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슈팅스타 11화



"75층, 이상 없습니다"




"자, 다음 층!"




폐허가 된 도시에 말짱히 남아있는 세개의 높은 건물.


그 건물을 빙글빙글 돌면서 한층씩 위로 올라가는 드론 10기.




그다지 깨끗하다거나, 좋은 화질은 아니지만 드론이 건물의 한층씩을, 건물 바깥에서 빙글 빙글 돌아가며 안쪽을 스캔한다.


그 화면을 실시간으로 보고있는 오르카 1호 회의실도 말 없이 지켜보고, 드론을 관리하는 닥터만의 눈이 바쁘다.




아무래도 오늘도 내리는 강한 빗줄기가 역시 태풍이였나보다.




회백색의 건물 투시도가 화면에 비춰지고, 한층의 스캔이 끝날때 마다, 형광녹색으로 칠해진, 병사들이 총을 이리 저리 겨누면서 한번 더 해당 층을 확인한다.




유쾌한 전사자 분대다.




"이 건물, 몇층까지라고오. . .?"




유독 지쳐보이는 이프리트와 LRL은 지금 밟고 서 있는 76층이 끝이길 바란다.




"여긴 77층이 끝입니다, 한층 남았지 말입니다!"




브라우니는 스크레치 하나 없이 깔끔한, 새로운 고글이 마음에 드는지 계속 만지작 거린다.




적대적인 바이오로이드와의 교전이후 이틀째.




보급품목도 받고 한층씩 수색하여 슈팅스타가 있을 것 으로 생각되는 첫번째 건물에 도달했다.




건물에 도착한 유쾌한 전사자 분대는 첫번째 건물의 바로 앞, 7층짜리 건물 옥상에 깡통과 쓰레기통을 배치, 이후 깡통을 통신모드로 변경하여


오르카1호에 직접 통신하는데 성공, 일주일간의 멀고 먼 대 장정의 막바지에 이르었다.




오르카1호는 깡통의 통신을 이용하여 닥터의 전장감식용 드론 10기를 파견하여 유쾌한전사자 분대와 공동으로 건물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76층 역시 문제 없지말입니다! 이제 다음층입니다!"




브라우니는 아주 기분이 좋아보였다.


이틀전의 바이오로이드끼리의 교전에서 이마위에 흉터가 생겼지만 차피, 이제 바로 코앞의 건물에서 수색을 옮겨가면 그만이다.


이 건물도 이제 최상층 하나만을 남겼고, 정말로 수색도 끝나가고 그토록 고대하던 슈팅스타를 만나볼 일만 남았다.




다만 약간 꺼림칙 한 것은, 오르카1호에 보고한 적대행위를 하는 기이한 바이오로이드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는 것 이다.


그저 첫 보고 당시 '해당 지역을 방위하라는 명령을 받은 잔존 바이오로이드로 추정된다.' 라는 말 만 했을뿐.


레프리콘도 묵직한 경기관총을 어깨에 걸쳐 메었다.




LRL의 등에 큰 배낭 하나가 메여있는데, 건물을 탐색하며 재미난 물건만 보이면 무조건 수집하고있다.




"앗싸!!! 새로운 만화책 발견!"




LRL은 이번에도 멸망전, 인류의 물건중 하나를 수집해서 가방에 밀어 넣었다.




"LRL, 아까 한 말 알아 들었죠? 물건 챙기는건 좋지만, 절대로 너무 무거워서 작전에 지장이 생긴다거나 그런 경우넌 절대, 절대 안돼요"




노움이 LRL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LRL은 자신 만만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만화에서나 볼법한, 큰 보따리를 등에 맨 캐릭터 같이 보여서 레프리콘도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아, 다음층으로 올라가 주세요!]




닥터의 목소리가 창밖 드론을 통해서 레프리콘이 허리춤에 붙여둔, 무전기에서 흘러나왔다.




이 최상층에, 슈팅스타가 있을지 모른다!




"작은 브라우니는 반합을 흔들며 모닥불에서 춤을 추네~ 반합 안에 든건, 밥이 아니라 된장국 뿐인데 춤을 추네~"




브라우니는 나지막하게 흥얼거리며 앞서서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최상층에 도달한 분대의 맴버들은 드론의 선행 정찰을 시작으로 각 문이라던가 입구를 샅샅히 수색하지만, 역시 무엇인가 살고있는 느낌을 받기는 힘들었다.




결국 최상층의 수색마저 마치고 뉘엿 뉘엿 해가 져 간다.




[여기 오르카1호, 유쾌한 전사자 분대 들리는지?]




닥터의 무전으로, 최상층 77층의 수색을 끝마치고 창문에 서있는 레프리콘에게 무전이 닿았다.




[오르카 1호를 비롯해 기상관측을 할 인원이 없지만 현재 상황을 보았을때 4일간 걸쳐 내린 비도 그렇고, 태풍이 다가오는 것 같아요]




레프리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앞, 창 밖에 떠 있는 드론의 카메라가 레프리콘과 마주본다.




[일단 시간이 오후 다섯시인데, 아무래도 금일 수색은 여기까지 하는게 어떻겠어요?]




나쁜 제안은 아니다, 레프리콘은 검지손가락을 턱끝에 가져가 잠시 고민한다.




"아뇨, 서둘러 건물을 내려간 후, 두번째 건물에 도착한 뒤, 거기서 야영을 하겠습니다"




[어라, 위험하지 않나요?]




닥터의 말에 레프리콘이 답했다.




"첫째로 지금 분대의 사기는 지난 바이오로이드끼리의 교전 이후 아주 다행히도 좋아졌습니다, 둘째로 . . ."




레프리콘이 평소와 다르게 약간, 말끝을 흐리자 드론에서 먼저 답했다.




[불안한가요?]




"네, 맞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틀전의 교전으로 그때의 바이오로이드, 역시 마음에 걸립니다"




유쾌한전사자 분대는 이 건물에서 다시, 300M 떨어진, 옆 건물로 지난번 교전지에서 한 발자국이라도 더 멀어지고 싶었다.




철충이 아니라, 같은 바이오로이드에게 총구를 겨눈다는게 큰 충격이였을까.




[일단, 지금부터 다음번, 두번째 건물로 이동하는거로 알겠어요, 다만 야간부터는 드론의 수색보조가 불가능해요]




"네, 그래서 여기서 이동하여 두번째 건물인 로얄타워에 도착, 이후 우리 분대끼리 독자적으로 수색하여서 15층을 목표로 이동. 그 후 야영을 할까 합니다"




레프리콘의 계획에 닥터가 행운을 빈다고 말했다.




드론들이 모두 오르카 1호가 있을 머나먼 하늘로 날아가기 시작한다.




서두르자.




레프리콘은 77층의 바닥에서 어디서 주워온건지, 깨끗한 트럼프 카드를 가지고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 게임을 하고 있다.




"하나 둘 셋!"




LRL의 목소리에 노움과 브라우니가, 이프리트가 손에 든 카드를 뒤집는다.




이프리트는 하트 7, 브라우니의 카드가 다이아 10, 노움이 스페이드 A, LRL이 클로버 4가 나왔다.




"와아 브라우니가 이겼다!"




LRL의 말에 브라우니가 손으로 브이를 만들어 주변에 과시한다.




카드게임이 저렇게 하는건가? 레프리콘은 약간의 여유와 오랜만에 돌아온 분대의 사기를 생각하여 한번 더 게임이 이어지는 것 을 구경 후 목소리를 내었다.




"자, 이동하겠습니다! 두번째 건물로 이동 후, 아주 약간의 수색을 하다 적당한 장소에서 그대로 야영하겠습니다"




모두들 군 소리없이 킥킥 거리며 마지막 게임의 결과로 손목을 찰싹 하고 여러대 맞은 이프리트를 떠올렸다.




"으으! 복수하겠다! 다음 건물 야영할때 두고보자!"




이프리트가 빼액 소리 질렀다.




'그래서 그게 무슨 게임이길래' 하고 레프리콘이 킥킥 웃었다.




건물을 빠져 나오자 어두워진 바깥과 더불어 비가 진짜로 장난 아닌 수준으로 퍼 부어 무릎을 넘어서기 시작한 고여버린 빗물에 브라우니가 앗, 차가워 하고 입을 열었다.




레프리콘이 건물을 나오며 깡통과 쓰레기통이 있는 건물 방향으로 자신의 적외선 지시기를 깜빡이며 몇 차례 흔들자 곧 그 둘이 걸어온다.




"깡통, 쓰레기통, 다음 건물로 이동하겠습니다"




레프리콘의 말에 그 둘도 긍정한다.




그러던 와중, 분대에서 키가 작아 다들 무릎을 넘기는 빗물과 달리 허벅지는 간단히 넘어서는 빗물이 마음에 들지 않은 이프리트는 무엇인가 꾀가 나왔는지,


레프리콘이 보고있지 않은 틈을 타, 깡통의 포탄적재함을 밟고 그의 몸통 위로 올라가 납작 엎드렸다.




그걸 본 LRL도 핫, 하고 놀라자 이프리트가 손가락을 입술 앞에 대고 쉬잇, 하며 손을 내밀었다.




LRL도 깡통의 위로 올라갔다.




둘이 킥킥 대며 무임승차같은 기이한 구도가 이어지는 와중, 그것을 보고있던 노움이 약간 곤란한 표정으로 이프리트에게 말을 걸었다.




"부상자 후송같은 예외적 상황이 아니라면 절대 AGS 위에 올라타선 안된다고, AGS에 걸터 앉고 이동하는 행위는 군기강이 헤이해진 부대라고 마리 대장이 맨날 교육하잖아요"




"지금 우리 둘이 빗물에 잠겨서 떠내려가는게 더 위험하지 않겠어? 지금이 그 예외적인 상황이라구"




"맞아 맞아, 이 신성한 정화의 빗줄기에 이 파멸을 가져다 주는 고귀한 진조가 떠내려 간다면 체면이 말이 아니지 않겠느냐"




LRL도 동조했다.




노움이 어찌 할까 망설이는 사이, 앞서 이동하는 브라우니가 건물을 나선지 150M를 지난 지금 주먹을 쥐고 위로 슬쩍 들어올렸다.




정지신호.




당차게 걸어나가던 분대가 모두 멈추자, 깡통과 쓰레기통도 예외는 아니였다.




문제라면 깡통위에 엎드려있던 이프리트와 LRL은 그대로 굴러 떨어져 풍덩하고 바닥에 내팽겨 쳐졌다가 얼른 일어났다.




깜짝놀란 레프리콘이 둘에게 눈길을 슬쩍 돌렸다가, 넘어진건가? 하고 다시 브라우니와 전방을 번갈아 가며 시선을 옮겼다.




아무일 없다는듯이 이프리트와 LRL은 깡통의 다리 옆으로 이동해 자세를 낮춘다.




아무일 없다는듯, 아무일 없다, 하고 태연한 척 하지만 둘의 얼굴이 새빨갛게 변해 부끄러워하는건 노움만이 알 수 있었다.




브라우니가 이마의 고글을 손으로 내려 전방을 주시한다.




"레프리콘 상병님, 방위각 전방, 60'"




브라우니의 말에 레프리콘도 고글을 쓰고 방위각 60' 부근을 살핀다.




대략적인 거리 300M 앞에 노란색 천을 머리는 물론 몸 이곳 저곳에 두른 기이한 바이오로이드 여섯이 기이한 나무 판자를 옮긴다.




심상치 않은 모습에 자세를 낮추고 조금더 관찰한다.




여섯의 바이오로이드는 나무판자를 각자 한쪽씩 잡아들고 그녀들의 뒤로 몸에 천을 감은것 같지는 않은 일반 바이오로이드 여러명이 뒤를 따라 어디론가 걸어간다.




"수상하지 않습니까?"




레프리콘은 잠시 생각해 본다.


정말로 기이한 행동이다.




노움은 자신의 고글을 이용하여 방위각 60'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마치 종교행사 같기도 하네요"




"종교?"




레프리콘은 노움의 말을 곱씹으며 잠시 생각에 빠지다, 지도를 꺼내었다.




"쓰레기통, 장갑 전개."




레프리콘의 단호한 명령에 쓰레기통이 양쪽의 방패를 펼쳤다.




브라우니는 무언가 생각났는지, 레프리콘의 말을 듣고 방패를 펼쳐낸 쓰레기통의 양 방패에 약간 고장난건지, 방출하는 열이 엄청난, 아무도 쓰지않는


폐급 위장망토 두개를 한쪽씩 걸쳐 커튼처럼 만들자 약간 지직거리던 흑철색의 망토가 곧, 주변의 무너져가는 콘크리트 기둥이나 무너진 파편의 영상을


띄워 아주 그럴싸 한 위장이 되었다.




지도를 한참동안 들여다 보는 레프리콘, 쏟아지는 빗줄기에 패널형 지도가 빗물에 닿을때마다 닿은 부위가 화면이 이상해진다.




노움은 자신의 위장망토를 들어 쪼그려 앉아있는 레프리콘을 덮어주자 지도에 빗물이 닿는일이 줄어들었다.




"이 주변. . ."




레프리콘이 중얼거린다.




이후 레프리콘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어쩌면."




레프리콘이 그 말을 끝으로 입을 열지 않는다.


그녀가 한참동안 저 알수없는 무리에 눈을 떼지 못한다.


약간 긴장한 얼굴의 브라우니는 이미 소총의 안전장치를 해제하고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어두고 있었다.




"어쩔거야?"




이프리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묻는다.




"우리 목표는 저들과 접촉하는게 아닙니다."




모두들 지난 교전이 기억의 저 편에서 기분 나쁘게 기어오는 것 같았다.




레프리콘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다만 분대장인 레프리콘만은 무언가 약간, 눈치챈거 같다는, 무언가 알아낸것 같은 생각도 들었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시야에서 저 알 수없는 무리가 사라질때까지 기다리다, 유쾌한 전사자 분대는 두번째 건물에 도착했다.




"문이 모두 잠겨있지 말입니다"




브라우니가 문에 콘크리트 더미라던가




정말로 높이 우뚝 솟은 건물.




로얄타워라는 이름에 걸맞는, 이번 수색해야 할 세개의 건물에서 가장 높은 높이를 자랑한다.




수색조 출전 직전, 기술관 포츈이 우리가 수색할 건물중 하나인 로얄타워에 삼안산업 고위직 인물들이 여럿 거주했다는 나름 재미난 이야기를 했던게 기억이 났다.




" 다른쪽도 마찬가지예요"




뒤늦게 합류한 노움도 살펴본 모든 출입구가 잠겨있었다.


이 건물에 출입구는 모두 막혀있었다.




"2층 창문을 깨고 들어가는건 어떻습니까?"




브라우니의 말에 레프리콘이 잠시 망설였으나 LRL이 레프리콘의 망토자락을 잡아당겼다.




거센 빗줄기가 그녀의 망토를 따라, 붙잡은 LRL의 손을 타고 흐른다.




"레프리콘, 저기 지하주차장이 있는데 저긴 어때"




지하주차장, 괜찮을 것 같다.




"일단 이동해볼까요"




브라우니는 비좀 그만 맞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지하주차장의 경사로를 따라 들어가기 시작했다.




"어엇, 이거 좀 큰일이지 말입니다"




가장 앞섰던 브라우니가 뒤쪽을 향해 입을 열었다.




레프리콘과 노움이 브라우니말에 약간 더 속력을 내어 따라내려가자 지하주차장 안은 내리는 빗물로 마치, 수영장 처럼 되어있었다.




"깊으려나"




브라우니가 다시 앞서 들어간다.




자신의 총을 머리위로 올린체 천천히, 걸어들어간 브라우니의 가슴팍까지 차 오른 지하주차장 안의 빗물에 다들 하, 하고 들어갈까 하는 찰나.




마치 버려진 강아지같은 눈을 한 LRL과 이프리트가 노움을 바라본다.




". . ."




결국, 머슬! 이라고 외칠것 같은 포즈로 양 옆구리에 이프리트와 LRL을 껴 안은, 분대에서 가장 키가 큰 노움이 마지막 순서로 지하주차장에 들어선다.




황갈색의 빗물이 고인 주차장을 천천히, 보이지 않는 바닥을 지레 짐작으로 천천히 걸어나가는 노움과 양옆의 꼬맹이 둘.




"마치 선물을 사오는 가족같지 말입니다, 선물은 테디베어입니까?"




브라우니가 말하자마자 레프리콘이 브라우니의 입술을 잡아 당긴다.




지하주차장의 입구 주변, 내리는 비는 피할 수 있는 위치에 두기의 폴른, 즉 깡통과 쓰레기통이 적대 행위를 하는 모든 물체에 공격 가능이란 명령을 내려져있다.




노움의 소총마저 짊어진 레프리콘이 지하주차장의 끝, 건물의 열려있는 입구가 있는 계단을 올라 이 황토색의 더러운 수영장을 빠져나간다.




절반까지 온, 마치 배와 같은 노움 호 에 승선한 두명의 작은 승객은 넘실거리는 수면을 바라본다.




그리고 어둑어둑하니 길 밝혀드리지 말입니다- 하고 말한 브라우니가 플래시 라이트로 노움의 앞길을 밝힌다.




그리고 지하주차장 안, 수면위로 고라니를 비롯한 야생동물의 가죽들이 흉측한 몰골로 여기저기 엄청난 숫자가 떠 있다.




브라우니가 깜짝놀라 플래시 라이트를 떨어뜨린다.




떨어진 플래시 라이트가 굴러서 노움의 옆을 비춘다.




잔잔하던 지하주차장 안, 수면에 유쾌한전사자 분대가 지나가 파동을 일으켜 수면위에서 조용히있던 흉측한 가죽들이 반쯤 물에 뜬 상태로 노움의 앞까지 천천히 떠내려온다.




"꺄아아악!!!"




LRL이 비명을 지른다 이프리트가 팔을 뻗어 LRL의 입을 틀어막지만 LRL의 두려움에 질린 입이 잘 다물어지지 않았다.




노움도 기이한 광경에 소름이 온몸을 뒤 덮었다.




지하주차장의 천장과 벽, 수면과 바닥에 야생동물의 가죽이나 머리같은것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노움의 발에 무언가가 부딛친다.




아마 지하주차장 바닥 어딘가의 턱이나 벽돌같은거라 생각하지만 무언가의 두개골이나 무언가라 생각되는 머리가 멈추지 않는다.




침을 삼킨다, 집중하자 집중하자 하며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




계단을 마저 올라온다




물에서 빠져나온다.




LRL은 숨을 가쁘게 쉬며 앞만 보고 나아간다.




여긴 이상한 곳이 확실해졌다.




모두 닫혀있는 입구, 지하주차장의 기이한 사체들 여기에 무언가 있는것이 확실하다.




레프리콘을 비롯한 모두가 속으로 생각했다.




지하주차장에 남은 깡통과 쓰레기통을 제외한 남은 분대원이 모두 준비를 마치고 조심스럽게 건물 내부로 들어선다.




어두운 건물내부 는 드문 드문, 어디서 난 전기일까, 불이 켜져있었다.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1층의 로비에 들어섰다.




화려하게 장식된 샹들리에와 먼지가 쌓여있지만 나름 깔끔한 상태의 가죽쇼파를 비롯, 레드카펫이 깔려있다.




모두가 긴장한 표정이지만 약간, 누구러지는듯한 이 분위기에 주변을 천천히 살펴본다.




이 건물의 말짱하면서도 약간의 전기와 화려함이 보존되어있어 금방이라도 로비의 각 문이나 엘리베이터에서 인간이 일상을 즐기며 걸어나올 것 같았다.




"굉장하지 말입니다. 이렇게 화려한 건물이 아직 깨끗하다는게 신기하지 말입니다?"




브라우니가 중얼거리자 노움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의 공포스러운 기억을 최대한 잊으려는지 LRL은 약간 뻣뻣한 몸동작으로 기이한 포즈를 취하며 입을 열었다.




"큭,큭,큭. . . 이 영원의 마왕성에 도달한 용사의 파티는 과연 세계의 평화를 가져다 줄 것인가!"




"여기 전기가 들어오는거 같은데, 엘리베이터 움직이지 않을까?"




"엘리베이터를 사용한다면 간편하게 이동 가능하겠지만, 이 건물은 아까의 첫 건물과 차원이 다를정도로 거대합니다.




한 층을 샅샅히 수색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 이다.


이 건물이 얼마나 거대한지 한숨만 나온다.




"어라, 움직이지 말입니다"




브라우니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자


아주 크나 큰 쇠들이 긁히는 소리가 나며 엘리베이터가 움직인다.




"버튼을 누르면 어떻게합니까!"




레프리콘이 호통치자 브라우니가 머쓱한지 고개를 몇번이고 꾸벅인다.




100층에서부터 내려오는 엘리베이터.




그리고 한참뒤에 1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는, 문이 열리지 않았다.




"이거 문 고장났는지 안열리지 말입니다"




브라우니만이 엘리베이터 안을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지만 나머지 인원들은 엘리베이터에 흥미를 잃고, 로비에서 저녁을 먹은 후, 여기서 숙영을 할지 고민중에 있다.




브라우니는 자신의 소총에 부착한 총검으로 엘리베이터의 문의 사이를 찔러 넣는다.




그리고 소총을 비틀어 틈을 넓히고 그 틈새에 손가락을 넣어 좌 우로 밀어 열어재낀다.




"그럼, 일단, 20층까지라도 수색을 개시하고, 이후 10층으로 도로 내려와서 거기서 저녁식사와 숙영을 하는것으로. . ."




"여기 뭐 있지 말입니다?"




브라우니가 엘리베이터 안에 놓인, 플라스틱 물통들을 바라본다, 크기로 미루어 20L 정도씩은 될 것 같다, 저것을 제리캔 이라 부른다 하던가.




브라우니가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 제리캔 하나를 집어든다.




"엄청 무겁지 말입니다!"












브라우니가 제리캔 하나를 이쪽이 잘 보이게 한손으로 들어올린다.




다들 엘리베이터 안에 저게 왜 있는가, 생각하던 사이.




엘리베이터의 천장 한켠이 열리며 빠르게 무언가가 안으로 내려와 나이프가 브라우니의 목덜미에 달라붙고 다른손의 소총이 이쪽을 향한다.




". . .모두 무기 버려"




차분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검은색의 길고 단정한 머리, 낡은 교복의 여성이였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모두가 얼어붙는다.




목덜미에 나이프가 살벌하게 위협하자 붙잡혀있는 브라우니는 양손을 들어 소총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브라우니보다 큰, 장신의 여성은 자세를 낮춰 그녀의 몸 뒤에서 단단히 버티고 우리쪽을 계속 응시했다.




어쩔까, 하고 눈치를 보는 와중 레프리콘은 브라우니가 자신의 소총을 떨어뜨릴때, 자신의 발등위에 떨어뜨려놓은것을 보았다.




브라우니는 그것을 눈치 채길 바라는 얼굴로 레프리콘과 마주본다.




레프리콘도 브라우니와 4초정도 마주본다.




분명 서로의 사인이 맞아떨어졌을 것이다.




" . . . "




검은머리의 여성도 무언가 심상치 않은것 을 예견 한 것일까, 양 손을 머리 높이로 올려 공격 의사가 없다는 행동을 하는 나머지 유쾌한 전사자 분대를 바라보지만


그녀들의 손에 아직 무기가 남아있다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그리고 레프리콘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LRL, 눈."




갑자기 입을 연 레프리콘쪽으로 검은 머리의 여성이 눈이 움직인다.




그것을 확인한 레프리콘이 기관총을 한 손으로 잡은 뒤, 서서히 몸을 낮춰서 바닥에 무기를 내려놓는 행동으로 옮긴다.




그리고 그 타이밍에 갑작스럽게 LRL이 안대를 벗었다




"파멸하라!!!"




LRL 의 외침과 동시에 엄청난 밝기의 빛이 뿜어졌다.




"!!!"




눈을 질끈 감았던 레프리콘이 그대로 바닥에 엎드려 기관총을 사격자세로 변경한다.




브라우니는 발등에 걸쳐진 소총을 집기위해 자신을 붙잡고 있는 여성의 복부를 팔꿈치로 강하게 쳐낸 뒤 소총을 집어 곧 바로 눈부셔 앞을 보지 못하는 여성에게 겨눴다.




정확히는, 눈이 부셔서 아무런 대응도 못하는 여성을 겨누어 역으로 제압할 예정이였다.




그런데 브라우니의 얼굴에 여성의 정강이가 날아들어 빠르게 가격한다.




그리고 앞이 보이지 않는것이 분명한 여성이 한 손으로 소총을 발사하여 LRL과 나머지 분대원 방향으로 소총을 망설임 없이 격발한다.




노움이 이프리트와 LRL을 감싸듯 그 위로 엎어진 뒤, 거칠게 입으로 발포콘크리트 수류탄의 안전핀을 뽑은 뒤 앞으로 던져 엄폐물을 만들었다.




이후 한바퀴 옆으로 굴러 레프리콘이 급조된 콘크리트 엄폐물에 몸을 숨기고 그것을 확인한 노움이 LRL과 이프리트의 옷깃을 잡고 그대로 내달려 건물의 기둥으로 몸을 날려 숨는다.




"으아악!"




브라우니의 단말마




콘크리트 너머의 브라우니가 목을 졸린체 벽에 강하게 밀착되어 흑발의 여성에게 붙잡혀있다.




레프리콘이 외쳤다.




"멈춰요! 우린 싸우러 온게 아닙니다!!"




입을 뻐끔 하고 움직이기만 해도 브라우니의 목을 그어버릴 것 같던 상황을 타계하고, 우선 우려하던, 적대행위를 할 바이오로이드인지 그저 우리가 찾아 나섰던


슈팅스타일지, 모르는 와중 우선 상황의 주도권을 갖기위한 방법이 예상외의 방향으로 더욱 흘러간다.




브라우니가 소총을 바닥으로 떨어뜨리고 여성의 손목을 움켜잡지만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한다.




레프리콘이 경기관총을 다시 겨누어 사격을 가할까, 고민하는 사이 그 시선을 읽었는지 브라우니를 붙잡은 채로 레프리콘 방향으로 돌린다.




브라우니가 사격에 노출되는게 분명해 보였다.




노움이 침을 삼킨다.




눈을 감고있다.




LRL의 강한 빛이 뿜어나오기 직전, 상황을 예견한 것인지 눈을 감고 피해를 최소화 하며 머리속에 있는 방향을 정확히 판단하여 이쪽으로 대응을 한것이다.




보통 상대가 아니다.




그와 동시에 레프리콘의 심장이 더 강하게 뛰었다.




슈팅스타가 분명한 것 같았다.




"잠깐만요! 우린 싸우러 온게 아닙니다!"




레프리콘이 경기관총에서 손을 떼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살며시, 한쪽눈만을 뜬체 레프리콘을 응시한 여성은 브라우니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다만 손의 소총은 아직 브라우니를 겨누고 있었다.




"돌아가."




단호한 한마디에 레프리콘이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린 인간이 있는 오르카 1호에서. . ."




"인간"




그녀가 작게 중얼거리더니 소총을 레프리콘 쪽으로 향하고 발로 브라우니의 머리를 밟아 일어서지 못하게 했다.




"결국 여기까지 왔구나."




갑작스레 더욱 위험해진 것 같은 분위기에 무언가 말을 잘못한건가 하고 레프리콘이 생각하던 찰나, 기둥 뒤의 LRL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호, 혹시 언니 오오카미 소라야?"




LRL의 기억속의 인간세상에서 유행하던 한 TV시리즈가 스쳐 지나갔다.




쿠노이치 제로의 협력자, 조연.




검은색의 긴 뱅 헤어, 붉은색의 눈과 시원하게 뻗은 팔 다리에 걸맞는 큰 키.




LRL의 조심스럽게 내뱉은 말에 여성이 약간 당황한다.




"어디서 온거지, 역시 교회인가"




그녀의 소총은 아직 이쪽을 겨누고 있다.




노움이 LRL을 막지 못하고 LRL이 조심스레 앞으로 나온다.




LRL은 자신의 보따리에서 낡은 잡지 하나를 꺼낸다.




잡지의 표지에 장식된 사진.




검은색 긴 헤어에 노란 눈.




소총을 들고 이쪽을 겨누는 여성과 아주 흡사하게 생겼다.




"어, 언니! 우리는 지금 싸우려는게 아니라 찾는 존재가 있어!"




LRL의 말에 흑발의 여성이 조심스레 소총을 내린다.




"혹시, 최근 이 주변에서 철충과 싸우던게 너희인가?"




예전, 마지막으로 자신이 도움을 주었던 바이오로이드들과 비슷하게 생긴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그녀가 소총의 안전장치를 걸어둔다.




"무엇을 찾으러 온거지?"




그녀의 차가운 목소리에 레프리콘이 조심스럽게 손을 내리고 입을 열었다.




"인간이 아직 남아있어! 이 세계의 마지막 남은 인간! 우린 인간을 위해 싸우고 있어! 네가 이 주변에서 철충을 제압하고 도움을 주는 그런 존재 맞지!"




레프리콘의 말에 그녀는 대답하지 않는다.




LRL은 눈을 반짝인다.




오래전, 멸망전쟁 이전 그녀가 TV에서나 보던 그런 연예인이라 할 수 있는 그런 존재가 눈 앞에 있다 생각하고 있다.




"슈팅스타가 오오카미 소라였어!"




LRL이 경계심 없이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그러나 그녀가 매몰차게 말한다.




"슈팅스타? 미안하지만 난 오오카미 소라가 아냐"




노움도 레프리콘도 조심스럽게 무기를 내려두었다.




"한번 더 물을게, 네가, 우리 자매들을 위기에서 구한 저격수가 맞지?"




이프리트의 말에 그녀가 대답하지 않고 망설이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그녀가 진짜 슈팅스타라면, 하루빨리 7생활관으로 돌아갈 수 있다.




모두가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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