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쏴아아아아....




"으아아아아..드디어 끝났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씨 아래의 오르카 호. 사령관은 자신의 부관이면서 연인이기도 한 레오나의 숙제를 마쳤다.




"수고했어, 사령관."




"그런데 다음에는 좀 더 쉽게 내면 안 되냐? 뇌가 녹을것 같아.."




그는 머리를 쥐어짜는 듯한 시늉을 하며 약한 척을 했다. 오직 그녀에게만 보이는 태도다. 레오나는 순간 입꼬리가 올라갈 뻔했지만,


가까스로 따끔하게 한 마디 했다.




"안 돼. 사령관은 어찌 되었든 우리들을 이끌어야 하는 존재야. 그런데 그런 사령관이 이래야 되겠어?"




"그래도 역시 힘든건 힘들다고."




사령관이 일어나 창문 앞으로 움직였다. 날씨가 나쁜 것을 알면서도 굳이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딱히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를 애태우는 데에는 적절한 행동이지만.




"..사령관. 그건 그렇고, 이제 이거 언제까지 이래야 돼?"




"뭐가?"




"시치미 떼지 마."




레오나는 그를 찌릿 째려보았지만, 사령관은 더 당당하게 말했다.




"글쎄? 난 레오나가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는데?




-화악!




-부우우우우웅....




제복 스커트가 젖히더니, 거기에는 사타구니 사이에서 무언가가 꽂혀 있었다. 그곳에서는 액체가 봇물 터진 듯 잔뜩 나와,


허벅지까지 그 물이 흘러내릴 지경이었다. 레오나는 느껴지는 부끄러움을 잔뜩 참았지만, 얼굴은 이미 새빨갛게 되어버렸다.




"이거! 사령관이 계속 하라고 했던 거! 이제 됐잖아? 어서 상을 줘!"




"아, 그걸 깜빡 잊고 있었네. 그거, 얼마나 했더라?"




"12시간도 더 했으니까! 이제 참을만큼 참았으니까! 응?"




이래서 사령관이 그녀를 좋아하는 이유다. 일단 지휘관의 기본 소양인지 공과 사가 확실하고, 위기대처 능력이 뛰어나다.


따라서 레오나에게 어떤 장난을 치든 그녀는 유연하게 넘어가고 둘만 있을 때는 그에게 하소연을 하는 것이, 사령관에게 있어서는


앙탈처럼 들려서 도무지 귀여워 참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어디보자...그럼 얼마나 젖었나 이 연인님이 한번 볼까요?"




"그건 또 뭐야..변태같게."




"실제로도 변태 맞잖아?"




레오나는 스커트는 계속 젖혀진 채로 침음을 흘리며 침을 꿀꺽 삼켰다. 때가 온 것이다. '아직 씻지도 않았는데...


기왕이면 침대에서 하고 싶은데...' 따위의 생각을 하는 동시에 그가 지금 해주기를 원하는 생각이 들었다.




"으흐...아읏...! 사령관...!"




"이제 이건 필요없겠네."




레오나의 그곳에 박혀 있었던 로터를 빼자, 그녀는 일종의 해방감이 들었다. 하지만 부족했다. 사령관이라면


이런 식으로라도 애정을 갈구하고 싶었다. 더 사령관에게 애태워졌으면 했다.




"사령관...알지? 이 다음은.."




"오냐. 내 오늘은 낭자를 곤히 재워 두진 않을 거요."




그녀는 갑자기 사극 톤으로 어설픈 연기를 하는 사령관이 조금은 우스웠지만, 지금은 그런 감상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었다.


사령관이 그녀의 한쪽 볼을 쓰다듬으면서 천천히 얼굴을 가져다 댔다.




-벌컥!




_콰광!!




"흡!"




"읏!"




그때, 갑자기 문이 열리는 소리와 천둥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사령관과 레오나는 흠칫 놀라 문 쪽을 바라보았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실루엣으로 보아 대충 누구인지는 가늠할 수 있었다.




"LRL?"




"...인간. 뭐 하는 거야?"




"아..뭐가 좀 묻은 것 같아서 떼어주려고 한 거야. 그! 그건 그렇고 여기는 웬일이야?"




사령관의 얼버무림이 잘 들어갔는지, LRL은 더 이상 말하지는 않았다. 아니, 말할 여유도 없었는지


이상하게도 평소의 LRL이 아니었다. 보통 오르카 호에서는 도끼를 잘 가지고 다니지는 않는데,


도끼를 들고온 것도 있고, 평소보다 도끼에 힘이 더 들어갔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짐의 방에는, 심연에서 기어들어온 이계의 존재가 점령해 버렸다. 짐의 힘으로는 쓰러트릴 수 없어! 그러니,


오늘 밤은 그대와 함께 자도 되겠는가?"




"그러지 말고 솔직하게 말해봐. 무슨 일인데."




"우읏...그러니까..지금 짐의 방에는..."




"솔직하게 말 안하면 난 못 재워주는데?"




"우우...무서워서 잠이 안와...재워줘..."




사령관이 아주 조금만 몰아붙였건만, LRL은 울먹이면서도 곧바로 솔직하게 말했다.




"평소에는 '귀신같은 건 미신이다! 설령 나타나더라도, 용은 물론 영혼마저도 베는 드래곤 슬레이어에게


불가능이란 없다!' 하던 애가 갑자기 왜?"




"그게..그게에..."




LRL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대충 이러한 이유였다. 물을 싫어하는 철충들이 비까지 내려왔기에 자취를 모두 감추어 버려서,


오늘의 오르카 호는 뜻하지 않은 휴가를 맞이했다.




결국 할 일은 혹시 물에 영향이 가지 않는 돌연변이 철충이 있나 감시를 위한 정찰조를 편성하는 것이 전부였는데,


LRL이 속해있었던 정찰조는 스프리건과 토모가 있었다.




그런데 스프리건이 "비 오는 날 하니까 무서운 이야기가 떠오르는데.."로 운을 떼기 시작하고, 그대로 무서운 이야기를 시작했다.


LRL은 무서운 이야기를 듣고 상당히 무서워했지만, 21스쿼드의 일원으로서 위엄을 지키기 위해 아무렇지 않은 척 했다.




설상가상으로 옆에서는 토모가 바람까지 넣어주니, 스프리건은 신나서 아예 보따리 풀듯 이야기를 계속했다는 것이다.


이윽고 정찰이 끝나 방으로 돌아가 자려니까, 스프리건이 하던 이야기가 계속 머릿속에 맴돌아 잠이 오지 않게 되었다...는 이유다.




"하...스프리건 그 녀석. 평소에도 지나친 언행은 삼가하라고 내가 귀에 딱지나도록 말했는데."




"그러니까아..나 무서우니까..으응?"




이젠 그의 옷깃을 붙잡고 머리를 처박아버리는 LRL. 사령관은 조금 긴장한 얼굴로 레오나를 바라봤다.




"...나는 괜찮아. 사령관."




"그래? 역시 레오나밖에 없....!"




말은 괜찮다고 하는 레오나지만, 얼굴은 그게 아니었다. 평소보다도 더 불쾌한 듯한 표정으로, '같이 자기만 해 봐.'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어쩌면, 그것보다 더한 의미일지도.




'그래..하다가 말았는데 이 상황을 고깝게 보는 건 당연하지...;




당연히 이유는 있었다. 레오나는 그와의 관계를 가지고 싶어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직접 속옷도 입지 않은 상태로 로터까지 집어넣어가며


사령관에게 맞춘 거다. 그런데 LRL과 잔다? 이건 사령관의 연인인 그녀의 성의를 무시한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사령관은 LRL의 부탁을 거절하기로 했다. 비록 여동생과 같은 아이라서 인간이 가진 보호본능을 자극하기는 하지만, 가족의 사소한


부탁보다는 연인의 관계가 더욱 중요하다. 그리고 LRL에게는 참으면 참치캔을 주겠다고 하면 또 무를 성격이기 때문에, 사령관은 LRL을


보며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가 LRL에게 말하는 것 보다, 그녀가 레오나에게 말하는 것이 더 빨랐다.




"혹여나 짐이 인간과 함께 있는 것이 불편하다면, 거래를 하는 것은 어떤가?"




"거래?"




LRL은 입술을 달싹였다. 마치 이걸 말해야 하나 싶다는 듯이. 하지만 심호흡 한 번 하고 으름장을 내놓듯이 말했다.




"짐이! 인간과 함께 자는 것에 참치캔 하나로 넘어가 주는 것은 안 되겠느냐!"




그녀는 마치 무언가를 저지른 것처럼 말했고, 실제로도 계속 옷깃을 붙잡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6개."




"으엣?"




"참치캔 6개. 그정도면 눈감아 줄 수 있어."




레오나가 팔짱을 끼고 말하자, LRL은 옷깃을 꽉 붙잡고 이걸 어쩌지 하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하지만, 참치캔 하나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너도 알듯이, 나와 사령관은 서로 사랑하는 관계야. 연인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지속성이야. 상대에 대해 알고 싶고,


알고 있더라도 조금 더 함께 있고 싶고. 그런데 지금 너는 미안하지만 방해꾼이나 다름없어."




"우...우으으..."




LRL은 방해꾼이라는 말에 더 울먹이며 사령관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는 필사적으로 시선을 피했다. 만약 그가 나선다면,


레오나와의 관계는 파탄으로 치닫을 것이 분명하기에.




"그...그럼 3개! 내가 제안한 것 보다 3배는 많잖아!"




"하지만 실질적으로 얻는 건 꼴랑 2개야. 원래는 7개를 달라고 하려 했지만, 그건 너무 불쌍하잖아?


그러니까 6개야.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6개."




"하지만...하지마안...."




"그리고, 사령관 개인실은 사령관과 부관 아니면 들어갈 수 없는 것 정도는 알고 하는 소리지?"




그녀가 합리적이면서 강경하게 나가자, LRL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울부짖었다.




"알았어! 6개! 6개 줄게! 주면 되잖아! 으아앙!!!"




그러곤 사령관에게 다시 매달려 얼굴을 파묻고 서러운 듯이 울었다. 그는 멋쩍게 웃으며 레오나에게 말했다.




"애를 울리면 어떡해."




"어머, 애? 최소한 사령관보다는 100살 넘게 먹은 할머니인데? 나이가 아니라 모듈을 탓해야지."




평소보다 까칠한 레오나였지만, 사령관도 같은 상황이라면 저렇게 대했을 것이라 생각하며, 레오나, 그리고 LRL과 함께 사령관 개인실로 들어갔다.




-잠시 후-




아무튼 그렇게 개인실로 들어선 세 사람은 나란히 누웠다. 물론 사령관은 가운데고, 레오나와 LRL은 양쪽에 붙어 있었다. 




"인간..짐의 무력함 때문에 미안하구나..."




LRL도 자신이 막무가내로 떼를 쓴 것은 아는지 의기소침해져서는 사령관에게 작게 말했다.




"아냐. 니가 무섭다는데 내가 뭐라고 하겠냐."




물론 사령관은 당연히 죽을 맛이었다. 도중에 멈춰서 욕구불만인 것도 있지만, 지금 다른 쪽에서는 레오나가 진득하게 붙어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암바를 걸듯이 양 손으로 팔을 압박하다가, 다리를 꼬면서 그의 다리를 감아들었다. 심지어는 아까 LRL이 난입했을 때 죽어있었던 물건도


슬금슬금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고까지 했다. 다행히도 이불에 가려져 있었기 때문에 LRL은 모르는 눈치였다.




어쨌든 LRL이 곤히 잠들자, 어느새 레오나도 더 이상 사령관을 귀찮게 하지 않고 몸을 사령관 쪽으로 돌린 상태로 잤다. 그도 이제 쉴 수 있겠구나 싶어


잠을 청했다. 거의 잠에 들기 0.1초 전에 들린 레오나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사령관. 자?"




.


.


.




"으응...흐읏...!"




"으음..?"




이상한 소리에 잠에서 깬 사령관. 찌뿌둥하게 일어난 그는 화장실을 찾기 위해 침대에 일어났다.




"어라..?




그는 무언가 허전한 느낌이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오른쪽에는 LRL이 편안한 얼굴로 곤히 잠들었고 시간은 아직 새벽 1시를 가리켰다.




그리고 레오나는...없었다.




'화장실 갔나?'




화장실에 도착하자, 역시나 불이 켜져 있었다. 그래도 사령관은 확인차 화장실 문에 대고 노크했다.




"레오나. 안에 있어?"




"흐으응!"




"어....."




대답 대신 입으로 신음을 간신히 참은 레오나. 사령관은 그 소리를 듣고 상황파악이 되기 시작했다. 그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곧바로 문을 열었다.




"레오나?"




"아...사령관..."




레오나가 자신의 손가락으로 애타게 자신의 꽃잎을 어루만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