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슈팅스타 2화



웅성거리는 오르카1호 스틸라인 생활관.




"노움상병님, 그거 들으셨습니까? 슈팅스타 또 나타났다지 말입니다?"




스틸라인 7생활관의 1-100 브라우니는 흥분한 목소리로 계속 이어 말했다.




"1주전에 지상으로 깊숙히 전진한 62대대 에서 2중대가 거의 전멸했는데 그때 어디선가 날아든 유성같은 빛이 매머드를 일격에 죽였다지 말입니다!"




노움은 생활관 중앙에 놓인 테이블에 아무렇게나 방치된 전투식량 쓰레기들과 몇개의 빈 스팸 통조림을 슥슥 모아 정리하며 조용히 듣다가 슬쩍, 한마디 했다.




"신기하군요, 매머드를 일격에 처리하다니, 매머드를 일격에 처리하는걸 본건 지난번에 에밀리 씨가 무장인, 제녹스의 출력을 높여서 발사했던 것 외엔 본적이 없어요."




노움상병이 쓰레기를 마저 치우는 와중, 그걸 뒤늦게 목격한 레프리콘이 화들짝 놀라 노움이 든 쓰레기 봉투에 손을 뻗어, 자신이 치우겠다고 말하지만 노움을


살며시 웃으며 분리수거 쓰레기통이 있는 생활관 밖으로 나섰다.




그와중에도 브라우니는 눈을 반짝이며 슈팅스타라는 존재에 대해 끝 없는 상상을 하며 입을 다물줄 모르고 레프리콘은 표정이 썩 좋지않았다.




"브라우니! 왜 자기가 먹고 남은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냅둔건가요? 먹지도 않았던 노움상병님이 치우지 않았습니까?"




"죄송합니다."




브라우니가 뒤늦게 뒷통수에 손을 대고 고개를 숙이지만 레프리콘의 심정은 나아보이지 않는다.




"브라우니, 계급차이로 일을 부려먹는게 아니라 자기가 어질러 놓은 쓰레기는 자기가 치우는게 맞지 않겠어요?"




"생각이 짧았습니다, 죄송합니다"




레프리콘이 일단 노움상병이 돌아오면 브라우니가 사과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할때 생활관 가장 구석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나..자고있었는데.. 좀 조용히 해줘.."




"아, 주무시고 계신지 몰랐습니다, 조용히 하겠습니다"




레프리콘이 급히 목소리를 낮춰 대답했다.


녹색의 침대에서 녹색의 작은 체구가 꼼지락거리며 다시 잠에 들지 못하고 눈을 깜빡이며 천장을 응시한다.


이프리트 병장은 하품을 한번 하고 잠시 뜸을 들이다 입을 열었다.




"슈팅스타라고 했었나.."




"오오! 이프리트 병장님도 슈팅스타 알고 계십니까?!"




방금전까지 혼나고 있던걸 잊은건지, 레프리콘은 브라우니를 보고 눈을 감고 한숨을 내쉬었다.




"들어만 봤지 직접 본적은 없어... 그거.. 그거잖아.. 그.. 위험한 상황일때 누군가 구해준다는거.."




브라우니는 고개를 빠르게 슉슉 끄덕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맞지 말입니다! 완-전 멋집니다! 히어로지 말입니다!"




이프리트는 누운채로 고개만 돌려 브라우니를 응시했다.




"밖에 화장실 옆 중앙게시판 봐봐, 슈팅스타에 대한 뭔가.. 모집하고 있었어.."




"뭔가 모집합니까?"




레프리콘이 의문을 가지자 브라우니는 대답도 없이 재빠르게 뛰어나갔다.




"브라우니! 뛰어다니지 말아요!!"






화장실 옆, 중앙게시판에는 이미 많은 수의 브라우니와 레프리콘, 노움, 때때로 이프리트들이 웅성거리며 서 있었고


게시판에는 이번에 붙여둔지 얼마 되어보이지 않는 종이에는 마리의 친필 서명과 글이 쓰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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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 독립 수색조 모집 공고 ]




현재 아군인지 적군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 슈팅스타라는 존재를 찾아나설 지원자를 모집중에 있다.


인원은 미정이나 이번달 말일까지 지원자를 모집, 슈팅스타의 대략적인 위치가 밝혀지면 인원 규모를 정한 후 지원자들을 추려 독립 수색조로 편성하겠음


지원신청서는 각 행정반에서 배부, 제출할 것.


슈팅스타라고 불리우는 존재에 대해 알고있는 인원이나, 슈팅스타에게 실제로 도움을 받은 병사들은 중앙 행정반에 즉각 들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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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팅스타를 찾아 나서는겁니까? 재미있어보이지 말입니다"


"그런데, 사실 고생은 고생대로 할거같은데, 보상은 적혀있지 않네요?"


"보상도 없이 이상한거.. 찾아다닐 시간에 그냥 더 자는게 좋아"




7생활관의 브라우니는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의 대화를 뒤로하고 행정반으로 뛰어갔다.




"맹.. 아니, 충성! 7생활관 1-100 브라우니! 행정반 용무있어 왔지 말입니다!"




행정반에 앉아서 지루하다는듯이 다리를 꼬아 창밖만 바라보던 임펫은 브라우니의 방문에 자신의 무료함이 날아갈지 기대하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일이지?"




"앗, 임펫 중사님!! 슈팅스타 수색조에 참여하고 싶어서 왔지 말입니다!"




임펫은 뭐 결국 큰 흥미를 느끼지는 못한건지 테이블에 아무렇게나 쌓인 서류더미에서 신청서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




"그런데, 뭐 때문에 참여하는거야?"




"슈팅스타를 찾아나서는 모험아닙니까!? 완-전 기대되지 말입니다!"




진짜 단순한 녀석이구나, 하고 생각한 임펫은 신청서에 열심히 계급과 성명, 번호를 기입하던 브라우니를 묵묵히 바라보다 다시 입을 열었다.




"보상은? 보상이 써있지 않잖아? 그래도 지원하는거야?"




"보상은 슈팅스타를 찾아내서 만나는 것 만으로 최고 아닙니까?"




그래도 상상 이상으로 단순하면서도 순수하다면 순수한 브라우니덕에 약간이나마 흥미가 생긴 임펫은 조용히 답했다.




"뭐, 사실 보상은 있어, 앞 뒤 가리지 않고 보상만 보고 신청하는 자매들이 있을까봐 보상부분만 쏙 빼놓은거야,


거기다가 중구난방으로 아무나 신청하는것 보다, 하나의 분대단위로 신청하면 임무적합성과 전투체계가 잘 맞을테니 분명


수색조 합격에 가능성이 더 클테고말이야."




"보상이 있다는겁니까?"




브라우니가 기입할 정보를 모두 작성하자 임펫은 신청서를 받아들고 쭈욱 내용을 훑어보곤 입을 열었다.




"보상은.. 아마.. 수색에 결과에 따라서 변동은 있겠지만.. 한 주에 한 캔 지급되던 참치캔을 수색조 참가 인원에게 일년 치 52개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원하는 3개월간 휴가 였던가?"




브라우니는 입이 딱 벌어져 급하게 경례도 하지 않고 바로 자신의 생활관에 알려야 겠다며 뛰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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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났지 말입니다!"




생활관 문을 박차고 들어온 브라우니에 깜짝놀라 들고있던 스팸 내용물을 통째로 바닥에 떨어뜨린 이프리트가 어두운 표정으로 바닥만을 응시한다.




"브라우니! 들어올땐 조용히 들어와야지 왜 자꾸 주의받을 행동만 하는건가요!"




빼액 소리를 지르는 레프리콘과, 난처한 얼굴로 바라보는 노움상병.


언제까지 주의를 계속 줘야하는지 피곤해보이는 레프리콘은 브라우니의 말이 무슨뜻인지 일단 들어보기로 한다.




"슈팅스타 수색조에 모두 가보는거 어떻슴까?!"




이프리트는 떨어진 스팸을 주워 집어 먹을지 말지 얄팍한 고민을 하는 사이 노움이 집어 쓰레기통에 넣자 울상이 된다.




"수색조에 지원하자는 이야기는 알겠는데, 이유라도 있나요?"




노움상병이 말하자 레프리콘은 그래봤자 슈팅스타에 푹 빠져서는 그냥 그게 전부라고 하겠지, 하곤 생각하고있었다.




"분대단위로 신청하면 슈팅스타 수색조에 합격할 확률이 높다지 말입니다! 그리고 보상이 엄청납니다!"




"보상?"




레프리콘이 되묻자 브라우니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수색성과에 따라 약간 변동을 있을거 같지말입니다? 참치캔 인원당 52개에.."




"참치캔 52개라면 흥미롭지만 그래도 위험한 임무임에는 변함 없잖아, 먹을 것 때문에 괜히 사서 고생하고 싶지 않단 말이야"




이프리트가 중간에 끼어들지만 브라우니가 아랑곳 하지않고 마저 말을 마쳤다.




"일정 무관! 자유휴가 3개월이랍니다"




휴가 3개월.


이프리트는 복무기간이 대략 3개월 하고 약간 더 남았다.


다만 원래라면 교대근무로 3주 뒤부터 지금 전장에 나가있는 62대대와 교대하여 203대대로써 3개월 근무하게된다.


각자 할당된 복무기간이 끝난 스틸라인 바이오로이드는 현재 무인도에서 문명복구 작업을 하러 가게되지만 가장 큰 이점은 죽을일이 없다는 것 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몇일전의 야전에 있던 제 1 지상 수색대대의 2중대가 사실상 전멸, 1중대와 3중대가 큰 타격을 입고 일부 전선을 물러나는 바람에


3주뒤로 예정된 교대가 한주 앞당겨진것도 있었다.




이프리트는 이번엔 진짜 죽을지 모른다, 마냥 전쟁을 하는것 보다 오히려 수색으로 빠지는것이 이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나는 갑자기 구미가 당기는데?"




이프리트는 손을 들었다, 레프리콘과 노움이 깜짝놀란다.


그러나 노움은 곧 이유를 짐작하곤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2주 뒤면 62대대랑 교대 아닙니까? 대신 슈팅스타 수색조로 빠지고 천천히 수색해 나가면서 슈팅스타도 찾아내고 휴가랑 참치캔 받아서 이득보면 되는거 아니겠습니까?"




의외로 논리적이라면 논리적인 브라우니의 말에 레프리콘도 조금 동요하긴 한다.


오르카1호가 지상에 영향을 뻗은지는 어느정도 된 시점, 지상에서의 격전이 요 근래 잦아지고, 생각 이상으로 사상자가 많이 나오는 가운데 2주뒤면 격전지의 한복판으로 가게될 참이다.




"분대단위로 신청하는게 더 합격확률이 좋다고 했나요? 역시, 격전지로 가는것보다 다함께 다른곳으로 가는걸 도와주는게 좋겠지요?"




노움이 거들자 홀로 정하지 못한 레프리콘은 약간 더 난처해진다.


확실히, 격전지에서 멀어지는건 맞을텐데 그렇다고 수색임무 자체가 덜 위험하다는 보장은 없기때문이다.


아니 그래도 몇일전 중대 몇개가 궤멸하는 타격까지 받는 격전지랑, 무엇이 있을지 모르는 미지의 수색. 어느쪽이 더 안전한가?


레프리콘이 눈을 질끈 감고 팔짱을 낀 체 고민한다.




"레프리콘, 참치캔 52개가 적어서 그래? 나는 남은 복무 3개월 슈팅스타 수색조 포상휴가라는 3개월로 싹 밀어서 쉴건데 참치캔은 크게 중요하지 않으니까


52개중에 12개정도는 선물로 너 줄게"




이프리트가 베시시 웃으면서 말하자 레프리콘은 조금 당황한 얼굴로 답했다.




"차, 참치캔이 모자라서 그런건 아닙니다"




분대장 견장이 붙은 레프리콘으로써는 만일, 이 수색조에 분대가 합격한다면 수색조를 이끌어나가야 할 권한과 책임이 있다.


그냥 휴가와 참치캔에 혹해서 미지의 임무에 달려드는것도 상당히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아직 수색조의 규모부터 수색조의 파견도 확정된것도 아니니까 분대장으로써 지휘해야 할지 모른다는 부담을 벌써부터 갖지 않는것도 좋아"




전 분대장이였던 노움이 상냥히 말하자 레프리콘도 흔들리는 마음을 이제 걷잡을 수 없다는걸 깨닫고 약간 의미를 알 수 없는 한숨을 내쉬며 수색조에 같이 가자고 고개를 끄덕였다.




"오오! 해냈지 말입니다! 지금 신청서 가져오겠습니다!"




브라우니는 아까와 같이 생활관을 빠져나가 행정반으로 달려나간다.


7생활관의 문패가 흔들리며 [ 우수 전투 분대 ] 팻말이 흔들 흔들 춤춘다.




"이야- 우리 7생활관 파이팅이다"




묘하게 맥빠지는 목소리로 이프리트가 중얼거리며 도로 자리에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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