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슈팅스타 8화



"하아암. . ."




밤하늘에 누군가가 장난스럽게 흩뿌려놓은 것 같은 별들이 빛난다.




이프리트는 몇시간 전, 첫 철충무리와 교전할 당시에 썼던 *MOT-D.D.M.P.D' 의 사용하고 남은, 검정색 드론을 옥상의 한 모퉁이에 올려두었다.


(Mortar - Delayed Drop Multi Purpose Detector)


(박격포탄형 지연낙하 다목적 감지기)




이후 이프리트는 자신의 손목에 감긴 검은색 팔찌에 손가락을 가져가자 허공에 생긴 몇개의 버튼을 눌러두었다.




[자동감지모드-지상거치]


버튼이 깜빡거리며 스륵 사라졌다.




이프리트는 드론을 흘끗 눈길한번 준다.


잘 작동하고 있으리라.




"이프리트 병장님, 전투식량 준비 끝났지 말입니다?"




브라우니가 옥상의 출입문에 고개를 내밀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프리트는 대답대신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후드에 매달린 토끼귀가 흔들린다.




3층으로 내려온 이프리트와 브라우니는 레프리콘이 설치한 LED 랜턴 조명 아래에 둥글게 모여 앉아 전투식량을 집어들었다.




이프리트는 전투식량 한입을 입에넣는 LRL의 다리에 걸터앉은 작은 토끼인형을 보았다.




"갑자기 어디서 난 토끼인형이야?"




LRL은 토끼를 집어서 이프리트쪽을 향해 지켜들고 말했다.




"큭, 큭, 큭 이몸에게 충성을 맹세한 2천년 전의 나의 피조물. . . 이곳에서 운명적인 재회를 한 것이다"




이프리트는 그냥 여기서 우연치 않게 주웠구나, 하고 적절히 LRL의 말을 흘려들었다.




"이름은 이프리 라고 지었어"




LRL의 마지막 한마디에 이프리트는 사레가 걸린 것 인지 기침을 몰아서 한다.


그런 그녀를 노움이 등을 두드려 준다.




"이프리 말입니까?"




브라우니가 끼어든다.




레프리콘은 무언가 데자뷰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완-전 쬐끄만 토끼인형에게 이름까지 어울리지 말 입 . . . 악! "




레프리콘이 들고있던 스푼으로 브라우니의 입술을 때렸다.




다행히도 기침을 계속하는 이프리트는 브라우니의 말을 듣지 못했다.




LRL은 이프리 라는 인형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전투식량을 다시 먹기 시작했다.




이프리트는 그런 이프리 라는 인형을 쏘아보며 전투식량을 먹기 시작했다.




전투식량을 다 먹고 나온 전투식량 봉투라던가 여러 쓰레기들을 레프리콘이 모아서 한쪽 구석에 던져둔 뒤, 대충 무너진 콘크리트 파편으로 덮었다.




이후 레프리콘은 자신의 허리 뒤쪽의 손바닥만한, 지도를 수납하는 가방을 열었다.




그 모습을 본 분대원들은 약간 긴장한듯한 얼굴이 되었다.




"자, 그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LRL은 침을 꼴깍 삼키며 이프리를 꼬옥 껴 안는다.




지도수납 가방에서 지도뒤에 넣어둔, 아이스크림 막대 다발을 꺼낸다.


비록 냉동되어있을 경우만을 가정했을 때 뿐이지만 아직도 가동중인 냉동창고나 운좋게 살아있는 마트따위에서 간혹 발견되는 보존된 아이스크림은 인기만 따졌을때는


그 희소성 때문에 인기만큼은 참치캔을 앞지를 정도로 바이오로이드들에게 최고의 선물이다.


역시 아이스크림 막대는 사실 막대기라는 점 외에는 별 기능이 없으나 많은 수 의 바이오로이드들은 이것을 부적인 양 삼고 다닌다.


그중에서도 특히 유쾌한전사자 분대는 분대장인 레프리콘이 분대원 수만큼 꼭 가지고 다니는데 그 막대기에는 각기 숫자가 쓰여있다.


이렇게 작전중 숙영할 경우 불침번의 순서를 결정하는 용도로 말이다.




부적인양 소중히 여기는 것 을 불침번 순서를 정하는 용도로 쓴다는 것에 약간 의아함을 느끼는 타 부대 바이오로이드들도 있었지만


이렇게 불침번을 서는 것 도 위험한 일이라면 위험한 일이 맞다.


따라서 이렇게 부적으로 만들어진 순서결정 도구로 써서 나쁜일을 막자 라는 유쾌한전사자 분대의 귀여운 미신이 반영된 것이다.


몇개월전 전장에서 불침번을 방금 교대했던 옆 텐트의 분대가 철충의 눈먼 박격포탄에 맞아 전멸하는것을 보고


이 제비뽑기로 변한 부적겸 순서결정 도구를 더욱 신묘하게 여기게 된 계기도 있었다.




레프리콘은 각기 숫자부분을 손바닥에 넣고 손가락으로 감싸 번호는 볼 수 없게 된 막대들을 모두 앞에 내밀었다.




"자 룰은 모두가 막대를 뽑고 나서 동시에 확인합니다"




이프리트부터 노움, LRL과 브라우니가 집어들고 마지막 남은 막대만을 레프리콘이 꼬옥 쥔다.




"자, 그럼 준비되었죠?"




모두가 레프리콘의 눈을 보더니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자신의 손에 들린 막대의 숫자를 확인한다.




"우악!"




환호화 절규가 뒤섞인 같은 감탄사가 터진다.




노움만이 모두에게 조금 조용히, 목소리를 낮춰야한다는 제스쳐를 취하지만 사실 막대에 ' 1 '이 쓰여있던 노움이기에 숫자가 의미하는 공포와 탄식이 없던게 분명했다.




"이. . . 이건 꿈이 분명하다!"




LRL은 자신의 막대에 선명히 쓰여있는 ' 3 ' 숫자에 오열하기 시작했다.




다섯명의 인원.




두시간 동안 서야 하는 불침번 근무중, 분대원들이 모두 기피하는 세번째 순서인 LRL과 달리 2번을 뽑은 레프리콘은 나쁘지 않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네번째인 브라우니는 현실을 부정하는 LRL을 껴안고 위로중이다.




마지막 순서이자 다섯번째인 이프리트는 히히 웃으며 벌써부터 잘 준비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프리트가 자신의 침낭을 한번 더 정리하고 기지개를 펼 때 쯔음, 그녀의 손목에 감진 검은 팔찌에서 작게, 삣 삣 하는 경고음이 울렸다.




LRL과 슬픈 표정이던 브라우니는 눈을 부릅뜨며 순식간에 옆에 놓아둔 소총을 집어들고 반대편 손으론 허리춤에 아직 걸려있는 소총에 부착하는 총검을 꺼내었다.




이프리트는 뒤늦게 손짓하며 천장, 그러니까, 하늘을 가리키는 제스쳐를 취하자 브라우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소총을 내려놓았고 레프리콘은


자신의 침낭 옆, 지도더미 위에 놓아둔 플래시 라이트를 집어들고 옥상으로 향했다.




옥상으로 올라서자 이미 어둠이 짙게 드리운 바깥에 레프리콘이 자신의 플래시 라이트 뒷부분의 버튼을 누르자 적외선라이트 모드로 변경되어 일반적인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빛이 마구 반짝거리며 점등한다.




어두운 하늘에 어디선가 울리는 엔진소리에 레프리콘이 점등을 반복하는 자신의 적외선 라이트를 하늘로 향하고 빙글빙글 원을 그리자 엔진 소리는 점차 가까워 진다.




"이야, 찾았다 찾았어"




야간 비행이여서 그랬는지, 평소의 눈에 잘 띄는 노란색이 들어간 옷이 아닌 암록색이 드문드문 들어간 위장형 바디슈트를 입은 익스프레스76이 박스를 들고 옥상에 착지했다.


그리고 익스프레스의 뒤를 이어서 그리폰도 박스 하나를 들고 옥상에 착지했다.




"역시 이 슈트, 곰팡이 냄새 나는거 같단 말이야"




익스프레스와 같은 색상인 슈트를 입은 야간비행 복장을 갖춰입은 그리폰이 불만을 토로했다.




익스프레스는 마치 영수증 같은 종이다발을 레프리콘에게 건내었다.




"이번 요청 목록이야 확인해줄래?"




"확인할게요"




레프리콘은 종이를 받아들고 내역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MOT-D.D.M.P.D 다발, 소총탄 500발, 전투식량에, 브라우니용 소총 총검에 . . . "




그러던중 적외선투시 기능을 갖춘 바이저를 쓴 그리폰이 약간 주변을 둘러본다.




"그, 그러니까 걔 어디갔어?"




심심했는지 옥상으로 따라나온 이프리트는 그런 그리폰을 보며 침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 . . 죽었어"




"어?"




이프리트의 말에 그리폰이 무척 놀란다.




"무슨 소리야 그게?"




"너도 들었지? 오늘 오후에 있던 우리 분대, 교전."




그리폰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기 시작한다.




"자기는 약하지 않다면서 용기를 내고 도끼를 치켜 세워서 나이트칙에게 돌진했어"




이프리트는 그런 말을 하며 그리폰의 손을 붙잡고 그녀의 손에 LRL이 이름까지 붙여준 토끼인형인 이프리를 쥐어준다.




"이걸 자기라고 생각해달라고, 너한테 꼭 전해 달라고 했었어."




이프리트는 훌쩍이는 소리를 내며 소매로 눈가를 슥 닦아내는 시늉을 한다.




적외선 투시 기능으로 이프리트를 바라보던 그리폰은 그녀의 손에 들려진 약간 더러운 토끼인형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레프리콘은 '또 장난 시작했네' 하며 고개를 가로저으며 익스프레스의 종이들을 꼼꼼하게 확인한다.




그리폰은 토끼인형을 꼬옥 쥔체 몸을 떨기 시작했다.




"내, 내가 역시 막았어야 했어 내가 수색조 지원하는거 미리 알았더라면. . ."




그리폰이 눈을 꼬옥 감으며 양 눈으로 눈물이 주륵 흘러내린다.




"내가 맨날 쓸모없는 식충이라고 놀리지만 않았어도 수색조에 지원 안했을텐데"




"이프리트! 내 이프리를 돌려줘!"




때마침 옥상으로 LRL이 씨익 씨익 거리면서 올라온다.




"어"




훌쩍이던 그리폰의 눈에 들어온건 이프리트랑 서로 투닥이는 LRL이였다.




"어, 그리폰 너도 왔었구나"




LRL은 눈이 마주친 그리폰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이프리트는 딴청을 피우며 휘파람을 불고는 후다닥 3층으로 내려갔고 그런 그녀의 등에 그리폰이 항의한다.




"이 나쁜자식! 다시는 네 말 믿나 봐라!!!"




"그리폰 왜그래? 무슨일 있었어?"




그런 그리폰의 모습을 본 LRL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그리폰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폰 울어?"




"아냐! 안 울거든!"




그런 그리폰의 손에 들린 이프리를 본 LRL은 눈을 반짝였다.




"앗싸! 찾았다 이프리!"




토끼인형을 받아든 LRL은 자신의 치마 주머니에 이프리를 넣었다.


주머니의 깊이로 인해 이프리는 마치 세상 바깥을 내다보는 모양새가 되어 머리만 밖으로 나와있다.




"그리폰! 나 여기서 완전 열심히 하고있어!"




그리폰이 손을 올린다.




평소같이 갑작스레 꿀밤을 때릴줄 알았던 LRL이 움츠러들지만 이내 그리폰의 손바닥이 LRL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어? 안때려?"




"시끄러"




그리폰은 한번 더 훌쩍거린 뒤, LRL의 머리가 헝클어질때 까지 머리를 계속 쓰다듬었다.




레프리콘이 받은 보급품목을 확인을 끝낸다.




"모두 확인했습니다, 문제없어요"




레프리콘은 이프리트에게 받아들었던, MOT-D.D.M.P.D 드론을 그리폰에게 건내준다.




"이건 재활용 가능 반납품목."




그리폰이 고개를 끄덕인다.




"나 간다 꼬맹이!"




익스프레스가 하늘로 날아오르자 그리폰도 따라서 날아오른다.




LRL은 그리폰에게 갑작스레 외쳤다




"그리폰! 오르카1호에서 오르막길이 많게 내리막길이 많게!?"




점점 사라져 이제 손바닥보다 약간 작은 크기로 보이는 그리폰이 외쳤다.




"오르막길이랑 내리막길은 결국 같은거잖아 안 속아 바보 꼬맹이!!!"




LRL은 시무룩해져 3층으로 도로 내려갔다.




박스의 보급품목들을 대충 추려서 3층으로 내려온 레프리콘은 우선적으로 지난 교전에서 가장 큰 활약을 한 브라우니에게 소총탄과 총검 두개를 더 지급했고


이후 30분 뒤 취침 전까지 쓰레기통의 30mm 탄약을 보충하라 지시했다.


그후에 브라우니를 따라 내려간 그녀는 깡통의 박격포탄 적재함에 색상별로 박격포탄을 정리해서 넣어두었다.


그리고 보급품목으로 받아둔 키보드 정도 크기의 얇은 배터리를을 폴른의 배터리함에 넣었다.




"쓰레기통, 추가 배터리 확인, 일반적인 경계임무 할당시 예상 가동시간, 16일."


"본 기체, 추가배터리 장착완료, 일반적인 색적 임무 할당시 예상 가동시간, 10일."




깡통과 쓰레기통의 배터리 추가도 확인했고, 레프리콘은 한번 더 출입문에 설치한 인계철선에 연결된 크레모아들을 확인했다.




3층으로 올라오니 이프리트는 벌써 침낭에 들어가서 잠들어있었다.




"이프리가 대신 불침번 서면 좋겠다"




LRL이 침낭에 꼬물거린다.




브라우니는 킥킥거리며 장구류를 침낭 옆에 모아둔채 자리에 눕는다.




노움은 분대의 침낭들이 놓인 엘리베이터 옆 복도에 주인없이 오랫동안 낡은 의자 하나를 가져와 자리에 앉았다.




모두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은 1번, 불침번 초번이였다.




레프리콘은 자리에 누워 LED 랜턴의 밝기를 가장 최소로 낮추고 침낭에 엎드려 지도와 펜을 가지고 꼼꼼히 살피기 시작했다.




"분대장은 바쁘죠?"




노움이 묻자 레프리콘은 하하 웃으며 지도를 이리저리 넘기고 또 살핀다.




전 분대장이였던 노움에게 분대장 직책을 양도받은 레프리콘은 노움의 다음번 불침번이니, 지금 잠깐 잠들었다가 갑작스럽게 불침번을 서느니


자신의 차례가 올 때 까지 내일 이동경로를 한번 더 확인하는 일을 선택한 것 이다.




노움의 바로 옆, 부숴진 책상등으로 막아두었던 창문 하나를 열어둔 노움은 밖을 계속 주시하고 살핀다.




달이 그렇게 밝지는 못하다.




노움은 창밖 아무도 돌아다니지 않는 아스팔트로 된 길을 응시한다.




아스팔트 너머의 편의점과 문방구가 보인다.


멸망전쟁 전, 인류는 저기를 다니고 아무 걱정없이 돌아다녔을까?




아무말 없이 창밖을 우수에 젖은듯한 눈으로 바라보는 노움을 보며 침낭에 누운 브라우니는 레프리콘에게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노움상병님은 굉장히 감성적이지 않습니까?"




"뭐, 확실히 그렇긴 하죠"




"지난번에 노움상병님이 수첩을 떨어뜨려서 제가 주워다 드린적 있지 말입니다?"




브라우니의 말에 레프리콘은 약간 흥미가 생겨 지도를 잠시 접어두고 브라우니를 응시했다.




"근데 그 수첩에 직접쓴 시가 한가득이지 말입니다"




"시?"




레프리콘이 되묻자 브라우니가 고개를 끄덕인 뒤 계속 말했다.




"제가 기억하는 시는 그거였지 말입니다."




[전장적응형 자동 위장무늬 변경 망토를 입고 거울앞에 서면, 무슨 색상이 될까.]




[빵에 파랗게 생긴 곰팡이는 왜 푹신푹신해 보일까.]




[물에 빠지면 죽는데 수영은 왜 취미생활일까, 생존법이 아닐까.]




브라우니의 입에서 나온 노움의 시 로 추정되는 구절을 들을때 마다 레프리콘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고 노움의 엉뚱하면서도 기이한 시 내용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마치 노움의 비밀에 다가선듯한 기묘한 배덕감이였다.




레프리콘은 브라우니의 머리를 장난스러운 손날치기로 툭 치고는 머리에서 잊으라 말했다, 물론 다른사람의 수첩을 훔쳐보는 것 도 나쁘다 덧붙였다.




레프리콘과 브라우니의 속닥거림을 뒤로하고 노움은 때때로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가 아무도 돌아다니지 않는 적막한 이 거리에 찾아온


유쾌한 전사자 분대를 향한 환영의 손짓이길 생각했다.


수줍게 모퉁이에 숨어 한쪽의 얼굴만 내민 것 같은 달이 구름이란 커튼으로 얼굴을 한번 더 가린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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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 시간입니다"




한참동안 감정적인 생각에 빠져 갈라진 아스팔트에 자나란 잡초와 나무, 녹슬어버린 자동차와 무너진 건물을 보던 노움의 옆에 다가온 레프리콘.




"벌써 교대인가요"




노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노움이 창가옆에 세워둔 소총을 집어 자신의 침낭으로 걸어간다.


레프리콘은 그런 노움이 앉아있던 의자에 앉았다.




창밖을 본다.




조용한 거리에 쪼개진것 같은 달이 구름에 가려서 빛도 그리 들지않아 어둡기만 하다.




노움은 이 자리에 앉아 무엇을 생각했을까?


레프리콘도 나름 생각해본다.




무전기의 현재 채널값을 나타내는 붉은색 숫자만이 구석에서 깜빡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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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RL, 일어나세요"




레프리콘의 목소리에 눈을 뜬 LRL은 부스스 일어났다.




"응? 무슨일이야. . ."




LRL은 자신이 말하고 나자 레프리콘이 자신을 깨운이유를 알아차렸다.




"앗, 불침번. . ."




레프리콘이 LRL의 어깨를 툭툭툭 두드려 주자 LRL은 약한 소리를 내며 이프리 를 꼬옥 안고 의자에 앉았다.




모두가 침낭에 들어가 잠이들었다.




벌써 새벽 한시가 된 시간. 새카맣기만 한 세상 LRL은 약간 무서움을 느껴 이프리를 더욱 강하게 껴 안았다.




무전기의 붉은 빛이 괴물의 눈과같이 보였다.




일정주기로 깜빡거리는 붉은 숫자가 더욱 눈처럼 보인다.




창밖에 때때로 흔들리는 나뭇가지는 LRL을 잡아가려는 귀신들의 손짓같았다.




LRL은 약간씩 몸을 떨면서, 모두가 해내는 불침번을 자신도 할 수 있다는 각오로 눈을 한번 꼬옥 감았다가 눈을 뜨고 창 밖을 다시 주시했다.




그리고 아무도 다니지 않는 도로위로 무언가 움직이는 기분이 들었다.




LRL은 눈을 슥슥 비비고 다시 움직이는 부분을 보았지만 어두워서 보이지 않는다.




구름에 가려진 달이 서서히 바깥으로 나오고 빛이 든 도로가 어둠에서 벗어난다.




LRL은 적이 확실하지 않은 이상, 안대를 벗고 빔을 쏘지 말라는 레프리콘의 신신당부를 기억하며 도로를 응시했다.




도로에 움직이는 무리.




사람의형상, 정확히는 바이오로이드였다.




네명의 바이오로이드는 건물 주변을 배회하며 무너진 편의점에 들어가 무언가를 가방에 담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저게 뭐지?"




LRL의 중얼거림.




바이오로이드들은 열심히 돌아다니며 무언가를 줍거나 설치하고있다.




아군인가? 싶었던 LRL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자리에서 일어나 레프리콘에게 다가갔다.




"저기 레프리콘"




레프리콘은 잠에든지 10분도 되지 않아 자신을 깨운 LRL에게 눈을 돌렸다.




"으음. . . 무슨 일 인가요?"




"밖에 누가 있어"




레프리콘은 눈을 크게 떴다.




"누가요?"




"바이오로이드들"




레프리콘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을 살폈다.




"내말 맞지? 누가 진짜로 있지?!"




LRL은 창밖을 보는 레프리콘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리고 레프리콘은 갑작스레 LRL을 안고 멀찍이 창가에서 분대의 침낭이 있는 자리로 몸을 날렸다.




"눈 감아요!!"




갑작스레 창문으로 날아든 빈 병이 폭발하며 화염이 치솟았다.




"어?!"




LRL은 당황하는것과 동시에 소음에 일어난 브라우니가 반사적으로 소총과 장구류를 착용한다.




노움도 자리에서 일어나 소총의 안전장치를 해제한다.




"철충이야?!"




이프리트는 소리를 빼액 지르며 건물 안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자신의 유일한 무장인 권총 하나를 꼬옥 쥔다.




"적, 바이오로이드 추정! 식별된 인원만 넷!"




노움은 복도를 지나 옆 방으로 향한뒤, 조명탄의 안전핀을 뽑아 밖으로 던졌다.




레프리콘은 불길이 닿지 않는 다른 창문에 고개를 내밀고 소리쳤다.




"우린 철충이 아닙니다!"



레프리콘의 목소리가 들리자 그녀가 서 있던 창문에 총탄이 날아든다.



다른 방에서는 브라우니가 창밖으로 예광탄이 든 탄창을 소총에 결합 후 방아쇠를 당겼다.



갑작스러운 적대적인 바이오로이드의 등장에 분대는 각자 창밖에 있는 적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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