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다. 구석에 몰렸다.

프리가는 누가봐도 포식자인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옷을 들췄다.

발정기인 프리가에게서 도망친지 얼마나 지났던걸까, 20분? 30분?

그때까지 나를 쫓느라 뛰어다닌 프리가의 체온은 당연히 올라갔을테고 당연히 땀을 흘렸겠지.

들춰진 프리가의 옷 안에서 후끈한 열기와 습기가 뿜어져 나왔다.

여기서 이렇게 끝나는구나. 나는 눈을 감았다.

땀에 젖은 그녀의 축축한 옷이 나의 뒤통수를 지나는것을 느낀다.

그녀가 키 170도 안되는 나를 들어올린다.  내 머리를 자기의 가슴골에 끼운다.

내 다리를 잡아올려 자신의 허리에 감기게 한다. 

이제 내가 할수있는것은 없다. 그저 떨어지지 않게 팔도 그녀의 몸에 감고 그녀의 온기를 느끼는것 말고는.

눈을 감는다. 어차피 그녀의 옷 안 가슴골 사이에 내 머리가 끼워졌기에 시각은 의미가 없어진다.

시각을 포기해 더욱 더 예민해진 나머지 감각으로 그녀를 느낄수밖에 없게 된다.


촉각,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은 나의 다리에, 그녀의 몸을 감은 나의 팔에 그녀의 체온이 전해진다. 

그녀의 가슴골 사이에 묻힌 나의 머리에 그녀의 체온과 그녀의 가슴의 부드러움이 전해진다.

지금까지 나를 쫓아다니느라 흘린 그녀의 체온과 땀이 느껴진다. 뜨겁다, 끈적하다. 마치 풀처럼 나를 그녀에게서 떨어지지 않게한다.


후각. 동물의 유전자를 사용해 만들어졌다고 하는 가디언 시리즈라 그런걸까, 조금은 진한 야생의 냄새가 난다. 이때까지 뛰어다니느라 뎁혀진 그녀의 몸이 더욱 더 그녀의 체취를 강하게, 널리 퍼뜨린다.  문제라면 그 널리 퍼뜨려져야할 강한 체취가 전부 내 비강속으로 들어온다는게 문제였지만.  지금까지 나를 쫓아다니며 흘린, 촉각 부분에서 묘사된 땀도 내 후각을 자극한다. 이건 반칙이다.


청각. 그녀의 옷 안에 완전히 자리잡힌 나에게 그녀가 속삭인다.

"이제 괜찮아요. 아무것도 걱정할 필요 없어요. 그냥 저에게 모든걸 맡기면 돼요..."

그 말을 듣자마자 저항할 힘조차 사라진다. 온몽의 힘을 빼고 그저 그녀가 내 몸을 받쳐 들게만 하면 된다. 


미각. 정말 이러고싶지는 않았지만 혀를 내밀어 그녀의 가슴골 사이를 맛본다.

지금까지 나를 쫓아다닌다고 땀을 흘린 탓이었을까, 조금은 짜다. 하지만 중독되는 맛이다.

가슴골 사이에서 내 혀의 움직임을 느낀 그녀가 나에게 속삭인다.

"조금만 참아주세요, 비밀의 방에선 방금 맛본것보다 더 좋은걸 먹여줄테니깐..."


이렇게 살수 있는 인생이면 나도 스티비 원더 안부럽게 살수있겠구나, 시각이 무슨 상관이랴 나머지 감각들이 이렇게나 너무나도 충만한데 라고 생각하며 나는 눈을 감았다.



아 나도 저렇게 옷 안쪽에 납치해줄 키 190 이상의 애인 있었으면 좋겠다

아 내 키 170이라 하기 쉬운데 왜 나만 키 185 이상의 옷 안쪽으로 납치해줄 여친 없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