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8구역, 철의 왕자의 유적.


레모네이드 오메가를 제압한 사령관 일행은 포로를 데리고 오르카호로 귀한하려고 하나 그 순간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 마냥 연구소 전체가 격렬히 떨리기 시작합니다. 이윽고 정전과 동시에 진동이 멎자, 연구소 최심부의 관문이 천천히 열리면서 불길한 붉은 빛이 일렁이는 게 보입니다.


거기서 그들이 목도한 것은, 인간과도 철충과도 닮은...




"어으 머리야... 어제 그리 많이 마시진 않은 것 같은데, 감기 기운이라도 있나..."



"그나저나 집이 왜이리 차가워. 우리 집 같지는 않은데... 불 키는게 어디-"



"어이씨 깜짝이야 뭐야 이거!?"


...이상하게 인간적인 면모가 있는 하얀 기계였습니다.


"아니 뭔데, 지금 꿈인건가? 아님 환각? 라비아타랑 오메가랑... 사령관? 맞나? 근데 왜이리 작아?"


"...네가 큰 거야."


"와!? 말했어!? 근데 내가? 아니 잠깐, 내 손은 또 왜이래? 아니, 내 몸이 왜이래!? 여긴 또 어디야!!"


하얀 기계거인은 당황한 듯 말을 속사포로 내뱉고, 사령관은 침착하게 거인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네가... 철의 왕자인가?"



"내가 철의 왕자라고? 내가 철의 왕자야? 진짜? 왜하필? 제발 꿈이라고 해줘 제발... 그 와중에 이 왕관인지 뭔지는 머리에 고정돼서 떨어지지도 않고. 손바닥에는 왠 구멍이 뚫려있어서 바람 통하는 게 기분나쁘고. 이제보니 발등에도 뚫려있네. 예수도 아니고 뭔데."


"음, 저기... 너 괜찮아?"


"아니..."



"...그런데 예수가 뭐야?"


"와, 진심? 내가 이런 놈한테 당했다고?"



잠시 시간이 흐른 후, 진정한 듯 보이는 철의 왕자는 사령관과 얘기를 나누며 정보를 교환하게 됩니다.


제목에 써져있다시피 현재 철의 왕자의 내용물은 바로 라붕이. 라오 세계에 들어왔는데 그냥 전이되지 않고 하필이면 철의 왕자의 몸에 빙의해버렸습니다. 라붕이는 대놓고 '니들은 게임 속 캐릭터다'라고 말할 수는 없으니 이 사실을 숨긴 채로 자신에 대해 얘기합니다.


자신은 원래 평범한 인간이었으나 평소처럼 잠들었다가 방금 막 눈 떴는데 이런 몸이 되어있었다. 자신은 철의 왕자를 자칭한 그 과학자에 대해서 안다, 그는 머리는 좋으나 인성이 파탄난 미친과학자였고 자신은 그 사람이 아니다. 같은 연구소에서 일했던 동지조차 아니고 생판 남이다. 하지만 분명 이 몸뚱아리는 철의 왕자라고 부를 수 밖에 없다. 이 육체는 철의 왕자(원본 과학자)가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철충 연결체라고 볼 수 있다. 아마도


사령관이 어떻게 자신에 대해 알고있었냐 묻자 라붕이는 그냥 머리속에 떠올랐다고 둘러댑니다.


라붕이 본인이 밝힌 정보를 종합한 사령관 일행은 라붕이를 본인도 모르는 새 납치되었다가 모종의 생체실험을 당해서 이런 몸이 된 것일 거라고 추측합니다. 


슬슬 사령관측의 경계심이 옅어진 것 같자 라붕이는 사령관에게 자신도 오르카호에 들어가면 안되냐고 묻지만, 사령관은 여전히 미심쩍은 구간이 있어 답을 보류합니다.


"일단 확인차 묻겠는데, 너랑 같이 방 안에 있던 철충들은 네 친구야? 이상하게 얌전하긴 한데..."


"X발 저건 또 뭐야!?"




그 순간 익스큐셔너를 닮은 아직도 이름이 안밝혀진 그새끼가 나타납니다.

익큐 닮은 연결체는 철의 왕자를 무지한 어린 양이라 칭하며 교황의 명에 따라 데려가겠다고 하지만 라붕이는 당연히 거절합니다.


원작의 철의 왕자는 괴벨스급 말빨로 철충들을 선동시켰든 다른 철충 간부를 막고라로 떡발랐든 간에 능력이 있어서 다수의 철충을 제 편으로 포섭하고 거병할 수 있었지만, 내용물이 라붕이인 지금은 가진거라곤 기계로 된 몸뚱이밖에 없는 잉여에요.


교황 낯짝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기야 하지만 미쳤다고 철충 본진에 맨몸으로 들어가겠어요, 아무리 철충이 자신을 동족으로 판정해준다 해도 말이죠. 여러모로 주인공팀인 오르카 측에 붙는 게 더 낫지.


"난 인간이야! 지구에서 태어나고 자라온 인간이라고! 내가 인간을 멸종시킨 니들이랑 편 먹는 일은 절대로 없을 거다!!"




라붕이의 완고한 거절에 익큐 닮은 연결체는 마법인지 초능력인지를 써서 라붕이를 결박합니다. 

그렇게 라붕이가 저항도 못하고 끌려갈 판국에 처하자, 계속 상황을 지켜보던 사령관 일행이 마침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공격!!! 새로 나타난 연결체를 공격해! 철의 왕자를 구출한다!"


원작과는 달리 철의 왕자 보스전이 없었던 덕에 병력을 온존할 수 있었던 오르카측은 '강제로 철충의 몸으로 바뀌었음에도 인간의 마음을 잃지 않은' 친구를 구하기 위해 사력을 다합니다.


그렇게 교전이 시작되고, 익큐 닮은 연결체의 집중이 흐트러지자 라붕이를 묶고있던 마법 또한 풀립니다.




Here comes a new challenger!

움직일 수 있게된 라붕이는 곧장 사령관 측에 가세합니다. 다만 철의 왕자가 쓰던 초능력은 쓸 줄 몰라서 육탄전으로밖에 못싸웁니다. 굉장히 튼튼하게 만들어진 금속 거인의 몸이라 그럭저럭 데미지를 입힐 수 있었지만, 익큐 닮은 연결체는 역시나 강력했습니다.


전황이 불리해지나 싶더니, 라붕이는 싸우면서 무의식적으로 염동력이나 마법 등 철의 왕자가 가지고있던 능력에 점차 각성하게 되고, 급기야 자신의 몸에 내장돼있던 날개까지 꺼내는 데 성공합니다.


그렇게 철왕자의 궁극기, 심판을 사용하는 데 성공한 라붕이. 

익큐 닮은 연결체는 중상을 입어 다음을 기약하며 물러나고, 모든 힘을 소진한 라붕이는 적이 떠난 것을 확인한 뒤 기절해버립니다. 날개는 기절할 때 도로 철왕자의 몸 안으로 수납됐고요.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라붕이는 오르카호 안에서 눈을 뜨게 됩니다.


"그래서, 지금 기분이 어때 아저씨? 어디 아프거나 위화감이 느껴지는 데 있어?"


"...천장이 좀 더 높았으면 좋겠는데."


"여긴 수리하는 곳이라서 그래. AGS격납고는 더 넓을테니 걱정마. 

그건 그렇고, 전투 마지막에 등에서 날개를 꺼냈다던데, 기억나? 다시 꺼낼 수 있겠어?"


"날개? 아, 맞아. 그런 것도 있었지... 근데 어떻게 꺼내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그 땐 싸우다보니 그냥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왔고... 등에 힘주면 나오려나?"


"흠, 그래? 그럼 다음 질문. 아저씨 등 뒤에 헤일로 같은 게 떠올랐는데, 뭐 짐작 가는 거 있어?"


"헤일로...? 그게 무슨... X발 이건 또 뭐야!?"


철의 왕자의 힘에 각성한 증표로 상시 헤일로가 떠다니게 됐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해서 라붕이는 무사히 오르카호에 합류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요? 인간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요? 철의 왕자의 능력을 자유자재로 다룰 날이 올까요? 인조 연결체의 육체에 흥미를 가진 아자즈의 마수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아, 참고로 철왕자의 유적에서 붙잡았던 오메가는 익큐 닮은 연결체랑 싸우는 사이에 몰래 튀었습니다. 라붕이가 막 눈뜨고 자기소개하는 자리에 오메가도 있었으니 꽤나 관심 좀 가지겠군요. 사령관과 더불어 철충과 펙스 두 세력이 눈에 불을 키고 노리는 최고목표가 되었으니 앞으로 험난한 여정이 될 것 같습니다.



언젠가 단편 소설로 쓰려고 했던 소재. 각잡고 소설로서 글을 다듬지 않았지만 대신 액션만화 참고해가면서 삽화 되게 열심히 그렸다

익스큐셔너 빙의 라붕이때는 정신쪽으로 고생했다면 이쪽은 육체적으로 존나게 고생하는게 차이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