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라오 속의 섹돌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둘 새겨지는 섹돌들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공지가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섹돌 하나에 추억과
섹돌 하나에 사랑과
섹돌 하나에 쓸쓸함과
섹돌 하나에 동경과 
섹돌 하나에 시와
섹돌 하나에 어머니,어머니



어머님, 나는 섹돌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오르카호 사령관 때 침대를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좌우좌, 엘리, 안드바리, 더치걸, 닥터, 코코, 아쿠아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거지 자매들의 이름과, 스노우페더, 보리, 백토, 백아, 하치코, 라이언, 펜리르,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섹돌들이 내린 오르카호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라오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오르카호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