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물] 소설) 슈팅스타 1화

Kurt


" 그러니까, 제가 처치한게 아니지 말입니다! 그건 슈팅스타입니다! "


우선 기록상으로는 K180 셀주크에 철충이 기생한 형태인 '매머드' 를 단신으로 해치운 것 으로 되어있는


브라우니 2-111번 이 말한 당시 상황은 다음과 같았다.






8일 20시 41분


브라우니 2-111번은 2일전 분당구(區) 시가지 일부에서의 작전인 '7번 아이언' 당시 교전중이던 2중대의 중대본부는


철충의 적극적인 전자전으로 방해전파와 급작스러운 대 보병 화력투사까지 받아 교전 상황전달을 할 수 없게 되었고, 2중대 중대장인 A-54 칼리스타를 비롯


사상자가 급속도로 증가하여 2-111번 브라우니가 *전령으로 임명 되었다 (당시 중대본부 생존 병력중 최 선임자 병장 이프리트가 지명하였다)






20시 47분


우선 가장 가까이 있던 두블럭 아래 3소대를 찾아가 유사시 퇴각지점인 KA프라자 건물로 퇴각하라는 지시를 알리기 위해


해당 브라우니는 3소대가 마지막까지 연락되던 지점에서 이미 철충에게 전멸한 2소대와 2소대장 A-6이오의 시신을 확인한 후


남은 부상병이나 생존병력이 없는것을 확인, 그 다음 위치인 1소대로 달려나갔다.






20시 51분


1소대의 소대본부가 급습당하여 1소대의 분대들이 흩어졌으나 1소대의 유사시 집결지점인 인근 지하주차장 입구로 향했다는


소대본부 생존자 2-239 레프리콘이 증언, 몇 안돼는 1소대 소대본부 인원들은 2-111번 전령 브라우니의 중대 전원 퇴각 명령을 전달,


해당 소대본부 인원들은 인근 소대집결 지하주차장이 아닌 KA프라자로 향하였다.






20시 53분


인근 지하주차장, 1소대 임시 집결지에서 1소대 잔존 분대병력이 몰살당한것을 확인






20시 59분


마지막 2소대의 위치로 도착, 마지막까지 격렬히 철충과 교전한 흔적을 발견하였으나 대부분 사망하였고


무너진 콘크리트 잔해에 하반신이 끼어 움직이지 못하는 유일한 생존병력인 2-294 레프리콘을 발견하였으나 전방 50m 부근에서


잔존 바이오로이드를 수색중인 '매머드' 타입 철충 한기를 발견하였다.




-----------





"윽! 이거 진짜, 안빠지잖아"




콘크리트 더미에 하반신이 끼어서 못움직이는 나, 2소대 레프리콘인 2-234는 격파된 다른 '매머드' 타입 철충의 잔해에 몸이 가려져 아직 남아있는 또 다른 '매머드' 에게 발각되진 않았다.


한숨을 푹 내쉬려고 하지만 생각해보니 그것마저 철충에게 발각될 것 같아 그만두기로 한 나는 잠시 생각해보기로 했다.




'가만 있어보자, 나 혼자서는 도저히 빠져나가는건 불가능 할 것 같고.. 방해전파때문인지 무전은 하나도 통하는게 없으니 도와주러 올 녀석도 없고..'




육중한 매머드타입 철충이 다시금 조심스레 한발자국 내 딛자 땅이 흔들린다.


흔들리는 찰나 다시금 힘을 주지만, 100톤의 거구의 걸음으로 흔들리는 진동으로 빠져나가는건 안타깝게도 실패로 그쳤다.




"아 진짜 끝장인가."




내가 들릴까 말까한 한숨이 입으로 새어나오며 하늘을 바라보던 그때, 너무나 긴 시간동안 주인인 인간이 사용하지 않아 갈라지고 부숴지는 아스팔트와 보도블럭에서 길게 자란


수풀이 포복전진으로 다가오는 브라우니를 가려주고 있는것을 그녀는 보았다.




"쉬잇.."




브라우니가 천천히 다가오고 슬쩍, 잔해 너머로 아주 천천히 주변을 수색하며 다가오는 매머드타입 철충에게 눈길 한번 주고는 내게 말을 건냈다.




"2소대 소속 레프리콘 상병임까?"




레프리콘이 고개를 끄덕이자 브라우니는 곧 바닥에 떨어져 줍지 못하고 있던 레프리콘의 SM10 경기관총을 집어 건네준 뒤, 다시 입을 열었다.




"다른 2소대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지금 내 뒤에 저녀석 보이죠? 쟤 한테 한방에 모두 쓸려나갔어요"




"유감이지 말입니다, 아! 제 소개가 늦었습니다, 저는 2중대 중대본부 임시전령 브라우니 2-111 입니다"




내가 멍 하니 바라보고 있자 브라우니는 계속해서 말하였다.




"우선 2중대는 모든 병력은 인근 KA프라자 건물로 전면 퇴각하고있지 말입니다, 그러니까.."




브라우니는 내 가슴팍에 붙은 작은 명찰에 쓰인 '2-234' 를 읽고는 마저 말했다.




"레프리콘 2-234 상병님은 제가 여기서 꺼내드릴테니 저랑 함께 퇴각하셔야 겠습니다."




브라우니는 다시 잔해 너머로 점점 거리를 좁혀오는 매머드에게 눈길 한번 주고는 레프리콘을 짓누르는 콘크리트 더미를 힘껏 밀어내기 시작했다.




"전령, 다른 소대는 어때? 무사한가요?"




갑작스레 죽어버릴지도 모르는 상황을 무릎쓰고 전령이란 이유만으로 설명 할 수없는 이 헌신적인 상황에 겸연쩍어 진 나는 넌지시, 물어보았다.




"으읏~차.. 하 이거 콘크리트가 이프리트 병장님 죽어도 자리에서 안비키는거랑 똑같지 말입니다.. 방금 다른 소대 물어보신 겁니까?"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브라우니는 다시 얼굴을 찌푸리며 콘크리트를 조금씩 밀어내며 대답했다.




"으랏~! 2중대 중대 본부부터 급작스런 일제 화력투사를 받아 궤멸했는데 다른 소대라고 멀쩡하겠슴까? 중대 전령이랍시고 1소대부터 2소대, 3소대 돌아다녔는데


중상당한 노움 상병을 들쳐업은 1소대 레프리콘 상병이랑 나머지 같은분대의 브라우니 둘을 본게 전부였습니다"




조금씩, 잔해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있다고 느낀 레프리콘이 받아들었던 SM10 경기관총의 탄약박스를 톡톡 손가락으로 쳐 소리를 듣는다.


절반가량은 탄약이 남아있다.




"조금만 더 하면 끝날 것 같지 말입니다.."




브라우니가 계속해서 잔해를 밀어내는 와중 레프리콘은 주변을 살펴보다 자신과 브라우니의 측면으로 30m 부근에서


제압되어 완전 무력화 된 줄 알았던 스나이퍼칙 한기가 한쪽 다리를 잃은 모습으로 몸을 비틀어 가며 브라우니는 조준하는것을 보았다.




망설일 틈이 없었다.


5초정도면 자신이 빠져 나올 수 있겠지만, 5초면 이 용감한 브라우니가 죽는다.




"고개 숙이세요!"




진짜로 박살을 내주겠다는 생각으로 방아쇠를 빠르고 강하게 당기자, 스나이퍼칙이 여러발의 총탄을 맞고 이내 완전히 움직이지 않게되었다.


다만 내 경기관총의 여러발의 연이은 총성으로 주변을 계속 둘러보며 아주 천천히 전진해오던 매머드가 콘크리트 잔해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큰일임다! 저 매머드가 우릴 알아챘지 말입니다!"




브라우니가 다시 잔해를 마저 밀어내고 내 하체가 자유로워지자 나는 재빠르게 빠져나와 브라우니의 손을 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가 있던 자리에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4미터를 앞으로 날아가 아스팔트 바닥에 쳐 박힌다.




"콜록 콜록, 괜찮나요 브라우니!"




"예 끝내주지 말입니다.."




브라우니가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지만 비틀거리며 다시 넘어진다.




매머드가 발사한 175mm 고폭탄의 폭발에 콘크리트 파편들이 사방으로 날아갔고 이 용감한 브라우니의 한쪽 다리를 완전히 부숴버린 것 이다.




이번엔 내가 도와줄 차례다.




나는 묻지도 않고 브라우니를 들쳐 업었다.




"레프리콘 상병님! 생각해보면 저를 내려두고 퇴각지점으로 달려가시는게 합리적인 판단이지 말입니다!"




나는 최대한 달리면서 브라우니의 말을 생각해보았다.


브라우니를 내려놓는다면 훨씬 빠르게 도망칠 수 있다, 그렇다면 재장전중인 매머드의 다음 공격을 받지 않을 수 있다.




다만 브라우니를 계속 업고 뛴다면 다음번 공격이 오기 전까지 도망칠 수 있을지는 확신이 서질 않는다.




"어차피 아까 죽었던거예요, 일단 도전해봅니다!"




더욱 힘을주어 빠르게 내딛는 다리와 발.


신규 야전교범에선 일반적인 매머드타입 철충은 재장전에 약 7~10초가 걸린다는 부분을 읽은 적 있다.


지금까지 5초 지났다.




브라우니가 이를 악물고 소총을 들어 매머드에게 의미없는 사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나는 내 묵직한 SM10 경기관총을 바닥에 집어 던져버렸다.




6초.


20M 앞 골목, 저 안! 저기로만 간다면!




7초.






8초.






앞으로 10M






9초.




아, 이거 늦은거 같다.


아주 실날같은 냉철한 판단이 스쳐 지나가지만 그저 달려나가던 것 을 멈추진 못하고 계속 나아간다.






10초.




콰아아아아앙!!!


모퉁이에 들어서는 순간 뒤로 매머드급이 갑자기 폭발하며 뒤로 넘어진다.


브라우니가 해낸건가?! 경악을 금치 못한체로 고개를 돌려 브라우니를 바라보자 브라우니도 매우 놀란 표정으로 중얼 거린다.


"슈..슈팅스타다! 슈팅스타가 우릴 살렸지 말입니다!"







슈팅스타, 들어본적 있다.

하늘을 가르는 빛나는 한 줄기의 선.


일부 생존이 불가능할것으로 생각되었던 병사들이 간혹 살아돌아와선 대뜸 하는말이,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든 빛 하나가 적을 격퇴하였다, 마치 슈팅스타(유성) 과 같았다' 라고.


하지만 그건 그냥 다른 격전지에서 빗나간, 눈 먼 탄이 운좋게 눈앞의, 혹은 위협적인 적에게 날아들었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의견이 많았지만

일부 브라우니를 시작으로 생각보다는 많은 수의 병사들이 '슈팅스타' 라는 알 수 없는 존재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곤 한다.

나는 이따금 쓰러진 매머드가 남아있는 175mm 잔존 포탄이 유폭나는것인지 큰 소리와 함께 주기적으로 폭발하는것을 살짝 경계하며, 아까 집어던진

내 SM10 경기관총을 슬며시 도로 집어들곤 빠른걸음으로 이 용감한 브라우니가 말해준, KA프라자로 향했다.





----------




"슈팅스타?"


마리는 2-111 브라우니의 음성이 함께 기록된 당시 교전에서 본것을 주장한 기록과 내용을 쭈욱 훑어보다 슈팅스타라는 대목에 의문을 가졌다.


"나도 많이 들어본건 아니지만, 애들이 자주 말하던데?"


피닉스는 마리 옆 다른 테이블에 걸터 앉아 머그컵에 담긴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


"슈팅스타..슈팅스타라.."


마리는 눈을 약간 가늘게 뜨며 무언가 생각하는듯 했다.


"왜 대장? 뭐 짚이는거라도 있어?"


"아니, 오랫동안 철충과 싸우고 지금의 사령관 각하가 아닌 그 이전의 다른 인간들을 보았던 나지만, 그 오랜 기간동안

슈팅스타라는 별명이나 코드네임을 가진 녀석은 기억에 없다."


"애초에 병사들이 야전에서 불가사의한 기적을 체험하곤, 그 기적이 마치 유성(슈팅스타) 같다해서 그렇게 부르는 거잖아? 그러니 진짜 우릴 돕는 존재가

바이오로이드라던가 AGS 라면, 슈팅스타라는 이름이 아닐거야"


"애초에, 슈팅스타라는 존재가 실존하는지 아직 신빙성은 모자라"


"역시 우리 마-리 대장님 아니랄까봐 꽉 막혀서는."


단번에 커피를 들이킨 피닉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만약 존재한다면, 어쩌면 우릴 도와주고 있는게 아닐 수 도 있잖아? 그냥 움직이는 물체를 향해 공격한 걸지도 모르고,

프레데터처럼 그냥 아무거나 공격하는걸지 모르지? 그렇다면 독립적으로 슈팅스타라는 존재를 찾아나설 애들을 모아보는건 어때?"


피닉스가 커피 잘 마셨다 라는 제스쳐와 함께 머그컵을 테이블에 놓고 나갔다.


"흠..."


마리는 슈팅스타라는 미지의 존재, 혹은 가상의 존재에 대해 최후의 인간, 사령관 각하에게 보고할 내용을 추리며 다시금 생각에 빠졌다.





---


쏴 버렸다.

이 한발로 또 다시 충전에 3일을 기다려야 한다.

괜히 쏜건가? 불필요한 짓을 한건가, 싶어서 다시 조준경으로 본 모습은, 그녀들이 당황해 하며 이내, 도망칠때 버렸던 총을 도로 집어든다.

뭐 잘된거니까 좋은게 좋은걸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낡고 헤진 교복 치마를 손으로 툭툭 털었다.

그 후 창문에 도로 나무 판자들을 걸어 막은 뒤, 반쯤 부숴진 책장을 밀어 완벽히 막아둔다.

이후 방금 격발했던 내 키를 넘어 2M에 달하는 길쭉한 이 녀석을 집어 든다.

원래 내가 사용하던 물건은 아니지만, 주인은 없으니 내가 사용하고 있고, 만약 이 물건의 타당한 주인이라는 녀석이

나타나면 돌려줄 생각은 있으니까.

.. 하지만 생각해도 정비없이 2년째 사용중이기도 하고, 원래 내가 사용하는 화약을 이용하는 일반 소총이 아닌 섬세한 물건이다 보니

점점 자잘한 문제점들이 늘어나고, 그것과 같이 내계속 걱정도 늘어나고는 있다.


벌써 저녁시간도 훌쩍 지나갔다, 지하 창고에 수 없이 쌓인 통조림을 하나 더 뜯는 시간이 되었다는 것이다.

단지 그 뿐이다.


잘 생각해봐도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할 사람은 그때 죽었으니까.



그녀는 우울한 마음으로 고개를 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