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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님, 조금만 참으세요!"
이터니티는 관을 휘두르며 앞을 가로막는 적을 무찔렀다.
"이쪽이에요, 어서!"
총알은 이미 오래전에 떨어졌다.
총조차 망가진 지 오래.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전진 뿐이었고.
사령관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따라가는 것 뿐이었다.
"저리 가세요!"
퍼억-
관에 맞은 적의 머리가 터졌다.
그 적은 대체 무어라 불러야 할까.
평소에 상대하던 철충이 아니었다.
보다 이질적이고, 보다 더 높은 차원의 존재의 분신들.
중요한 건, 그 존재로 인해 세계가 멸망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거의 다 왔어요! 주인님!!"
이터니티는 사령관의 손을 잡고 달렸다.
낙원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분명 피신할 장소가 있을 거라 굳게 믿었다.
그래야 했다.
"조금만 더 버티세요!"
어느 순간부터인가, 사령관의 말수가 적어졌다.
안 좋은 소식이었으나, 더 깊이 생각하면 마음이 무너질까 두려워 일부러 외면했다.
"이쪽이에요!"
그렇게 도망친 곳은 거대한 라인이 쳐져 있는 장소였다.
신기하게도, '적'은 그 라인 안쪽으로는 들어오지 못했다.
"하아... 하아..... 아무래도 여기가 결계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주인님."
"후....."
사령관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저 돼지 새끼들은 대체 뭐지?"
"...모르겠어요. 어쩌면 먹고 탐하고 정액 뷰르릇 싸기만 하면서 놀다가 뒤룩뒤룩 살이 찐 주인님의 미래일지도."
"뭣?"
"농담이에요."
이터니티는 사령관의 머리를 쓸어 넘기면서 뺨에 입을 맞췄다.
"다치신 곳은 없나요?"
"없어. 난 멀쩡해."
"다행이에요."
두 사람은 서로를 꼭 껴안으며 안도했다.
"그런데 여기는 어딜까요?"
두 사람이 들어온 곳은 처음 보는 건물이었다.
이전에 이 지역에 온 적이 있는데, 그때는 본 적 없던 것으로 기억한다.
"글쎄. 형태로 봐서는....."
사령관이 주변을 둘러보는 찰나였다.
"봐, 도착했잖아."
불이 환히 켜지면서 예상 밖의 인물들이 보였다.
"여기로 올 줄 알았다고 했지."
"역시 대장이십니다."
레오나와 발키리.
"너희....!"
사령관은 벌떡 일어나서 시스터즈 발할라의 인원들을 반겼다.
돼지 새끼들의 침공으로 세상에 큰 위협이 생겼을 때 뿔뿔이 흩어졌던 이들 중 일부를 다시 만난 것이다.
"여긴 대체 어디야?"
재회를 마친 사령관이 물었다.
"흠... 아직 공식적인 이름은 없어."
"너희도 모르는 장소라는 거구나."
"그렇지. 여기는 발키리가 찾아냈어. 그러니까 만약 이름을 붙인다면... 스튜디오 발키리 쯤 되겠네."
"스튜디오 발키리.... 알았어."
사령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부터 여기가 우리의 새 지휘부야."
사령관은 그렇게 선포하며 지시를 내렸다.
'라인' 안으로 적이 들어오지 못하는 것을 이용,
이곳을 요새로 사용하고 주변에 전파하여 흩어진 대원들을 불러들이는 것이 당장의 목적이었다.
-세계 각지에 흩어진 바이오로이드들에게 알립니다. 이곳은 스튜디오 발키리. 이곳은 스튜디오 발키리. 사령관을 모시고 주둔하고 있습니다. 좌표는.....
온 세상에 그 방송이 울려 펴졌다.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물자는 어떻게 마련할까요?"
발키리가 물었다.
"....최대한 아끼면서 버텨봐야지. 기껏 쌓았던 인프라를 모두 잃었어. 이제부터는 하나하나 신중히 사용하고 결정하면서 미래를 도모해야 해."
비통한 일이었다.
그동안 이룩한 모든 것을 잃었다.
그러나 가장 뼈아픈 건 물자가 아니었다.
"제발... 모두 무사해줘."
사령관은 매일 같이 빌고 또 빌었다.
돼지 같은 괴물들한테서 무사히 도망쳤길.
부디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이곳에 당도하길.
"사냥을 해오겠습니다."
발키리가 인근 숲으로 향했다.
"지형을 잘 분석하면 식량을 재배할 수 있을지도 몰라."
레오나는 지도를 들여다보며 주변 지형과 토지를 살폈고.
"알비스가 냄새를 맡아볼게! 먹을 걸 찾으면 안드바리랑 다른 언니들이랑 같이 가져올 수 있을 거야!"
수색을 나서는 인원도 있었다.
상황은 심각했다.
그러나 누구도 좌절하지 않고 힘을 합쳤으며,
오래 지나지 않아 그 기세가 빛으로 돌아왔다.
"불굴의 마리, 다시 합류합니다."
처음으로 찾아온 건 마리였다.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된 그녀는, 간부와 일백의 병사들을 '상처 없이' 이 자리로 데려왔다.
"마리 너 몸이....."
"아하하하핫!!"
사령관이 걱정하자 마리가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오늘 만남이 역사적인 순간이 되었으면 좋겠군요."
"....분명 그렇게 기록될 거야."
분명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돼지 같은 괴물들의 습격으로 엉망진창이 된 그들의 세계가 다시 합쳐지기 시작했다.
아니, 어쩌면 전보다 더 나을지도 몰랐다.
"내 이름은 올리비아..... 우리 만남이 어떻게 매듭 지어질까?"
"플레이아데스 자매 중 셋째, 알키오네! 잘 부탁해, 주인님!!"
방송 소리를 듣고 찾아온 새로운 바이오로이드와도 만났고.
"앗!? 얘들아, 저거 봐! 플라잉 껌젖이야!!"
".....돼지 새끼를 발견. 즉시 포격하겠습니다."
나이트 앤젤과 정겨운 재회를 나눴으며.
"이쪽 방향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내 감으로는 저쪽이라니까!"
"지금 무녀가 점친 것을 못 믿겠다는 것이냐?!"
"뱀의 혀가 온도 감지가 얼마나 뛰어난지도 모르는 븅신 주제에!"
처음 만났을 때처럼 여전히 티격태격거리는.
"둘 다 닥쳐. 저쪽이야."
"비 올 때밖에 쓸모가 없는 장화는 닥치고 있어."
"닥쳐. 저쪽이라고."
"어떻게 아는데?"
"냄새가 나."
"늑대인 저 븅신 무녀도 냄새를 못 맡는데 네가 어떻게 아니?"
"....그냥 알아!"
"아~ 자지 냄새에 환장한 암캐라 그렇구나~ 이 푸슉푸슛암캐보지븅신."
"이...!!"
정겨운 암캐 자매들도 귀환했다.
"모두 어서 와."
그렇게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스튜디오 발키리는 여느 때보다 더 붐비는 군락이 되었다.
"어어어, 저쪽 무너진다!!"
"이 등신들아! 그걸 그렇게 하면 어떻게!"
"증축하다가 다 무너져서 망하겠네."
인원이 많아지니 그만큼 영역을 넓히려다가 사소한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분명 순항하고 있었다.
슬픔 속에서 마련된 새로운 보금자리는 어느새 웃음과 행복이 가득한 곳으로 돌변했다.
"저쪽 기지는 어때?"
"네! 저쪽도 나름 잘 성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말한 건 호드의 탈론이었다.
"설마 바다 건너까지 넘어갔을 줄은."
"그러게요. 하지만 괜찮아요. 어느 한쪽이 휘청거렸다면 위험했겠지만, 저쪽도 저쪽 나름대로 자리를 잘 잡았어요."
일부 바이오로이드는 재난을 피해 바다를 건너갔다.
그 결과, 사령관과는 상당히 멀리 떨어지게 되었다.
그나마 통신과 비행이 가능한 바이오로이드들을 통해 물자를 교환하고 있어서 다행이었지만.
"이대로만 가면 돼. 곧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거야."
"...네!"
몇 번인가 사고가 있긴 했어도 만족스러운 상황이었다.
지금은 순항하고 있었으니까.
"식량 상황은?"
"예, 각하. 스틸라인의 대원들이 옥수수를 재배하고 있습니다. 제가 특별히 심어둔 품종도 있으니 수확의 시기가 다가오면....."
레오나가 찾은 토지를, 마리가 이끄는 스틸라인이 개량하여 농사를 시작했다.
"요즘 사냥은 어때?"
"순조롭다."
호드를 이끄는 칸이 대표로 보고한다.
"다만, 워울프의 폭주로 간혹 고기에 총알이 박혀 있을 수 있다. 조심하라고 전파했으면 좋겠군."
"응, 그럴게. 물자 현황은?"
"아주 순조롭다."
아스널이 말했다.
"딜도부터 오나홀까지 모든 장비를 크기, 종류 별로 구했지."
"아니...."
"후후후. 오늘 밤에도 기대가 되는군."
"....."
사령관은 굳은 미소를 지어주면서 대화를 끊냈다.
저런 농담을 던질 정도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다.
"상공은?"
"파리 새끼 한 마리도 접근시키지 않고 있으니 안심해도 좋아."
메이.
"이제 좀 더 먼 지역까지 나가봐야 할 것 같아. 어쩌면 조만간 진짜 제비처럼 몇 개월은 나가 있다가 따뜻해질 때 돌아오는 철새가 될지도?!"
굴도.
"훌륭해. 바다는 어때?"
"머메이드가 해상을 누비며 수색하고, 호라이즌이 해안을 살펴보고 있소. 전에 보고 했듯, 바다를 떠도는 대원들을 발견할 때마다 구조하고 있소. 또한, 식량과 가라앉은 물자도 여전히 계속 나오고 있소."
"좋아. 고생했어, 용."
사령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것이 순조롭다.
"그 돼지 괴물들이 어디로 갔는지는 몰라. 하지만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그 괴물들과도 싸울 전력을 마련할 수 있어."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던가.
오르카호는 전에 없이 단단해졌다.
이제는 오르카호가 아니라 스튜디오 발키리가 됐지만.
그렇다 한들, 그들은 같았다.
머무는 장소가 변해도.
여전히 한 마음 한 뜻이었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
"미래를 위하여."
사령관과 지휘관들이 희망의 축배를 들었다.
그러나 상황이 급변했다.
"어어, 무너진다! 무너져!!"
증축 공사를 견디지 못한 건물의 일부가 무너졌다.
"빨리! 부상자들부터 구해, 어서!"
하루아침에 대혼란의 시작이었다.
바이오로이드들이 너나 할 거 없이 소매를 걷고 나서서 붕괴에 휘말린 이들을 구했다.
"어떻게 된 일이야?"
"건물이 버티지 못했어요."
홍련이 말했다.
"어째서?"
"....아무래도 애초부터 부실공사였던 모양이에요."
"뭐?"
"건물에 한계가 왔어요. 제가 건물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 이상의 증축은 불가능할 것 같아요. 아니, 당장 대피해야 할 수도."
"......."
사령관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알았어. 우선.... 우선은 생각을 좀 해보자. 부상자는?"
"큰 부상을 입은 대원은 없어요."
불행 중 다행이었다.
"이 건은 내일 다시 의논하자."
사령관은 그렇게 지휘관들과 헤어져 방에 들어왔다.
깊은 사색에 잠기는 밤이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하루 아침에 발판이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
갑자기 나타난 괴물들을 피해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그리고 정착한 곳에서 전보다 더 화려해지려는 찰나였다.
그때 하필이면 근간이 흔들리다니.
'아니... 그때보다는 나아.'
돼지 괴물들의 습격에는 전혀 대응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함께 나아가는 거야, 모두 힘을 합쳐서 함께.'
사령관은 결정했다.
이곳을 버린다.
그리고 새로운 낙원을 찾아서 나아가는 것이다.
전력이 있고 사기가 충전된 지금이라면 가능하다.
그러니...
쩌적-
"응?"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고개를 들었을 때였다.
콰르르르르르르-
하늘이 무너져 내렸다.
"사령관님!!"
"사령관, 눈을 떠라!"
목소리가 들렸다.
"으......"
사령관은 마치 깊은 심해에서 헤엄치는 듯했다.
"무슨....."
"눈을 떴는가?"
"정신이 드나?"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쏟아졌다.
"으으...."
온몸이 아팠다.
정신은 멍했고.
마음은 불탔다.
"무슨...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놀라지 말고 들어라."
"어서 말해줘."
"스튜디오 발키리가 붕괴했다."
"......"
사령관은 눈을 질끈 감았다.
"부상자는?"
"몇몇은."
"하지만 대부분은 괜찮아요. 다만..... '라인'이 사라졌어요."
"라인이?"
라인.
돼지 괴물로부터 그들을 지켜주던 정체불명의 영역이었다.
그게 사라졌으니 이제 다시금 괴물들의 위협에 노출된 것이다.
"빌어먹을."
사령관이 욕을 뱉자 모두가 숙연해졌다.
"....여기는 어디야?"
사령관이 고개를 들자 전혀 모르는 장소에 와 있었다.
악취와 차가운 공허가 맡아지는 어두컴컴한 장소였다.
"모르는 곳인데."
"여긴... 밸로프라는 장소 같소."
"밸로프....?"
처음 듣는 지명이었다.
"미안하다, 사령관. 건물이 붕괴한 직후, 우리는 쫓겼다."
"......"
"그대는 부상을 입은 채 기절했기에, 우리가 모셨다."
"정처 없이 떠돌다가 온 장소가 바로 여기오."
"밸로프......"
사령관이 주변을 둘러봤다.
"페허나 다름없네."
".....말라 죽은 시체로 가득했지."
죽은 시체.
듣기만 해도 정상적인 장소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사령관도 느끼고 있었다.
여긴 전장의 냄새가 났다.
그것도 이미 오래전에 말라 비틀어진 전장의 냄새가.
이곳은 전쟁으로 황폐해졌으나, 누구도 수복하지 않은 외로운 쓰레기장 같은 장소였다.
그걸 본능적으로 할 수 있었다.
'죽음의 장소에 까지 발을 들인 건가.'
쓴웃음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괴물들이 접근하지 못해요. 마치.... '라인'처럼."
"하."
사령관은 허탈감에 웃음을 터트렸다.
"사령관......"
지휘관들이 그를 위로한다.
어깨에 손을 얹고, 등을 쓰다듬으면서.
"이제부터 어떻게 하겠나?"
"지시를."
"앞날을 결정해주시오."
지휘관들도 혼란스러운지 그의 지시를 기다렸다.
사령관은 한참 동안이나 침묵하다가 입을 연다.
"....떨어진 무리는?"
"반. 어쩌면 그 이상. 아직 전체 상황을 다 파악하지 못했소."
"전과 비교하면 지금은 그 정도가 어때 보여."
".....알 수 없소. 미안하오."
"...아직은 흩어지고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으니 조금은 희망이 보일 수도 있다."
희망회로를 굴리면 희망이 보이되.
정확히 알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 상황.
"....이제부터 어떻게 될지는 몰라."
사령관은 몸을 일으켰다.
머리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다.
팔에는 부목이.
다리는 피에 절은 붕대가 감겨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하겠어. 최소한 모두가 모일 때까지는."
".....따르겠소."
"한 번 해본 일이야. 두 번은 쉽겠지. 노하우란, 두 번째에는 더 잘 하라고 있는 거니까."
".....지시가 내려졌으니, 행동할 일만 남았군."
지휘관들이 조용히 투지를 끌어 올린다.
"모두들, 다시 한 번 부탁할게."
"맡겨만 주시오."
그렇게, 지휘관들이 흩어지고 각자의 부대원들에게 지시를 전파한다.
누군가는 흩어진 대원들을 찾아.
누군가는 주변의 지형을.
누군가는 주변의 안전을.
또 누군가는 내부를 정리한다.
모두가 옅은 달빛에 의존하며 일을 시작한다.
그러나 사령관은 알 수 없는 회의감에 잠겼다.
했던 일을 다시 반복하면 상황이 나아질까?
정말로?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는 걸까?'
그러면 떠밀려 온 장소는?
"......."
여러 번의 고난 끝에,
사령관이 느낀 것이 있었다.
낙원은 본래 거기 존재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만들어갈 뿐.
"방주를 짓자."
"응?"
"뭐라 하셨소?"
지휘관들이 돌아섰다.
"이제 지쳤어."
"....서방님?"
무용이 눈을 크게 떴다.
"더는 적 같은 것에 신경 쓰지 않을래. 철충이니 별의 아이니, 돼지 새끼니. 스튜디오 발키리니, 전부 엿이나 먹으라 해."
"....사령관...."
"이 좆같은 땅덩어리도 마찬가지야. 더는 아무것에도 의지하지 않겠어."
침묵 속에서 시선이 집중됐다.
".....허면, 어찌 하고 싶소?"
"방주를 짓자."
"방주?"
사령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만의 방주를."
그리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저 하늘 너머에는 본래 그가 살던 세계가 존재한다.
"이 좆같이 작은 세상의 벽을 뚫고 나아갈 수 있는, 그런 방주를."
"......"
지휘관들이 서로를 바라보다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착수하겠소."
절망의 어둠이 빛날 수 있는 이유는.
희망이 그 뒤에서 반짝이기 때문이다.
얼마나 오래 걸릴지.
얼마나 힘든 일일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믿는다.
세상이 끝나는 순간까지라도.
포기하지 않으면 될 거라고.
"오래 기다리셨소, 서방님."
한 남자가 백발이 되어갈 무렵.
그의 여자들이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명령을 완수했어요."
"그래?"
"이름은 뭘로 지을까요?"
사령관은 한참을 고민하다가 입을 연다.
"오르카 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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