉼없는 강수에 마침표라도 찍 듯, 철충 사태가 해결 된다면 자신들에게 팔았던 모든 군용 AGS와 바이오로이드들을 전량 반납한다는 약조까지 하고 나서자, 거대기업은 결국 호주정부의 요구를 수용 할 수밖에 없었다.
.
..
...
기업들을 상대로 한 협상에서 승리한 호주정부였지만, 그렇다고 마냥 좋아 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었다.
군용 바이오로이드의 씨앗이나 그에 따른 복원시설의 설치, 바이오로이드들이 사용할 무기생상 시설의 건설, AGS의 운영 플랜 등 천문학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으로 인해 여러 병과를 운영하는 것이 불가능 하였다.
이에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한 정부는 여러 논의를 거친 끝에 AGS는 폴른을, 바이오로이드는 “앵거 오브 호드”를 도입하기로 결정하였다.
하지만..
“뭐라고?! 아니! 그건 왜 안 된다고 하는 건가?!”
“현재로는 기밀이라는 이유로 거부하고 있습니다.”
“아니 누가 공짜로 달라고 하던가? 돈은 준다고 했잖은가?!”
“지금 계속해서 블랙리버 쪽에 의사를 타진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을 계속 요구 하겠다고 한다면, 저희의 요청자체를 없던 것으로 하겠다고 전해 왔습니다.”
“이런 망할! 블랙리버!”
황무지와 사막, 그리고 평야 지대로 이루어진 호주의 지형특성상 “앵거 오브 호드”는 그야말로 호주군에게는 이상적인 바이오로이드 부대였다.
자신들의 생각대로 되어감에 기뻐하던 호주 정부였지만, 그들이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었다.
비록 전쟁 중이라지만, 자신들에게 굴욕을 준 상대에게 가만히 참고 있어줄 만큼, 거대기업 역시 만만한 이들이 아니라는 걸.
마치 다 된 밥에 재를 자루채로 부어버리듯, 블랙리버는 호드의 핵심이자 호드를 이끄는 지휘관인 “신속의 칸”의 유전자 씨앗만큼은 기밀이라는 명분으로 내어줄 수 없다고 나왔고, 이러한 블랙리버의 조치에 호주정부는 거세게 항의를 하였지만, 블랙리버는 계속해서 기밀이라 제공하기 어렵다는 대답과 함께 호주정부의 요구를 계속해서 거부하였다.
호주정부로서는 호드를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라도 신속의 칸의 유전자 씨앗이 필요 하였기에, 그것을 얻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해보았지만 끝내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 이상의 선을 넘게 된다면 블랙리버의 회장인 “앙헬 리오보로스”가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의 악명으로 인해 호주정부는 결국 칸의 유전자를 얻어내는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칸도 없이 어떻게 호드를 운영하라는 것인지..”
“그러게 말입니다..”
블랙리버의 역습으로 인해 호주정부는 난감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
폴른은 그렇다 하더라도, 이미 칸을 제외한 호드의 모든 유전자 씨앗을 들여온 것과 함께, 필요한 제반시설을 구축하는데 천문학적인 예산을 사용한 것도 문제였지만, 칸의 유전자 씨앗의 제공하는 것을 거부함으로 거대기업이 자신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내오는 것인지도 알았기 때문이었다.
‘이 이상 선을 넘는다면 자신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겠다.’라는 기업의 메시지를...
사실상 최후의 선은 넘지말라는 기업의 메시지에 입장이 가장 난처해진 사람은, 이일을 가장 앞장서서 주도하였던 국방장관이었다.
“젠장! 망할 놈들!”
잔에 담긴 독한 술을 연신 들이키며, 거대기업을 향해 욕지걸이를 내뱉었지만 그렇다고 바뀌는 것은 없었다.
이미 자신들의 계획을 지지하던 고위 관료들은 앙헬의 칼날이 두려워 몸을 사리기에 급급하였고, 이제 와서 다른 군형의 바이오로이드로 바꾸기에는 남아 있는 예산이 많지가 않았다.
무엇보다 다른 기업들 역시 블랙리버처럼 뒷통수를 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미치겠군..”
“장관님. 이건 어떻겠습니까?”
“어떤 것 말인가?”
자신의 앞에 놓인 잔에 독한 술을 채워주던 국방연구소의 소장이 내놓은 방법은, 분노와 독한 술로 흐려져 있던 장관의 머리를 깨우기에 충분하였다.
“칸을 가질 수가 없다면. 저희가 칸을 만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그게 무슨 말인가?”
“애당초 칸이라는 바이오로이드는 처음부터 지휘관용으로 개발된 모델이 아닙니다. 호드의 케시크라는 모델에 지휘관 모듈과 함께 강화수술을 통하여 만들어 진 것이지요.”
“그것이 정말인가?”
“그렇습니다.”
“칸이라는 바이오로이드가 그렇게 쉽게 만들어진 물건이라니? 혹 잘못된 정보 아닌가?”
“블랙리버의 연구원 중 친분이 있는 이가 있습니다. 그에게 들은 정보라 확실합니다.”
“만약 그 정보가 사실이라 한들, 총리를 비롯한 관료들이 그것을 허락할 것 같은가? 당장에 ‘앙헬’이라는 이름 두 자에도 벌벌 떠는 겁쟁이들이?”
“어차피 들키지 않으면 되는 문제 아니겠습니까? 예산 또한 칸의 유전자 씨앗의 구매를 위해 준비 해두었던 예산과 연구소 예산을 더한다면 어느 정도 가능 할 것입니다.”
“음..”
“기업의 눈이 철충에게 쏠려져 있는 지금이 기회입니다. 철충이 쳐들어와도 기업 놈들이 저희를 도와준다는 보장이 없다는 사실은 장관님께서 가장 잘 알고계시지 않습니까?”
연구소장의 말에 장관은 자신의 앞에 놓인 술잔이 마치 독이 든 성배처럼 보였다.
그라고 어찌 앙헬 이나 기업의 칼날이 두렵지 않겠는가?
하지만 국가가 가진 힘이 적다뿐이지, 조국의 안녕을 위하는 그의 마음과 애국심까지 작은 것은 아니었다.
잠깐의 고민에 마침내 결심을 한 것인지, 그는 성배안의 있는 독을 자신의 입안으로 전부 털어 넣었다.
“평생 조국을 위해서 살았는데! 더 이상 무엇이 두렵겠나?! 까짓 것 해보지! 소장!”
“네! 장관님!”
“말해보게! 무엇이 필요한가?!”
국방장관의 결심과 지원, 그리고 국방연구소장의 주도 아래 칸을 만들기 위한 통칭 “howling wolf”라 불리는 비밀계획이 실행되었다.
계획을 위해 국방부 장관은 칸의 유전자 씨앗을 구입하기 위한 예산과 연구소의 예산 전부를 뒷세계의 블랙마켓에서 불법적으로 거래중인 지휘관 모듈과 함께 오리진더스트의 확보에 쏟아 부었고, 지금은 은퇴한 바이오로이드에 관련된 과학자들을 비롯한 기술자들과 비밀리에 접촉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거액을 들여 그들을 포섭하기 시작, 만약 포섭하지 못하더라도 그들이 가지고 있던 기술만이라도 거액을 주고 획득하는 등, 착실하게 비밀계획을 준비 해나갔다.
“진행 상황은 어떤가? 소장?”
“현재 100여 개체의 케시크에게 지휘관 모듈의 장착과 함께 강화수술 역시 마쳤습니다.”
“그럼 이것들 모두가 칸이 되는 건가?”
“그건 아닙니다. 아무래도 불법적으로 들여온 지휘관 모듈과 오리진더스트로 만들어진 개체들인지라 강화수술을 마쳤다고 해도, 여러 실험을 통하여 칸과의 능력치를 비교해 볼 필요는 있습니다.”
“쉽게 되는 것이 없군..”
“세상 쉬운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특히 이런 비밀 계획에는 더더욱 말입니다.”
“그건 그렇지. 그럼 좋은 소식 기대하고 있겠네.”
“네. 장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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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을 만들기 위한 “howling wolf” 계획은 다음과 같았다.
먼저 복원된 케시크 아니.. 번호를 받은 개체는 지휘관 모듈의 장착과 함께 강화수술을 거친 후, 약간의 적응 기간이 주어진다.
그리고 적응 기간이 끝난 개체는 곧, 실험이라고 불리는 테스트를 받게 된다.
이 실험에서 각 개체는 오리지널 칸과의 데이터를 비교 받게 되며, 한 가지라도 미달하게 된다면 그 즉시 폐기처분을 받게 된다.
그리고 처분된 개체의 지휘관 모듈과 오리진더스트는 회수 되어 다음 복원되는 개체에 다시 투입하게 된다.
“운동성이 떨어지는 군. 폐기.‘
“돌파력이 부족해. 폐기.”
“시뮬레이션에서의 지휘능력 부족. 폐기.”
폐기, 다음, 복원, 실험, 폐기, 다음, 복원, 실험, 폐기, 다음, 복원, 실험..
마치 원하는 품종을 얻기 위한 품종개량을 하듯 실험은 계속 진행 되었다.
그리고 그 실험으로 인해 수많은 개체.. 아니 케시크 들은 오로지 칸이 되지 못하였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분해 장치에 분해 되었고, 그녀들이 분해 될 때의 나오는 비명 소리로 인해 연구소의 연구원들은 분해 장치가 있는 방을 절규의 방이라 불렀다.
그렇게 영원히 끝나지 않는 윤회처럼 계속될 것 같은 지옥은, 다른 지옥에 의해 그 종언을 고하게 되었다.
어느 날. 아무런 전조 없이 철충의 침공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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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부 최대 도시인 “퍼스”에서 시작된 철충의 갑작스러운 침공에 호주정부는 서둘려 자위대 병력과 함께 경찰 병력까지 모두 투입 해보았지만, 철충을 상대로는 역부족이었다,
투입된 자위대와 경찰 병력의 전멸과 함께 퍼스를 비롯한 호주 서부와 북서부에 위치한 모든 중, 소도시는 철충에 의해 쑥대밭이 되어 버렸고, 철충이 사람을 비롯한 모든 것을 초토화 시키는데에 걸리는 시간은 채 5일이 걸리지 않았다.
“피해 규모는 어느 정도입니까?”
“사태 5일째인 현재, 정확한 피해 규모 자체가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퍼스를 비롯한 북서부 지역이 궤멸하였다는 것입니다..”
“그 정도,. 입니까?”
“네. 총리님. 보이는 모든 도시의 파괴와 함께 그곳에 있는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학살하며 이동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기업 쪽의 협조 요청은 보냈습니까?”
“보냈습니다만..그게..”
“말해보세요.”
“삼안을 비롯한 블랙리버, 펙스 모두 저희의 요청을 거부하였습니다.”
“망할 기업 놈들..”
예상은 했지만 막상 요청을 거절한 기업들에게 화가 난 것인지, 두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친 총리는 잠시 후. 화를 진정 하고는 국방장관을 바라보았다.
“국방장관, 현재 자위대 병력은 얼마나 있습니까?”
“퍼스와 북서부 지역의 전투로 인해 자위대 전체 병력의 3할이 전사 하였습니다. 현재 남아있는 모든 병력은 철충이 동부로 넘어오지 못하도록 저지 하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AGS와 바이오로이드는 투입 되었습니까?”
“네. 모든 AGS와 바이오로이드 병력도 투입되어 저지 중에 있습니다.”
국방장관의 대답에 총리는 묘하게 가늘어진 눈으로 장관을 바라보았다.
“그 말이 정말인가요? 장관”
“네. 총리님.”
“정말로 모든 병력이 투입되었나요?”
“네 그렇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그것 말고도 바이오로이드 병력이 더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마치 무언가 알고 있는 듯한, 총리의 말에 장관은 침착함을 유지하곤 모르쇠로 일관하였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장관. 내가 이 사단을 만든 무능력한 늙은이인 것은 맞지만, 그래도 집안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howling wolf’였나요? 장관이 만드는 장난감 이름이?”
“howling wolf”라는 단어가 나오자, 국방장관의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알고 있었던 건가? 어디서 정보가 빠져 나간거지? 하지만 왜 알고 있으면서 지금껏 모른 척을 한 거지?’
애써 총리의 눈을 외면하며 장관의 머리는 온갖 추측과 생각으로 돌아가기 바빴다.
‘설마! 퍼스와 북서부 지역의 전멸로 자기가 입지가 위험해질 것 같으니 꺼내라고 하는 건가?!’
“왜 말이 없는 건가요? 장관?”
“총리님의 말씀대로 ‘howling wolf’계획으로 만들어진 병력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하지만?”
“아직 유의미한 결과를 내지는 못하였기에 전선에 투입 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그럼 어느 정도 되어야 유의미 해진다는 말인가요?”
“그..그것이..”
총리의 물음에 장관은 확실하게 답을 내놓지 못하였다.
“howling wolf”계획에 투입되는 것이 케시크인 만큼 당장 전선에 투입해도 문제가 될 것은 없다.
하지만 자신이 투입하고 싶은 것은 칸이지, 뛰어난 케시크는 아니기에 장관으로서는 지금의 시점에서 실험을 멈추고 싶지는 않았다.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합니다.”
“투입하세요.”
“네?”
“투입하라는 말 못 들었습니까? 장관이 만든 장난감 전부 투입하세요.”
“총리님. 방금도 말씀 드렸지만 아직 전선에 투입하기에는...”
“장관 저는 분명 투입하라 말씀 드렸습니다. 지금도 우리 장병들이 전선에서 목숨을 걸고 철충을 막고 있는데, 장관이라는 자가 한가하게 실험이나 하고 있어서야 되겠습니까?”
“하지만!”
“장관께서는 우리 장병들보다 장관의 장난감이 더 귀하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지요? 그것이 아니라면 혹 이 상황을 이용하여 다른 불순한 의도를 품고 있는 것이...”
사실상 쿠데타를 모의하는 것이 아니냐는 총리의 발언에 다른 모든 장관들을 비롯한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자신에게로 향하자, 국방장관은 쥐고 있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너구리같은 늙은이! 마음대로 짓거리는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이딴씩으로 나를 물고 늘어지다니!’
철충이 미증유의 적이기는 하지만, 이유야 어찌 되었던, 도시가 파괴되고 사람들이 죽은 책임은 행정수반의 최고 책임자인 총리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총리로서는 이후 벌어진 혼란을 최대한 수습하고, 여론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라면 방법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장관?”
“..알겠습니다. 투입 하겠습니다.”
“좋습니다.”
장관으로서는 총리를 상대로 끝까지 버티고 싶었지만, 총리가 계획을 모두 알고 있는 이상 장관으로서는 버틸 재간이 없었다.
“howling wolf”계획 자체가 장관 본인의 주도로 이루어진 비밀계획임은 물론 거기에 쓰인 자금 역시 원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사용된 것이기에, 굳이 쿠데다 모의가 아니더라도 총리가 직권남용과 불법자금사용 등을 걸고 넘어 진다면 얼마든지 자신을 감옥에 보내 버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자신에 대한 굴욕적인 처사에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 역시 이런 상황에서 감옥 까지 가는 것은 사양이었다.
그렇게 지옥에서 벗어난 케시크들이였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그녀들이 도착한 곳은 전장이라는 이름의 지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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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충 과의 전투가 한창인 중부의 어느 전선.
“충성.. 오늘자로 배속된 74번 케시크 입니다.”
“쳇! 덜 떨어진 바이오로이드 말고 탱크나 지원 해달라니깐..”
불평불만과 함께 자신의 눈앞에 있는 케시크가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인지, 인간 지휘관은 이네 바닥에 침을 뱉고서는 자신의 옆에 서있는 케시크를 향하여 짜증나는 말투로 명령하였다.
“야! 네년이 책임지고 이 녀석을 잘 가르치도록 해.”
“네. 지휘관님.”
“쳇!”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는 것인지, 인간 지휘관은 74번의 어깨를 일부러 부디 치고는 그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지휘관의 명령을 받은 케시크는 여전히 경례를 하고 있는 74번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반가워. 74번이라고 했지?”
“그렇습니다.”
“나는 4번이야. 앞으로 잘 부탁해~”
4번이 내미는 손을 한참이고 멀뚱하게 바라보는 74번이 어색하게 내미는 손을 잡으려 하자 그런 그녀의 손을 낚아채 듯 붙잡았다.
“음. 74번이면? 내가 언니네?”
“그게 무슨..?”
어리둥절해 하는 74번에 표정에 4번은 이네 방긋 웃으며 이유를 설명 해주었다,
“어머~! 너 연구소 출신이지? 연구소에서는 주어진 번호가 높을수록 언니라는 걸 몰랐나 보네? 쉽게 말해 내가 4번이고 네가 74번이니깐 내가 언니라는 것이지.”
“그..그런 건가요?”
그런 사실을 처음 듣는 것인지, 조금씩 흔들리는 동공과 함께 안절부절 못하는 74번의 모습이 재미있는 것인지 4번은 연신 장난스러운 얼굴로 이 상황을 즐겼다.
“당연히 거짓말이지~!”
“네..네?”
“히힛~! 하지만 내가 먼저 전장에 배치되었고, 먼저 만들어졌다는 것도 사실이니깐. 굳이 따지면 내가 언니인건 맞긴 해. 그렇지 않아?”
4번의 농담과 하이텐션을 도저히 따라오지 못하는 것인지, 74번은 계속 어쩔 줄 몰라 하였고,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곧 4번은 얼굴을 가까이 하였다.
“음? 표정이 좋지 않네? 아까 지휘관이 어깨치고 가서 그래? 네가 이해해. 낙하산으로 지휘관이 된 양반이라 소문이 안 좋거든, 물론 재수도 없어서 다들 싫어 하긴 하지만.”
인간에게 절대 복종해야하고, 인간에 대해 의심이 없어야 하는 바이오로이드의 입으로 인간에 대한 험담이 거침없이 튀어나오자, 74번의 혼란은 극으로 치달았다.
“이..인간님의 욕을 그렇게 하시면!”
“응? 왜?”
“혹시라도 인간님께 들키기는 날에는..”
“들키면 어때? 틀린 말도 아닌데?”
“아..으으..”
“괜찮아~! 괜찮아~! 다들 너처럼 이야기하는데 막상 욕해도 별거 없더라구.”
처음이 아닌지 너무도 해맑게 말하는 4번에 모습에 이제는 반쯤 넋이 나간 것인지, 입으로 “아..으..어..”소리가 74번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런 이유로 오늘부터 내가 네 언니인거야~ 자 따라 해봐~ 언니~”
“아...으...어,.”
“너 낯가림이 무척 심하구나? 알았어~! 알았어~! 오늘은 첫날이니깐. 그럼 앞으로 우리 잘 지내보자~”
폭풍과도 같은 대면 이후. 인간 지휘관의 부관으로 먼저 배속된 4번과 함께, 74번 역시 부관으로서 전선에 투입 되었고, 먼저 투입된 덕인지 74번은 4번에게 많은 것을 배울 수가 있었다.
그리고 같이 지내면서 바라본 4번에 대한 74번의 감상은 참으로 특이한 바이오로이드라는 것이었다.
언제 철충에게 죽을지 모르는 전장임에도 긴장감 하나 없이 태평한 것은 물론, 그녀의 취미는 같은 군용 바이오로이드로서도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었다.
“뭘 읽고 계시는 건가요?”
“이거? 잠자는 숲속의 공주?”
“그게 뭔가요?”
“애는? 뭐긴 동화지? 혹시 동화 모르는 거야?”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 왜?”
“왜 읽고 있냐고? 재밌잖아?”
“네?”
“아무것도 안하고 잠만 자고 있는데도, 남이 와서 깨워주고, 사랑도 해주고 좋잖아?”
“그.. 이야기의 의미가 원래 그런 것이었나요?”
“이야기의 의미는 해석하기 나름 아니겠어?”
군용 바이오로이드 답지 않게 소설책과 동화를 좋아한다는 것이 특이한 것 이었지만, 그녀의 진정한 진가가 발휘되는 곳은 전장이었다.
“모두~! 언니 놓쳐서 길 잃으면 안 된다?”
태생이 케시크임에도 부대 내에 배속되어 있는 호드 대원을 이끄는 것은 물론, 가장 선두에서 철충과 싸우는 그녀의 모습은 세간에서 평가하는 호드의 모습이 아니었다.
누구보다 빠름에도 매끄럽고 군더더기 하나 없는 움직임, 한 치의 빗나감 없이 한 발에 철충 한 개체에게 깔끔하게 탄환을 박아 넣는 정확함까지, 74번의 눈에 비친 4번의 모습은 황야의 거친 늑대의 모습이 아닌, 그 무엇보다 고고하고 우아한 늑대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모습에 74번을 비롯한 다른 호드 대원들 역시, 만약 신속의 칸이 있다는 저런 모습이 아닐까 하고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우아앙~! 근무 나가기 싫어~!”
“싫어도 나가야 합니다!”
“그냥 근무 째고, 소설책이나 읽으면 안 될까?”
“하아..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이거 봐봐. 이 언니가 이번에 찾은 소설책인데, 너도 이 책의 내용을 본다면 내가 왜 근무 나가기 싫다고 말하는지 이해 할 거라니깐?
“알겠으니 근무나 가시죠.”
“시러어~! 부대 사람들! 얘가 날 근무지에 억지로 밀어 넣으려고 한다아~!!”
모르는 이가 보다면 한 마리의 고고하고 우아한 늑대이지만, 실상은 연예소설과 동화책 그리고 노는 것에 환장해 있는 게으른 건어물녀나 다름이 없기에, 그녀를 어르고 달래어 끌고 가는 역할은 언제나 74번의 몫이었다.
이러한 4번의 행동에 행여 제재라도 가해지지 않을까 걱정도 하였지만, 워낙에 잘 싸우고 할 때는 정확하게 일을 처리하는 성격이기에, 바이오로이드라며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오는 인간 지휘관조차 낙하산이라 평가받던 자신의 평가가 4번으로 인해 많이 희석된 것이지, 시비를 걸지언정 제재를 가하지는 못하였다.
그렇게 특이하다면 특이한 4번이었지만, 74번의 마음속에서의 그녀의 인식은 특이한 바이오로이드에서 어느새 자신이 믿고 따르는 언니로 바뀌어 있었다.
.
..
...
“음..그러니깐. 제가 오늘부터 칸이라는 말인가?”
“그래. 오늘부터 귀관은 4번이 아닌 칸으로서 앵거 오브 호드를 이끌게 된다.”
“이제까지 앵거 오브 호드가 없었다는 것처럼 들리는데요?”
“지금까지는 칸이 없었으니깐.”
“제 자아에 관해 논하려 것은 아닙니다만.. 저는 케시크입니다만?”
“최근 칸의 자료를 확보 해두었네. “howling wolf”에 만들어진 다른 개체들에 비해 귀관은 기동능력, 운동능력, 지휘능력 등, 모든 능력에서 칸에 필적 하더군. 생김새도 비슷하기도 하고, 그래서 우리는 귀관을 칸으로 공표하기로 했네.”
“한마디로 짝퉁을 진짜라 발표 하신다는 말씀이시네요?”
“표현이 살짝 거슬리긴 하지만, 그간 귀관의 공을 생각해 넘어가도록 하지.”
“헤에.. 그래서 칸이 되면 뭘 하면 되는 건가요?”
“늘 그렇듯 호드를 이끌고 싸워서 이기면 되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제 정식으로 앵거 오브 호드의 지휘관이자, 이끌어야 할 병력이 늘었다는 것 정도 겠군?”
“어차피 바이오로이드인 제가 거부권 같은 건 없는 것이죠?”
“지금 자네의 무례를 넘어 가주는 것도 파격적이라고 해두지.”
“헤에~”
4번 아니.. 이제는 칸이 된 그녀는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칸에 대한 자료와 함께 칸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잠시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무례를 범하는 김에 한 가지 더 무례를 범해도 괜찮을까요?”
“뭐지?”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말해보게?”
“저와 함께 부관으로 있던 74번을 호드의 부대장으로 배속 해주십시오.”
“74번? 흠.. 데이터를 보니 그녀는 모든 개체들 중 가장 능력이 떨어지는 걸로 나오는데 왜지?”
철충과의 전쟁이 아니라면 진즉에 폐기처분을 해도 몇 번이고 폐기했을 74번을 원한다는 칸의 요청에 장관이 의문을 표하자, 칸은 산뜻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능력은 제일 떨어질지 몰라도, 일은 제일 잘 하거든요.”
“..뭐 상관없겠지.”
얼마 뒤. 공식적인 부대의 창설과 함께 4번 아니,, 이제는 칸이 된 그녀를 중심으로 한 앵거 오브 호드가 재편되었다.
그리고 그런 호드의 부대장으로 자신을 지목한 칸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74번은 칸에게 의문을 표하였다.
“어째서. 저 따위를 부대장으로..”
74번은 자신이 다른 개체에 비해 능력이 부족하다는 사실도, 진즉에 자신은 폐기 당했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자신을 칸이 호드의 부대장으로 지명하였다는 소식에 혼란보다도 의문이 먼저 들었고, 그러한 자신의 의문에 칸은 대답 대신 손가락으로 74번의 양쪽 눈꼬리를 살짝 올려 보았다.
“?”
“아무리 봐도 이쪽이 더 똑같단 말이야?”
“네?”
“아냐. 아무것도~ 내가 널 왜 부대장으로 추천 했냐구?”
“네..”
“넌 이 언니와 함께 하기 싫은 거야?”
“그건..”
“이 언니는 너와 함께 하고 싶은데? 넌 싫어?”
“그건..아니지만.”
“그럼 차출 결정~! 배속 완료! 그럼 칸이 된 기념으로 부대장에게 첫 번째 명령을 내려 보도록 할까?”
“아..네! 어떤 명령이든 내려주세요!”
“정말?”
“네!”
“그럼 언니라고 불러봐~ 언니~”
칸의 명령에 74번의 잠시 멍한 표정에서 이네 싫다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무려 칸이 내리는 첫 번째 명령이기에, 어떻게든 힘을 내며 언니라는 단어를 내기 위해 목에서 소리를 쥐어짜기 시작하였다.
“그..어..으..어..언..”
“아흥~! 매일 보는 거지만 귀여워~! 너무 귀여워~!”
소중한 인형을 끌어안는 아이 마냥 74번을 꼭 껴안고서는 좋아 죽으려는 칸과, 그런 칸의 품에서 벗어나기 위해 74번이 작게 발버둥을 쳤지만, 이네 칸의 포근함 때문인지 발버둥 치는 것을 포기하고는 칸의 온기에 몸을 맡겼다.
.
..
...
“일하지 않은 자는 먹지도 말라~! 그럼 밥값 하러 가볼까?”
“애들아~ 칸 대장이 우리 다 굶겨 죽이신덴다.”
“어머~ 워울프? 밥값 할 자신이 없나봐?”
“어디 사는 누가 보이는 족족 철충을 다 잡아 족치는데, 우리가 밥값 할 건수가 있겠어요?”
“흐응~ 그럼 언니한테 사가면 되겠네? 가격은 알지?”
“댁 앞에서 애교를 부리고 사갈 바에는 그냥 굶어 죽고 말지.”
“그렇게 말하는 것 치고는 지난번 담배 값으로 보여 주었던 토끼 애교는 꽤 귀여웠는데? 뿅뿅 거리면서..”
“아악~ 겨우 잊었던 악몽이~! PTSD가~! 부대장! 칸 대장이 괴롭혀~!”
“전방 300m앞. 철충 확인. 워울프. 준비해 둬. 칸 대장님도 지난번처럼 너무 깊게 들어가지 마시구요.”
“애는? 대장이라니? 언니라고 부르라니깐?”
“전투 중에는 대장님입니다.”
“워울프~! 애 내 동생이지만 너무 매정한 것 같아~! 힝~”
“캬하하하~!”
다시 재편된 신생 호드부대는 그 특유의 기동력과 화력을 앞세워 중부와 동부전선의 전역을 휩쓸고 다니며, 철충에 대한 요격과 기습, 그리고 타부대의 지원과 구조 등 수많은 전장에서 활약을 하였다.
그런 호드의 활약에 일부 인간 군인들과 바이오로이드는 호드를 “사막의 늑대”라 부르며 칭송 하였고, 그런 호드의 중심에는 칸이 있었다.
칸 개인이 가진 무력과 판단력, 그리고 호드 대원들의 대한 지휘능력과 신망 등, 응당 군을 이끄는 이가 지녀야 할 것들을 그녀는 지니고 있었고, 그런 그녀가 이끄는 호드는 철충과의 전투에서 무패의 전적을 보였다.
하지만 이런 호드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전황 자체는 호주군에게 점점 불리해지는 것과 함께, 전선 역시 인간들의 남은 영역인 동부로 밀리기만 하였다.
호주군이 철충에게 밀리는 이유는 명확했다. 마치 개미처럼 끝없이 몰려오는 철충을 막아내기 위한 병력을 비롯하여, 화기와 물자, 전략병기등 전쟁에 관련된 모든 것이 부족한 것이 이유였다.
거대 기업들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자신들이 가진 무기를 내려놓은 생존방식이 오히려 그들의 목을 죄이는 올가미로 작용한 것이었다.
.
..
...
“아직도 아프니? 74번?”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저보다 언니야 말로 괜찮으신가요?”
“괜찮지가 않아..”
“다치신 건가요?! 다친 부위가 어디인가요?!”
“아픈 곳이 어디냐면? 음? 마음?”
“네?”
“하하~ 농담이야. 난 보다시피 멀쩡해.”
“...”
“그렇게 무섭게 바라보면 74번 눈빛에 언니가 정말로 죽어 버리지도 몰라~”
“하..이런 장난은 그만 둬 주십시오. 정말이지..”
”미안~ 미안.“
“정말이지..”
여전히 전투 작전 중에는 “대장”이라는 딱딱한 호칭으로 부르지만, 이렇게 둘만 있을 때는 이제는 자연스럽게 “언니”라 불러주는 74번이 사랑스러운지 칸은 언제나 그렇듯 74번을 꼭 껴안아 주었다.
“나 궁금하게 있는데?”
“물어보세요. 언니.”
“우리 동생은 전쟁이 끝나면 뭐 하고 싶어?”
“네? 갑자기 그게 무슨?”
“전쟁이 끝나면 하고 싶은 것 없어?”
비록 칸이 되지는 못하였지만 칸이 되기 위해 만들어졌던, 철충과 싸우기 위해 만들어진 자신이 철충과의 전쟁이 끝나고 하고 싶은 것이 있는지 같은 그런 것을 생각 해보았을리 만무하였다.
생각지도 못한 갑작스러운 질문에 아무리 고민을 해보아도 떠오르지 않는지 74번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죄송해요. 잘..모르겠어요.”
“너무 갑작스럽게 물었나? 그럼 이 언니한테도 한번 물어봐줄래?”
“언니는 전쟁이 끝나면 무엇을 하고 싶으세요?”
“이 언니는 말이야. 전쟁이 끝나고 동생들과 함께 가게를 열어보고 싶어.”
“가게..말인가요?”
“맞아! 가게! 그 중에서 카페를 열거야! 일단 카폐 주변으로 커다란 화단을 만들어서 꽃을 잔뜩 가꾸고, 카페 안으로는 동화책과 소설, 그리고 인형이 잔뜩 있는 그런 카페! 그렇게 동생들이라 카페를 운영하면서..”
“?”
“사랑을 해보고 싶어!”
“사랑이요?”
“그래! 사랑! 평범한 사랑이 아니라 동화책이나 소설책에 나오는 그런 로맨틱하고 운명적인 사랑!”
마치 선전포고라도 하듯 포부도 당당한 칸의 말에, 74번은 그런 칸을 멀뚱히 바라만 보았다.
“언니. 저희는 바이오로이드인데.. 그런 저희가 사랑을 하다니요?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왜 있을 수 없는 거라 생각해?”
“그건..”
“네 말대로 바이오로이드라서, 만들어진 병기라서 사랑을 모를 수는 있어. 하지만 사랑을 할 수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인간님들이..허락 할까요? 만약 사랑 같은걸 하지 말라고 하면..”
“그러면 따져야지! ‘거! 쪼잔하게 그러지 말고! 우리도 사랑 같은 것도 한번 해봅시다!’ 라고”
“킥! 그게 뭐에요?”
과장스러운 칸의 행동에 74번은 자신도 모르게 실소가 나오고 말았고,, 그런 74번.. 아니 소중한 동생을 바라보며 칸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 내가 한 말도 어쩌면 인어공주의 물거품 같은 소망일지도 몰라. 바이오로이드 이기에, 병기이기에, 언제 철충의 총알에 허무하게 죽을지도 모를 전장 위에 서있기에.. 그저 꿈같은 이야기일지도 몰라.
“언니..”
“하지만. 이런 운명을 가진 우리이지만, 어떻게든 살아가다보면 우리를 사랑해줄.. 마치 정말로 동화책에서처럼, 이야기처럼, 우리를 진심으로 사랑해 줄 그런 사람이 나타날지도 몰라. 그래.. 나나, 네가 누군가의 명령이 아닌 우리 스스로의 의지로 모든 것을 걸고 사랑해볼만한 그런 사람이..”
“언니의 말씀대로 그런 인간님이 정말로 나타날까요?”
“반드시! 난 그렇게 믿어!”
.
..
...
“그것이 정말인가?”
“그렇습니다! 포세이돈의 회장이 함대지원을 한다는 약조를 받았습니다.”
“믿을 수 없군. 그 펙스.. 그것도 포세이돈의 지원이라니..”
“제 지인이 포세이돈 회장의 측근입니다. 그 지인을 통하여 포세이돈 회장에게 저희의 의사를 타진 하였더니 흔쾌히 받아들였습니다.”
“확실히 포세이돈의 함대 지원만 있다면 가능이야 하겠지만..지원의 대가가 하필이면..”
“브리즈번과 산호제도의 권리를 양도 한다는 조건 말입니까?”
“맞네. 산호제도는 그렇다 하더라도 브리즈번까지 양도하는 건 조금 과하다고 생각이 들지 않나?”
“하지만 퍼스를 되찾는 것에 비하면 오히려 싼 편이지요.”
“아무리 그래도..”
“퍼스를 탈환하면 단순히 도시하나를 되찾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저희 군부가 그렇게 군비의 증가를 주장 할 때는, 그저 기업의 눈치만 보며 몸을 사리던 인간이 총리입니다. 지금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하여 전선에 신경 쓰지 않고 여론의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이 그 늙은이지요.”
“...”
“총리가 계속 자리를 꿰차고 있는 이상 철충에게 승리하는 길은 요원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총리는 장관님의 노력을 모두가 보는 앞에서 폄훼하고 모욕하지 않았습니까?”
지휘관의 말에 국방장관은 그때의 받은 모욕이 떠오른 것인지, 이가 부서지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이를 깨물었다.
“그래 맞아.. 그 너구리같은 늙은이. 자신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나를 이용했었지.”
“지금의 위기에서는 총리 같은 늙은이 보다 장관님 같은 분이 저희를 이끌어야 합니다. 그저 넋 놓고 있던 총리보다 ”howling wolf“로 미래를 대비 하셨던 장관님 같은 분 말입니다. 이미 많은 지휘관들 역시 저와 뜻을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지휘관의 말에 국방장관은 황급히 그를 바라보았다. 지휘관의 말은 사실상 쿠데타를 모의하고 있다고 자백을 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자네! 지금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알고는 있는 건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방법이 없습니다.”
“설령 총리를 끌어내린다고 해도 여론이 가만히 있을 거라 생각하나?!”
“그것을 위하여 퍼스의 탈환이 필요한 것입니다. 퍼스를 되찾는다면 여론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총리보다 저희를, 장관님의 손을 들어 줄 것입니다.”
당연히 지휘관의 제안을 장관으로서는 거절해야 옳지만, 총리에게 받았던 모욕과 지휘관의 달콤한 설득은 그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데 충분하였다.
현재 퍼스는 철충의 본거지로 알려진 곳. 그런 철충의 본거지의 탈환이 가능하다면 후방에서 철충을 압박 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동부로 향하는 철충의 병력 역시 분단 시킬수 있다. 그리고 포세이돈의 지원 역시 함께 한다면 여론은 자신과 군부를 지지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자신이 총리가 되어 철충과의 전쟁에서 승리한다. 그럼 자신은 위기에서 나라를 구한 영웅이 될수 있다.
나라를 구한 영웅. 이 얼마나 좋은 울림인가?
하지만 그는 몰랐다. 헛된 꿈의 끝은 파멸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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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가 잘못 들은 것이 아니라면, 퍼스로 향하라는 말씀입니까?“
“맞네.”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것 이 아니라면, 퍼스는 현재 철충의 본거지로 추정되는 곳이 아닙니까?”
“맞네.“
“그곳에서 작전을 하라는 말씀이신데, 미리 말씀 드리지만 불가능 합니다.”
“자네들은 ‘호드’이지 않나? 그 정도는 불가능 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호드는 부대의 이름이지, 마법의 램프나, 요술 지팡이의 이름이 아닙니다.”
“나폴레옹이 그랬지? ‘나의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고‘”
“저의 사전에는 불가능이 있습니다.”
“이 작전이 성공만 한다면 후방에서 철충을 압박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철충의 병력 역시 분단되어. 그럼 군의 부담을 줄일 수 있네.”
“하지만. 호드는 전멸 하겠죠.”
“자네만 살아 있다면 호드 같은 건 언제든지 다시 만들 수 있네.”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대원들을 버리는 말처럼 표현하는 장관의 말에 칸의 눈살은 살짝 꿈틀거렸다.
“한 가지 질문을 드려도 괜찮겠습니까?”
“물어보게?”
“대체 누구입니까? 제 부하들을 철충의 아가리에 넣으라고 계획하신 분이?”
“나다.”
“당신은?!”
문을 열고 나타난 이의 모습에 놀란 것인지, 칸은 동공이 커진 눈으로 그를 보았다.
자신의 앞에 나타난 이는 자신이 칸이 아닌, 4번 일적에 자신이 보좌 하였던 인간 지휘관이었다.
마치 그때처럼 자신의 어깨를 일부러 부디 치며 지나간 지휘관은 곧 장관의 옆에 자리를 잡았다.
“나의 작전의 불만을 듣기에 앞서 하나 말해두도록 하지. 도구면 도구답게 굴어. 바이오로이드 주제에 명령에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말고.”
“큭!”
“이봐. 대답은?”
“죄송..합니다.”
칸의 사과에 만족한 듯 지휘관의 눈꼬리는 살짝 휘어졌다.
“한결 보기 좋군. 그 태도야. 작전을 전달하겠다. 그 대가리에 잘 기억해두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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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칸에게 내려진 명령은 퍼스로 이동. 그곳에 위치한 항만기지를 확보한 후, 포세이돈의 함대를 퍼스로 유도하라는 것이다.
작전 자체만 본다면 어려운 것이 없는 작전이지만 문제는 퍼스가 철충의 본거지로 추정되는 곳이라는 것이었다.
철충의 본거지로 추정되는 곳인 만큼 얼마나 많은 철충이 그곳에 자리를 잡고 있는지 알 수 없기에. 자칫 잘못하면 포세이돈의 함대가 도착하기 전에 철충에게 포위되어 탈출은 고사하고 부대가 전멸 할지도 모를 위험 높은 작전이었다.
이런 위험한 작전에 칸은 복도에 있는 쓰레기통을 걷어차며 끓어오르는 분노로 입술을 깨물었다.
“망할! 그런 사지로 동생들을 밀어 넣으라고?! 대체 왜?!”
차라리 자신 혼자만 가라고 명령한다면 설령 그곳이 범의 아가리라 해도 웃으면서 들어 갈수 있었다.
하지만 동생과 다름없는 대원들 또한 범의 아가리로 들어가라는 명령은 칸에게는 분노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칸의 끓어오르는 분노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인간의 명령을 거부 할 수 없기에.. 그저 따라야 하는 바이오로이드 이기에..
.
..
...
“이상으로 이 미친 작전의 개요에요~ 그럼 질문 있는 학생?”
자신이 받아온 명령을 대원들에게 전달하자, 당연하게도 대원들은 굳은 석상 마냥 하나같이 표정과 몸이 그 자리에 굳어 버렸다.
“나!나! 질문 있어.”
“네~ 워울프 학생. 질문하세요?”
“그러니깐 대장 말을 요약하면 퍼스로 가라는 얘기죠?”
“맞아요.”
“퍼스는 철충의 본거지이고요?”
"아마도?”
“쉽게 말해 철충의 둥지로 들어가라는 걸로 이해해도 되나요?”
“of course~! 똑똑해요 워울프 학생~ 다음~ 샐러멘더 학생?”
“정말로 지원군도 없이 우리만 투입 되는 건가요?”
“몇 번 이고 물어봤는데 그렇다고 하네?”
“결론은 저희를 사지로 밀어 넣겠다는 걸로 들리는데요?”
“이 언니는 참 슬퍼. 이 머리들로 공부를 했다면 삼안이나 블랙리버에 입사가 가능 했을 텐데. 어쩌다가 이런 곳에서 고생들을 하는 건지 쯧쯧~.”
평소라면 이런 농담에 화기애애하게 분위기가 바뀌어야 했겠지만, 작전이 작전인지 칸의 농담에도 불구하고 분위기는 냉랭하기 그지 없었다.
“대장. 명령을 거부할 수는 없는 거죠?”
“어쩌겠니? 위에서 까라면 까는 게 군인의 숙명 아니겠니?”
더욱 더 냉랭한 분위기와 함께 칸의 옆에 있던 74번이 질문을 하였다.
“대장님.. 저희는 죽으러 가는 건가요?”
“아니.”
74번과 대원들의 귀로 이제까지 들은 적이 없었던 단호한 말투에 대원들은 일제히 칸을 바라보았다.
“여기 있는 어느 누구도 죽지 않아. 내가 그렇게 만들 거니깐.”
평소에는 보인 적이 없는 단호한 표정과 함께 그녀의 단호한 표정에 놀란 대원들의 눈길에 칸은 단호한 표정에서 곧 평소의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방긋 웃었다.
“너희들 이 언니 믿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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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의 과거 편입니다. 74번이 훗날 주인공 사령관과 함께 하는 친구입니다.
본래는 LRL편을 먼저 끝냈어야 했는데 까먹고 있었네요............
언제나 귀한 시간 내어 읽어주시는 라붕이들에게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