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슈팅스타 12화


삐걱이는 소리가 좋은 느낌은 들지 않는 '고장난' 엘리베이터를 타고 도착한 100층.




고장났다는 언급을 듣고 어디가 고장났다는 것인지 생각했지만 이 엘리베이터는 어디던, 도착한 곳에서 문이 열리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문을 별 감흥없이 흑발의 그녀가 교복에 어울리는, 등에맨 책가방 어깨 끈에서 군용대검을 꺼내 문 가운데를 찌르고 틈을 만들어 간단히 열었다.




" . . . 들어와"




그녀가 어느 집 문을 열고 말했다.


레프리콘은 다른 분대원들에게 들어가도 좋다는듯한 제스쳐를 취한뒤, LRL에게 받아 든 무전기를 꺼냈다.




집안은 깨끗하고 잘 정돈되어 있었으며 마치, 아직 인류가 멀쩡했다면 이런 집에서 살았겠다, 하는 체험관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집안에 들어오고 문을 닫자, 입구의 한칸 낮은 공간에서 자신의 전투화와 비슷한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그녀, 무슨 행동인지 몰라하는 와중 LRL만이 그 행동을 아무 생각 없이 따라한다.




왜 신발을 벗는것인지?




앞선 두명이 하는 행동에 잠깐 의문을 갖지만, 일단 그녀들을 따라하기로 생각하고 다른 분대원들도 전투화를 벗고 따라 들어간다.


'신발장' 이라 불린 공간에 총기와 전투화를 모두 벗어두고 온 분대원들.




". . . 찾아온 이유는 나중에 들을게, 우선 씻는게 좋지 않겠어?"




그녀가 복도 중간쯔음에 서서, 이제 막 걸어오는 분대를 향해 말했다.




"샤워?! 진짜 할 수 있어!?"




LRL의 외침에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고 복도 중간에 난 왼쪽 길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녀와 바짝 붙어있던 LRL은 고개를 돌리자 그녀가 가리키는 방향에 샤워실로 생각되는 문이 있었다.




가장 먼저 앞서 뛰어간 LRL 을 잠시 바라보다가, 고맙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꾸벅인 레프리콘에게 흑발의 그녀는 무표정으로 잠시 마주보다가 이내 거실로 사라졌다.




LRL과 이프리트를 데리고 노움까지, 세명이 샤워실로 사라지는걸 본 브라우니는 엄마가 아이 둘을 데리고 들어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입 밖으로 내면 레프리콘이 자신의 입술을 잡아당길 것이라는 걸 예측하고 속으로만 생각 했다.




브라우니만이 거실의 바닥에 대충 자리 잡고 앉았고, 나도 브라우니 옆에 앉았다.




자신의 가방과 벨트, 소총등 장구류 라고 할만한 것들을 전부 벗어 벽에 기댄 흑색머리의 그녀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 . . . 다시 한번 더 확실하게 해둘까, 교회에서 온건 아닌거 같은데, 어디서 온거지?"




브라우니가 나를 슬쩍 쳐다본다.




"우리는 오르카 1호 라는 잠수함에서 왔어, 거기엔 이제 최후의 인간이 남아있죠."




흑발의 그녀는 눈을 잠시 감았다가 입을 열었다.




"언제였더라, 멸망전쟁 이후 한참뒤에 갑자기 진짜 인간이 나타난적이 있었는데."




눈을 약간 가늘게 뜬체로 무언가 생각하는 그녀가 '아,' 하며 덧붙였다.




"너희를 뭐라고 불러야 할까."




레프리콘이 자신과 브라우니를 번갈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나는 분대장 레프리콘이예요, 이쪽은 브라우니"




"헤헤 반갑슴다"




흑발의 그녀는 한숨을 한번 내쉬고 홀로 고개를 약간 가로 저은 뒤 우리 앞에 앉았다.




" . . . 미안, 너희들을 다른 녀석들로 오해한거 같네, 난 유라 라고 부르면 좋겠어"




다른 녀석, 이 단어에 레프리콘이 물었다.




"유라 씨, 죄송하지만 지금의 대화, 무전기를 이용해 제 3자가 들어도 좋습니까? 그리고 다른 녀석이라면 혹시, 적대적인 행동을


하는 바이오로이드들이 있던데 그것들이 교회라는 건가요"




유라는 차분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포커페이스 같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말은 레프리콘이 옆에 둔 무전기를 통해 203대대의 중계를 이용해 중대한 무전이 대기중인 오르카1호로 긴급 채널로 전달된다.




"여기, 유쾌한전사자 분대, 슈팅스타로 추정되는 바이오로. . . 아니, 존재와 합류했습니다"




레프리콘의 말에 오르카1호에선 약간의 침묵 후 포츈이 답했다.




[어머! 벌써 만난거니? 언니 놀란거거든! 일단 총사령관을 비롯해서 각 지휘관들이 지금 회의실로 오고있으니까, 먼저 대화하고 있는게 좋을거 같거든!]




무전소리를 들은 유라는 잠시 뒤 입을 열었다.




"교회? 멸망전쟁 전, 인류가 믿었다는 신이라던가 신앙과는 다르게 그저 녀석들이 나타난 곳이 교회라서 교회라고 부를 뿐."




레프리콘은 오르카 1호에서 신벌이라던가, 천사 등을 입에 달고 다니는 아자젤을 떠올리곤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유라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 다시 말할게, 멸망전쟁 이후 몇년뒤 실제 인간들이 나타난 적 있어"




그녀가 말하는 순간 무전기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뭐? 인간? 멸망전쟁 이후 인간이 나타난적 있다고? 그게 몇년도지?]




레프리콘은 이 목소리가 마리라고 직감했다.




유라는 무전기에 눈만 돌려 마치 내리깔듯 응시한다, 브라우니는 그런 행동을 보고 약간 알 수 없는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 . . . 내 기억이 온전히 들어 맞는다면 2086년이다."




"우리 오르카 1호에서도 인간이 완전히 멸절한 년도를 2083년으로 보고있다, 그런데 그것 보다 3년이나 더 생존한 인간이, 그것도 여럿 무리가 있었다는건가?"




마리가 재차 묻자 유라가 답한다.




"멸망전쟁이후 정확한 년도 계산은 안했지만 오차를 감안해도 2085년에서 2086년인건 변함없어."




[. . . 그 인간은 아직 무사한가? 라고 묻고싶지만 지금과 2086년을 감안해도 불가능하겠군.]




"나도 몰라, 죽었을지 살았을지, 다만 그 인간들이 왔던 교회라는 곳은 지금도 건재해"




[. . .]




". . ."




마리와 유라의 침묵이 이어진다.




[나는 오르카1호에서 불굴의 마리라고 불리고 있다, 지금 너의 앞에있을 분대원들의 지휘관이기도 하지 만나서 반갑다]




유라는 눈을 한번 지그시 감은 뒤 입을 열었다.




"난 유라."




감정을 별로 나타내지 않는, 처음부터 끝까지 무표정인 유라에 레프리콘도 약간 긴장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우리 오르카 1호 소속의 바이오로이드들이 유라, 당신이 위치한 지역 주변에서 알 수 없는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은 일이 여럿 있어


지금 당신의 눈 앞에 있는 분대원들이 찾아간건데, 우릴 도운 존재를 병사들 사이에선 '슈팅스타' 라고 부른다."




유라는 묵묵히 듣고만 있다.




[당신이 우리가 찾는 슈팅스타가 맞는가?]




아직 확답을 듣지 못하는 와중 마리가 유라에게 한번 더 묻는다.




유라는 지금도 무표정으로 묵묵히 있을 뿐이다.




"그럴지도 모르지"




오묘한 대답. 마리가 다시 반문 한다.




[당신이 마지막으로 우릴 도와준 사례는, 통칭 매머드 라고 불리는 철충을. . .]




"미안하지만 난 철충의 이름에 관심없어, 내가 도운게 확실한지 모르거든 그리고 내가 살던 이 집에 불쑥 찾아온것도 그렇게 반가운건 아냐"




브라우니는 앉아있는 바닥이 갑자기 가시방석으로 변하는걸 느꼈다.




유라는 계속해서 이어 말했다.




"슈팅스타라는걸 찾아내서 뭘 할 생각이지?"




[그건,]




마리가 말하려는 순간 유라가 한번 더 입을 연다




"슈팅스타가 정말 너희들, 오르카 1호를 돕고있는게 아닐지도 모르지, 그저 움직이는걸 죽이고싶어서 안달난 녀석일지 모른다는 뜻이니까."




유라는 브라우니쪽으로 잠깐 눈을 돌렸다.




정확히는, 브라우니가 앉은 뒷편의 쇼파. 그 쇼파를 흘끗 보더니 눈을 감고 잠깐 침묵했다.




레프리콘이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을때 쇼파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무언가 본 건가?'




"내가 슈팅스타가 맞다면, 너희는 무엇을 위해 여길 온 거야"




유라가 다시 무전기쪽을 쏘아본다.




[오르카 1호에 합류하길 바란다]




마리의 말에 유라는 망설이지 않고 입을 열었다.




"결국 그 말을 하기 위해서, 여기까지 온건가?"




[그렇다]




유라는 한숨을 한번 내쉬었다.




"싫어"




[거절하는 반응을 보아서, 네가 슈팅스타라는걸 인정했다고 생각해도 괜찮겠나?]




마리의 말에 유라가 대답했다.




"아직도 내가 슈팅스타일지 그것만 생각하고 있는건가, 그래 내가 맞겠지, 이 주변에 대형 철충을 상대할 녀석은 없을테니까, 이제 궁금한건 끝난건가?"




[합류하지 않는 이유를 듣고싶다]




슈팅스타라고 판정이 난 상황, 브라우니는 드디어 꿈에 그리던 슈팅스타를 만났다는 감격에 눈을 반짝인다.




"합류하지 않는 이유? 글세, 이건 어떨까 내가 그저 움직이는 물체를 향해 방아쇠를 당겨버리는 걸 참지 못하고 행복해 하는, 교회와 비슷한 미쳐버린 존재라면?"




[ . . . ]




"그럴리 없지 않슴까? 만약 진짜로 그랬다면 지금 우리는 죽어버려서 무전도 못하지 않았겠슴까?"




급작스러운 브라우니의 말에 레프리콘도 어느정도 납득은 한다.




[비켜주길 바래, 어째서 그렇게 딱딱하게 대하는거야?]




무전기의 목소리 주인공이 바뀐다, 이 목소리는 레오나다.




[우선 사과할게, 방금 무전하던 녀석은 고지식하기만 한게 전부라서,]




유라는 묵묵히 무전기의 말소리를 듣고 있다.




[질문을 바꿔볼까, 합류하지 않는 이유가 있어서 그런거잖아, 이런건 어떨까, 그 이유, 우리가 도와줘서 해결이 가능하다면 우리쪽에서 해결해볼께]




"관심 없어"




유라가 입을 열자 레오나는 잠시 조용히 있다가 다시 말을 했다.




[하나만 더, 너는 덴세츠 사이언스 소속이겠지?]




유라는 무언가 생각하는것 같았다.




[기분 나쁘다면 미안하지만, 지금 네 음성,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중이라서 말이야, 기록이 일치하는게 하나 있더라구 '오오카미 소라']




"이야- 짐은 만족 대만족이다!"




샤워실 문이 열리며 LRL이 행복한 얼굴로 걸어나왔다.




물론, 이런 저런 야전의 생활로 더럽고 꾀죄죄 한 옷만큼은 윤기나는 머리와 얼굴과 정 반대의 느낌이 났지만.




"날 그 이름으로 부르지 마라, 나는 오오카미 소라가 아니다"




유라의 기분나쁘다는 듯한 목소리가 울린다.




그 소리를 들은 LRL이 바닥에 놓아둔 자신의 보따리에서 잡지 하나를 꺼내, '쿠노이치 제로' 에서 등장하는 조연, 오오카미 소라를 보고, 유라를 본다.


계속 번갈아가며 확인하지만, 이상하리 만치 닮았고 약간씩 다른 부분도 있다.




[어머, 실례했네]




레오나의 말에 유라가 눈을 다시 감는다.




"확실히 해둘까, 나는 너희 오르카 1호에 합류하지 않는다."




[그래? 그럼 이건 어때]




레오나의 말이 갑자기 끊기더니 조금뒤 다른 목소리가 들린다.




[가, 갑자기 그렇게 말하라고 해도]




레프리콘은 이 목소리를 알고있다.




총사령관 각하, 인간이다.




[어, 음 흠흠! 나는 , 오르카 1호의 대표라고 할까나, 어, 그래 인간이야. 너의 이름을 듣고싶은데.]




젊은 청년의 목소리, 인간의 목소리가 들리자 유라는 무전기에 집중한다.




레프리콘은 레오나 대장이 총사령관 각하의 목소리, 즉 인간의 명령을 이용해서 억지로라도 합류시킬 샘이라 직감했다.




"유라."




[유라, 미안하지만 우리 '오르카 1호에 합류해.' 너의 힘이 필요할 것 같아]




망설임이 느껴졌지만 엄연한 명령조의 말투도 섞여있다.


거절하기 힘들겠지.




"싫어, 몇번을 말해야 알아들을거지? 너희들 3분마다 기억을 잃어버리는거야?"




약간 놀라움을 느꼈다.




[후후, 정말 놀라운데]




레오나도 감탄하고 있다.




레오나가 바로 이어서 말했다.




[알거같네, 너, 원래 주인을 못잊어서 거기에 죽을때 까지 남아있기로 한거구나?]




유라가 처음으로 표정을 약간 구겼다.




레프리콘도 유라가 전쟁전부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무언가 숨기고싶은게 있다고 느꼈다, 이 이상 건드리지 말아야겠지




레프리콘이 갑작스럽게 끼어들었다.




"아-! 무전상태 좋지 못합니다, 추후 재 연락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무전기의 전원을 내려버렸다.




레프리콘은 조심스레 유라를 살펴보았다.




유라는 약간 침통한 표정으로 바닥을 주시한다.




역시, 잘못 건드린게 분명하다.




"LRL! 다 말리지 않고 나가면 안돼요!"




노움이 뒤 따라 나온다.




그리고 어두운 분위기를 느끼고 잠시 눈치를 살핀다.




유라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 . . 소란일으키지 말아줘, 여기서 잠시 지내도 뭐라하진 않을테니까, 현관문 과 가장 가까운 방에는 절대로, 들어가지만 말아줘."




유라는 그녀가 말한, 현관과 가장 가까운 방과 마주보는 다른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레프리콘도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내쉬었다.




슈팅스타를 만나면 모든게 끝일거라 생각했는데 뭔가 해결하기 힘든 과제만이 더 남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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